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여행 ④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

백제시대로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야경 여행

▲ 야경이 빛나는 부여 궁남지와 포룡정

여름은 밤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여행지에서 하룻밤 머물면 그곳이 더 잘 보인다. 야경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백제의 세련미와 애잔함이 가득한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로 야경 여행을 떠나보자. 

부여 궁남지(사적 135호)는 백제 왕실의 별궁 연못이다. 지금은 지역민이 사랑하는 공원이 됐다. 아침저녁으로 산책하고 운동하는 주민들로 활기가 넘친다.

▲ 초여름 궁남지에 핀 수련

부여서동연꽃축제

지도에서 궁남지를 찾아보면 가운데 동그란 호수를 중심으로 상형문자처럼 작은 공간이 가득하다. 이는 크고 작게 나뉜 습지다. 궁남지에 들어서자 수많은 수련 꽃봉오리가 반긴다. 6월에 수련이 피고, 7월이면 백련과 홍련 등이 화려하게 장식한다. 해마다 7월에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리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 다리를 건너면 연못 가운데 작은 섬에 자리한 포룡정을 만난다.

습지를 지나면 둥그런 연못이 나온다. 연못 가운데 작은 섬에 포룡정이 자리한다. 작은 다리를 건너 섬 안으로 가다 보면 연못에서 잉어들이 다가온다. 먹이를 달라고 뻐금뻐금 재촉하는 모습이 귀엽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포룡정에 앉아 연못을 구경하는 맛이 평화롭다. 연못에서 분수가 하늘 높이 솟구친다.

▲ 드론으로 하늘에서 본 궁남지 전경

궁남지 물은 약 8km 떨어진 능산리 동쪽 산골짜기에서 끌어왔다고 한다. 무왕이 연못에서 뱃놀이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연못 축조 기술은 통일신라로 이어지고, 바다 건너 일본으로 전파된다. <니혼쇼키(日本書紀)>에 궁남지 조경 기술이 일본 조경의 원류가 됐다고 나온다.

▲ 화려한 야경이 아름다운 궁남지

습지를 산책하며 느긋하게 저물 무렵을 기다린다. 여행지에서 이처럼 여유롭게 보낸 적이 있던가. 바람이 곱슬머리 같은 버드나무 가지를 헝클어뜨린다. 시나브로 땅거미가 내려앉자 다시 포룡정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다리와 포룡정에 들어온 조명이 물에 비쳐 반짝반짝 빛난다. 빛과 어둠을 모두 끌어안은 연못이 더욱 신비롭다.

▲ 적막함과 엄숙함이 감도는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야경

부여 정림사지(사적 301호)로 이동한다. 정림사지 야간 관람 시간은 오후 6~ 10시다. 궁남지에서 걸어가면 10분 남짓, 차를 타면 5분 거리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인적이 뜸하고 엄숙한 정적이 흐른다.

▲ 보름달과 어우러진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우주와 소통하는 듯 신비롭다.

마당 한가운데 조명을 받은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9호)이 빛을 뿜는다. 단아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에서 도도한 기품이 느껴진다. 석탑은 멸망한 백제의 애절한 사연을 담고 140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았다. 무슨 깊은 사연이 있기에 무너지지 않고 그리 오랜 시간을 버텼을까.

가까이 다가서자 높이 8.8m 석탑은 생각보다 크고 높다. 석탑 아래서 하늘을 우러르자 허공에 뜬 보름달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석탑이 광활한 우주와 교감을 나누는 것처럼 신비롭다.

▲ 부재가 간결하고 정돈되어 완성미를 드러내는 정림사지 오층석탑

정림사지 오층석탑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과 함께 2기 남은 백제 시대 석탑이며, 백제 석탑의 완성된 형태로 평가된다. 미륵사지 석탑이 목탑에서 석탑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림사지 석탑은 부재가 간결하고 정돈돼 비로소 석탑의 완성미를 드러낸다.

▲ 정림사지박물관에 전시된 정림사지 복원 축소 모형

백제 시대 정림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정림사지박물관에 가면 정림사지 복원 축소 모형을 볼 수 있다. 정림사는 회랑이 담장처럼 직사각형으로 둘러쳐졌고, 중문과 오층석탑, 금당, 강당이 차례로 놓인 일탑식 가람 배치다. 중문과 탑 사이에 연못을 파고 다리를 통해 지나가게 한 점이 독특하다.

백제의 세련미·애잔함이 가득
사연 담긴 세월의 흐름 느껴져


지금은 작은 연못만 남았다. 강당 자리에 건물을 복원했고, 그 안에 부여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보물 108호)이 있다. 얼굴과 몸체가 비바람에 씻겨 형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지만, 고려 시대 석불의 푸근한 미소가 보기 좋다.

다음 날은 부여의 명소를 찾아보자. 서동요테마파크는 드라마 〈서동요〉 오픈세트장으로 2005년에 지었다. 이후에도 〈대풍수〉 〈태왕사신기〉 〈계백〉 〈조선 총잡이〉 등 여러 드라마를 촬영했다. 

▲ 복원한 강당 건물에 투박한 맛을 풍기는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 서동요수변둘레길에 자리한 구름다리

저잣거리 골목을 걸어 들어가면 2층 구조로 웅장하게 지은 백제 왕궁이 나온다. 여기서 무왕의 즉위식과 혼례식 장면 등을 촬영했다고 한다. 서동요테마파크는 덕용저수지를 끼고 있고, 서동요수변둘레길이 조성되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 무량사 극락전과 오층석탑

서동요테마파크에서 나와 부여의 대표 사찰인 무량사로 간다. 만수산이 너른 품을 벌려 안아주고, 그 안에 무량사가 깃들었다. 2층 불전으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극락전(보물 356호)과 고려 전기의 탑인 오층석탑(보물 185호)이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다.

극락전 위쪽에 자리한 영정각에는 김시습 초상이 걸렸다. 세상을 떠돌며 시를 남긴 매월당 김시습은 무량사에서 말년을 보내다 영면했다.

▲ 저물 무렵 부여 가림성의 사랑나무 실루엣

무량사

부여의 마지막 여행지는 사랑나무로 유명한 부여 가림성(성흥산성, 사적 4호)이 제격이다. 일출과 일몰 풍경이 뛰어나지만, 일몰 때가 더욱 좋다. 주차장에서 10분쯤 걸으면 사랑나무 앞에 닿는다. 시나브로 해가 저물자 사랑나무 앞에서 젊은 친구 여럿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어주고 함께 깔깔거리며 부여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부여 궁남지→부여 정림사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여 궁남지→부여 정림사지
둘째 날: 서동요테마파크→무량사→부여 가림성(성흥산성)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부여군 문화관광 http://tour.buyeo.go.kr
- 무량사 www.muryangsa.net

문의 전화
- 부여군청 문화관광과 041)830-2219
- 부여 궁남지 041)830-2330
- 부여 정림사지 041)832-2721
- 서동요테마파크 041)832-9913
- 무량사 041)836-5066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회(09:10~17:30) 운행, 2시간25분~2시간50분 소요.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서 궁남지까지 도보 약 12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부여시외버스터미널 1666-3597


자가운전
서천공주고속도로 부여 IC→내리교차로→부여교차로→부여 궁남지

숙박 정보
- 롯데리조트 부여: 규암면 백제문로, 041)939-1000, www.lotteresort.com
- 부여기와마을: 부여읍 월함로, 041)834-8253, www.xn--ok0bx3tt1coplbmal4c.kr 
- 부여정: 부여읍 월함로71번길, 010-9343-0134, www.instagram.com/buyeojung

식당 정보
- 솔내음(백련정식·연정식): 부여읍 나루터로, 041)836-0116
- 두루애 궁남지점(연잎밥정식):  부여읍 궁남로, 041)832-5388 
- 서동한우 본점(한우구이·서동탕): 부여읍 성왕로, 041)835-7585, www.seodong.kr 
- 장원막국수(메밀막국수): 부여읍 나루터로62번길, 041)835-6561

주변 볼거리
백제왕릉원, 백제문화단지, 신동엽문학관, 부소산 낙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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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