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연대’ 이낙연 정조준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27 10:18:09
  • 호수 12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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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대권 분리 전략으로 ‘대세론’ 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낙연 대세론’이 휘청인다. 이재명·김부겸의 ‘양수겸장’ 전략에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문 당권파’인 박주민 의원이 갑작스레 당권 레이스에 합류했다. 이낙연 의원에게는 악재, 김부겸 전 의원에게는 호재로 평가된다. <일요시사>는 이·김 연대의 손익을 따져봤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한때 무난한 당선이 예상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자신과 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며, 승승장구했다. ‘이낙연 대망론’은 근 몇 개월 동안 식을 줄 몰랐다. 그런 이 의원이 정당대회서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을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위기의
‘어대낙’

이낙연 대망론이 흔들리고 있다. 어대낙을 말하는 사람들이 부쩍 줄었다. 이 의원의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에 대한 선호도는 23.3%로 나타났다. 

여전히 여야 합쳐 1위지만, 하락세가 심상찮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21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말 40.2%를 기록했던 이 의원의 선호도는 5월 말 34.3%, 6월 말 30.8%로 하락했다. 이번 조사에선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 4월 이후 줄곧 하향곡선이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는 사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치고 올라왔다. 지난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가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 사건을 파기환송한 일이 결정적이었다. 앞서 이 지사는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 지사의 지지율은 연일 상승세다. 이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 의원을 맹추격 중이다. 

정치적 행보도 눈에 띈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연일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상도 달라졌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 후 지난 23일 처음으로 국회 행사에 참석했는데, 민주당의 수많은 인사들이 몰렸다.

민주당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김병욱·김영진·이규민 의원을 포함해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만 20여명이 참석했다.

대권을 두고 경쟁 중인 이 지사와 이 의원은 연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 지사는 이 의원에 대해 “(이 의원과 친분이)거의 없다. 살아온 삶의 과정이 너무 달라서 깊이 교류할 기회나 뵐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 의원을 ‘엘리트’라고, 자신을 ‘흙수저’라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를 한 이 의원은 엘리트인데 반해, 성남의 시계공장서 일하다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한 자신은 변방의 흙수저 출신이라는 것이다. 

서로 부족한 부분 채우는 '양수겸장'  
당내 최대계파 ‘주류 친문’ 선택은?

이른바 ‘엘리트 대 흙수저’ 프레임이다. 이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신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이라는 것.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싸움 붙이려 하지 말라”고도 말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2라운드가 펼쳐졌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서 민주당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의 논쟁이다. 이 지사는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며 “(박원순, 오거돈 사건은)중대 비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무공천)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해찬 대표는 고위전략회의서 “후보를 낼지 말지는 연말쯤 가서 결정하면 된다. 지금 얘기하면(당이) 계속 얻어맞기만 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이 지사에게 주의를 준 셈이다.

평소 정제된 발언을 해왔던 이 의원은 이 지사의 무공천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말했다. “다른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발언이다. 경우에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의 일에 관여하지 말고, 경기도정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민주당 내부서 이 지사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결국 이 지사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적폐 세력의 귀환을 허용하게 된다면 현실(공천)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며 기존 입장을 선회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 1·2위 간의 설전에 일각에서는 대선 전초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지사가 이 의원의 대권에 제동을 걸었다면, 김부겸 전 의원은 이 의원의 당권을 막아섰다. 하나의 표적에 대하여 두 방향서 공격해 들어가는 ‘양수겸장’ 전략으로 읽힌다. 

김 전 의원은 당 대표로 당선될 시 대권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혔다. ‘배수진’ 전략이다. 내년 4월에는 재보궐 선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2022년 3월 대선, 같은 해 6월 지방선거 등이 줄줄이 열린다. 김 전 의원은 대권에 도전하지 않고, 일련의 과정서 민주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9개월 당 대표’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 의원과 차별화된다. 

이재명에
따라잡혀

‘이재명·김부겸 연대론’이 불거졌다. 당권을 노리는 김 전 의원과 대권을 노리는 이 지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김 전 의원은 당권을 위해 이 의원을 꺾어야 하고, 이 지사는 여의도서 이 의원보다 더 많은 세력을 확보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이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대법원 판결이 난 직후 “재판부에 감사드리며, 이 지사와 함께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힘쓰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바로 다음 날에는 “국민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그 시기마다 문제가 되는 것을 용감하게 치고 나간다. 나만 해도 정치를 오래 하다 보니까 그런 용기가 많이 죽었다”며 “국민이 힘들고 답답할 때 사이다 같은 것이 매력이고 강점인 것 같다. 참 부럽다”라고 이 지사를 칭찬했다.

두 사람의 연대 신호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이 지사와 김 전 의원 모두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문(비 문재인)’으로 꼽힌다.

이 지사와 ‘친문’ 진영 사이에는 여전한 앙금이 남아 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선서 맞붙어 일부 친문 지지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이후 터진 ‘혜경궁 김씨’ 사건은 이 지사와 친문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한 결과를 불러왔다. 
 

▲ 당권도전 선언 중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고성준 기자

혜경궁 김씨 사건은 해당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라는 의혹이다. 트위터 계정주는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를 주장했다. 사건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자들은 여전히 ‘이재명 불가’를 주장하며 앙금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의원 역시 비문으로 통한다. 지난 2016년 문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로 대립한 바 있다. 부산 출신인 문 대통령은 가덕도, 대구 출신인 김 전 의원은 밀양을 지지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이후 김 전 의원이 문재인정부 첫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은 장관이던 시절 경기도의회를 방문해 경찰 소환조사를 앞둔 이 지사와 면담을 가진 바 있다. 경찰청 직속 상급기관인 행안부의 수장이 경찰조사를 받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비문계…
대동단결?

친문 지지자들 역시 당시 이를 지적했다. 두 사람은 비문계열 대권주자 대표 그룹인 ‘안이박김’(안희정·이재명·박원순·김부겸)으로 불린다. 두 사람의 연대는 친문을 자극할 수 있다. 주류 친문은 이번 전당대회와 거리를 두며 관망하는 모습이다.

뚜렷한 주자가 나오지 전에는 전폭적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 친문 주류 사이에 흐르는 기류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은 친노·친문 표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봉하마을을 찾는가 하면, 주류 친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만났다.


이 의원은 부산 친문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최인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최 의원은 이 의원 지지에 나선 상태다. 앞서 최 의원은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이유로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라며 이 의원의 출마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김 전 의원 역시 친노·친문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노무현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캠프 후원회장으로, ‘원조 친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하며 친노·친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야당을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끊임없는 어깃장이자 검찰 개혁 발목잡기”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들”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 역시 친노·친문과의 정서적 일체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 당권 도전 기자회견 갖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앞서 김 전 의원은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 당시, 사전 배포한 원고에 없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급한 바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김 전 의원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당권파’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당권레이스에 합류했다. 이낙연·김부겸으로 대표되던 당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친문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당 대표 급선회
이 ‘악재’ 김 ‘호재’ 갈려

박 의원은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서 “훌륭한 두 분 선배(이낙연·김부겸)들과 경쟁하는 것조차 영광”이라며 “기회를 준다면 당 대표가 돼 문재인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 의원은 만 47세다. 경쟁자인 이 의원(만 67세)과 김 전 의원(만 62세)에 비해 약 20살 정도 젊다. 정치 경력 역시 이들에 비해 짧다. 4년 6개월여에 불과하다.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던 박 의원은 2016년 1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영입된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그는 2018년 전당대회 당시 초선임에도 친문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로 최고위원 선거서 1위를 차지했다.

박 의원의 출마 선언은 갑작스러웠다. 출마 결심 시점과 관련해 박 의원은 “어젯밤(지난 20일) 늦게 결정했다”며 “출마 선언문을 쓰기 위해 밤을 새웠다”고 했다.

앞서 박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이낙연·김부겸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상황서 박 의원은 후보 등록 마지막날인 지난 21일 당권 레이스에 전격 합류했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의 막판 출사표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민주당 안팎서 나온다.

박 의원이 서울시장서 당 대표 출마로 급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체급 올리기’ ‘플랜B’ 등 다양한 해석이 쏟아진다. 체급 올리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박 의원이 결국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라 예상한다. 당 대표로 당선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거물인 이낙연·김부겸과의 대결로 체급을 올린 뒤 내년 4월에 열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플랜B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근 민주당서 서울시장 후보로 여성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에 주목한다. 그간 민주당 안팎에서는 박 의원이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친문 당권파
레이스 합류

그런 상황서 만약 민주당 지도부가 여성 후보를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한다면 박 의원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결국 불확실성을 보고 서울시장에 도전하기보다 조금 더 명확한 당 대표로 급선회했다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박 의원이 이번 당 대표 선거서 당선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그러나 높은 인지도와 호감으로 많은 친문 표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 캠프는 ‘박주민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세론’에 균열이 생긴 이 의원에게는 악재, 김 전 의원에게는 호재로 평가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 터지는’ 최고위원 선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총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선거에 등록한 후보만 10명에 이른다. 그중 2명은 지난 24일 예비경선을 통해 컷오프됐다.

10명의 후보는 이원욱(3선)·이재정(재선)·양향자(재선)·노웅래(4선)·한병도(재선)·김종민(재선)·신동근(재선)·소병훈 의원(재선)과 염태영 수원시장, 정광일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 대표 등이었다.

예비경선은 9명 이상의 후보가 나왔을 때 1인당 ‘1표인 연기명’ 방식으로 총 8명의 후보를 뽑는다. 지난 24일 예비경선이 치러진 결과, 이재정 의원, 정광일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 대표는 컷오프됐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8명의 후보 중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민주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 전당대회를 온라인 방식으로 치를 예정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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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