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시의회 ‘사랑과 전쟁’ 전말

세금 받으면서 ‘불륜 스캔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북 김제시의회서 의원 2명이 제명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났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이후 전북서 지방의원이 제명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사랑과 전쟁’을 방불케 하는 불륜 스캔들로 불명예스럽게 의회서 쫓겨났다. 
 

▲ 고미정·유진우 시의원

지난 3월27일 첫 방송과 동시에 온·오프라인을 강타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불륜을 소재로 했다. 자극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스토리는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매주 화제로 떠올랐다.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벌였다. 마지막회에는 28.4%를 기록, 종편 드라마 시청률 역사를 다시 썼다. 

드라마보다

현실판 <부부의 세계>가 전북 김제시의회서 벌어졌다.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이었던 유진우 시의원과 고미정 시의원. 두 전 의원의 불륜설은 지역 정가를 중심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차였다. ‘둘이 함께 해외연수를 다녀온 이후 불륜이 시작됐다’는 등의 소문이 퍼졌지만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6월6일 현충일 행사서 두 전 의원의 불륜스캔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김제 충혼탑광장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 행사에는 국회의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유 전 의원과 고 전 의원도 참석했다. 일은 행사가 끝난 뒤에 일어났다.

유 전 의원이 고 전 의원을 상대로 심한 욕설과 폭언을 퍼부은 것. 


유 전 의원은 6월1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불륜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김제시청 기자실서 진행한 기자회견서 “항간에 떠돌던 소문은 사실”이고 “책임지기 위해 사퇴한다”며 고 전 의원과의 불륜을 인정했다. 

해외연수 이후 불륜설
현충일 행사 뒤 폭발

그러면서 “고 의원 측에서 나를 내연관계가 아닌 일방적인 스토커로 몰고 있어 억울해 사실을 밝힌다”며 “고 의원으로부터 전화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당신을 사랑하겠다’라는 등의 구애 편지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어 “이미 민주당을 탈당했으니 연계시키지 말라”며 “오늘 당장 사퇴하는 게 아니고 7월3일 정도에 사퇴하는 걸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사퇴를 미루는 이유로 김제시의회 의장 선거를 들었다. 그러자 지역에선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등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1일에도 두 전 의원은 충돌했다. 김제시의회 본회의장서 유 전 의원은 고 의원에게 “내가 스토커야? 이야기해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전 의원은 “그럼 제가 꽃뱀입니까?”라고 맞섰다. 유 전 의원은 “꽃뱀 아니었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앉아 있느냐”고 하자 고 전 의원은 “법적으로 고발하세요. 고발하면 되잖아요”라고 되받았다. 

다툼은 계속 이어졌다. “너는 내가 전국적으로 매장시킬 거야. 너하고 나하고 간통했지. 그만 만나자고 하니 네가 뭐라고 했느냐.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의회에 있느냐. 기자들 다 찍으세요. 무슨 자격으로 여기 있어. 할 말 있으면 해”라고 소리쳤다.
 

▲ 청와대 국민청원

이날 본회의는 김제시의회 의장단을 선출하기 위해 열린 것이었지만 두 전 의원의 다툼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김제시의회는 유 전 의원과 고 전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각각 16일, 22일에 의결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고 전 의원에 대한 윤리특별위원회를 열고 당원 제명을 의결했다. 비례대표로 뱃지를 단 고 전 의원은 당원직만 박탈되고 의원직은 유지하다가 이번 김제시의회 결정으로 의원직도 잃게 됐다. 

두 전 의원의 불륜스캔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라와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한 김제시민은 지난 14일 ‘시의원들의 불륜으로 막장 드라마가 되어버린 김제시의회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렸다.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와
두 의원 모두 제명 처리

해당 시민은 “김제시의회 의장을 뽑는 자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김제시의원. 2번의 회의가 무산되며 무기한 산회를 선포한 김제시의회는 해당 의원들로 인해 제 기능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인 두 시의원은 무슨 낯으로 후반기 의장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의장 후보들 간에 후반기 의장 선거서 자신의 표를 확보하기 위해 해당 의원들의 징계를 미루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드는 상황! 지방의회의 추태와 민낯이 처참히 드러나는 이 사건을 보고 있자니 김제시민으로써 창피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두 전 의원의 불륜스캔들에 시민사회도 들끓었다. 김제시공무원노동조합(이하 김공노)과 김제시사회단체는 지난 15일 “김제시의회는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시민의 의회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더한 현실

김공노는 “최근 김제시의회가 보여주는 행태는 실망감을 넘어 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절망으로 가고 있어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시민들은 신뢰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선 뼈를 깎는 노력과 반성으로 시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제시의회는 지금…
 
김제시의회는 지난 17일 2차 본회의를 열고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했다. 이날 본회의서 상반기 의장을 역임한 온주현 의원이 후반기에도 의장으로 선출됐다.

온 의장은 이날 투표서 7표를 획득,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장 후보로 나선 김복남 의원을 1표차로 따돌렸다.


온 의장은 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 신분이다. 이번에 제명된 고미정 전 의원은 의장선거에 참여했다.

부의장 선거서도 무소속 서백현 의원이 선출됐고, 경제행정위원장도 무소속 김주택 의원이 맡게됐다.

후반기 의장단 선거서 무소속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누르고 이른바 ‘싹쓸이’를 한 것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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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