지지율 오른 통합당, 복지부동 노림수

역풍 불 때까지 기다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여당의 ‘입법 독주’ 앞에서 미래통합당은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여당발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윤희숙 신드롬’이 일어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역풍에 힘입어, 미래통합당이 전략을 바꿨다.
 

▲ 발언하는 윤희숙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장 ⓒ고성준 기자

국회는 지난 4일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3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처리됐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본회의에는 출석했지만 부동산법을 비롯한 정쟁법 표결에는 불참했다. 다만 통합당은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5분 연설에 나서면서 여당의 입법 밀어붙이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가만히
있어도…

통합당은 이전 본회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30일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거세게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반면 지난 4일 본회의에선 5분 연설을 통해 논리적으로 민주당안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꼬집었다. 지난달 본회의서 초선 윤희숙 의원의 연설이 큰 화제가 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합리적 보수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들이 제기되면서다.

윤 의원은 초선 의원의 데뷔 무대였던 본회의서 단숨에 스타 의원으로 발돋움했다. 윤 의원의 연설이 연일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윤희숙 신드롬’이 탄생한 것이다. 통합당은 이전과 달리 장내투쟁에만 집중하면서 논리적 토론만으로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윤희숙 신드롬 이후 통합당은 논리와 진심을 담은 메시지 전달에 힘을 쓰고 있다.

지난 4일 본회의엔 9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제2의 윤희숙’을 탄생시키고자 하는 속셈이었다. 본회의 퇴장 역시 없었다. 대신 본회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이견이 없는 법안에는 표결에 참여하는 등 공당다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76석을 가진 슈퍼 여당 앞에서 통합당은 속수무책이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뒤 “힘으로 밀어붙이는 저들 앞에서 무력감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통합당으로서는 슈퍼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뾰족한 묘수가 없다. 20대 국회서 당이 강행했던 장외투쟁, 삭발, 단식과 같은 강경 투쟁은 오히려 국민들의 비호감만 살 뿐이다. 시대착오적인 투쟁의 부작용은 21대 총선 결과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지난해 황교안 전 대표 시절, 통합당은 장외투쟁, 단식, 삭발식 등을 강행하면서 ‘일하지 않는 정당’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이와 더불어 당과 극우단체들의 지속적 교류로 인해 중도층이 대거 이탈했고,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뜻밖의 ‘윤희숙 호재’ 당 분위기 전환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여…여론전이 답?

장외투쟁과 같은 강경 투쟁의 가시적 효과는 나쁘지 않다. ‘그림’이 될수록 언론이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 결과가 증명하듯, 이는 구태정치일 뿐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세상이 과거와 다르다. 길에 나가 외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장외투쟁론을 일축했다. 당내서도 국회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원내투쟁에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더 힘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장외투쟁 카드를 쉽게 꺼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들 중 장외투쟁을 병행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며 일부 강성 의원들을 다독였다. 그럼에도 주 원내대표는 의회 민주주의 취지에 비춰 국회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원칙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 국회 본회의 통과하는 종합부동산세 개정 법률안 ⓒ고성준 기자

그는 “국민은 현명하고, 어떤 정책이 나라와 국민에 더 도움 되는지 잘 알고 계실 것이라 믿는다”며 “우리가 더 노력해서 실력을 갖추고 국민에게 간곡히 말씀드리면, 비록 숫자는 적더라도 국민의 힘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책전으로 정면 돌파해 민심의 이반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 상황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수해까지 겹쳤다. 장외투쟁에 수반되는 비용도 적지 않다. 통합당이 장외투쟁을 선택할 경우 비난 여론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장외투쟁 대신 통합당 의원들은 수해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해 복구 활동에 나선 상태다. 현장서 필요한 대책을 논의하며 민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통합당으로서는 민주당의 독주를 알리는 여론전이 최선이다. 최근 통합당 정책위원회는 ‘인간의 오만이 만드는 오판’이라는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세미나 당시 “확신에 찬 지도자,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만과 독선에 빠지기가 쉽다. 요즘 청와대와 민주당이 하는 구태가 바로 그 꼴”이라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백보드 문구’ 역시 통합당이 여론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대 국회의 비례대표였던 김수민 홍보본부장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후 회의실 배경을 장식하는 백보드 문구를 기획했다. 김 본부장은 ‘지금,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이 나라, 믿을 수 없는 게 수돗물뿐일까’ 등 날카로운 메세지로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시켰다.

서울 지역
역전 성공

‘백보드 정치’는 파격적이고 신선했다. 특히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바탕의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이라는 문구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의 말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큰 이슈가 됐다. 

김 본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두고 “통합당은 이제 언더독(스포츠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이고 소수니까, 자꾸 시비를 걸어야 한다는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신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언더독 전략’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최근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독주로 민심이 심상치 않다. 관련 법안들은 국회서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 못한 채 빠르게 통과됐다. ‘협치’라는 국회의 운영 방식을 민주당이 정면으로 거스른 점에 대해 국민들의 반감이 적지 상황이다.

게다가 여당발 악재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잇단 성추문,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수해 등으로 민심이 뒤숭숭한 상황이다.


이뿐 아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실언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일 민주당 박범계·윤준병 의원은 윤희숙 의원과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려다 구설에 휘말렸다. 박 의원은 “눈을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없이 조리 있게 말하는 건 통합당서 귀한 사례”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상한 억양은 국민들로부터 ‘지역 비하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박 의원은 “특정지역 사투리를 빗댄 표현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지난 5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충주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문병희 기자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윤 의원 역시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온다”며 “(월세의 전환은)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세를 선호하는 민심에 대한 윤 의원의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가 그대로 드러냈다. 오히려 ‘월세 살이’ 국민들의 박탈감만 더 커졌다.

윤 의원은 현재 서울 마포구와 은평구에 각각 주택 1채씩을 소유한 2주택자로 알려졌다.

황운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의 수해 소식이 뉴스 특보로 보도되는 화면 앞에서 웃고 있는 사진으로 논란이 됐다. 지역구인 대전서 호우 피해로 1명이 심정지 상태에 있다는 뉴스 화면이 나오는 도중에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입법 강행
언더독 전략


논란이 일자 황 의원은 “의원 모임에 간 것이지 TV 뉴스를 보러 간 것이 아니다. 당시 TV에 물난리 뉴스가 나오는지도 몰랐다”며 “(지역구에)물난리가 난 상황에서는 모든 모임 활동을 중단하고 표정은 항상 울고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수해 피해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몹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발표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서울지역서 2주 연속 통합당이 민주당을 근소하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우세 지역이다. 또 지난 6일 발표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전국서 통합당이 민주당을 1% 이내의 근소한 차이로 추격했다.

이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혼란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된다. 문재인정부는 최근 부동산 정책을 22차례나 발표하면서 마땅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연이어 터지는 여당발 악재들까지 더해져 통합당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회가 국민의 뜻과 정반대되는 행태가 되면 자연적으로 외부에 반대 세력이 형성된다”며 “(민주당은)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전횡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민주당이 제기한 ‘행정수도 완성론’도 서울 민심 이반에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7월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을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아직까지는 주요 기업과 대학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한 집값 잡기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민들도 이런 견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리얼미터·YTN이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의 수도권의 집값 안정화 효과’에 대한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5%에 달한 반면 ‘공감한다’는 응답은 40.6%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거주자의 경우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69.3%에 달했다.

통합당은 수도권 과밀 해소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정부의 부동산대책 실패에 대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꺼냈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행정수도는 이미 헌재서 위헌 결정이 난 문제로 보고 있다. 다만 지역 발전을 위한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세종시 자체를 좀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정당 지지도 근소 차이로 추격
재보궐, 부동산이 향배 가른다

하지만 세종 행정수도 완성론도 불안한 상태다. 세종시는 아파트 값이 올해 들어 20% 이상 상승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또다른 투기판으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은 공수처 출범으로 인한 이견으로 민주당과 파열음을 낼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8월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내걸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서 통합당에게 8월 국회 시작 때까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현행법 개정을 강행할 것이라는 의사를 암시하기도 했다.

공수처 출범을 위해 공수처법을 개정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된다. 현행법상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섭단체 야당이 2명을 추천해야 한다. 결국 통합당이 반대하면 임명 자체가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 윤희숙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장 ⓒ고성준 기자

통합당은 공수처장 추천위원 선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은 지금까지 공수처를 ‘위헌’으로 보고 공수처 설치에 반대로 일관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국회의장이 추천위원의 추천 기한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략을 바꿨다. 이대로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또 다시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대로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으로서는 사실상 공수처 출범을 막을 별다른 방도가 없다. 절대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부동산법 입법과 마찬가지로 공수처법 및 관련 규칙을 개정해 단독 출범을 강행할 경우,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다만 통합당은 추천위원 선정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의 여론전은 오는 9월 시작 예정인 정기국회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기국회서도 정책전과 같은 전략을 유지한다면 통합당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00일간의 국정감사 기간 동안 대여 전선의 폭이 넓어져 통합당으로서는 민심을 얻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합리적 보수
대안이 관건

다만 통합당이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재보궐 선거는 부동산 민심을 잡아야 이길 수 있다.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와 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한다면 찰나의 호재에 그칠 수 있다. 통합당으로서는 전문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정당으로의 변화된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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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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