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유튜버 활개에 선 긋는 통합당 속사정

사공이 많다 버려야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우파 유튜버들의 지나친 공세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들의 비상식적인 행보는 국민 보편적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 전까지는 이들과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 국회 본청 앞 점령한 보수단체

광화문역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가 한창일 때다. 집회 참석자로 추정되는 노년층들은 너나할 것 없이 다 우파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핵심 지지층인 50대 이상이 전 연령층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8월 한 달간 국내 사용자의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이 총 122억분으로 가장 길게 집계됐다.

강경파 집결
든든한 아군

수많은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음에도, 이들은 우파 유튜버들이 ‘진실’을 알려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에는 통합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통합당은 우파 유튜버 채널을 주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며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이용해왔다. 선거철에는 통합당 후보들이 우파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국회서 우파 유튜버들은 통합당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자처했다. 통합당 역시 이에 보답하려는 듯 당 차원서 힘을 실어줬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우파 유튜버들을 국회에 초청해 토크콘서트를 열어 이들을 격려했다. 당시 나 전 원내대표는 참석한 유튜버들을 향해 “항상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국민을 깨워줘 감사하다. 국민 모두 광장에 나오는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황교안 전 대표는 이들과 각별한 관계를 이어나갔다. 대표적 우파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의 고씨를 조언자로 두는가 하면, 이들에게 입법보조원 자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우파 유튜버들이 21대 총선의 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에 도전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전 MBC 기자가 대표적이다. 김 씨는 MBC 퇴사 이후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구독자 125만명을 보유한 ‘신의 한수’ 우동균씨, 11만 구독자를 보유한 ‘호밀밭의 우원재’ 우원재 대표 등이 정치권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21대 국회 개원부터 통합당은 이들과 선을 긋는 모양새다. 통합당 참패에는 우파 유튜버들의 ‘강경보수’ 노선이 한 몫 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 회의서 우파 유튜버는 한번도 언급된 바가 없을 정도로, 아예 대응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말로 선을 긋다 보면 더 엮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언급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은 전면서 우파 유튜버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총선 전후 뒷배 역할
듬직했던 우군들 몰락

홍준표 의원은 “유튜브가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방송되고 운영되어야 하는데 거짓·낚시성·선정성 기사로 조회 수나 채워 코인팔이로 전락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의원도 거들었다. 김 의원은 “처음엔 소박하게 시작했던 우파 유튜버들은 점차 호랑이 등을 타게 된다. 유지비를 벌기 위해 클릭 수를 올려야 했고, 극우 성향에 있는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과격하고, 과장되고, 왜곡된,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만들게 됐다”고 반발했다.

지난 5월에는 “유명한 (보수)유튜버들은 전부 썩은 놈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우파 유튜버들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유튜브 플랫폼이 부상하자 발 빠르게 이를 선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서 기성미디어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유튜브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당시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실장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전 그를 단독 인터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또 신혜식의 ‘신의한수’는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현재 125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정치 유튜브 채널 중 독보적 1위다.

이 밖에도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들이 이끄는 여러 유튜브 채널들이 구독자 수 상위권을 차지하며 양적으로 진보진영 채널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기준 ▲신의한수(125만명) ▲펜앤드마이크(63.6만명) ▲가로세로연구소(61.8만명) ▲고성국TV(53만명) 등이 시사 유튜브 채널 중 상위권에 올라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유튜브로 인한 정치적 편향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튜브는 컨텐츠를 본 사람들에게 다시 비슷한 컨텐츠가 추천되는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된다. 극우적 컨텐츠를 보는 사람이 계속해서 비슷한 영상을 추천 받게 되는 구조다.

잦은 논란
중도층 이탈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다른 정보는 무시하는 이른바 ‘확증편향’에 빠져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들의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그중 ‘가짜뉴스’ 논란이 가장 대표적이다. ‘지만원TV’는 허위로 판명 난 5·18 북한군 개입설을 최근까지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지씨에게 수차례 유죄판결을 내려도 속수무책이다. 지씨는 5·18 역사을 왜곡한 동영상을 총 29건을 올렸다.

그의 영상에는 “청주 유골 430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북한이 큰 사고를 기획해 만든 게 세월호 사고”라거나 “5·18은 가짜고 북한군에 부화뇌동하다가 북한군에 총을 맞아 죽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영상에 대해 시정요구(접속 차단)를 결정한 상태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한 유튜버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17일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는 징역 8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우 전 기자는 유튜브 채널 '우종창의 거짓과 진실' 채널을 운영하며 1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유튜브를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인근서 김세윤 부장판사를 만나 부적절한 식사를 했다며 ‘재판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김 판사는 당시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주심판사였다.

하지만 이는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우 전 기자는 관련 제보를 받은 후 최소한의 사실 확인 과정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 아니다. 세월호 리본을 뒤집어 촛불을 가운데 두면 북한 노동당 깃발 문양과 똑같다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역시 유튜브 발이다. ‘시대지성 에스’ 채널서 2년 전에 올린 ‘노란 리본 음모론 사탄의 상징? 인신공양설? 노동당기설?’이라는 영상은 아직도 내려가지 않고 조회 수 10만을 기록한 상태다.

우파 코인
돈 때문에?

우파 유튜버들이 확대·재생산하는 혐오적 표현도 비상식적이다. ‘GZSS’ 채널을 운영했던 안정권씨는 소녀상 앞에서 색깔론, 소수자 비하 등 막말을 쏟아내 유튜브서 영구 폐쇄 조치됐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이후 다시 다른 채널을 통해 활동을 재개한 상태다.

그는 박 시장 실종 당일인 지난 9일 잔치국수를 먹으며 “죽어도 잔치, 살아도 잔치”라고 모욕했고, “단순히 성추행했는데 박원순이가 죽어? 이걸 믿으라고?”라며 또 다른 음모론을 제기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가로세로연구소의 비상식적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에 출연한 4명은 지난 10일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 장소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서 고인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 산행했다. 산을 오르며 박 전 시장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짐작해보겠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방송을 진행하면서 고인의 사망 당시 정황에 대한 여러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관련해 농담을 주고 받거나 웃는 모습을 보였다. “숙정문을 거꾸로 읽으면, 문정숙(문재인+김정숙)이다. 상징적인 의미가 아닐까” “숙정문은 숙청문이라고도 하는데, 사람들을 숙청했다는 얘기도 있다” “박원순의 오늘이 문재인의 내일” “산세가 험하다. 개도 올라가기 어렵겠다” 등 방송 내내 쉴 새 없이 조롱을 쏟아냈다.

이들이 자극적인 컨텐츠를 마구 생산하는 건 무엇보다 돈 때문이다. 유튜브의 ‘슈퍼챗’ 수익구조로 후원금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슈퍼챗은 유튜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것이다.

다루는 콘텐츠가 자극적일수록 지지자들은 열광한다. 후원금은 한 번에 최소 900원서 최대 50만원까지. 횟수는 무제한이다.

정치 유튜버가 돈 되는 장사임을 알고 유튜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돈에 혈안 자극적 콘텐츠
“확증 편향 부추겨” 지적

한 유튜버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감성을 자극하면 돈이 쏟아진다” “정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시청자들이 돈을 주는 방향으로 말한다. 한마디로 다들 코인에 미쳐 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보수·진보 유튜버 중 더 돈을 잘 벌 수 있는 쪽을 묻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정치적 영향력이 아닌, 극성 지지자들의 지갑서 나오는 후원금일 뿐이다.
 

▲ 유튜브 - 노란 딱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가로세로연구소만 해도 음모론, 조롱으로 큰 후원금을 벌어들였다. 박 전 시장과 관련한 방송으로 일주일 사이 벌어들인 슈퍼챗 수입만 1800만원이 넘는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8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전 세계 슈퍼챗 수익 1위다. 이외에도 ‘팬엔드마이드’ ‘신의한수’ 등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이 전체 수익의 10위권 안에 들었다.

통합당은 최근 당 차원의 유튜브 채널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당은 1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를 운영 중이다. 오른소리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의원총회 등 당의 의정활동 모습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당내 초선 의원들의 역할이 돋보인다. 통합당 허은아, 전주혜, 지성호 의원은 유튜브 ‘국회대학교’ 채널을 꾸려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이들은 통통 튀는 콘셉트로 전반적인 국회 활동을 보여줄 계획이다. 유명세로 국회 개원부터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

강남구갑에 당선된 탈북자 출신 태구민 의원은 현재 유튜브서 ‘태영호tv’ 채널을 운영하며 약 2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송파을에 깃발을 꽂은 배현진 의원은 4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가 후보 시절 업로드했던 ‘배현진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을 후보가 악플을 읽어봤다’ 영상은 조회 수 20만회을 기록하기도 했다.

함께했지만…
“갈 길 간다”

보수층 상당수가 여전히 우파 유튜버들의 영향권 안에 있지만, 통합당은 앞으로 이들과 점점 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우파 유튜버들로 결집력을 키울 순 있지만, 당에 절실한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이들을 버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합당은 이번 21대 총선 패배로 ‘합리적’ 보수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은 상태다. 우파 유튜버들은 자연스레 정치권과 단절되고, 국민적인 지탄을 받는 문제아들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파 유튜버’ 고소·고발전

우파 유튜버들의 횡포에 참다 못한 시민들의 고발이 계속되고 있다.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4일 고발했다.

가로세로연구소 운영진이 고인을 모욕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고 와룡공원을 둘러보면서 웃음을 터트리며 고인이 된 박 전 시장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는 지난 16일 유튜브 ‘우파삼촌TV’ 운영진을 살인미수 혐의로, 유튜브 ‘상상은 자유TV’ 운영진을 성추행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 모두 우파 유튜버들이다.

우파삼촌TV 유튜버 A씨가 지난달 14일, 자신의 승합차를 몰고 소녀상 지킴이들을 향해 급돌진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당시 차량 앞에 있던 지킴이는 다행히 현장에서 피해 부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들은 상상은 자유TV 유튜버 B씨가 여성 지킴이들의 신체일부를 클로즈업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옛날 전쟁에서 잡혀 갔을 때 오줌 참는 것도 배웠다. 그것도 따라 배운 것 같다” “노린내가 난다” 등의 발언을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낸 혐의로 고소했다.

공동행동은 “이들은 고상방가는 물론이고 지킴이들의 신체와 휴대전화를 불법촬영했으며 피해자할머니의 명패를 짓밟는 등 온갖 망동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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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