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배우 이정현이 행복감을 얻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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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한 유튜브 채널의 진행자는 이정현을 ‘와 언냐’라고 불렀다. 20년전 부채를 들고 한 손가락을 마이크로 사용하며 무대를 지배한 테크노 여전사였던 가수 이정현. 숱한 세월을 돌고 돌아 배우 이정현은 영화 <반도>서 좀비와 싸우는 여전사로 변신했다. <반도>에 입성하기까지 고점과 저점을 롤러코스터 타듯 반복한 이정현의 배우로서의 태도를 엿보았다.

장선우 감독의 연출작 영화 <꽃잎>으로 데뷔한 이정현은 무대서 자신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여전히 유쾌하고 강렬한 음악들이 이정현을 통해 불렸다. 1020 사이서 ‘탑골 테크노 여전사’라 불릴 정도로 그의 퍼포먼스는 세대를 뛰어넘는다. 

그런 그녀에게도 침체기가 있었다. 한동안 활동이 미비했다. 그러다 우연히 박찬욱 감독을 알게 됐고, 박 감독의 형인 박찬경 감독의 연출작 <파란만장>에 출연하면서 다시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범죄소녀>와 <명량>에 이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며, 연기자로서도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배우의 궤도에 오른 이정현의 선택은 <반도>였다.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한국서 두 딸과 김 노인(권해효 분)을 데리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민정을 연기했다. 맑고 귀여운 이정현과는 다른 여전사 이미지. 평소 얼굴과 전혀 다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이정현의 선택은 성공적인 결과로 보인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연예계 생활을 했다는 그의 배우관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가 흥행 중이다. 손익분기점도 넘겼다. 

▲ 코로나 때문에 관객들이 올까라는 생각을 했고, 또 이렇게 개봉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놀랐어요. 극장이 활기를 찾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제작이 중단된 영화도 많아서 앞으로 영화를 못 찍는 거 아닐까 걱정도 됐는데,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 영화에 대한 소감을 말한다면?

▲ 즐거운 오락영화. 여름에 가족단위 혹은 친구들이랑 오셔서 재밌게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일반관도 좋지만, 특수관 관람을 추천해요. ‘작년에 영화 <반도> 봤는데’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추억으로 남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 <반도> 내에 인물들이 전반적으로 전사가 없다. 민정에 대한 전사를 어떻게 썼나?

▲ 그렇게 많은 전사를 쓰지는 않았어요. 짐승 같은 의지력을 발휘하면서 변했다고 생각해요. 좀비들이 그렇게 들끓고, 미쳐버린 군부대서 살아남은 사람이잖아요. 한정된 공간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충분히 매섭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초반부에 등장하는 남편이 너무 못생겼던데.


▲저는 그런 스타일 좋아해요. 남성스럽고요. 엄청난 학벌을 가진 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감독님은 제 남편 캐스팅하고 딱이지 않냐며 좋아했어요. 저도 좋았고요. 

- 원래 좀비 영화를 좋아하나?

▲ <월드워 Z>나 <새벽의 저주>와 같은 좀비물을 좋아했어요. 

- <반도>는 좀빔물이라기 보다는 체험형 액션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 장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 기존 좀비 영화와는 다른 질감이에요. <부산행> 4년 뒤 이야기잖아요. 인간의 변화된 모습을 그리는 것이 신기했어요. 실제로 궁지에 몰리면 사람이 그렇게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4년 동안 지저분해지고 더 무서워지고요. 촬영 현장서 너무 신기해서, 한 시간 일찍 가서 분장하는 것도 지켜보고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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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캐스팅 전에 연상호 감독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

▲ 감독님의 애니메이션 팬이었어요. <부산행>도 정말 좋아했고요. 먼저 연락와서 정말 기뻤어요. 한 번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님이었어요. 사실 카체이싱 같은 경우는 ‘어떻게 촬영하지?’ 싶었는데, 이미 CG 작업을 다 해놓으셨더라고요. 굉장히 안전하고 빠르게 큰 에너지 소모 없이 한 번에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으셨어요. 액션도 하나도 안 다치고요. 한국 영화 시스템에 정말 많이 놀랐어요. 

- 모성애가 강조된 부분이 있다. 그것이 후반부 신파로 간다. 스토리 구조가 단순하다는 의견도 많은데. 

▲ 정확한 의도는 감독님이 아실 것 같아요. 모성애로 인해 전투력이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아이 설정이 없었다면, 그렇게 강인해지지 않았을 거예요. 만약에 아이가 없었다면, 631부대로부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시나리오에 있는 모든게 이해가 됐어요. 

- 강동원 배우는 액션 중에 좀비들의 침이 얼굴에 떨어져서 힘들었다고 하던데, 좀비 액션 중에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나. 

▲ 저는 좀비를 계속 쳐내는 액션이었어요. 침이 튀지도 않았고요. 좀비분들이 워낙 잘해주셔서 편했어요. 

- 아역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10대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그 때와 지금 아역배우의 현장은 어떻게 차이가 있나?


▲ 정말 많이 달라졌죠. 제가 연기할 때만 해도 필름 시대여서 NG가 나면 난리도 아니었어요. 감독님도 정말 무서웠고요. 요즘에는 12시간 안에 다 촬영을 해야 되잖아요. 그 때는 그런 것도 없어서 무한대로 기다린 적도 많았어요. 

가수하다가 15년 만에 영화 현장에 돌아왔는데, 현장 편집이라는 것도 생겼어요. 예전에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게 현장서 편집이 안 되니, 어떻게 됐는지 정확히 모르잖아요. 예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사라졌죠. 

- 가수와 배우를 넘나들면서 활약했다. 최근에 싹쓰리와 같은 복고 스타들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탑골 레이디가가’로 불리기도 하는데, 무대에 다시 설 계획은 없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무대에 설 계획은 있어요.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단체로 들어와서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새 앨범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좋은 기회 있으면 할 수도 있죠. 

- 탑골 레이디가가라는 별명은 어떻게 생각하나?

▲ 어쩜 그렇게 센스가 있죠?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댓글 보면 정말 재밌고, 신기하고, 이렇게 뒤늦게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돼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어린 팬들도 많이 생겼어요. 


- KBS2 <편스토랑>서 보면 요리를 정말 잘 하더라. 4구를 동시에 돌리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어떻게 그렇게 요리를 잘하나. 

▲ 저희가 대가족이에요. 가족이 모이면 스무명씩 모여요. 엄마는 예전부터 음식 만들고 주는 걸 좋아했어요. 김장 때도 3~400 포기씩 해서 남들 주고 그랬어요. 왜 저렇게 고생해서 살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나이가 들어보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맛있는 음식해서 친구들과 수다떨고 하는 게 큰 행복이었어요. 제가 우여곡절이 좀 있었잖아요. 탑을 찍었다가 내려갔다가, 한류시장서 정점 찍었다가 다시 내려가고 그랬는데요. 정서적으로 힘들었었어요. 그러다 취미를 찾은 거죠. 목요일이면 <한국인의 밥상> 보는 게 낙이었어요. 

- 박찬욱 감독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이하 <앨리스>)도 박 감독의 추천 때문이라고. 

▲ <앨리스>는 제가 노개런티만 찍으니까, 소속사서 미리 거절했던 작품이에요. 한두 달 정도 있다가 박찬욱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건네주셨어요. 캐릭터가 잘 맞는다고요. 그 영화는 제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이잖아요. 배우로서 많은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였죠. 

- <반도>는 대자본 멀티캐스팅이고, <앨리스>는 저예산 단독 캐스팅이다. 두 가지 작업에 차이가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둘 다 재밌어요. 뭐 하나는 못 뽑겠어요. <반도> 촬영장 가서 다른 배우들 연기하는 것 보는 것도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나오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CG 작업을 통해 나온다는게 신기한 경험이었죠. <앨리스>는 제작비가 7000만원이었어요. 그 작품에는 제 의사도 많이 들어갔고요. 감독도 신인이었고, 스태프들은 재능기부였어요. 그때 열기가 좋았어요. 별다른 생각없이 시나리오 하나로 모여서 하는 에너지가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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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자로서 궤를 타기까지 박 감독의 영향이 꽤 크다고 여겨지는데, 이정현에게 박찬욱은 어떤 사람인가. 

▲ 제가 배우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자신감을 많이 주신 분이에요. 제가 연기를 안 하는지 아셨대요. 작품이 안 들어와서 못한 거였는데. 연기하고 싶다고 하니까 <파란만장>을 주셨어요. 그 이후로 많은 작품을 추천해주셨고, 제가 결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면 상의를 하는 정신적인 멘토예요. 저 결혼할 때 감독님이 축사도 해주셨어요. 저로서는 가족같이 생각하는 분이죠. 

- 그렇다면 연상호 감독은?

▲ 정말 따뜻한 사람이에요. 디렉팅도 명확하고요. 스태프들을 조용히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으시죠. 커트 계산도 정말 빠르고요. 대단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박찬욱 감독님이 어른스러운 멘토면, 연 감독님은 친구 같은 멘토예요. 

- 연예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렸는데, 이정현의 40대는 어떻게 그리고 있나?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나이가 있어서 애기도 낳아야 하는데, 내년에는 아이도 낳고 싶어요. 40대는 안정적인 배우로 꾸준히 연기했으면 좋겠어요. 야망을 가지면 너무 힘들어요. 된 적도 없고요. 뭔가 기대를 해서 된 적이 없어요. 내려놓으니까 많이 행복해졌어요. 잘되면 좋고,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정서에 좋더라고요. 또 <파란만장>을 찍으면서 많이 내려놨어요. 어렸을 때는 에너지도 넘치고 작은 일에 감동하고 쉽게 들뜨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기복이 없어졌어요. 지금 너무 행복한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 윤가은 감독님이에요. 정말 좋아해요. <우리들>을 정말 재밌게 봤어요. 꼭 이렇게 얘기하면 제안이 안 들어오던데. 계획대로 항상 안 되니까요. <우리들>도 좋았는데 사실 <콩나물> 때부터 너무 좋아했어요. 한 번은 그 따뜻한 영화에 참여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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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