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왕’ 탁재훈의 재림 스토리

다시 빵빵 터지는 웃음 제조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가수이자 예능인 탁재훈의 고점과 저점의 폭은 굉장히 크다. 극단적인 롤러코스터에 가깝다. 방송사 연예대상이라는 최고 위치서, 도박으로 인한 잠정 활동 중단 뒤 잘 풀리는 프로그램이 단 하나도 없던 시절도 있었다. 한동안 방송활동을 쉬다 2017년부터 SBS <미운 우리 새끼>에 나왔다. 이후 탁재훈과 이상민의 이른바 ‘탁궁 조합’으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비추더니, 올해 들어서는 나오는 방송분마다 레전드 영상을 만들고 있다. 폭발적인 웃음의 주인공은 대부분 탁재훈이다. 
 

▲ 방송인 탁재훈

듀오 컨츄리꼬꼬 메인보컬이자 각종 예능 방송의 메인 MC, 그리고 배우까지. 탁재훈은 임창정, 이승기와 더불어 ‘트리플 엔터테이너 창시자’라 불리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워낙 끼가 많다보니 하는 것마다 수준급의 재능을 펼쳤다. 그중에서도 탁재훈이 최고의 매력을 드러낸 곳은 예능계였다. 

롤러코스터

김구라, 박명수, 신동엽 등 국내서 내로라하는 예능인들이 단연 최고로 꼽는 인물이 탁재훈이었다. 성실함까지 갖췄다면 그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스타였을 것이라는 게 방송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는 늘 센스 있고 예측을 벗어나는 입담으로 국내 예능계를 지배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2013년 이전까지 탁재훈은 그야말로 승승장구 했다. 한동안 방송활동을 중단한 탁재훈은 2016년 Mnet <음악의 신2>로 복귀해 재기발랄한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어딘가 이전의 퍼포먼스에는 못 미치는 느낌이었다. 

tvN <인생술집> <악마의 재능 기부>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이전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었다.


MBC <라디오스타> 김구라는 그런 탁재훈을 두고 ‘빌빌거린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워낙 강력한 예능감을 선보였던 터라, 어지간한 재미로는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쉽지 않았다. 과거의 탁재훈이라는 장벽은 탁재훈 스스로가 넘어서기 버거워 보였다. 

그런 탁재훈이 최근 들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7년부터 이상민 편에 이따금씩 출연한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서 과거만큼 전설적인 영상을 뽑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상민과의 티키타카를 비롯해 김종국, 김희철, 임원희, 박수홍 등 <미우새> 고정 출연자들과의 케미스트리로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이제는 이상민이 가는 곳마다 탁재훈이 등장한다. 

과거 탁재훈이 남들을 놀리는 발언으로 웃음을 창조했다면, 지금의 무기는 투덜거림이다. ‘이건 왜 이렇게 하냐’며 시종일관 투덜거리지만, 조금도 밉지 않다. 특히 이상민이 무언가를 제안하고 추진할 때마다 투덜거린다. 

원목으로 신발장을 만들 때 “왜 내가 오기 전에 만들지 않았냐”고 투덜대고, 군산의 짬뽕 맛집을 데려가면 “무슨 짬뽕을 먹으러 군산까지 가냐”고 대거리를 논다. 

말은 투덜거리는데 이상민이 해달라는 건 또 다 해주는 게 그의 매력이다. “사람 불러다 놓고 밥대신 톱밥을 먹이냐”며 인상을 구겨도 신발장 만드는 데 끝까지 힘을 보태며, 군산서 점심 먹고 포항서 야경을 보는 무리한 행군에도 함께한다.

이상민과 탁궁 조합 인기
과거 털고 영광 재현할까?

아름다운 야경을 보기 위해 높은 곳까지 올라갔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오만상을 찡그리고 짜증을 내지만, 경로를 이탈하지는 않는다.


투덜거림을 포함한 대부분의 리액션에 진정성이 녹아있다는 게 현재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요소다. 이상민이 참치를 대령해도 리액션은 기대하지 말라는 선포를 하고, 자신에게 무리한 일을 시키는 이상민에게 ‘빡이 돌았다’며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콘서트 준비 당시 의견이 부딪히자 ‘신경질이야, 어디서’라며 손찌검을 하려는 액션을 펼치며 “언제부터 혼자였냐”는 정석용의 무거운 질문에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은 처음이야”라며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 등 행동마다 탁재훈 본연의 자연스러움이 묻어있다.

탁재훈의 과격한 액션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유머가 명확히 스며있다. 그래서일까, 다소 강한 언행일지라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 예능인 겸 가수 겸 배우 탁재훈과 가수 이상민 ⓒSBS

도박과 이혼 등의 과거가 있는 그다 보니, 때로는 동생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유연하게 상황을 모면한다. “결혼할 때만큼 이혼했을 때 행복한 미소를 봤다”며 매서운 공격을 받음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새로운 웃음을 탄생시킨다. 

탁재훈이 다른 출연자들과 섞인 <미우새> 회차는 각종 영상 플랫폼서 엄청난 조회 수를 모은다. 재생산된 2차 콘텐츠가 워낙 많아 그 조회 수를 합산하기도 쉽지 않다. 

웃기는 것 외의 재능도 상당하다. 도사처럼 동생들의 결혼생활을 미리 예견하며, 운동 능력도 뛰어나 족구를 할 때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기도 한다. 당구칠 때도 명승부를 만들어내는 건 탁재훈이다. 비록 결과는 모두 패배해 아픈 벌칙을 수행했지만, 그의 재능이 수준급이라는 것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김수미와 이혼 관련 연기를 할 때는 배우 출신다운 리얼함을 그려내고, 임원희와 정석용, 이상민을 제주도 집에 초대했을 때도 수준급의 요리 솜씨도 발휘할 줄 아는 그다.

갖고 있는 재주가 많다 보니 <미우새>에 나오는 그의 모든 장면이 다채롭다. 다소 대본으로 짜여진 스튜디오 예능보다 있는 그대로를 선보이는 관찰 예능서 그의 진가가 더욱 드러나는 듯하다. 

비록 고정적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은 <미우새>뿐이지만, 최근 <라디오스타>를 비롯해 JTBC <유랑마켓> 등의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오고 있으며, 올해 10월 방송 예정인 SBS 모비딕 채널의 <모디션> 등을 통해 활동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등장할 때마다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으며 어디서든 빼어난 웃음을 준다. 

부활

김희철의 말처럼 여러 사건 이후 더욱 완숙해진 그는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웃음으로 무장 중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예능인서 여러 사건으로 인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행보를 보였지만, 요즘의 퍼포먼스로만 보면 과거의 영광을 완전히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