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블루오션 전략

“대박은 영원하지 않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경쟁시장에 가깝다. 진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궁극적으로 잉여이익이 남지 않는 시장이다. 다만, 유망 업종이나 유행 업종을 남보다 먼저 시작하면 시장의 선점 효과는 누릴 수 있다. 그것도 근자에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정보의 공유가 시시각각 이뤄지고 있어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 중 다수는 기업 내부의 자원이 영세해서 브랜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집중력과 끈기가 부족하다. 가끔 기술력(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의 차별화를 내세워 등장하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한동안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 다른 산업보다는 그 기간이 짧은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시장 환경에서 프랜차이즈 기업은 어떻게 블루오션 업종을 창출할 수 있을까?  

선점 효과

블루오션 업종이란 경쟁이 없는 차별화된 업종을 말한다. <블루오션 전략>의 저자인 김위찬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한 기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로 15년 정도 시장을 지배하면 블루오션을 창출했다고 봤다. 하지만 트렌드 변화가 심한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5년 이상만 시장을 지배해도 블루오션을 창출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에서 산업구조를 재구축하고 기존 시장과 경쟁하지 않기 위해서 대안산업을 찾는 방법이 있다. 대안재는 대체재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예를 들어‘골프존’은 골프를 가벼운 운동이나 오락처럼 즐기게 하는 실내 스크린 골프를 대중화시켰다. 골프도 당구처럼 가볍게 치고자 하는 고객층을 흡수하면서 몇 시간 동안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대안재가 된 것이다. 

가맹본부 다수 집중력·끈기 부족
5년마다 위기가? 대안산업 찾아야 


이미 곳곳에 꽉 들어선 노래방, PC방 등 코쿤 문화는 대안재의 대표적 예시다. 골프존의 경우, 정통 골프를 치려는 기존 수요 너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수요를 발견했다. 골프연습장이나 야외 필드 골프장보다 저렴한 비용과 편의성이라는 고객가치로 골프를 거부하는 고객과 미개척된 잠재 수요를 끌어들였다.

이제 실내 스크린 골프방도 레드오션 시장이 됐다. 여가, 오락, 코쿤 문화의 다음 대안산업은 뭘까? 실내 스크린야구, 스크린테니스장, 사격 양궁 농구 등 스포츠오락장, 방탈출 카페, VR방, 휘트니스 카페, 힐링 카페 등이 그 대안재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전략적 그룹(strategic group)을 관찰해서 시장의 경계선을 재구축하면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 전략적 그룹이란 한 산업 안에서 유사한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무리를 말한다. 보통 전략적 그룹은 가격과 성능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토대로 계층화되는데, 가격이 높으면 그에 상응하는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전략적 그룹은 다른 전략적 그룹을 신경쓰지 않고 경쟁관계로 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런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면 블루오션 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의 여성 전용 피트니스 센터 ‘커브스’는 미국 피트니스 산업에 존재하는 두 개의 전략적 그룹, 즉 ‘전통적인 헬스클럽’과 ‘가정용 운동 프로그램’의 중요한 장점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요소들은 제거하거나 줄임으로써 블루오션을 창출했다. 전통적인 헬스클럽의 특별한 운동 기구들이나 여성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는 시설은 없애고, 여성들에게 친숙한 사교적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었다. 

하루 30분이면 모든 운동을 끝내도록 설계함으로써 가정용 운동 프로그램의 단점을 극복했다. 집에서 하는 운동은 나태해지기 쉬워 운동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월 회비도 저렴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 개설 비용도 낮아서 회원 수와 가맹 점포 수가 급속히 증가했다. 커브스는 국내에도 진출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 고객 외에 ‘비고객’에 눈을 돌려 시장을 확장할 수도 있다. 영국 샌드위치 전문점 ‘프레타 망제’는 레스토랑 수준의 샌드위치를 합리적인 가격에 패스트푸드점보다 빨리 제공함으로써,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이 충족시켜주지 못하던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했다. 매장 시스템을 표준화시켜 바로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와 음식을 진열하고, 주문도 받지 않고 서빙도 하지 않는다.

고객은 수퍼마켓에서 하는 것처럼 직접 골라 계산하면 된다. 고객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은 약 90초 정도에 불과하다. ‘파리바게뜨’도 매일 구운 신선한 빵을 매장에서 손님이 직접 고르도록 해 품질과 신속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제빵 기사를 각 가맹점에 공급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제빵 기술 없는 초보자도 창업할 수 있어 가맹점이 빠르게 증가했다. 


치킨시장은 레드오션 시장이다. 여기서 ‘굽네치킨’은 기름에 튀기지 않는 구운 치킨을 판매함으로써, 건강을 중시하는 치킨시장의 비고객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속속 등장하고 있는 수제 베이글 카페는 브런치 카페나 중저가 커피전문점으로 이탈할 수 있는 비고객을 끌어들이면서 블루오션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크린토피아’는 저렴한 가격에 세탁은 물론 배달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나 홀로 가정’뿐 아니라 바쁜 직장 여성과 알뜰 주부들의 마음까지 얻으면서 고객층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중앙집중식 세탁공장을 운영, 세탁 기술이 없는 일반인도 점포운영에 문제없이 소자본 창업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블루오션 업종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시장처럼 미투(me-too) 브랜드가 봇물 터지듯 등장하는 시장은 몇 년 못 가서 레드오션에 빠져버리기 일쑤다. 

레드오션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트렌드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블루오션 업종도 시장의 경계선을 재구축해 차별화된 새로운 시장을 찾지 못하면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경쟁자를 모방해 유행 업종을 쫓거나 외국 브랜드를 들여와 쉽게 사업하려 하기보다는, 창업가정신을 가지고 블루오션을 창출해 성공 브랜드를 만든다는 야망을 키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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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