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올림픽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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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8.10 09:53:59
  • 호수 12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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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를 뒤집다

▲ 딕 포스베리

[JSA뉴스] 역대 올림픽의 결승전들은 감동과 드라마, 그리고 아름다운 순간들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1968년 10월19일과 20일 사이 멕시코시티올림픽의 유니버시티 올림픽스타디움서 치러진 남자 높이뛰기에 미국대표로 출전한 ‘딕 포스베리(Dick Fosbury, 1947∼)처럼 종목 전체를 영원히 바꿔버릴 정도의 혁신은 흔치 않은 일이다.

놀림

그가 당시에 선보였던 높이뛰기의 ‘플롭(Flop, 배면뛰기-몸을 뒤로 눕혀 등 뒤로 뛰어넘는 기술)’은 높이뛰기의 혁명을 일으키며 지금 거의 모든 선수들이 시도하는 당연한 기술이 됐다.

육상의 필드 종목 중 하나인 높이뛰기는 1986년 제1회 그리스의 아테네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올림픽의 역사와 함께 한 경기종목이다. 도움닫기부터 시작해 도약과 점프를 통해 정해진 높이의 바(Bar)를 넘는 경기다.

포스베리의 올림픽 출현  이전까지의 높이뛰기는 앞을 보고 도약해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바(Bar)를 넘는 ‘스트래들(Straddle)’기술이나 아니면 상체를 꼿꼿이 세운 채 도약해 다리를 벌려 넘는 ‘가위뛰기(Scissors)’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미국 남자 높이뛰기 ‘딕 포스베리’
최초로 선보인 ‘플롭’ 기술 ‘발칵’


그러나 포스베리는 193cm의 큰 키 때문에 스트래들 기술이나 가위뛰기 기술로는 큰 성공을 거둘 수가 없었고, 고등학교 선수 시절에는 높이뛰기 종목 지역 팀에도 선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는 대신 1963년부터 높이뛰기의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높이뛰기 종목에 대한 접근법 자체를 영원히 바꿔버리게 되는 기술, ‘포스베리 플롭(Fosbury Flop)’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하며 무명의 포스베리는 자신의 특이한 기술을 전 세계에 소개할 기회를 얻게 된다. 도움닫기의 방향을 대각선으로 시작해 도약시 몸을 180도로 뒤틀어 등 뒤로 점프한 다음, 등을 뒤로 젖히며 바를 넘는 포스베리의 새로운 기술은 그 당시에 이미 정형화 돼버린 높이뛰기 기술의 근본을 완전히 뒤집어놨다.

동일한 신체조건서 배면뛰기는 안정된 자세로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으며 공중서 무게중심을 너 낮게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인체역학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높이뛰기 종목의 보조 환경 변화도 그의 기술적인 혁신을 도와줬다.

원래 높이뛰기 종목에선 바를 뛰어 넘은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착지하는 부근에 모래나 톱밥 등의 완충제 역할을 하는 물질들을 뿌려 놓는다. 그러나 이 같은 충격 완충제들은 2미터 정도의 높이서 발이나 혹은 손과 발로 동시에 착지하는 선수들만을 보호할 수 있을 뿐이고, 포스베리처럼 배면뛰기 후 머리와 상체부분으로 착지하는 선수들의 부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1960년대 중반 무렵에 고무재질에 공기를 불어넣어 만든 ‘고무매트’가 선수들의 안전장치로 출현한 것이다. 이 매트의 출현으로 인해 높이뛰기 점프 후 선수들은 신체의 어느 부분으로 떨어져도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부상방지용 완충제를 접할 수 있게 되고, 포스베리는 이러한 환경변화에 맞춰 과감한 혁신을 시도하게 된다.

1968년 올림픽의 높이뛰기 경기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포스베리는 메달권과는 거리가 먼 선수로 여겨졌다. 당시 포스베리는 트랙 앤 필드 뉴스가 “올림픽 타이틀을 놓고 펼쳐지는 가장 치열한 경쟁”이라고 묘사했던 1968 멕시코시티 올림픽의 높이뛰기 무대에 참가한 무명 선수에 불과했을 뿐이다.


포스베리는 그런 평가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해나갔고, 모든 점프를 1차 시기서 성공시켜버린다. 바가 2.18m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경쟁서 살아남은 선수들은 포스베리를 포함해 단 5명뿐이었다. 이어 2.18m도 첫 번째 시도서 넘어버린다.
 

▲ ▲1968년 멕시코올림픽서 최초로 배면뛰기를 선보이는 딕 포스베리

포스베리와 미국의 에드 카루더스, 소련의 발렌틴 가브릴로프 등 3명이 남게 된 2.20m. 세 사람 모두 첫 번째 시도에서 넘었다. 이 시점서 포스베리의 메달 획득은 이미 확정됐다. 하지만 메달의 색이 남아 있었다.

2.22m서 3번의 시도를 모두 실패한 가브릴로프가 먼저 탈락하며 동메달이 정해졌다. 그리고 포스베리는 다시 한 번 첫 번째 시도서 2.22m를 넘는다. 남은 것은 카루더스와 포스베리 두 사람. 바의 높이는 올림픽 기록인 2.24m까지 올라갔다.

첫 시도서 포스베리는 등을 완전히 젖힌 뒤에 다리를 차올리며 바를 넘었고, 그것으로 올림픽 신기록과 함께 올림픽 금메달을 확정했다. 새로운 역사의 탄생이자 높이뛰기 종목의 완전한 변화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스포츠서 포스베리가 멕시코시티올림픽서 보여줬던 정도의 영향을 미친 선수는 거의 없었다. 비록 포스베리 본인은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1972 뮌헨올림픽에선 높이뛰기 종목 출전 선수 40명 중 28명이 ‘포스베리 플롭’으로 바를 넘었다. 그 후로 1988 서울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스트래들 기술은 올림픽 무대서 완전히 사라졌다.

68년 멕시코 올림픽 처음 소개
종목 전체 바꾼 혁신으로 평가

멕시코서 올림픽 금메달을 뒤로 하고 포스베리는 육상계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자신의 흔적을 남겨놨고, 1993년에는 미국 올림픽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포스베리는 높이뛰기 종목에 혁신을 가져온 포스베리 플롭 기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배면뛰기 동작은 가장 자연스러운 동작이라고 본다. 나는 그걸 제일 먼저 찾아냈을 뿐이다.”

높이뛰기의 역사는 포스베리의 배면뛰기가 출현한 1968년 이전과 그 이후로 양분된다고 한다. 다른 선수들이 관성에 젖어 기존의 기술만을 답습하고 있을 때, 포스베리는 높이뛰기에 관해 그동안 그가 배우고 습득했던 모든 지식과 기술을 버리고 홀로 독자적인 기술을 고안해 습득했다. 

멕시코올림픽서 그가 처음 배면뛰기를 선보였을 때, 그는 수많은 혁신가들이 새로운 것을 보여줬을 때면 늘 그랬듯이, 그 또한 세상으로부터 무수한 비난과 조롱을 받아야만 했다. “물고기가 배 위에서 팔딱 뛰는 것 같다”는 놀림이었다.

시초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베리의 배면뛰기는 높이뛰기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 2020에서도 높이뛰기 종목의 모든 선수들은 당연히 포스베리의 이름이 붙은 그 기술로 영광에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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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