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올림픽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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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8.03 10:02:33
  • 호수 12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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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 다섯 개의 금메달을 따다

▲ 영화 타잔의 한 장면

[JSA뉴스] 올림픽 역사는 수많은 챔피언과 신기록, 멋진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기묘한 일이나 재미있는 일화, 감동적인 이야기와 슬픈 기억도 놀라울 정도로 많이 존재한다.

한때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인기 영화 시리즈 ‘타잔’ 역으로 유명한 영화배우인 동시에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수영선수, 조니 와이즈뮬러(1904∼1984)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역사적인 순간

지금은 조니 와이즈뮬러가 타잔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타잔의 트레이드마크인 고함 소리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 즉 스크린 데뷔 전의 와이즈뮬러는 수영선수였다. 그것도 엘리트 수영선수이자 동시대 최고의 선수였다.

1922년 7월9일 100m 자유형 역대 최초로 1분의 벽을 깨뜨렸던 선수가 바로 조니 와이즈뮬러였다. 그는 1924년 파리올림픽 이전부터 이미 수영계의 스타였다.

와이즈뮬러는 자신의 첫 번째 올림픽서 100m 종목의 금메달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림픽 2연패를 기록 중인 미국의 듀크 카하나모쿠를 꺾어야만 했다.


20년대 최고의 수영선수 조니 와이즈뮬러
은퇴 후 12편 타잔 영화 출연, 엄청난 인기

드디어 100m 자유형 결승.

출발 신호와 함께 와이즈뮬러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사용된 50m 길이의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머리를 물 밖에 내놓는 자신만의 특이한 크롤 영법으로 코스를 59초 만에 주파하며 올림픽 신기록과 금메달을 차지했다.

와이즈뮬러 뒤에는 1분1초4의 기록으로 카하나모쿠가 2위, 그리고 그의 형제인 사무엘 카하나모쿠가 1분1초8로 3위에 올랐다. <워터맨: 듀크 카하나모쿠의 삶과 시간>의 저자인 데이비드 데이비스는 이 100m 경주가 수영을 새로운 수준으로 올려놨다고 설명한다.
 

▲ 당대의 대표적 수영 선수 조니 와이즈뮬러

“조니 와이즈뮬러와 듀크 카하나모쿠가 1924년 파리올림픽서 맞붙으며 1920년대 수영은 엄청난 스포츠로 발전했다. 이 두 사람은 세계 최정상에 올라가 있는 두 명의 선수였다.”

파리올림픽서 와이즈뮬러는 100m 자유형 금메달뿐만 아니라 400m 자유형과 800m 혼계영 종목서도 금메달을 따냈고, 미국 수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동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영화계 진출 전이었지만, 와이즈뮬러는 그 당시에 이미 올림픽을 영화 같은 분위기로 만들어놨다. 

최초로 100m 자유형 1분 벽 깨뜨려 
400m 자유형·800m 혼계영도 1위


그의 손녀 리사 마리아 샐브는 “대회 시작과 함께 조니와 ‘스터비 크루거’(수영 및 다이빙 선수) 두 사람은 수영 종목 경기 사이사이에 관중들을 위한 코미디 다이빙 루틴을 선보였다. 대회 기간 내내 그랬다. 그 공연으로 두 사람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회상했다.

와이즈뮬러는 1928 암스테르담 올림픽에도 출전해 100m 자유형과 800m 혼계영 종목 올림픽 2연패를 이뤄낸다. 100m 자유형 세계기록은 1924년부터 1934년까지 거의 10년 동안 깨지지 않았고, 그 기록이 깨졌을 때는 와이즈뮬러가 이미 1932년 첫 타잔 영화 <유원인 타잔>에 출연한 뒤였다.

영화의 원래 각본에는 수영이 들어 있지 않았지만, 와이즈뮬러의 합류와 함께 수영은 타잔 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영화 같은 경기

첫 타잔 영화로 할리우드를 경험한 와이즈뮬러는 총 12편의 <타잔>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또 하나의 신기록이었다. 이후 <타잔>의 성공에 힘입어 와이즈뮬러는 또 다른 영화 시리즈 <정글짐>의 주연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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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