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기다리는 선수들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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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7.20 10:19:17
  • 호수 1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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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기생충, 싸이…스포츠도 한류

▲ 유은희 선수

 

[JSA뉴스] IOC는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주어진 1년의 기간 동안 참가 선수들은 어떻게 자신들을 관리해야 하는지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주인공은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다.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로 올림픽 10회 연속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운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2004년의 영웅들이 걸었던 길에서 용기를 얻고 있다.

BTS는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그리고 K-Pop 제왕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30개국서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정작 본국서 
인정 못 받아

이렇게 ‘문화 한류’는 글로벌 무대서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K-스포츠 한류’ 역시 스포츠계서 빛을 발하고 있다. EPL 토트넘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 김연아의 뒤를 이어 피겨 스케이팅 정상을 노리는 유영, 메이저 리그서 활약하는 최지만, 추신수, 류현진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보다 먼저 세계 무대서 성공의 역사를 써온 원조 K-스포츠 한류가 있다. 바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다.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서 한국이 최고의 성적을 거둔 종목이다. 그러나 1988 서울 올림픽과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여자 핸드볼은 정작 본국서 성적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해왔다.


그러다 한국 여자 핸드볼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을 통해서였다. 영화를 통해 한국 여자 핸드볼이 이뤄낸 수많은 영광의 순간 중 최소 한 장면만은 모두에게 알려질 수 있었다.

이미 글로벌 무대서 관심 독차지
단체 구기 대한민국 최고의 성적

2004년 올림픽 레전드 오성옥이 이끄는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금메달전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덴마크와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노장들로 구성된 대표팀의 이 영웅적인 활약 이야기가 바로 <우생순>으로 흥행에도 성공한다.

이 영화는 한국서 디즈니의 <마법에 걸린 사랑(Enchanted)> 및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카터가 주연한 팀 버튼의 <스위니 토드>, ‘고질라가 블레어 위치를 만났다’는 카피를 내세운 <클로버필드> 등의 영화를 누르고 3주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영화는 핸드볼이라는 스포츠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과 동시에 여성의 역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비판하는 메시지도 담아냈다. 특히 기혼의 중년 여성, ‘아줌마’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그랬다.

올림픽 무대서 세계 최고들과 경쟁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평가받던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도전 이야기는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고, 핸드볼이라는 종목도 한국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일부 해외 언론에선 이를 두고 ‘한국판 위기의 주부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제, 2021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 핸드볼의 신세대 스타들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달성해냈다. 이것은 지금까지 다른 그 어떤 핸드볼 팀, 남녀를 통틀어도 이뤄내지 못했던 업적이다.


한국 대표팀의 스타 라이트백 유은희는 ‘올림픽 채널’과의 인터뷰서 “메달을 따내고 싶다. 런던이나 리우에서는 메달이 없었으니까”라고 각오를 밝혔다.

“또 메달을 
따고 싶다”

유은희가 핸드볼서 이루고 싶은 두 가지 꿈은 유럽 진출과 올림픽 메달이다. 그중 절반은 이미 현실이 됐다. 그는 현재 프랑스의 핸드볼 팀, 파리 92서 ‘더 퀸’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뛰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서는 2012 런던올림픽서 스페인과의 연장 승부 끝에 아깝게 동메달을 놓쳤던 대표팀의 일원이었다.

따라서 나머지 절반의 꿈을 도쿄서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국의 유은희, 유럽서 돌풍을 일으키다’라는 제목의 기사서, 29세의 유은희는 국제핸드볼연맹(IHF)에 올림픽에 대한 꿈을 이야기했다.

“중학생 때 2004 아테네 올림픽을 봤고, 한국 선수들과 대표팀이 뛰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선배들의 활약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한국은 2019 세계선수권에서 꿈과는 조금 먼 11위를 기록했지만, 유은희는 대회 우승국 네덜란드의 최다 득점자이자 대회 득점 1위 로이스 아빙의 71점 다음으로 많은 69득점을 올렸다.

유은희는 이 대회에 대해 “많은 선수들이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서 괜찮은 대회를 치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에는 계속해서 재능 있는 선수들이 합류하고 있다. 유은희는 이 중에서도 2018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MVP 송혜수와 24세의 강은희를 지켜봐야 할 선수로 지목했다.

송혜수는 주니어 U-20 대표팀서 활약하며 스타플레이어 엘레나 미하일리첸코가 이끄는 러시아 대표팀을 상대로 동메달 획득을 도왔던 선수다. 주니어 세계선수권 당시 강재원 감독은 핸드볼 월드 뉴스와의 인터뷰서 “현 세대는 대표팀 미래에 큰 기대를 걸게 해준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덜란드가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19 세계 선수권서 11위에 머물렀지만, 이것만으로 한국 여자 핸드볼이 국제무대서 밀려났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올림픽 무대서 언제나 최상의 경기를 보여준 팀이며,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은 아무나 그냥 이룰 수 있는 업적이 아니다. 1984 로스앤젤레스부터 2012 런던까지 모든 올림픽서,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항상 메달전까지 올라갔다.
 

▲ 2014 난징 하계 유스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 경기서 러시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팀

그리고 금메달 두 개, 은메달 세 개, 동메달 한 개를 따냈고, 4위에는 네 번 올라가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국은 올림픽 양궁과 국기인 태권도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여자 핸드볼 역시 세계 정상급 성적을 내왔고,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서 한국 대표팀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종목이다.

여자 핸드볼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열린 11번의 올림픽 중 8번서 한국 여자 대표팀은 메달전까지 올라갔다. 1984 LA(은메달), 1988 서울(금메달), 1992 바르셀로나(금메달), 1996 애틀랜타(은메달), 2000 시드니(4위), 2004 아테네(은메달), 2008 베이징(동메달), 2012 런던(4위).

유은희는 올림픽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2012 런던올림픽 8강서 러시아를 꺾은 경기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2016 리우올림픽은 10위라는 실망스런 결과를 얻었지만,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도쿄서 다시 한 번 황금빛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국제무대서의 많은 성공들에도 불구하고 유은희는 핸드볼이 아직도 한국 내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의 핸드볼 리그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축구, 농구, 야구에는 못 미치는 인기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동료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내에서 핸드볼의 인기를 어떻게 올릴지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이렇다.


“한국에서는 핸드볼을 보통 9∼10살 때부터 시작한다. 더 어릴 때부터 공과 가까이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 어릴 때부터 핸드볼을 접하게 만들까?

어릴 때부터 
공과 가까이

“핸드볼만의 매력이 있다. 실제로 보면 그 속도와 투지를 느낄 수 있다. 경기장서 한 번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도 꾸준히 국제무대에 등장하고 실력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한국의 핸드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게 분명하다.

한국의 핸드볼 선수들과 감독들은 그들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신장의 불리함을 속도와 기술, 속공, 중거리서의 정확한 슛 능력, 그리고 수비 조직력을 통해 극복해냈다.

키 162cm의 레프트백 송혜수의 바운스 슛 같은 획기적인 기술들도 ‘코리안 스타일’에 속한다. 바운스 슛은 터득하기 매우 힘든 기술 중 하나로, 정중앙으로 공격해 들어가서 수비가 두터운 센터 포지션서 공을 던지고, 공은 골키퍼 바로 앞에서 바운드되고, 스핀된다. 이를 통해 상대를 속이는 기술이다.
 

▲ ▲▲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스틸컷

2018년 슬로바키아서 열린 U-18 월드컵서 송혜수는 이 기술만으로 한 경기에 4골을 넣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게 바운스 슛은 그저 여러 기술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는 대회 당시 핸드볼 월드 뉴스와 인터뷰서 “우리 팀에서는 특별한 기술도 아니다. 나는 그냥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키가 크지 않기 때문에, 골을 넣을 다른 방법들을 찾아내야만 한다.”

‘코리안 스타일’ 플레이를 통해 지금까지 4명의 한국 선수들이 국제핸드볼연맹(IHF) 세계 핸드볼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여자부에선 김현미(1989)와 임오경(1996)이, 남자부에서는 강재원(1989)과 윤경신(2001)이 각각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10회 연속 본선 진출 달성
세계가 놀란 ‘아줌마 신화’

한국 핸드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올림픽 5회 출전에 빛나는 오성옥 선수다. 한국 여자 선수로서는 최초로 올림픽 5회 출전을 기록한 오성옥은 1992 바르셀로나 금메달, 1996 애틀랜타와 2004 아테네 은메달, 그리고 2008 베이징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의 선구자 격인 오성옥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오스트리아의 히포팀서 뛰며 유럽 진출도 이뤄냈다.

유은희는 거의 10년 만에 그 뒤를 이어 유럽에 진출한 선수로 2019-20 시즌에 프랑스 리그의 파리 92에 입단했다. 유은희는 서울 슈가글라이더스 소속으로 2018/19 핸드볼 코리아 리그 MVP를 차지한 뒤 프랑스로 향했지만, 새 구단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유럽의 경기는 한국과 비교해 더 거칠고 빠르다. 프랑스에서는 훈련도 실제 경기를 하는 것 같이 진행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리그 적응을 마친 유은희는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시작한다. 바로 골을 많이 넣는 일이다. 인생의 골도 확실히 세워져 있다.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부상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올림픽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파리 92와 챔피언스 리그에 도전하고 싶다.”

“선배들이 이룬
역사 이어간다”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1년 연기된 현재, 유은희는 부산으로 돌아와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궁극의 무대서 선배들이 이뤄온 역사를 이어가겠다는 목표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도쿄가 K-스포츠의 다음 장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여자 핸드볼의 새로운 세대들은 그들만의 유산을 남기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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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