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한미반도체 2세는 지금…

한솥밥 먹다 너 한 입 나 한 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미반도체는 일찍이 승계를 매듭지었다. 1남4녀 중 막내아들이 경영권을 쥐었다. 누나들은 잠시 한미반도체서 근무했을 뿐, 현재는 특별한 직을 맡고 있지 않다. 다만 별도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이들은 더 철저히 각자의 길을 걷는 듯하다. 왜일까.
 

▲ 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창업주는 곽노권 회장.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시장서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성공시켰다. 성장을 거듭한 끝에 세계 각지에 300여개 고객사를 두고 있다. 특히 회사는 비전플레이스먼트(반도체 후공정서 칩을 절단하고 검사하는 작업) 분야에선 적수가 없다.

40주년
국산화

한미반도체는 2세 경영에 돌입한지 오래다. 곽 회장은 슬하에 1남4녀를 뒀다. 경영권은 막내아들 곽동신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1974년생으로 24세에 한미반도체에 입사한 그는 33세에 대표이사가 됐다.

곽 부회장은 부친과 함께 3년 정도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전문 경영인과 함께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주총서 보장받은 임기까지 채운다면, 곽 부회장은 15년 동안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

한미반도체 실적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들쭉날쭉했다. 3년간(2017∼2019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973억원서 2171억원으로 올랐다가 1203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2년 연속 50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13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순이익은 95억원서 492억원으로 수직상승한 뒤 19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올해 성적은 기대할만하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96억원이었다. 직전년도에 비해 100% 이상 성장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2억원서 74억원으로, 순이익은 5억원서 76억원으로 치솟았다.

잠정 발표된 2분기 성적표는 한 차례 더 개선됐다. 누적 매출액은 1015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무려 129.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억원서 27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미반도체서 곽 부회장 일가의 영향력은 공고하다.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는 단연 곽 부회장으로 30.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친인 곽 회장이 7.9%로 2대주주다.

곽 부회장 누나들은 1.85∼2.17% 사이서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미반도체 내에서 특별한 직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과거엔 연결고리가 있었는데 ‘한미인터내셔널’이라는 화장품 도소매 업체를 통해서다.

빠르게 시작된 후계 경영…막내아들이 책임
딸들은 개인사업…한 때 한미반도체 계열사

한미반도체는 한미인터내셔널 설립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설립출자와 유상증자에 4억7400만원을 사용했다. 이어 한미인터내셔널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보유 지분은 40%였다.


한미반도체 수장이 외아들이라면, 한미인터내셔널은 딸들의 회사다. 대표이사는 셋째 곽영미씨다. 영미씨는 회사가 설립된 지난 2009년부터 대표였다. 넷째 곽영아씨는 사업 초기부터 감사와 사내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부대표다.

둘째 명신씨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등기임원이었지만, 현재는 근무하지 않는다.

한미인터내셔널은 사업 초기에 한미반도체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0년 ‘기업운영자금’을 명목으로 한미인터내셔널에 채무보증을 서줬다. 또한 경영지원을 위해 한미반도체 상무를 한미인터내셔널 이사로 겸직시키기도 했다.

본사 지원을 받은 한미인터내셔널은 초반에 꽤 괜찮은 성적을 냈다. 설립 첫 해 순이익은 1억원이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5억원, 6억원, 10억원, 3억원으로 무난했다. 하지만 곧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 한미반도체 제품 EMI SHIELD

2014년 영업손실 7억원이 발생했다. 반등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일로였다. 2015년과 2016년 영업손실은 12억원, 17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7년 한미인터내셔널 지분 전량을 돌연 소각했다. 값을 후하게 쳐주거나, 헐값에 팔지 않았다. 초기 사용된 비용 4억7400만원에 그대로 매각했다.

지분 매각 배경에 다양한 관측이 모인다. 우선 한미반도체는 한미인터내셔널을 채무보증과 인력 제공을 통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그 결과 한미인터내서널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 한미반도체는 지분을 매각해 한미인터내셔널을 독립시켜줬다. 남동생이 누나들의 사업에 도움을 주고, 독립성까지 부여해줬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지분 매각 시점이 공교롭다. 한미인터내셔널서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한 바로 이듬해다. 그런 까닭에 사실상 퇴출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불어나는 적자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독립?
퇴출?

한미반도체 보유 지분은 영미씨, 영아씨에게 돌아갔다. 영미씨 등은 한미인터내셔널 지분을 각각 90.5%, 9.5%씩 갖고 있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서 개인회사로 뒤바뀐 셈이다.

한미인터내서널은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 성적표를 보면 그렇다. 2018년과 지난해 매출액은 9억원, 10억원 수준이었다. 영업손실은 5억원, 6억원으로 순손실은 5억원, 5억원으로 계속됐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였던 2016년 매출은 100억원 단위였다. 이듬해 계열사서 제외되면서도 매출은 50억원을 상회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한껏 위축된 모양새다.


다만 사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영미씨 등은 한미인터내셔널을 계속 이끌고 있다. 현재 회사는 ‘오드리앤영’과 ‘쇼달’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오드리앤영은 미용품을 주로 다룬다. 다른 회사에 제조를 맡기고 이를 판매하거나, 타사 제품 자체를 판매하는 형식이다. 개설 시기는 오래되지 않은 듯하다. 판매 중인 상품은 6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 후기는 긍정적이다. 제품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확인된다.

오드리앤영 주 사무소는 한미인터내셔널로 대표는 영미씨다. 계좌이체 결제를 위한 계좌번호도 적시돼있으며 예금주는 한미인터내셔널로 확인된다. 오드리앤영 홈페이지 하단에 적시돼있다.

쇼달도 오드리앤영과 유사하다. 다만 더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한다. 쇼달은 온라인 편집숍에 가깝다. 의류와 생활용품, 화장품부터 유아제품, 반려동물제품, 그리고 책과 그림까지 판매한다. 쇼달도 한미인터내셔널을 주 사무소로 등록해뒀다.

계좌번호는 오드리앤영과 같고, 예금주도 한미인터내셔널로 대표 역시 영미씨다.

한미인터내셔널서 주력으로 삼는 곳은 오드리앤영으로 추정된다. 한미인터내셔널 홈페이지 는 쇼달이 아닌 오드리앤영으로 등록돼있다.


매년 적자 보다가 이탈, 회복은 글쎄
서로 접점 없어…아들 따로, 딸 따로

최근 영미씨와 영아씨는 한미반도체 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이전에도 주식을 판 전력은 있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상당하다. 처분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우선 영미씨는 올해 1월부터 주식을 매도했다. 3차례에 걸쳐 8만주를 팔았다.

한동안 뜸하던 매각 소식은 5월에 전해졌다. 같은 달 영미씨는 9만5000주를 5회에 나눠 매각했다. 이번 달에는 4차례에 걸쳐 7만5000주를 정리했다. 모두 25만주였다.

기존 영미씨 보유 지분은 140만8123주였다. 지분율은 2.46%였다. 처분에 따라 지분은 115만8123주로 감소했다. 지분율은 2.24%로 줄었다.

영아씨도 비슷한 시기 처분에 나섰다. 지난 1월 8차례에 걸쳐 9만5000주를 소각했다. 5월에는 2회에 나눠 3만주를 매각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달 6차례에 17만주를 정리했다. 모두 29만5000주였다.
 

▲ 오드리앤영 로고

영아씨는 이전까지 138만6897주, 2.42%를 갖고 있었다. 매각 결과, 주식 수는 109만1897주로 줄었다. 지분율도 1.85%로 감소했다.

영미씨와 영아씨가 지분 정리에 나선 이유는 뭘까. 가능성은 사업자금이다. 영미씨와 영아씨는 주식 처분으로 상당한 자금을 취득했다. 영미씨는 18억원, 영아씨는 26억원을 벌었다.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사업에 나설 발판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사업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한미인터내셔널 사업 목적은 무척 다양하다. 여건만 개선된다면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을 수 있다. 앞서 확인된 사업 외에 인테리어 공사, 사업지원 서비스, 물류 운영 대행, 부동산 매매·임대·전대업 등이 있다.

수익 다각화 전략의 필요성도 설득력을 더한다. 한미인터내셔널은 기존 사업서 특별한 성과를 찾지 못한 상태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서 제외된 이듬해부터 매출은 10억원 안팎을 맴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정할 뿐이다. 오너 일가라 하더라도 주식 매매는 개인적인 일로 속사정을 알기는 어렵다.

주식 처분
갑자기 왜?

영미씨와 영아씨는 한미인터내셔널 외에 또 다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사명은 ‘에이치엠트레이딩’이다. 사업 목적은 한미인터내셔널과 겹친다. 지난 2013년 4월 설립됐고, 자본금은 2억원이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철저한 영미·영아씨 개인회사다. 한미인터내셔널 역시 이들의 개인회사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하지만 에이치엠트레이딩 등기임원은 영미씨와 영아씨뿐이다. 나머지 자매들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주주도 이들뿐이다. 영미씨와 영아씨에게 각각 60%, 40% 지분이 있다. 영미씨가 대표를, 영아씨가 부대표를 맡고 있다.

한미인터내셔널과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주소지가 동일한데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설립 이듬해부터 한미인터내셔널과 함께했다. 그 후로 한미인터내셔널이 사업장을 옮길 때마다 에이치엠트레이딩도 같은 날에 움직였다. 이들의 법인등기부등본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사실상 한미인터내셔널 자회사와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 거래처서 제품을 받아 한미인터내셔널을 통해 판매하는 구조였다. 한미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쇼달서 확인할 수 있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미국 친환경 생필품 기업 ‘세븐스제너레이션’의 한국 공식 유통업체다. 쇼달에서는 세븐스제너레이션 제품을 판매한다. 제조업자는 세븐스제너레이션, 제조판매업자는 에이치엠트레이딩으로 분류된다.

최근 실적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대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성적표는 찾아볼 수 있었다. 3년간 매출액은 11억원, 10억원, 1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년 적자가 발생했다. 영업손실은 8억원, 10억원, 3억원이었다. 순손실은 10억원, 12억원, 8억원으로 매해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에이치엠트레이딩과 한미인터내셔널이 사업적으로 동행하는 점을 미뤄봤을 때, 최근 실적은 예상해볼만하다. 2014∼2016년 에이치엠트레이딩 성적표는 한미인터내셔널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같은 기간 한미인터내셔널도 꾸준히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미인터내셔널 최근 실적은 아직 저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에이치엠트레이딩 역시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남매끼리 제 갈 길을 걷는 모양새다. 곽 부회장은 일찌감치 한미반도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영미씨, 영아씨는 한미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각자도생은 짙어지는 분위기다. 한미인터내셔널은 한때 한미반도체 계열사였지만 곧 분리됐다. 영미씨 등은 최근 한미반도체 지분을 대거 매각하기도 했다.

아들, 딸…
따로 따로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영미씨나 영아씨가 급작스럽게 한미반도체에 입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영미씨는 한미반도체 계열사 ‘한미네트웍스’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감사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경력은 없었다. 영아씨도 마찬가지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한미반도체 이사 재직이 마지막이었다. 곽동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미반도체 승계는 이미 끝났다. 별다른 분쟁 없이 ‘잘 돌아가는 회사’에 변수를 얹을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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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