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지우기’ 위기의 당권파 해법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03 09:57:52
  • 호수 12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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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돼도 상왕정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들어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향한 비판은 벼른 칼처럼 날카롭다. 현재 민주당 내부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만큼 친노(친 노무현) 좌장이자 군기반장인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은 철옹성처럼 굳건해 보였다. 이 대표와 한 배를 탄 당권파 역시 덩달아 위기다. <일요시사>는 기로에 서 있는 당권파의 독자생존 전략을 취재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180석(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데는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버럭’하는 것은 배우기가 그렇다.”(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 후보) “굉장히 무섭다.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하기가 힘들고 말씀드리고 나서도 한참 혼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이원욱 후보) “이미 그분이 다 해본 길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상력이나 도전에 대해서는 대부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면이 강하다.”(김종민 후보) “잘난 척까지는 아니고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만, 조금 자제하면 좋을 것 같다.”(신동근 후보)

참았던 불만
봇물 터지듯

다선 국회의원이 초선 의원을 지적하는 듯 보이는 발언이지만, 실상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평가하는 발언이다.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낸 이들 4명은 모두 이달 말에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의원들이다.

이 대표의 임기는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29일에 열린다. 이 대표의 임기는 전당대회까지다. 충분히 리더십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 시기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이 대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대표는 친노의 좌장이자, 민주당의 군기반장이다. 그는 참여정부 시설 총리를 역임했으며, 노무현재단의 4대 이사장을 지냈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서 엄수됐을 당시 추도사를 읽은 사람이 바로 이 대표다. 친노·친문(친 문재인)이 주류를 차지하는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이 대표는 군기반장으로 통한다. 이 같은 이미지엔 그의 까칠한 성격도 일조한다. 참여정부 실세 총리이던 시절 그는 ‘버럭 총리’로 불렸다. 국회 대정부질의서 야당 의원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2월 대정부질의서 ‘차떼기당 발언’을 놓고 당시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홍준표 의원과 설전을 벌인 일은 유명하다.
 

▲ (사진 왼쪽부터)김종민·노웅래·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초선 의원이던 시절 평민당에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당화를 지적하며 탈당한 사건은 그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을 잘 대변하는 사건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8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강한 여당’이 이 대표가 내세운 청사진이었고, 여기에 많은 민주당 당원들이 표를 던졌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청와대·정부에 강한 목소리를 내며 향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당이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취임 첫 고위당정청회의서 이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되므로 쓴소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군기반장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미리 경고를 날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고위원 후보들 “대표 무섭다”
‘부초서천’ 논란에 민주당 흔들

군기반장의 면모는 민주당 내부를 단속하는 과정서도 드러났다. ‘함구령’ 사건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민주당 인사들과 관련한 논란이 터질 때마다 입단속에 나섰다.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을 받은 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일희일비하듯 사건이 나올 때마다 대응하지 말라”며 의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금태섭 전 의원 징계와 관련해서도 “논란으로 확산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본회의 표결 당시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당 윤리심판원서 징계 결정을 받았다.


잇단 함구령에 민주당 내부서도 불만이 표출됐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서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가 헌법적 판단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공개 회의서 발언하겠다”며 소신을 드러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 외에는 이렇다할 공개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림이 없었다. 

금 전 의원 징계 논란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진 시기는 지난 6월이다.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현 시점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는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복수의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강한 어조로 그간의 이 대표의 발언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해찬 리스크’를 언급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 대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를 방문했던 지난달 10일, 박 전 시장의 ‘미투 의혹’을 묻는 질문에 욕설을 한 일이 결정적이었다.
 

▲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박주민 최고위원 ⓒ문병희 기자

이 대표는 박 전 시장의 빈소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서 얘기라고 하나. 최소한 가릴 게 있다”고 말한 뒤, 기자를 노려보며 “XX자식 같으니”라고 쏘아붙였다.

당시의 대응 논란은 일마만파로 퍼졌다. 한국기자협회는 이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해당 언론사 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버럭총리
군기반장

이 대표가 당시 빈소서 보여준 격앙된 반응은 이후 민주당 의원들의 ‘2차 가해’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가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게 사과하기 전, 그가 박 전 시장의 업적을 기리며 추모하는 모습은 민주당 내부 의원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사자 명예훼손에도 해당할 수 있는 얘기”라고 했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민주당 윤준병 의원 역시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 고인의 명예가 더는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 논란을 불렀다.

이후 이 대표를 비롯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던 의원들이 사과했지만,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로부터 2주 뒤 ‘천박한 서울’ 논란이 터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세종시청 여민실서 열린 ‘세종시의 미래,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의 시대’ 토론회서 “서울 한강 배를 타고 지나가면 저기는 무슨 아파트, 한 평에 얼마 그걸 쭉 설명해야 한다”며 “한강 변에 아파트만 들어서가지고 단가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로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민주당 부산시당서 개최한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서 부산을 ‘초라하다’고 말한 이후 두 번째 지역 비하 발언이다. 야권에서는 ‘부초서천’(부산은 초라하고 서울은 천박하다)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이 대표와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천박한 서울 발언 논란에 이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이 대표는 다른 지도부와 엇박자를 냈다. 이 대표는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의 수도를 세종으로 한다’는 규정을 세우면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깨끗이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지난달 24일 세종시청서 열린 토크콘서트서 이 대표는 “개헌할 때 대한민국 수도를 세종시에 둔다는 문구를 넣으면 위헌 결정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권 내 기류는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방향이다. 김 원내대표는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이하 추진단) 첫 회의서 “대선까지 시간 끌지 않고 그 전에 여야가 합의할 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추진단 단장인 민주당 우원식 의원 역시 여야 합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해찬 리스크
“총기 잃었나”

민주당 단독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을 때의 정치적 역풍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헌 논의 등으로 소비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서다.

만약 속도가 나지 않을 경우 마지막 카드로 개헌을 꺼내든다는 것이 민주당 내부의 중론이다. 이 대표가 주장하는 개헌과 추진단서 주장하는 특별법 제정 사이에는 갭이 크다. 민주당 지도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총기를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민주당 내부서 들려온다. 일각에선 퇴임을 앞두고 긴장이 풀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레임덕이라는 평가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문제는 이 대표의 발언이 민주당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조사하고, 30일에 발표한 7월4주차 주중 잠정집계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서울 지역서 3.9% 포인트, 충청권서 4.9% 포인트 하락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서울 지역서 4.8% 포인트, 대전·세종·충청 지역서 4.5% 포인트가 하락했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이 대표의 천박한 서울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9주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지난주보다 1.2% 포인트 오른 45.6%를 기록했음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해찬 책임론’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지는 않다. 최고위원 후보들이 이 대표의 발언에 일침을 가했지만, 사퇴 등으로 번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어차피 교체될 지도부라는 이유에서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천박한 서울 논란과 관련해 “모든 것은 뒷전이고 그런 이야기(집값)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천박한 상황을 말한 것”이라며 “한 달 정도 있으면 은퇴를 하시는 분이다. 너무 긴장하지 않고 받아들여 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친문 당권파의 수장이다. 김태년 원내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이 이 대표와 가까운 친문 당권파로 통한다. 당내 이해찬계로 분류돼 속칭 ‘이해찬 당권파’로도 불린다. 

“어차피 나갈 것” 쉬쉬
친문 건재하다지만…

이들은 이 대표 퇴임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박주민 최고위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 중 박 최고위원이 친문 당권파로 분류된다. 

박 최고위원은 이번 당 대표 선거의 주요 변수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의 양강 구도가 전망됐었다. 박 최고위원은 후보 등록 마지막 날 갑작스레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박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이 때문에 그의 막판 출사표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민주당 안팎서 들려온다. ‘체급 올리기’ ‘플랜B’ 등 박 최고위원의 출마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진다. 

체급 올리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박 최고위원이 결국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해 당 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해석한다. 이낙연·김부겸과의 대결로 체급을 올린 뒤 내년 4월에 열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플랜B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만약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여성을 낙점했을 때를 대비해 박 최고위원이 당 대표로 방향을 틀었다고 본다. 불확실한 서울시장에 도전하기보다 조금 더 명확한 당 대표로 급선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최고위원이 당 대표로 당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높은 인지도와 호감으로 많은 친문 표심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박 최고위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서 친문 당권파들이 그에게 마냥 힘을 실어주기는 힘들다.

퇴임 이후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해석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앞서 이 대표 상왕설이 정치권서 불거진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변수 등장
선택 기로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과의 경제교류 및 상호협력관계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민간단체다. 사무실은 여의도 국회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다. 이 대표와 가까운 친문 당권파들은 당의 요직(김 원내대표, 윤 사무총장, 김 비서실장)에 포진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대표가 퇴임 후 ‘상왕정치’를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첫 당 대표 후보 토론회 승패는?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가 맞붙었다. 지난달 29일 첫 TV 토론회서 후보들은 행정수도와 대표 임기 문제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김 후보는 이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입장이 몇 번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호남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이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이 후보는 “행정수도 건설 자체에 반대했다기보다는 비수도권 지방과의 불균형이 생기는 경우에 대해 보완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당 대표 임기 문제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임기 7개월 만인 내년 3월에 사임해야 한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는 와중에 지도부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 후보는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며 에둘러 입장을 내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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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