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유튜버 활개에 선 긋는 통합당 속사정

사공이 많다 버려야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우파 유튜버들의 지나친 공세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들의 비상식적인 행보는 국민 보편적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 전까지는 이들과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 국회 본청 앞 점령한 보수단체

광화문역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가 한창일 때다. 집회 참석자로 추정되는 노년층들은 너나할 것 없이 다 우파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핵심 지지층인 50대 이상이 전 연령층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8월 한 달간 국내 사용자의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이 총 122억분으로 가장 길게 집계됐다.

강경파 집결
든든한 아군

수많은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음에도, 이들은 우파 유튜버들이 ‘진실’을 알려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에는 통합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통합당은 우파 유튜버 채널을 주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며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이용해왔다. 선거철에는 통합당 후보들이 우파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국회서 우파 유튜버들은 통합당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자처했다. 통합당 역시 이에 보답하려는 듯 당 차원서 힘을 실어줬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우파 유튜버들을 국회에 초청해 토크콘서트를 열어 이들을 격려했다. 당시 나 전 원내대표는 참석한 유튜버들을 향해 “항상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국민을 깨워줘 감사하다. 국민 모두 광장에 나오는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황교안 전 대표는 이들과 각별한 관계를 이어나갔다. 대표적 우파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의 고씨를 조언자로 두는가 하면, 이들에게 입법보조원 자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우파 유튜버들이 21대 총선의 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에 도전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전 MBC 기자가 대표적이다. 김 씨는 MBC 퇴사 이후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구독자 125만명을 보유한 ‘신의 한수’ 우동균씨, 11만 구독자를 보유한 ‘호밀밭의 우원재’ 우원재 대표 등이 정치권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21대 국회 개원부터 통합당은 이들과 선을 긋는 모양새다. 통합당 참패에는 우파 유튜버들의 ‘강경보수’ 노선이 한 몫 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 회의서 우파 유튜버는 한번도 언급된 바가 없을 정도로, 아예 대응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말로 선을 긋다 보면 더 엮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언급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은 전면서 우파 유튜버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총선 전후 뒷배 역할
듬직했던 우군들 몰락

홍준표 의원은 “유튜브가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방송되고 운영되어야 하는데 거짓·낚시성·선정성 기사로 조회 수나 채워 코인팔이로 전락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의원도 거들었다. 김 의원은 “처음엔 소박하게 시작했던 우파 유튜버들은 점차 호랑이 등을 타게 된다. 유지비를 벌기 위해 클릭 수를 올려야 했고, 극우 성향에 있는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과격하고, 과장되고, 왜곡된,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만들게 됐다”고 반발했다.


지난 5월에는 “유명한 (보수)유튜버들은 전부 썩은 놈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우파 유튜버들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유튜브 플랫폼이 부상하자 발 빠르게 이를 선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서 기성미디어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유튜브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당시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실장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전 그를 단독 인터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또 신혜식의 ‘신의한수’는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현재 125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정치 유튜브 채널 중 독보적 1위다.

이 밖에도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들이 이끄는 여러 유튜브 채널들이 구독자 수 상위권을 차지하며 양적으로 진보진영 채널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기준 ▲신의한수(125만명) ▲펜앤드마이크(63.6만명) ▲가로세로연구소(61.8만명) ▲고성국TV(53만명) 등이 시사 유튜브 채널 중 상위권에 올라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유튜브로 인한 정치적 편향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튜브는 컨텐츠를 본 사람들에게 다시 비슷한 컨텐츠가 추천되는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된다. 극우적 컨텐츠를 보는 사람이 계속해서 비슷한 영상을 추천 받게 되는 구조다.

잦은 논란
중도층 이탈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다른 정보는 무시하는 이른바 ‘확증편향’에 빠져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들의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그중 ‘가짜뉴스’ 논란이 가장 대표적이다. ‘지만원TV’는 허위로 판명 난 5·18 북한군 개입설을 최근까지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지씨에게 수차례 유죄판결을 내려도 속수무책이다. 지씨는 5·18 역사을 왜곡한 동영상을 총 29건을 올렸다.

그의 영상에는 “청주 유골 430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북한이 큰 사고를 기획해 만든 게 세월호 사고”라거나 “5·18은 가짜고 북한군에 부화뇌동하다가 북한군에 총을 맞아 죽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영상에 대해 시정요구(접속 차단)를 결정한 상태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한 유튜버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17일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는 징역 8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우 전 기자는 유튜브 채널 '우종창의 거짓과 진실' 채널을 운영하며 1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유튜브를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인근서 김세윤 부장판사를 만나 부적절한 식사를 했다며 ‘재판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김 판사는 당시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주심판사였다.

하지만 이는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우 전 기자는 관련 제보를 받은 후 최소한의 사실 확인 과정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 아니다. 세월호 리본을 뒤집어 촛불을 가운데 두면 북한 노동당 깃발 문양과 똑같다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역시 유튜브 발이다. ‘시대지성 에스’ 채널서 2년 전에 올린 ‘노란 리본 음모론 사탄의 상징? 인신공양설? 노동당기설?’이라는 영상은 아직도 내려가지 않고 조회 수 10만을 기록한 상태다.

우파 코인
돈 때문에?

우파 유튜버들이 확대·재생산하는 혐오적 표현도 비상식적이다. ‘GZSS’ 채널을 운영했던 안정권씨는 소녀상 앞에서 색깔론, 소수자 비하 등 막말을 쏟아내 유튜브서 영구 폐쇄 조치됐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이후 다시 다른 채널을 통해 활동을 재개한 상태다.

그는 박 시장 실종 당일인 지난 9일 잔치국수를 먹으며 “죽어도 잔치, 살아도 잔치”라고 모욕했고, “단순히 성추행했는데 박원순이가 죽어? 이걸 믿으라고?”라며 또 다른 음모론을 제기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가로세로연구소의 비상식적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에 출연한 4명은 지난 10일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 장소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서 고인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 산행했다. 산을 오르며 박 전 시장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짐작해보겠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방송을 진행하면서 고인의 사망 당시 정황에 대한 여러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관련해 농담을 주고 받거나 웃는 모습을 보였다. “숙정문을 거꾸로 읽으면, 문정숙(문재인+김정숙)이다. 상징적인 의미가 아닐까” “숙정문은 숙청문이라고도 하는데, 사람들을 숙청했다는 얘기도 있다” “박원순의 오늘이 문재인의 내일” “산세가 험하다. 개도 올라가기 어렵겠다” 등 방송 내내 쉴 새 없이 조롱을 쏟아냈다.


이들이 자극적인 컨텐츠를 마구 생산하는 건 무엇보다 돈 때문이다. 유튜브의 ‘슈퍼챗’ 수익구조로 후원금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슈퍼챗은 유튜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것이다.

다루는 콘텐츠가 자극적일수록 지지자들은 열광한다. 후원금은 한 번에 최소 900원서 최대 50만원까지. 횟수는 무제한이다.

정치 유튜버가 돈 되는 장사임을 알고 유튜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돈에 혈안 자극적 콘텐츠
“확증 편향 부추겨” 지적

한 유튜버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감성을 자극하면 돈이 쏟아진다” “정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시청자들이 돈을 주는 방향으로 말한다. 한마디로 다들 코인에 미쳐 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보수·진보 유튜버 중 더 돈을 잘 벌 수 있는 쪽을 묻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정치적 영향력이 아닌, 극성 지지자들의 지갑서 나오는 후원금일 뿐이다.
 

▲ 유튜브 - 노란 딱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가로세로연구소만 해도 음모론, 조롱으로 큰 후원금을 벌어들였다. 박 전 시장과 관련한 방송으로 일주일 사이 벌어들인 슈퍼챗 수입만 1800만원이 넘는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8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전 세계 슈퍼챗 수익 1위다. 이외에도 ‘팬엔드마이드’ ‘신의한수’ 등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이 전체 수익의 10위권 안에 들었다.

통합당은 최근 당 차원의 유튜브 채널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당은 1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를 운영 중이다. 오른소리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의원총회 등 당의 의정활동 모습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당내 초선 의원들의 역할이 돋보인다. 통합당 허은아, 전주혜, 지성호 의원은 유튜브 ‘국회대학교’ 채널을 꾸려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이들은 통통 튀는 콘셉트로 전반적인 국회 활동을 보여줄 계획이다. 유명세로 국회 개원부터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

강남구갑에 당선된 탈북자 출신 태구민 의원은 현재 유튜브서 ‘태영호tv’ 채널을 운영하며 약 2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송파을에 깃발을 꽂은 배현진 의원은 4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가 후보 시절 업로드했던 ‘배현진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을 후보가 악플을 읽어봤다’ 영상은 조회 수 20만회을 기록하기도 했다.

함께했지만…
“갈 길 간다”

보수층 상당수가 여전히 우파 유튜버들의 영향권 안에 있지만, 통합당은 앞으로 이들과 점점 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우파 유튜버들로 결집력을 키울 순 있지만, 당에 절실한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이들을 버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합당은 이번 21대 총선 패배로 ‘합리적’ 보수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은 상태다. 우파 유튜버들은 자연스레 정치권과 단절되고, 국민적인 지탄을 받는 문제아들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파 유튜버’ 고소·고발전

우파 유튜버들의 횡포에 참다 못한 시민들의 고발이 계속되고 있다.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4일 고발했다.

가로세로연구소 운영진이 고인을 모욕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고 와룡공원을 둘러보면서 웃음을 터트리며 고인이 된 박 전 시장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는 지난 16일 유튜브 ‘우파삼촌TV’ 운영진을 살인미수 혐의로, 유튜브 ‘상상은 자유TV’ 운영진을 성추행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 모두 우파 유튜버들이다.

우파삼촌TV 유튜버 A씨가 지난달 14일, 자신의 승합차를 몰고 소녀상 지킴이들을 향해 급돌진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당시 차량 앞에 있던 지킴이는 다행히 현장에서 피해 부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들은 상상은 자유TV 유튜버 B씨가 여성 지킴이들의 신체일부를 클로즈업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옛날 전쟁에서 잡혀 갔을 때 오줌 참는 것도 배웠다. 그것도 따라 배운 것 같다” “노린내가 난다” 등의 발언을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낸 혐의로 고소했다.

공동행동은 “이들은 고상방가는 물론이고 지킴이들의 신체와 휴대전화를 불법촬영했으며 피해자할머니의 명패를 짓밟는 등 온갖 망동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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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