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7)고추

맵지만 ‘영양의 보고’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pixabay

고추하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모습이 있다.

5년 터울로 남자 동생이 태어나던 날이었다.

동생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울음을 터트린 그 순간 아버지께서 우리 집 대문에 잘 생긴 빨간 고추 너덧 개를 꽂은 새끼줄을 거셨다.

부정을 몰아냄

그게 이상해서 아버지께 그 이유를 물어본 즉 ‘부정한 기운이 집에 들어오면 동생과 어머니께 해가 될까 보아 그를 방지하기 위해 걸었다’는 식의 답변과 그 풍속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는 이야기 역시 이어졌다.


그런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바로 그 고추가 임진란을 통해 왜(일본)로부터 들어왔다고 한다. 또한 이 말이 정설로 굳어져 있다.

참으로 황당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오래된 풍속도 그렇지만 하필이면 왜로부터 들어온 고추로 부정한 기운을 쫒고자 했는지 이해불가다.

그런데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며 조사하는 중에 현재 알려져 있는 고추의 기원과 또 청양고추에 대한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먼저 이 땅에 언제부터 고추가 존재했느냐에 대한 문제다.

그 시작에 대한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으나 임진란 이전에도 고추가 존재했었다는 사실 확인하게 된다. 

연산군으로부터 손녀를 궁중에 들이라는 왕명을 거역해 교살당한 홍귀달(洪貴達, 1438∼1504)의 ‘주흘산 사당에서(主屹神祠, 주흘신사)’란 작품 중 일부 살펴보자.


松柏靈宮裏(송백영궁리)
솔과 잣나무 뒤덮인 영궁 안에서
椒醬賽歲功(초장새세공)
고추장으로 풍년 기원하네

상기 작품에 등장하는 椒醬(초장)이 바로 고추장으로, 고추장을 제수로 풍년을 기원했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椒醬에 대해 혹자는 ‘초로 빚은 술’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는 오류다.

그런 경우라면 椒醬(초장)이 아니라 椒酒(초주)로 기록돼야 하기 때문이다.

비타민 C 함유 감귤의 2배, 사과의 30배
일본으로부터 전해졌다는 이야기는 속설

椒醬(초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돼있을 당시 남겼던 작품 중 일부 실어본다. 

萵葉團包麥飯呑(와엽단포맥반탄)  
상추에 보리밥을 둥그렇게 싸 삼키고 
合同椒醬與葱根(합동초장여총근)
파뿌리에 고추장을 곁들여 먹는다 

이를 살피면 현재 통설로 굳어져 있는, 고추가 임진란을 통해 최초로 일본으로부터 전해졌다는 이야기는 그저 속설에 불과할 뿐이다.

그를 상기하고 이제 청양고추의 진실에 접근해보자. 

혹자는 청양고추의 원산지가 충청남도 청양으로 알고 있는데 이 역시 오류다.

국립종자관리소에 청양고추의 품종 개발자로 등록돼있는 유일웅 박사의 이야기 들어보자.

청양고추 품종은 제주산과 태국산 고추를 잡종 교배해 만든 것으로 경상북도 청송군과 영양군 일대서 임상재배에 성공했으며, 현지 농가의 요청에 의해 청송의 청(靑), 영양의 양(陽)자를 따서 청양고추로 명명해 품종 등록했다.


각설하고, 한자로 苦椒(고초)라 표기하는 고추는 고진감래(苦盡甘來)란 사자성어를 연상시킨다.

이는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의미인데 고추가 딱 그렇다.

맛은 맵지만 그를 참아내면 고추는 그야말로 영양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비타민, 단백질, 섬유질, 칼슘, 철분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고 특히 고추에 함유된 비타민 C는 감귤의 2배, 사과의 30배라고 알려져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조선조 문인이며 서화가인 김창업(金昌業, 1658∼1721) 작품 강상해보자.

番椒(번초)
고추 


居夷未足陋(거이미족루)
구이에서 왔지만 비루하지 않고
氣味親薑桂(기미친강계)
맛과 냄새 생강과 계피에 가깝네
幸爲野人甞(신위야인상)
매운 맛 사람들 입맛에 맞아
終遠神農世(종원신농세)
끝내 신농씨 세상 이루네 

거이(居夷)는 거구이(居九夷)의 준말로 ‘구이에 거하다’라는 의미다.

구이는 동이(東夷, 동쪽 오랑캐)의 아홉 부족을 지칭하는데 공자가 살고 싶어 했던 지역을 지칭하나 구체적으로 어느 민족을 언급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제목에 등장하는 番(번)은 몽고를 지칭하는 바 이를 감안하면 고추가 여러 곳에서 전래된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고추의 전래

여하튼 김창업은 고추로 신농 세상 이룬다고 했다. 신농은 신농씨로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제왕으로 백성들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쳐줬다고 하는데, 김창업에 의하면 고추로 농사의 완성을 이루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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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