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이후 키워드는 ‘비’

7·10 대책으로 확연해진 비아파트 주거상품과 비규제 수익형 부동산으로 풍선효과가 확산될 전망이다. 주거용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다세대, 단독주택 등과 상가,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 섹션 오피스(소형 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이 그 대상이다.

7·10 대책 이후 주택시장 매물 감소와 전월세 가격 상승, 비 아파트 주거상품 등에 대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한 달 사이 강력한 아파트 규제안이 나오면서 오피스텔, 빌라,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 이러한 우려는 더욱 신빙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연립·다세대 매매가격 변동률은 0.06%로 전달(-0.05%)과 다르게 상승세로 돌아섰다. 오피스텔 매매가격 변동률도 0.03%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전달(-0.02%)보다 올랐다. 지난달은 정부가 아파트시장 규제를 담은 6·17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연립·다세대
매매 상승세

이 흐름은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으로 아파트 매수자들의 취득세, 보유세가 매우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2주택자가 주택구입시 8%, 3주택 이상과 법인은 12%의 취득세를 내야 하는데, 기존엔 1~3주택자의 경우 주택 가액에 따라 1~3%, 4주택 이상일 경우 4%의 취득세를 내면 됐다.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상품인 오피스텔은 비주거상품이라 규제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취득세는 4.6%로 기존과 같다. 그동안 오피스텔 취득세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번 대책으로 이 같은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출규제에서 자유로운 점도 또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달부터 1주택자도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매하면 전세자금대출을 갚아야 하지만 오피스텔이나 빌라는 해당하지 않는다. 전세를 살면서도 3억원이 넘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을 매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오피스텔은 규제지역에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70%다. 이러한 요인 등으로 오피스텔 수요가 늘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6·7월 정부가 아파트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연이어 내놓자 한동안 위축됐던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기대감이 돌고 있다. 아파트 투자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역대 최저 기준금리로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먼저 상가투자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과 투자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이다. 하지만 경기부침이 심하고 투자금액이 많이 들어 초보자가 쉽게 접근하기 힘든 상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상가 유형으로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있다. 최근 코로나19에도 대단지 아파트 등 주택 밀집지역 상가들은 오히려 매출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단지 내 상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근무자가 늘어나고 주52시간 근무제의 정착으로 집 근처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6·7월 강력 대책 풍선효과
비아파트·비규제 수익형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특성상 입주민 고정 수요를 바탕으로 단골 고객과 가족 단위 고객을 잘 유치하면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이러한 이유로 경기 부침에 따른 영향도 적은 편이다. 덕분에 임차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렇다 보니 임대인 입장에서는 공실 리스크와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강점이 있는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역세권 상가나 번화가, 대학가 주변 상가들이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도 단지 내 상가 인기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상가는 풍부한 유동인구를 자랑하지만, 이러한 수요가 직접적인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려워 임차인들의 선호도가 낮아졌고, 그 여파로 공실은 늘고 있다.


전매제한이 없고 부가가치세(VAT)가 환급이 되는 일반임대사업자로 등록이 되는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과 섹션 오피스(소형 오피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1억~2억대의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청약통장이 필요 없으며, 투자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수익성도 좋은 편이다. 생활숙박시설의 경우 숙박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숙박업을 할 수 없는 오피스텔에 비해 낫다. 섹션 오피스(소형 오피스)의 경우 업무에 불필요한 시설이 없기 때문에 분양가가 저렴하게 책정되며, 임대료도 합리적이라 임대가 유리하며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레지던스 또는 생활숙박시설로 불리는 수익형 상품도 초저금리 바람을 타고 수익형 부동산의 대세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운 데다 임대는 물론이고 숙박시설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 

아파트 못지않은 설계를 갖춘 생활숙박시설이 선보이면서 직접 거주를 목적으로 분양 받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활용 용도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입지에 따라 수익률 편차도 큰 만큼 꼼꼼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생활숙박시설은 아파트와 달리 상업시설에 지을 수 있는 데다 확보해야 하는 주차대수도 오피스텔의 절반 수준이어서 사업성이 높다. 개별등기가 가능하고 세입자 입장에선 전입신고도 할 수 있어 소유와 임대, 전대가 모두 가능하다.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플랫폼에 등록해 관광객에게 빌려주거나 위탁업체에게 맡겨 전문 숙박시설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건축법 적용을 받아 청약통장이 필요 없으며, 만 19세 이상이면 소득 제한, 주택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계약할 수 있다. 개별등기와 전입신고도 가능해 아파트처럼 거주할 수 있고 전매도 자유롭다.

안정적인 수익
투자가치 상승

특히 최근 선보이는 생활숙박시설은 세대별 평형 구성이나 수납시설, 커뮤니티 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고 주택이 아닌 숙박시설로 분류돼,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며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 V) 등의 대출규제도 적용 받지 않는다. 숙박시설로 활용할 경우에는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지만, 실제 거주하거나 전·월세로 임대해 전입신고가 이뤄진다면 주택 수에 포함되며 종부세 합산이나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틈새 공략
새 블루오션

임대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가능하다는 점도 미리 체크해야 한다. 숙박시설일 경우 사업소득에 따른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고,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섹션 오피스(소형 오피스) 역시 규제에서 자유로우며 업종 제한이 없고 적은 투자금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진입 장벽이 낮고, 수익률도 기존 수익형 부동산에 비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인 오피스가 한 층이 통째로 매각되는 데 반해, 섹션 오피스는 1개 층을 분할할 수 있는 모듈 구조로 설계해 원하는 크기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공간이 작다 보니 주로 1~2인의 벤처 창업이나 2~5인 규모의 스타트업종이나 기존의 오피스빌딩에 입주한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지원해주는 병원, 식당, 변호사·세무사·법무사 등의 시설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섹션 오피스는 기존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새로운 블루오션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 중소사업자들은 개별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각 오피스텔마다 화장실, 주방 등 업무에 불필요한 시설이 포함돼 면적의 손실 부분이 생겼다. 하지만 섹션 오피스의 경우 한 개 층을 다양하게 분할 해 각 공간의 면적을 100% 업무용으로 만들고 화장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의 편의시설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취득세, 보유세 등 높아진 장벽
다주택자 ‘똘똘한 한 채’ 집중

공간 효용성이 높고 운용비도 적게 들며 지식산업센터와 달리 별도의 인테리어 비용도 들지 않는다. 공간이 작기 때문에 자연스레 초기 투자비용도 적게 든다. 이에 다른 수익형 부동산과 달리 투자 진입 장벽이 낮고 임대도 수월한 편이다.

섹션 오피스는 1인기업의 증가세로 전망이 밝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1인 창조기업(1인 또는 5인 미만의 공동사업자)은 2015년 24만9774개, 2016년 26만1416개, 2017년 26만4337개로 늘어났다. 2017년 증가폭이 주춤했지만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 사업과 예산을 늘리는 등 창업을 촉진하면서 1인 창조기업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6·7월 강력한 아파트 규제로 다주택자들은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비 아파트 주거상품이나 규제가 덜한 입지 좋은 상가(중소형 빌딩 포함)나 관광지 생활숙박시설, 교통이 좋은 지역 섹션 오피스 등이 풍선효과를 톡톡히 누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서 분양 중인 비아파트·비규제 상품.
 


▲동대문 동원 베네스트 2차= ‘동대문 동원 베네스트 2차’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144-31번지 일원에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 5층~지상 16층, 1개 동 오피스텔 206실과 근린생활시설로 공급된다. 입주 시기는 2022년 3월 예정. A타입 71실 전용 32.58㎡, B타입 90실 31.66㎡, C타입 15실 전용 44.84㎡, D타입 15실 전용 51.43㎡, E타입 15실 전용 81.87㎡의 복층으로 조성된다.
 

▲종로5가역 하이뷰 더광장= JT K글로벌㈜이 시행하고 정우개발㈜이 시공하는 ‘종로5가역 하이뷰 the 광장’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대지면적 1387㎡, 연면적 1만1424㎡ 규모로 조성된다. 지하 2층~지상 16층의 주동에 오피스텔 294실(전용면적 18.97㎡), 상업시설 40실로 구성된다.  
 

▲창릉더하이브= 일산 3기신도시인 창릉신도시 개발의 최대 수혜지인 원흥지구 내에 ‘창릉 더하이브’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오피스텔 192실과 상업시설로 구성된 A타워, 오피스텔 234실과 상업시설로 구성된 B타워로 이뤄졌다. 

효용성 높고 
운용비 적게

 

▲양양 남설악 힐링타운 자연인= ㈜힐링파크 자연인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설악로 1700-51 일대에 생활숙박시설인 ‘남설악 힐링타운 자연인’을 분양 중이다. 9개동 총 77개 호실 중 2020년 8월 2개동 21개 호실의 완공을 예정하고 있다. 지상 2층 7개동, 지상 3층 2개동, 10평형 49실, 15평형 28실이다. 총 면적 10만여평에 단계별로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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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