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지우기’ 위기의 당권파 해법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03 09:57:52
  • 호수 12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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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돼도 상왕정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들어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향한 비판은 벼른 칼처럼 날카롭다. 현재 민주당 내부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만큼 친노(친 노무현) 좌장이자 군기반장인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은 철옹성처럼 굳건해 보였다. 이 대표와 한 배를 탄 당권파 역시 덩달아 위기다. <일요시사>는 기로에 서 있는 당권파의 독자생존 전략을 취재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180석(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데는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버럭’하는 것은 배우기가 그렇다.”(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 후보) “굉장히 무섭다.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하기가 힘들고 말씀드리고 나서도 한참 혼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이원욱 후보) “이미 그분이 다 해본 길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상력이나 도전에 대해서는 대부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면이 강하다.”(김종민 후보) “잘난 척까지는 아니고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만, 조금 자제하면 좋을 것 같다.”(신동근 후보)

참았던 불만
봇물 터지듯

다선 국회의원이 초선 의원을 지적하는 듯 보이는 발언이지만, 실상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평가하는 발언이다.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낸 이들 4명은 모두 이달 말에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의원들이다.

이 대표의 임기는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29일에 열린다. 이 대표의 임기는 전당대회까지다. 충분히 리더십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 시기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이 대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대표는 친노의 좌장이자, 민주당의 군기반장이다. 그는 참여정부 시설 총리를 역임했으며, 노무현재단의 4대 이사장을 지냈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서 엄수됐을 당시 추도사를 읽은 사람이 바로 이 대표다. 친노·친문(친 문재인)이 주류를 차지하는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이 대표는 군기반장으로 통한다. 이 같은 이미지엔 그의 까칠한 성격도 일조한다. 참여정부 실세 총리이던 시절 그는 ‘버럭 총리’로 불렸다. 국회 대정부질의서 야당 의원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2월 대정부질의서 ‘차떼기당 발언’을 놓고 당시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홍준표 의원과 설전을 벌인 일은 유명하다.
 

▲ (사진 왼쪽부터)김종민·노웅래·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초선 의원이던 시절 평민당에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당화를 지적하며 탈당한 사건은 그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을 잘 대변하는 사건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8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강한 여당’이 이 대표가 내세운 청사진이었고, 여기에 많은 민주당 당원들이 표를 던졌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청와대·정부에 강한 목소리를 내며 향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당이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취임 첫 고위당정청회의서 이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되므로 쓴소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군기반장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미리 경고를 날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고위원 후보들 “대표 무섭다”
‘부초서천’ 논란에 민주당 흔들

군기반장의 면모는 민주당 내부를 단속하는 과정서도 드러났다. ‘함구령’ 사건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민주당 인사들과 관련한 논란이 터질 때마다 입단속에 나섰다.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을 받은 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일희일비하듯 사건이 나올 때마다 대응하지 말라”며 의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금태섭 전 의원 징계와 관련해서도 “논란으로 확산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본회의 표결 당시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당 윤리심판원서 징계 결정을 받았다.


잇단 함구령에 민주당 내부서도 불만이 표출됐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서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가 헌법적 판단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공개 회의서 발언하겠다”며 소신을 드러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 외에는 이렇다할 공개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림이 없었다. 

금 전 의원 징계 논란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진 시기는 지난 6월이다.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현 시점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는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복수의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강한 어조로 그간의 이 대표의 발언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해찬 리스크’를 언급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 대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를 방문했던 지난달 10일, 박 전 시장의 ‘미투 의혹’을 묻는 질문에 욕설을 한 일이 결정적이었다.
 

▲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박주민 최고위원 ⓒ문병희 기자

이 대표는 박 전 시장의 빈소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서 얘기라고 하나. 최소한 가릴 게 있다”고 말한 뒤, 기자를 노려보며 “XX자식 같으니”라고 쏘아붙였다.

당시의 대응 논란은 일마만파로 퍼졌다. 한국기자협회는 이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해당 언론사 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버럭총리
군기반장

이 대표가 당시 빈소서 보여준 격앙된 반응은 이후 민주당 의원들의 ‘2차 가해’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가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게 사과하기 전, 그가 박 전 시장의 업적을 기리며 추모하는 모습은 민주당 내부 의원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사자 명예훼손에도 해당할 수 있는 얘기”라고 했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민주당 윤준병 의원 역시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 고인의 명예가 더는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 논란을 불렀다.

이후 이 대표를 비롯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던 의원들이 사과했지만,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로부터 2주 뒤 ‘천박한 서울’ 논란이 터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세종시청 여민실서 열린 ‘세종시의 미래,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의 시대’ 토론회서 “서울 한강 배를 타고 지나가면 저기는 무슨 아파트, 한 평에 얼마 그걸 쭉 설명해야 한다”며 “한강 변에 아파트만 들어서가지고 단가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로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민주당 부산시당서 개최한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서 부산을 ‘초라하다’고 말한 이후 두 번째 지역 비하 발언이다. 야권에서는 ‘부초서천’(부산은 초라하고 서울은 천박하다)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이 대표와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천박한 서울 발언 논란에 이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이 대표는 다른 지도부와 엇박자를 냈다. 이 대표는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의 수도를 세종으로 한다’는 규정을 세우면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깨끗이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지난달 24일 세종시청서 열린 토크콘서트서 이 대표는 “개헌할 때 대한민국 수도를 세종시에 둔다는 문구를 넣으면 위헌 결정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권 내 기류는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방향이다. 김 원내대표는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이하 추진단) 첫 회의서 “대선까지 시간 끌지 않고 그 전에 여야가 합의할 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추진단 단장인 민주당 우원식 의원 역시 여야 합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해찬 리스크
“총기 잃었나”

민주당 단독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을 때의 정치적 역풍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헌 논의 등으로 소비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서다.

만약 속도가 나지 않을 경우 마지막 카드로 개헌을 꺼내든다는 것이 민주당 내부의 중론이다. 이 대표가 주장하는 개헌과 추진단서 주장하는 특별법 제정 사이에는 갭이 크다. 민주당 지도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총기를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민주당 내부서 들려온다. 일각에선 퇴임을 앞두고 긴장이 풀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레임덕이라는 평가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문제는 이 대표의 발언이 민주당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조사하고, 30일에 발표한 7월4주차 주중 잠정집계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서울 지역서 3.9% 포인트, 충청권서 4.9% 포인트 하락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서울 지역서 4.8% 포인트, 대전·세종·충청 지역서 4.5% 포인트가 하락했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이 대표의 천박한 서울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9주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지난주보다 1.2% 포인트 오른 45.6%를 기록했음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해찬 책임론’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지는 않다. 최고위원 후보들이 이 대표의 발언에 일침을 가했지만, 사퇴 등으로 번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어차피 교체될 지도부라는 이유에서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천박한 서울 논란과 관련해 “모든 것은 뒷전이고 그런 이야기(집값)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천박한 상황을 말한 것”이라며 “한 달 정도 있으면 은퇴를 하시는 분이다. 너무 긴장하지 않고 받아들여 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친문 당권파의 수장이다. 김태년 원내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이 이 대표와 가까운 친문 당권파로 통한다. 당내 이해찬계로 분류돼 속칭 ‘이해찬 당권파’로도 불린다. 

“어차피 나갈 것” 쉬쉬
친문 건재하다지만…

이들은 이 대표 퇴임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박주민 최고위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 중 박 최고위원이 친문 당권파로 분류된다. 

박 최고위원은 이번 당 대표 선거의 주요 변수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의 양강 구도가 전망됐었다. 박 최고위원은 후보 등록 마지막 날 갑작스레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박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이 때문에 그의 막판 출사표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민주당 안팎서 들려온다. ‘체급 올리기’ ‘플랜B’ 등 박 최고위원의 출마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진다. 

체급 올리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박 최고위원이 결국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해 당 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해석한다. 이낙연·김부겸과의 대결로 체급을 올린 뒤 내년 4월에 열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플랜B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만약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여성을 낙점했을 때를 대비해 박 최고위원이 당 대표로 방향을 틀었다고 본다. 불확실한 서울시장에 도전하기보다 조금 더 명확한 당 대표로 급선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최고위원이 당 대표로 당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높은 인지도와 호감으로 많은 친문 표심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박 최고위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서 친문 당권파들이 그에게 마냥 힘을 실어주기는 힘들다.

퇴임 이후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해석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앞서 이 대표 상왕설이 정치권서 불거진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변수 등장
선택 기로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과의 경제교류 및 상호협력관계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민간단체다. 사무실은 여의도 국회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다. 이 대표와 가까운 친문 당권파들은 당의 요직(김 원내대표, 윤 사무총장, 김 비서실장)에 포진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대표가 퇴임 후 ‘상왕정치’를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첫 당 대표 후보 토론회 승패는?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가 맞붙었다. 지난달 29일 첫 TV 토론회서 후보들은 행정수도와 대표 임기 문제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김 후보는 이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입장이 몇 번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호남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이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이 후보는 “행정수도 건설 자체에 반대했다기보다는 비수도권 지방과의 불균형이 생기는 경우에 대해 보완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당 대표 임기 문제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임기 7개월 만인 내년 3월에 사임해야 한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는 와중에 지도부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 후보는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며 에둘러 입장을 내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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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