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 공기업 사장 위장이혼·위장전입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7.20 13:29:34
  • 호수 1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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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갚으려고 이리 빼고 저리 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 공기업 사장의 전 부인 A씨가 채무 및 위장전입과 관련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확인됐다. A씨는 20년 지기였던 B씨와 금전적인 문제로 시작해 대여금 소송 및 사해 행위 관련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다. 소송 과정서 A씨는 위장전입 의혹까지 드러난 상황이다.
 

▲ 계획관리지역 ⓒ다음 지도

“남편이 공직자라 재산 관리를 우리 명의로 하지 못한다. 차명으로 해야 한다.” 그동안 A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했던 말이다. 

20년 지기서
원수지간으로

B씨는 A씨와 20년 지기였으며, 친목 도모 모임서도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이였다. 자녀들끼리도 같은 학교 동문일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금전문제가 불거지면서 법정 다툼까지 벌이게 됐다. 

2012년 6월11일 A씨는 5개월 앞둔 딸의 결혼 준비 명목으로 B씨에게 1억5000만원을 빌렸다. 그는 보름 뒤에도 딸의 첼로 연주회와 결혼 준비를 이유로 다시 남편에게 1000만원을 빌렸다. B씨는 A씨의 남편이 공기업 임원 출신이기 때문에 재무 안정성을 믿고 돈을 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전 남편 C씨는 1995년 대한주택공사에 입사 후 경남본부장, 기획조정실장, 사업·총무이사 등을 거쳐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6년 12월부터 충남개발공사 초대 사장으로 내정됐다. 충남개발공사가 공식적으로 설립한 2007년부터 근무를 시작해 2009년까지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부터는 대전도시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2014년까지 근무했다. 

실제로 C씨는 2011년 공기업 사장 재직 시절, 대전 5개 자치구 의회 의원과 공직유관단체장 중 가장 재산이 많았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시 공직자윤리위에 따르면 C씨는 21억8437만9000원을 신고해 대상자 중 최고 재산가였다.

남편 재력 믿고 1억5000만원 빌려줬는데…
“소송 지연 목적으로 주소지 계속 바꿔”

B씨는 A씨 집에도 찾아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한 B씨는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A씨가 1억5000만원에 대한 이자로 총 1203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약 5.3개월치에 해당하는데, 6개월치 이자로 정상하면 대여일로부터 6개월 이후인 2013년 1월12일부터 매월 1.5%의 비율로 계산해 약정이나 혹은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1000만원을 변제한 2014년 1월3일까지 총 1년6개월의 이자가 발생했는데 이자로 45만원만을 나에게 지급했으므로, 미지급 이자 225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이 사건의 돈은 자녀들을 위해 지출됐으므로, A씨와 A씨의 남편인 C씨가 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 법원 판결문

재판부는 “1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2013년 1월12일부터 2015년 5월22일까지 월 1.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와 나머지 225만원에 대해서는 2014년 4월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송 과정서 A씨에 대한 석연치 않은 부분도 드러났다. 소송 진행 속도가 지연되기도 했는데, A씨 주소가 수차례 바뀌었기 때문이다. 소송이 시작된 2014년 초부터 2014년 2월11일, 2014년 7월30일, 2014년 9월15일, 2015년 1월26일 등 4번의 전입신고가 이뤄졌다. 

대여 상환보다
소유권이전등기

B씨 측은 “소송지연의 목적으로 주소지를 계속 바꿨다. 소송 과정 중 서류를 받아야 하는데 서류를 받지 않으면 ‘폐문부재’의 이유로 소송 지연이 된다. 단기간에 저렇게 주소를 바꾸는 건 소송을 계속 미루기 위하려고 한 거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A씨의 전입신고 주소지를 확인한 결과 서울시 동작구, 경기도 성남, 용인 등 수도권에만 머물다가 대여금반환청구소송 관련 재판에 패소하자 변론 종결일인 4월10일, 충남 ○○시 ○○읍 ○○○로 ○○○로 바꿨다. 

A씨의 위장전입 건과 관련해서도 B씨 측과 법정 공방이 현재진행형이다. 위장전입 건 관련, 주민등록법 37조 위반과 임대차허위계약서 작성, 사문서 위조죄 등 3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주민등록법 위반과 관련해 구약식처분 300만원이 나왔지만, A씨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으로 끌고 갔다. 사문서위조죄는 B씨가 재정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B씨 측은 “충남뿐 아니라 서울서도 여러 번 위장전입을 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재산 중에 유일한 땅이 하나 있었다. B씨 측에 의하면 A씨가 이 땅을 계속 사수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소유했던  충남 ○○시 ○○면 ○○리 ○○○-○는 2003년 관리지역으로 선정된 후 2009년 2월17일 계획관리 지역으로 세분화돼 투자가치가 높아진 곳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이 계획관리 지역으로 선정되고 약 6개월 후인 2009년 8월21일, A씨는 이 땅을 매매 예약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1억원에 매입했다. A씨가 매매 예약 당시 C씨는 충남개발공사 사장이었으며, 매매가 이뤄졌을 때는 대전도시공사 사장이었다. 

위자료 0원
결별 맞아?

계획관리지역 선정 과정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는 “용도지역과 관련해서는 충청남도 결정사항이다. 해당지역을 토지적성평가를 받고 적성평가별로 충청남도에 결정 요청을 한 다음 관련 부서가 협의한다. 이후 충청남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까지 통과 후 결정된 상황이다. 용도지역 변경에 관해서는 충청남도 도지사한테 요청을 해서 심의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계획관리지역은 용도지역상 토지에 맞게 건축할 수 있고, 비도시지역 중에서는 계획관리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후 C씨는 2015년 8월28일 A씨와 이혼청구 사건을 제기한다. 이를 두고 B씨 측은 “재산이 많은 C씨가 이혼하는데 위자료 0원으로 합의이혼한 것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B씨는 사해행위 취소 관련해 “C씨가 시가 14억원 상당의 서울 ○○구 ○○로 ○○동 ○○호에 대한 재산분할청권을 포기했으므로, 위 화해에 포함된 재산분할에 관한 약정은 사해행위로 취소돼야 한다. C씨는 가액배상으로 위 아파트에 관한 적정 재산분할비율 50% 상당액보다 적은 금액인 C씨의 채권액 3억3345만892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도 자신의 재산을 증여하거나 팔아버림으로써 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돈을 갚기 싫어서 재산을 팔아버리는 것이다.

계획관리지 알고? 모르고?
선정 6개월 후 매매 예약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앞서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임으로써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A씨가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아직 협의 또는 심판을 거치지 않은 상태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와 같은 포기는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C씨에 대한 사해행위 취소와 이를 전제로 한 원상회복 청구는 더 이상 살피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는 2014년부터 법정 공방이 불거지자 1억원에 구입한 계획관리지역의 토지를 5월8일 D씨에게 해당 지역의 땅을 1억원에 매매했다. 

B씨 측에 의하면 “D씨는 A씨와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아무래도 남편이 공기업 사장이다 보니 관련이 있는 사람 아니겠느냐”라고 추측했다. 
 

이를 두고 B씨는 D씨에게도 사해행위 취소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 1억원에 매입한 땅을 3년 5개월이 지나고도 똑같은 가격에 D씨에게 매도했다는 점이다. 매매계약 당시 부동산의 시가는 1억8979억2000만원 정도로 판단됐다. 

법원의 감정평가사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계약금은 전체 대금의 절반에 가까울 뿐 아니라 그에 해당하는 돈이 매도인이 아닌 가등권자에게 직접 지급됐다. A씨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대금이 완납되지 않은 상태서 2014년 5월20일 D씨에게 부동산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판단했다.

이어 “D씨는 같은 해 7월11일 A씨의 딸에게 이 사건 매매대금의 잔금과 대여금을 포함해 3300만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하나, 그때는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지 약 2개월이 지난 후였고, 이 사건 매매계약서 정한 특약 등 대금 지급의 조건이나 기한과도 맞지 않으므로 반드시 3300만원에 이 사건 매매계약 잔금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이 통상의 거래관계에 기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혼한 사이
나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A씨에게 수차례 문자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C씨와 연락이 닿아 위장이혼 관련해 문의를 했지만 “이혼한 사람이라 나와는 상관없다”며 통화를 마쳤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획관리지역이란?

2003년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개정에 의해 과거 비도시지역의 준농림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구분하고, 이를 계획관리, 생산관리, 보전관리로 세분화한 데서 유래했다.

결국 관리지역은 도시지역의 인구와 산업을 수용하기 위하여 도시지역에 준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거나, 농림업의 진흥, 자연환경 또는 산림의 보전을 위해 농림지역 또는 자연환경보전지역에 준해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의미한다.

계획관리지역은 도시지역으로의 편입이 예상되는 지역 또는 자연환경을 고려해 제한적인 이용·개발을 하려는 지역으로서, 계획적·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의미한다.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땅이라 하더라도 주변에 3만㎡ 이상의 기존 개발지가 있으면 연접개발 제한에 걸려 추가적인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계획관리지역으로 둘러싸인 1만㎡ 미만의 농림지역은 향후 계획관리지역 편입이 예상되므로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

계획관리지역에서의 아파트 건축은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 현행법상 계획관리지역에서는 제2종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 최대 용적률 150% 이내에서 아파트 건축은 가능하다.

더구나 정부는 민간택지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계획관리지역 내 용적률 제한을 최대 200%로 완화하는 인센티브제를 시행할 예정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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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