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 1년 차 서른 과장님 파워

딸·사위는 들러리, 그래도 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신성통상서 의미심장한 지분 변동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올 초부터 그룹 핵심 계열사가 신성통상 주식을 연이어 매입하더니, 최근에는 회장이 직접 나서 다량의 주식을 팔았다. 회장이 내놓은 주식이 향한 곳은 장남 소유의 회사. 약관의 나이에 이미 후계자로 인정받았던 입사 1년 차 황태자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1968년 니트 의류 전문 수출업체로 출발한 신성통상은 SPA ‘탑텐’, 남성복 ‘올젠’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패션기업이다. 1972년 600만달러(약 73억원)의 수출실적을 올리는 등 제법 굵직한 연혁을 자랑했던 신성통상은 1973년 대우그룹에 편입되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닥치고, 대우그룹 공중분해를 겪으며 법정관리 신세로 전락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꼭대기 오른
초년병 아들

대기업 계열사서 법정관리 회사로 위상이 추락한 신성통상을 눈여겨본 이는 엄태순 현 신성통상 회장이다. 1983년 가방 제조업체 가나안상사(현 가나안)를 설립한 염 회장은 ’아이찜‘ 브랜드의 인기에 힘입어 2000년대 초반 가나안을 연 매출 1000억원대 회사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염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02년 신성통상을 인수하면서 패션업계에 파장을 불러왔다. 3년 넘게 법정관리 상태였던 신성통상이 새 출발을 알린 순간이었다. 당시 가나안컨소시엄은 신성통상을 품는 데 924억원을 쏟아부었다.

구원군을 등에 업은 신성통상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올젠, 지오지아의 꾸준한 매출을 토대로 2012년 탑텐의 시장 안착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2002년 6월 말 기준 3000억원을 밑돌던 신성통상의 매출은 지난해 6월 말 연결 기준 1조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계열 회사들의 매출 총합은 1조5000억원대에 육박한다.


당해 역시 무난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매년 6월 말이 결산일인 신성통상은 3분기 말(2020년 3월31일)까지 연결 기준 누적 매출 784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7292억원) 대비 7.6%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터진 3분기에도 전년 동기(2128억원)와 별반 차이 없는 212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최상단 선점한 회장님의 장남
아버지 증여 덕분에 탄탄대로

수익성 역시 매우 안정적이다. 3분기까지 집계된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327억원으로, 전년 동기(287억원) 대비 14.2%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3분기에 영업손실 67억5400만원을 기록한 가운데 거둔 성과다. 전년 동기에는 영업이익 67억6500만원을 달성한 바 있다.

성장을 거듭한 신성통상은 모기업 격인 가나안을 외형적으로 멀찌감치 따돌린 상태다. 지난해 8월 말 연결 기준 가나안의 매출은 3188억원으로 신성통상(2019년 6월 말 연결 기준)의 1/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총자산 역시 신성통상(6896억원)의 37.8% 수준인 2603억원에 그친다. 신성통상의 올해 3월 말 기준 총자산(8114억원)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 신성통상 본사

그렇다고 해서 그룹 내 가나안의 위상이 신성통상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나안은 예나 지금이나 신성통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로서 중요도가 남다르다. 향후 승계 과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룹 내에서 핵심 회사로 분류되는 곳은 신성통상(상장), 가나안(비상장), 에이션패션(비상장)이다. 에이션패션은 캐주얼 브랜드 ‘폴햄’을 전개하는 신성통상의 관계사다. 이들은 지배구조 상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오래전 끝맺음
싱거웠던 승계


올해 3월 말 기준 신성통상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8.6%(4113만4460주)를 나타낸 가나안이고, 염 회장(21.6%, 3103만9280주)과 에이션패션(17.6%, 2537만6900주)이 뒤를 잇는다. 특수관계인 지분율 총합은 67.8%(9755만640주)에 달한다.

가나안 지분구조의 꼭대기에는 염 회장이 아니라, 그의 아들인 염상원씨가 서 있다. 상원씨는 지난해 8월 말 기준 가나안 지분 82.4%(47만810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염 회장의 지분율은 10.0%(5만8000주)에 그친다. 나머지 7.6%(4만3900주)는 에이션패션의 몫이다.

이 같은 구조는 염 회장이 가나안 지분을 상원씨에게 증여한 데 따른 결과였다. 2008년까지만 해도 상원씨가 지닌 가나안 지분은 전무했다. 가나안 주주구성에 상원씨 이름이 등재된 건 2009년부터다. 당시 가나안은 주식 수를 38만주서 58만주로 늘렸는데, 이 과정서 염 회장은 상원씨에게 지분 대부분을 증여했다. 70%를 웃돌던 염 회장의 지분율은 증여 이후 10%로 변동이 생겼다.
 

▲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에이션패션이 가나안·신성통상과 상호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지만, 큰 맥락서 보면 가나안이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달리 말하면 상원씨를 중심으로 승계가 완성됐음을 뜻한다.

최근 신성통상에 대한 염 회장의 보유 주식이 감소하면서 상원씨를 중심에 둔 승계구도는 한층 명확해졌다. 지난달 12일 염 회장은 신성통상 200만주를 장외 매매로 가나안에 넘겼다. 이로써 가나안이 보유한 신성통상 지분율은 기존 28.6%서 30.0%로 증가했고, 자연스럽게 상원씨의 신성통상 지배력도 높아졌다.

밀어주고
받아먹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곳이 가나안이라면, 에이션패션은 오너 일가의 신성통상 지배력을 간접 지원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에이션패션의 최대주주는 지분 41.2%(32만9500주)를 보유한 염 회장이다. 가나안(36.0%, 28만8000주)은 2대주주, 신성통상(22.7%, 18만1500주)은 3대주주에 등재돼있다.

99.9%의 지분이 3곳에 몰린 구조이며, 신성통상과는 지분을 서로 주고받는 관계다.

눈여겨볼 점은 에이션패션이 올 초부터 신성통상 지분을 사들였다는 사실이다. 에이션패션의 지분 매입은 케이디파트너스가 보유한 신성통상 지분 800만주를 흡수했던 2015년 이래 5년 만이다.

에이션패션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난 2월20∼25일 사이에 240만주를 매입했다. 이후 2월27일부터 3월23일까지 100만주를 더 사들이며 신성통상 지분율을 기존 15.3%서 17.6%로 끌어올렸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으로 회사 주가가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게 저가 매수의 기회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신성통상에 대한 에이션패션의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염 회장과 가나안의 실질 소유주인 상원씨의 지배력은 간접적으로 높아진다. 올해 나타난 특수관계인의 신성통상 보유 지분 변동에는 염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병아리 털도 못 벗었는데…
곳곳에 포진한 오너 친인척


오너 일가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토대로 향후에도 오너 경영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염 회장을 필두로 한 오너 일가는 계열사 곳곳서 영향력을 표출하고 있다. 염 회장의 동생인 염권준 부회장을 비롯해 염 회장 슬하의 1남2녀와 사위까지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다.

염 부회장은 형을 도와 가방·신발 등을 제조하는 씨앤티스를 이끌던 인물이다. 씨앤티스는 1999년 아이찜으로 설립된 뒤 2001년 씨앤티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씨앤티스 대표이사이자 신성통상 임원을 역임했던 염 부회장은 그룹의 안살림을 직접 챙겼던 인물이다.
 

▲ 지오지아 매장 내부

염 회장의 두 딸과 사위들 역시 회사에 소속돼있다. 장녀 혜영씨는 물류 관련 부서 부장급 직책을 맡고 있다.

첫째 사위인 박희찬씨는 2011년 신성통상 입사 후 마케팅팀, 경영기획실을 거쳐, 탑텐 사업부문장을 지냈다. 현재는 에이션패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고, 에이션패션이 전개하는 폴햄의 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차녀 혜근씨는 탑텐 상품기획부 차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 사위는 지난해 11월 수출사업부 구매본부이사로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뒷배로
주요 직책 장악


경영 참여 시기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그룹 후계자 상원씨도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까지 대학생 신분이던 상원씨는 올해 1월부터 경영지원본부 과장으로 회사에 출근 중이다. 상원씨가 올해로 30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무살이 채 되지 않은 시점서 그룹 후계자로 인정받은 셈이다. 최근 특수관계인 지분 변동 역시 상원씨의 등장에 맞춰 지배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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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