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골육상쟁 서막 막전막후

누나의 선공…형까지 가세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최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전운이 드리운 형국이다. 조영래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성년후견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앞서 조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넘긴 지분 전량에 대해 자발적 결정이었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취지다. 경영권 다툼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조 이사장은 최근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성년후견이란 고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조 이사장이 이를 제기한 배경은 ‘지분 양도’였다.

3남매 연합
분쟁 불붙나

조 회장은 지난해 경영 일선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이 각각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이끌면서 형제 경영을 이어왔다.

2세 경영은 궤도에 올랐지만 누가 조 회장의 뒤를 잇게 될지는 미지수였다. 그룹 내에서 이들의 역할이 일정하게 주어졌고, 지주사 지분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구조는 조 회장 23.59%, 조 부회장 19.32%, 조 사장 19.31% 순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차남 조 사장에게 지분을 전량 넘겨주면서 곧 지분구조에 변동이 발생했다. 지난 6월26일 조 회장은 보유 주식 전량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조 사장에게 전량 매각했다. 장남이 아닌 차남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조 회장 지분을 모두 넘겨받은 조 사장은 단번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가 됐다. 조 사장 지분은 42.9%로 껑충 뛰면서 형인 조 부회장(19.32%)을 훌쩍 앞섰다. 조 사장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2200억원을 대출 받아 매입 자금을 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에도 경영권 분쟁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갑작스럽게 지분 구도가 변화한 것에 대한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 6월30일 “대주주 간 주식거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형제경영 체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또 조 부회장과 조 사장 지위에 당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일축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장녀 조 이사장이 돌연 전면으로 나서며 반전이 시작됐다. 조 이사장은 조 사장의 지분 양도가 자발적인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장녀 조희경, 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신청
형제간 경영다툼 가능성↑ 장남에 달렸다

조 이사장 측은 지난달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성년후견은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나뉜다. 이 중 법정후견은 다시 정신적 제약 정도와 후견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으로 재분류된다.


조 이사장 측은 “(조 회장이)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며 “이런 결정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됐다”고 주장했다.

또 “조 회장이 지난 6월 급작스럽게 조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를 2400억원에 매각했는데, 그 직전까지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며 “조 회장은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 측의 설명대로라면, 조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은 조 사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형국이다. 동시에 승계 자체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 ▲▲ (사진 왼쪽부터)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 ⓒ한국테크놀로지

조 이사장 측은 이어 “대기업 승계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회사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할 것이며 기업 총수의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을 이용해 밀실서 몰래 이뤄지는 관행이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룹 측은 조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이사장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지정된 후견인은 조 회장과 조 사장의 블록딜을 무효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후견인 지정이 곧바로 기존 거래를 무효화하지는 않지만 가족 간 소송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의 건강 상태 등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성년후견심판 청구가 접수되면 법원은 의사 감정을 통해 당사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후 진술을 받는 절차 등을 거쳐 후견인 지정 여부를 가리게 된다.

법원이 조 회장의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됐다고 판단할 경우 한정후견인이 선임된다. 다만 조 회장 본인이나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등이 항고 또는 재항고를 할 수 있다. 해당 절차가 진행된다면 후견인 업무는 정지된다.

법원에 의해 선임된 후견인은 재산과 신상 등을 보호하는 대리인 역할을 한다. 앞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는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자발적 결정
아닐 수도

이른바 장녀의 반격으로 눈길은 남매들에게 향한다. 장남 조 부회장은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신청에 대해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조 부회장 측이 공식 의사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성년후견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녀 조희원씨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조씨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10.82%를 보유 중이다. 다만 조씨는 앞서 제기된 경영권 다툼 가능성에 대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장녀의 후견인 신청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4남매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지난 7월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전날보다 3400원(29.96%) 상승한 1만47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입장이 난처해진 쪽은 조 사장이다. 조 사장은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고, 사실상 후계 경쟁력을 선점했지만 신경 쓸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장녀 조 이사장의 반격으로 조 사장의 리스크가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당장 해결해야하는 사안은 법적 문제다.
 

▲ 한국테크놀로지 본사 ⓒ한국테크놀로지

조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 조 사장은 협력업체에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씩 6억여원을 챙긴 혐의와 계열사 자금 2억여원을 정기적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조 사장은 지난 4월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배임수재 및 횡령금액 전부를 반환해 피해자들이 선처를 구하고 있다”며 “더는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벌금형을 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지난 6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직서 물러났다. 사측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전했지만, 재판 결과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조 사장과 검찰은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조 사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서 징역 4년의 실형과 함께 추징금 6억1500만원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흔들리는
조 사장?

검찰은 “조 사장은 대기업 사주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 직원들로부터 자금을 마련해 빼돌리고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익을 숨기는 등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며 “원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는 등 형이 너무 가벼워 항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1억원 이상 배임수재 혐의에 가벌성이 있는 경우, 형량이 징역 3년서 5년 사이”라며 “조 사장에 대해 충분한 가벌성이 있는데, 원심은 조 사장이 자백했다는 이유로 배임수재 양형 기준 최하한인 징역 3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 적절한 사안인지 심리해달라”고 밝혔다.

반면 조 사장 측은 형이 무겁다고 주장했다. 조 사장 측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다시는 이 같은 잘못 저지르지 않도록 뉘우치고 있다”며 “이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를 모두 갚아 피해자들이 조 사장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한국타이어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반박했다.

조 사장 역시 최후진술서 “어리석은 욕심과 안일한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며 “분별없는 행동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는지 뼈저리게 느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마음가짐을 바로 해 경영인으로서 주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내달 9일에 열린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조 부회장의 입지는 좌우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이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조 사장이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더 있다. 지난해 3월 교체한 사명과 관련해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기존 한국타이어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이를 주도한 인물은 조 사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은 타이어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 혁신 기술기업을 표방하며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당시 사측은 “이번 사명 변경은 미래 산업 생태계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 계열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개척에 도전하는 파괴적 혁신을 지속하게 해줄 초석을 다지기 위해 추진된다”며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자동차 전장 사업체 ‘한국테크놀로지’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는 가처분신청을 통해 “상호 사용으로 영업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가처분신청을 결정했다”며 “특히 조 사장의 배임·횡령 사건이 발생한 이후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한국테크놀로지 측의 손을 들어줬다.

“동생에 지분 넘긴 부친 결정
자발적 결정인지 판단 필요”

당시 재판부는 “‘한국테크놀로지 주식회사’ 또는 ‘HANKOOK TECHNOLOGY GROUP CO. LTD.’를 상호로 사용해서 안 된다“며 “자동차 부품류 제조·판매업이나 자동차 부품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소유·지배하는 지주사의 영업 표지로 사용하거나 영업과 관련된 간판, 거래서류, 선전광고물, 사업계획서, 명함, 책자, 인터넷 홈페이지 및 게시물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구체적인 사용금지 조치도 담았다.

재판부는 “채권자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가 이미 8년 전부터 이 상호로 영업을 하고 있고, 특히 자동차 전장사업 부문에 진출해 해당 분야서 상호를 사용한 것도 2년 5개월 이상 광범위하게 사용된 만큼 주지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 ⓒ한국타이어

이어 “상호가 상당히 유사해 오인, 혼동 가능성이 있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부정경쟁행위 요건으로서의 혼동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당시 판결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상호사용금지 소송서 승소한 첫 사례였다. 최악의 경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간판을 다시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또 사명 변경 사업을 조 부사장이 이끌었던 만큼 리스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여러 시나리오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무게가 실리는 가능성은 남매 간 연합전이다.

조 이사장과 조 부회장, 그리고 조씨 등 3남매의 한국테크놀리지그룹 지분 합은 모두 30.97%다. 다만 조 사장 지분 42.9%와 큰 차이가 있다. 일각에선 6.24%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조 사장과의 지분 격차는 상당하다.

1972년생인 조 사장은 1998년 한국타이어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광고홍보팀장을 거치면서 4년 만에 임원으로 올랐다.

조 부사장은 마케팅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 경영기획본부장, 경영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 등극했다. 조 사장은 200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와 결혼해 이른바 ‘MB 사위’로 불린다.

그룹은 지주회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정점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한국네트웍스, 한국카앤라이프 등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당겨진 방아쇠
진흙탕 싸움?

주력 계열사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다. 올해 성적표는 낙관하기 어렵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12.5% 감소한 1조435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4.6% 감소한 1060억원을 나타냈다. 순이익 역시 20.7% 하락한 976억원에 그쳤다. 2분기 실적은 장담하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가 업계 전반에 드러나는 시기가 2분기로 점쳐지면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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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