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들을 지옥으로 보낸 <아이랜드>

조작 사태에도 헤매는 Mnet 오디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프로듀스 X> 조작 사태 이후 신뢰도가 급감한 Mnet이 아이돌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무려 2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아이랜드>(I-LAND)다. 기존의 <프로듀스> 시리즈와는 다르다며 거리를 둔 <아이랜드>는 더 잔인해지고 가혹해졌다. 제작진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참가자들에게 떠넘겼고,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연습생의 인권은 노골적으로 떨어뜨렸다. 
 

▲ 아이랜드 ⓒ엠넷

Mnet 오디션 프로그램의 근본은 ‘악마의 편집’이다. <슈퍼스타K> 방영 초기부터 교묘한 편집으로 참가자의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성을 불러모았다. 제작진의 실망스러운 태도에 반기를 든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이는 곧 ‘노이즈 마케팅’으로 변모해, 프로그램에는 오히려 이득을 안겨줬다. 

악마의 편집

참가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마인드로 제작됐음에도, 자극적인 경쟁이 꾸준히 인기를 끌자 더 노골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 <프로듀스> 조작 사태의 원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CJENM 허민 대표가 나와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프로듀스>로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했으며, 전 신형관 음악콘텐츠본부장이 <아이랜드> TF팀으로 발령되는 등 대대적인 인사 조처가 벌어졌음에도, <아이랜드>를 보고 있자면 Mnet은 여전히 본질을 찾지 못하는 듯하다. 

<아이랜드>의 세계관은 스테디셀러 소설인 ‘데미안’을 근간으로 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문장 위에 70억원의 세트를 설치했다. 유명 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알이라는 세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걸 암시한다. 

틀린 말이 아니기는 하나, <아이랜드> 제작진이 설계한 알은 참가자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참혹한 시스템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지옥도’라고 표현한다. 

금수저·흙수저 차별적인 환경
협력보다 암투 가르치는 프로

<아이랜드> 내에는 두 개의 공간이 존재한다. 무려 3000평이나 되는 공간에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즐비한 아이랜드와 공간만 덩그러니 있는 그라운드다. 아이랜드에는 12명만이 생활한다. 12명에서 탈락한 인원은 그라운드로 행한다. 

조작 사태로 물의를 빚은 Mnet 제작진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 대신 참가자들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몰아세웠다. 참가자들끼리 거수 투표를 통해 아이랜드와 그라운드를 나누는 것.

데뷔가 꿈인 연습생들을 앞에 두고 경쟁자가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방식이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최악의 시스템을 갖춘 <아이랜드>. 

불행 중 다행인지, 인기가 없어서 각 커뮤니티서 회자되지 않고 있다.


이는 우등생과 열등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등생은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아이랜드서 자신을 성장시키며, 그라운드 연습생들은 텅 빈 공간서 연습을 한다. 시작부터 차별적인 환경서 태어난 것을 의미하는 ‘금수저’와 ‘흙수저’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 ⓒMnet

그라운드서 아이랜드로 올라온 한 참가자는 아이랜더의 화려한 환경에 오히려 적응하지 못해 주눅이 들고, 아이랜드서 그라운드로 내려간 참가자는 기존 그라운더들을 무시한다. 기존 그라운더들은 아이랜드서 넘어온 동료들에게 선곡과 안무 등 모든 것을 맡기고, 그들의 리드를 따른다. 

아이돌 연습생들을 통해 ‘헬조선’의 단면을 보여준다. 만약 <아이랜드>가 이런 메시지를 주고자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수작이라 불리겠지만 이는 지극히 냉혹한 현실이다. 

연습생들은 아이돌의 세계로 가기 위해 암투를 벌인다. 협동과 노력보다 견제와 질투, 아부와 배신 등을 무기로 내세운다. 인간의 이기심을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은 시스템에서 평균 연령 17.2세의 어린 친구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온갖 치졸한 방법을 두고 고민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나쁜 것부터 가르치는 모양새다.

‘헬조선’ 단면 <아이랜드> 
더 잔인해지고 가혹해져

강도 높은 경쟁 체제서 어린 참가자들은 매주 경쟁자를 탈락시켜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방금까지도 호흡을 맞췄던 동료의 방출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이 든 동료를 내 손으로 떨어뜨리고 죄책감에 눈물을 흘린다. 어른들이 설계한 알에서 고통받는 건 꿈을 꾸는 미성년이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나 가수 비와 지코는 이 같은 상황을 영상으로 관망한다. 연습생들의 생존경쟁을 차분히 설명해주는 스토리텔러 역할은 배우 남궁민이 맡는다. 연예계서 생존한 이들도 제작진의 설계한 세계관에 적극 동의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Mnet 측은 <아이랜드> 시스템에 대해 참가자에게 자발성을 부여하고, 투표의 공정성까지 고려한 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인간을 존중하는 방법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듯하다. 일각에선 <아이랜드>를 두고 영화 <헝거게임>이나 <배틀로얄>이 떠오른다며, 참가자들의 경쟁을 노골적인 볼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아이랜드 포스터 ⓒMnet

게다가 참가자들은 자신의 안전도 보호받지 못한다. 부실한 무대 설치로 인해 한 명의 연습생이 낙상사고를 당해 프로그램을 완전히 떠난 것을 목격한 연습생들은 무대의 위험성 때문에 협력이 필요한 안무를 뒤로 미뤘다. 그러자 프로듀서 비는 이를 두고 “예의가 없는 것”이라고 꾸짖는다. 시청자들은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게 그의 논지다.

연습생들의 안전을 생각한 판단이 예의 없는 인간으로 치부됨에도, 제작진은 낙상사고의 위험성을 숨긴다. 

데미안서 말한 알에서 깨어나라는 메시지가 인권을 짓밟는 <아이랜드>에도 통용되는 것일까. 연습생들을 아이돌 전시장에 진열된 상품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제작진의 시선이 고스란히 전달돼 시청하기 어려울 정도다.

약 10여년간 K팝은 전 세계를 수놓을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물론 처절한 경쟁 시스템서 생존하고자 했던 이들의 스태프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 과정서 수많은 사람들이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당하는 성장통도 있었다.


짓밟힌 인권 

AOA 민아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프로듀스> 사태가 터진 후 Mnet은 시청자 투표와 관련해 외부 참관인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프도듀스>와 같은 과오는 참관인 제도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가 선제돼야 한다. 과연 알에서 깨어나야 하는 존재가 누구인지는 Mnet의 제작진이 먼저 돌아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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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