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질반질’ 하나제약 새파란 금수저 정체

4살짜리 꼬마 부모 잘 만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하나제약 오너 3세들이 차례차례 회사 지분을 증여받았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이 모두 미성년자라는 점. 지분가치만 수십억원이다. 그런데 돌연 하나제약은 이들에 대한 지분 증여를 취소했다.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 하나제약 본사 ⓒ하나제약

하나제약은 마취제와 마약성 진통제를 주력으로 하는 중견 제약사다. 아네폴주사와 바스캄주사 등으로 유명하다. 하나제약은 ‘알짜 회사’로도 알려져 있는데 매년 개선된 성적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하나제약의 매출액은 1393억원, 1528억원, 1663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19억원, 335억원, 335억원을 보였다. 순이익은 243억원, 261억원, 283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마취·진통제
알짜 제약사

하나제약 지배구조는 단순하다. 계열사가 한 곳도 없다. 창업주는 조경일 명예회장으로 조세포탈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아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현재 하나제약은 전문 경영인 체제다.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해 영입한 이윤하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반면 하나제약 주요 주주는 오너 일가다. 조경일 명예회장 자녀들을 필두로 대부분 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

최대주주는 장남 조동훈 부사장(25.23%)이다. 그는 지난 2006년 하나제약 서울종병팀에 입사했다. 2010년부터는 경영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2015년부터 현재까지 하나제약 서울사무소 부사장을 맡고 있다.

조동훈 부사장은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다만 조경일 명예회장이 불명예 퇴진을 맞은 만큼, 숨고르기가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조 부사장의 쌍둥이 누나인 조예림 이사(11.43%)와 조혜림 전 이사(9.88%)가 뒤를 잇는다.

조예림 이사는 지난 2002년 하나제약 마케팅부에 입사했다. 2006년부터 개발부서 활동한 뒤, 2018년 글로벌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품 수출 등에 관여하고 있으며 하나제약 등기이사기도 하다.

오너 2세 승계 숨고르기…지분 확보
장남 조동훈 부사장 등 주요 요직에

조혜림 전 이사는 지난 2006년 하나제약에 입사했다. 그는 2015년까지 경리부서 근무한 뒤 2016년 자금부로 이동하면서 하나제약 자금관리를 맡았다. 그해 등기임원으로도 이름을 올리면서 입지를 다졌지만, 지난해 6월 돌연 모든 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하나제약 3대주주로 공고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친인척들의 지분까지 더하면 모두 58%를 넘는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절반 이상을 넘는 국내 제약사가 흔치 않은 만큼, 상당히 공고한 지배력을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 3세에게도 지분이 있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이 모두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11년생 주주는 하나제약 주식 12만8552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조예림 이사의 자녀로 추정된다. 공시된 주소지가 조예림 이사와 같고, 조동훈 부사장의 조카로 분류돼있기 때문이다.
 

▲ 하나제약 상신공장 ⓒ하나제약

지분은 0.79%로 규모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하나제약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윤하 대표의 지분(0.06%)을 감안했을 때, 무게감이 다르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오너 3세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조혜림 전 이사는 09년생과 11년생 주주와 같은 주소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역시 조동훈 부사장을 기준으로 조카로 분류된다. 성씨가 조씨가 아닌 점도 조혜림 전 이사의 자녀라는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들의 지분은 각각 12만8552주로 앞선 경우와 동일하다.

조씨 아이들
수십억 쥐어

최근 또 다른 오너 3세로 보이는 이들이 하나제약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13년생, 16년생에 불과했다. 이들은 조혜림 전 이사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26일 조혜림 전 이사는 이들에게 각각 11만3400주(0.7%), 6만4800주(0.4%)를 증여했다. 

증여 결과 조혜림 전 이사의 하나제약 지분은 177만8011주서 159만9811주로 줄었다. 10.98%였던 지분율 역시 9.88%로 감소했다.

하나제약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들의 지분 증여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뜻 조혜림 전 이사의 자녀로 추정되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성(姓)이 조씨다. 대부분 부친의 성씨를 따르는 만큼 조동훈 부사장에 눈길이 간다. 또 이들의 공시된 주소지는 조혜림 전 이사와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주소지가 조동훈 부사장과 일치하는 것은 또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조예림 이사와 조경일 명예회장 부부의 주소지와 동일하다. 물음표가 따르지만 부동산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어느 정도 내용이 압축된다.

조예림 이사와 조경일 명예회장 부부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다만 동과 호수가 다르다. 공시서 주소는 읍, 면, 동까지만 기재하도록 돼있다. 결국 공시로만 따져본다면 이들의 주소지는 겉보기에 모두 같은 것이다.

서로서로
한입씩∼

조동훈 부사장은 조예림 이사 등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최근 이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3일 공시만 보더라도 조동훈 부사장의 소재지는 조예림 이사 등과 같았다.

결국 자녀로 추정되는 이들의 공시 주소지가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조동훈 부사장의 자녀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오너 3세로 추정되는 이들의 지분을 단순히 합해보면 모두 56만3856주다. 지분 가치만 127억원이 넘는다. 단순 지분율만 보더라도 모두 2.84%로 창업주 조경일 명예회장보다 높다.
 

▲ 바스탐 주사 ⓒ하나제약

하나제약은 매년 배당을 늘리고 있다. 매해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제약의 지난해 배당액은 72억3600만원이었다. 전년 배당액에 비해 60% 정도 증가했다. 배당성향 역시 17.2%서 25.6%로 확대됐다.

지난해 1주당 현금배당금은 460원이었다. 오너 3세들이 그해 오늘날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면 모두 127억원을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나제약 최대주주인 조동훈 부사장은 과거 ‘신흥 주식부자’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8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뒤 지분 가치가 1000억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지분가치 최소 14억부터 29억까지  
미성년 3세 증여하려다 돌연 취소

명맥은 계속되는 듯하다. 조동훈 부사장의 하나제약 보유 지분은 408만6826주다. 그의 쌍둥이 누나들도 마찬가지다. 조예림 이사와 조혜림 전 이사의 보유 지분은 각각 185만2079주, 159만9811주다. 

경영 일선서 물러난 조경일 명예회장과 그의 부인도 각각 52만5466주, 74만1159주를 보유하고 있다. 눈길이 가는 건 최근 하나제약서 주식 증여를 취소했다는 것. 조혜림 이사로부터 11만3400주, 6만4800주를 증여 받은 13년생, 16년생 미성년자가 그렇다.

하나제약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 이들에 대한 증여가 취소됐다. 반대로 조혜림 이사는 다시 17만8200주를 다시 돌려받게 됐다.

하나제약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주주 개개인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특별한 내용을 전달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나제약은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417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19억원 증가한 수치다. 다만 영업이익과 순손실이 같은 기간 11억원, 8억원 하락한 69억원, 55억원이었다.

사 측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영입이익이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하나제약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난 1분기 6.6%로 전년 동기에 4.1%보다 증가했다.

갑자기 취소
도대체 왜?

하나제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긴급의약품 요청으로 해외 수출을 늘리고 있다. 마취제와 항생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훈풍을 탄 셈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마취나 수술에 사용되는 근이완제 ‘아트라주’와 강심제(심장 박동 강화 약물) ‘하나도부타민염산염주사’, 마약류의약품 마취진정제 ‘바스캄주’ 등을 룩셈부르크에 긴급 수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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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