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배우 이정현이 행복감을 얻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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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한 유튜브 채널의 진행자는 이정현을 ‘와 언냐’라고 불렀다. 20년전 부채를 들고 한 손가락을 마이크로 사용하며 무대를 지배한 테크노 여전사였던 가수 이정현. 숱한 세월을 돌고 돌아 배우 이정현은 영화 <반도>서 좀비와 싸우는 여전사로 변신했다. <반도>에 입성하기까지 고점과 저점을 롤러코스터 타듯 반복한 이정현의 배우로서의 태도를 엿보았다.

장선우 감독의 연출작 영화 <꽃잎>으로 데뷔한 이정현은 무대서 자신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여전히 유쾌하고 강렬한 음악들이 이정현을 통해 불렸다. 1020 사이서 ‘탑골 테크노 여전사’라 불릴 정도로 그의 퍼포먼스는 세대를 뛰어넘는다. 

그런 그녀에게도 침체기가 있었다. 한동안 활동이 미비했다. 그러다 우연히 박찬욱 감독을 알게 됐고, 박 감독의 형인 박찬경 감독의 연출작 <파란만장>에 출연하면서 다시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범죄소녀>와 <명량>에 이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며, 연기자로서도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배우의 궤도에 오른 이정현의 선택은 <반도>였다.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한국서 두 딸과 김 노인(권해효 분)을 데리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민정을 연기했다. 맑고 귀여운 이정현과는 다른 여전사 이미지. 평소 얼굴과 전혀 다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이정현의 선택은 성공적인 결과로 보인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연예계 생활을 했다는 그의 배우관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가 흥행 중이다. 손익분기점도 넘겼다. 

▲ 코로나 때문에 관객들이 올까라는 생각을 했고, 또 이렇게 개봉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놀랐어요. 극장이 활기를 찾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제작이 중단된 영화도 많아서 앞으로 영화를 못 찍는 거 아닐까 걱정도 됐는데,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 영화에 대한 소감을 말한다면?

▲ 즐거운 오락영화. 여름에 가족단위 혹은 친구들이랑 오셔서 재밌게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일반관도 좋지만, 특수관 관람을 추천해요. ‘작년에 영화 <반도> 봤는데’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추억으로 남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 <반도> 내에 인물들이 전반적으로 전사가 없다. 민정에 대한 전사를 어떻게 썼나?

▲ 그렇게 많은 전사를 쓰지는 않았어요. 짐승 같은 의지력을 발휘하면서 변했다고 생각해요. 좀비들이 그렇게 들끓고, 미쳐버린 군부대서 살아남은 사람이잖아요. 한정된 공간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충분히 매섭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초반부에 등장하는 남편이 너무 못생겼던데.


▲저는 그런 스타일 좋아해요. 남성스럽고요. 엄청난 학벌을 가진 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감독님은 제 남편 캐스팅하고 딱이지 않냐며 좋아했어요. 저도 좋았고요. 

- 원래 좀비 영화를 좋아하나?

▲ <월드워 Z>나 <새벽의 저주>와 같은 좀비물을 좋아했어요. 

- <반도>는 좀빔물이라기 보다는 체험형 액션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 장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 기존 좀비 영화와는 다른 질감이에요. <부산행> 4년 뒤 이야기잖아요. 인간의 변화된 모습을 그리는 것이 신기했어요. 실제로 궁지에 몰리면 사람이 그렇게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4년 동안 지저분해지고 더 무서워지고요. 촬영 현장서 너무 신기해서, 한 시간 일찍 가서 분장하는 것도 지켜보고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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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캐스팅 전에 연상호 감독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

▲ 감독님의 애니메이션 팬이었어요. <부산행>도 정말 좋아했고요. 먼저 연락와서 정말 기뻤어요. 한 번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님이었어요. 사실 카체이싱 같은 경우는 ‘어떻게 촬영하지?’ 싶었는데, 이미 CG 작업을 다 해놓으셨더라고요. 굉장히 안전하고 빠르게 큰 에너지 소모 없이 한 번에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으셨어요. 액션도 하나도 안 다치고요. 한국 영화 시스템에 정말 많이 놀랐어요. 

- 모성애가 강조된 부분이 있다. 그것이 후반부 신파로 간다. 스토리 구조가 단순하다는 의견도 많은데. 

▲ 정확한 의도는 감독님이 아실 것 같아요. 모성애로 인해 전투력이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아이 설정이 없었다면, 그렇게 강인해지지 않았을 거예요. 만약에 아이가 없었다면, 631부대로부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시나리오에 있는 모든게 이해가 됐어요. 

- 강동원 배우는 액션 중에 좀비들의 침이 얼굴에 떨어져서 힘들었다고 하던데, 좀비 액션 중에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나. 

▲ 저는 좀비를 계속 쳐내는 액션이었어요. 침이 튀지도 않았고요. 좀비분들이 워낙 잘해주셔서 편했어요. 

- 아역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10대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그 때와 지금 아역배우의 현장은 어떻게 차이가 있나?


▲ 정말 많이 달라졌죠. 제가 연기할 때만 해도 필름 시대여서 NG가 나면 난리도 아니었어요. 감독님도 정말 무서웠고요. 요즘에는 12시간 안에 다 촬영을 해야 되잖아요. 그 때는 그런 것도 없어서 무한대로 기다린 적도 많았어요. 

가수하다가 15년 만에 영화 현장에 돌아왔는데, 현장 편집이라는 것도 생겼어요. 예전에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게 현장서 편집이 안 되니, 어떻게 됐는지 정확히 모르잖아요. 예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사라졌죠. 

- 가수와 배우를 넘나들면서 활약했다. 최근에 싹쓰리와 같은 복고 스타들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탑골 레이디가가’로 불리기도 하는데, 무대에 다시 설 계획은 없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무대에 설 계획은 있어요.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단체로 들어와서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새 앨범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좋은 기회 있으면 할 수도 있죠. 

- 탑골 레이디가가라는 별명은 어떻게 생각하나?

▲ 어쩜 그렇게 센스가 있죠?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댓글 보면 정말 재밌고, 신기하고, 이렇게 뒤늦게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돼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어린 팬들도 많이 생겼어요. 


- KBS2 <편스토랑>서 보면 요리를 정말 잘 하더라. 4구를 동시에 돌리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어떻게 그렇게 요리를 잘하나. 

▲ 저희가 대가족이에요. 가족이 모이면 스무명씩 모여요. 엄마는 예전부터 음식 만들고 주는 걸 좋아했어요. 김장 때도 3~400 포기씩 해서 남들 주고 그랬어요. 왜 저렇게 고생해서 살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나이가 들어보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맛있는 음식해서 친구들과 수다떨고 하는 게 큰 행복이었어요. 제가 우여곡절이 좀 있었잖아요. 탑을 찍었다가 내려갔다가, 한류시장서 정점 찍었다가 다시 내려가고 그랬는데요. 정서적으로 힘들었었어요. 그러다 취미를 찾은 거죠. 목요일이면 <한국인의 밥상> 보는 게 낙이었어요. 

- 박찬욱 감독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이하 <앨리스>)도 박 감독의 추천 때문이라고. 

▲ <앨리스>는 제가 노개런티만 찍으니까, 소속사서 미리 거절했던 작품이에요. 한두 달 정도 있다가 박찬욱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건네주셨어요. 캐릭터가 잘 맞는다고요. 그 영화는 제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이잖아요. 배우로서 많은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였죠. 

- <반도>는 대자본 멀티캐스팅이고, <앨리스>는 저예산 단독 캐스팅이다. 두 가지 작업에 차이가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둘 다 재밌어요. 뭐 하나는 못 뽑겠어요. <반도> 촬영장 가서 다른 배우들 연기하는 것 보는 것도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나오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CG 작업을 통해 나온다는게 신기한 경험이었죠. <앨리스>는 제작비가 7000만원이었어요. 그 작품에는 제 의사도 많이 들어갔고요. 감독도 신인이었고, 스태프들은 재능기부였어요. 그때 열기가 좋았어요. 별다른 생각없이 시나리오 하나로 모여서 하는 에너지가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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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자로서 궤를 타기까지 박 감독의 영향이 꽤 크다고 여겨지는데, 이정현에게 박찬욱은 어떤 사람인가. 

▲ 제가 배우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자신감을 많이 주신 분이에요. 제가 연기를 안 하는지 아셨대요. 작품이 안 들어와서 못한 거였는데. 연기하고 싶다고 하니까 <파란만장>을 주셨어요. 그 이후로 많은 작품을 추천해주셨고, 제가 결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면 상의를 하는 정신적인 멘토예요. 저 결혼할 때 감독님이 축사도 해주셨어요. 저로서는 가족같이 생각하는 분이죠. 

- 그렇다면 연상호 감독은?

▲ 정말 따뜻한 사람이에요. 디렉팅도 명확하고요. 스태프들을 조용히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으시죠. 커트 계산도 정말 빠르고요. 대단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박찬욱 감독님이 어른스러운 멘토면, 연 감독님은 친구 같은 멘토예요. 

- 연예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렸는데, 이정현의 40대는 어떻게 그리고 있나?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나이가 있어서 애기도 낳아야 하는데, 내년에는 아이도 낳고 싶어요. 40대는 안정적인 배우로 꾸준히 연기했으면 좋겠어요. 야망을 가지면 너무 힘들어요. 된 적도 없고요. 뭔가 기대를 해서 된 적이 없어요. 내려놓으니까 많이 행복해졌어요. 잘되면 좋고,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정서에 좋더라고요. 또 <파란만장>을 찍으면서 많이 내려놨어요. 어렸을 때는 에너지도 넘치고 작은 일에 감동하고 쉽게 들뜨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기복이 없어졌어요. 지금 너무 행복한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 윤가은 감독님이에요. 정말 좋아해요. <우리들>을 정말 재밌게 봤어요. 꼭 이렇게 얘기하면 제안이 안 들어오던데. 계획대로 항상 안 되니까요. <우리들>도 좋았는데 사실 <콩나물> 때부터 너무 좋아했어요. 한 번은 그 따뜻한 영화에 참여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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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