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미투’로 총공세 나선 통합당

‘장례는 끝났다’ 여 잡고 ‘청’까지 조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정치권 전반은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Me Too)정국’으로 전환됐다. 미래통합당은 청문회와 상임위 차원의 공격은 물론, 당의 TF(태스크포스)를 검토하며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 기자회견 갖는 김재련 변호사 ⓒ문병희 기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파상공세에 나섰다. 통합당은 서울시가 이를 알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루트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진상규명 총력
“끝까지 간다”

통합당은 검찰이 나서서 사건수사를 지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밝히기 위해 검찰이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서 “서울시청 내부자들로부터 우리 당에 들어온 제보에 의하면 서울시장 비서실 차원의 성추행 방조 및 무마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비서실 내에서나 유관 부서서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는 인권침해가 동시에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지난 4년간 서울시장 비서실을 거쳐간 이들, (서울시) 젠더특보 이런 분들 역시 직무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수사 과정서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사건은 피의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수사가 종결될 예정이다. 이에 대응해 통합당 양금희 의원을 포함한 여성가족위 소속 의원들은 ‘박원순 피해자 보호법’을 발의했다. 이번 사건처럼 성범죄 관련 피고소인이 사망하더라도, 수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 의원은 “피고소인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절대 그래서도 안 된다”며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는 피해자의 절규에 귀 기울여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의 인권과 안전, 그리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법 시행 이전 고소된 피고소인 또는 피의자 사망의 경우에도 적용하도록 부칙을 둬, 박 전 시장 사건에도 소급적용할 수 있다.

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고소인을 칭하는 단어를 두고도 설전을 이어나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5일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에게 사과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의 고통을 정쟁 여론몰이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의혹투성인데…‘공소권 없음’ 수사 종결
상임위 차원 청문 추진…국조·특검 거론

피해자 중심주의를 지켜온 민주당이 ‘피해자’라는 명칭이 아닌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피해 호소 주장이 있다면 피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관례와도 사뭇 결이 다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피해자의 입장을 일방적인 주장으로 매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 과정서 피해자라 칭하지 않고 피해 호소인이라고 해서 또 다시 2차 가해적인 행동이 나온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피해 호소인을 피해자로 호칭을 통일하기로 했다. 이는 여가부가 ‘고소인을 법상 피해자로 본다’는 의견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허윤정 대변인은 지난 17일 ‘피해자로 호칭을 정했느냐’는 기자의 문에 “오늘 최고위원회의서 그렇게 논의됐다”고 답했다.
 

▲ 기자회견 갖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들이 정치권의 정쟁거리로 불거지면서, 야권의 행보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박 전 시장 실종신고 접수 소식이 전해졌던 9일 저녁 소속 의원들 모두에게 문자메시지로 ‘여러모로 엄중한 시국이다. 언행에 유념해주시길 각별히 부탁드린다’며 말조심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 통합당 의원들의 도 넘은 언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논란에 불을 붙인 첫 인물은 통합당 배현진 의원이다. 배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배 의원은 지난 1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많은 분이 찾던 박주신씨가 귀국했다. 장례 뒤 미뤄둔 숙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당당하게 재검받고 2심 재판 출석해 오랫동안 부친을 괴롭혔던 의혹을 깨끗하게 결론 내달라”고 적었다.

하지만 배 의원이 제기한 ‘2심’은 박씨를 당사자로 하는 2심 재판이 아닌,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재판이다. 박씨의 병역법 위반 혐의는 이미 지난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례적 민주당
미온적 여가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배 의원을 겨냥해 “주신씨 병역 비리 의혹은 이미 깨끗이 끝난 사안”이라며 “도대체 머리에 우동을 넣고 다니나. 야당이라고 하나 있는 게 똥볼이나 차고 앉았으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서도 상중인 유족을 건드리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통합당 박성중 의원이 키운 음모론은 논란을 더 가중시켰다. 박 의원은 성추행 의혹에 대한 특검을 요청하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주검 발견과 관련해 10일 새벽 12시1분에 발견됐다고 언론이 썼는데, 그 앞에 9일 저녁 6시48분에 (발견지인) 숙정문이 아닌 와룡공원 근처서 발견됐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저녁 8시31분에 서울대병원에 벌써 안치했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여당과 서울시, 경찰이 합동해서 움직인 냄새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박 전 시장의 실종으로 경찰의 수색 작업이 한창인 시점에 정가서 출처 없이 돌았던 ‘지라시’였다.

논란에 정점을 찍은 인물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위해 이 사건 과정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며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는 소문도 무성하고 심지어 ‘채홍사’ 역할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채홍사란  조선 연산군 때 미녀와 좋은 말을 구하기 위해 지방에 파견한 관리를 뜻한다.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가 시장 비서직에 스스로 지원한 바 없다는 점이 밝혀지자, 서울시 비서실이 채홍사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사실상 피해 여성을 향한 2차 가해인  셈이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채홍사를 운운하는 것은 홍 의원 본인이 말한 고인에 대한 추모도, 피해자에 대한 위로도 되지 못하는 ‘저질 음모론’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서울시

통합당은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발을 뗐다.

이 대표는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주시기 바란다”며 “피해자 입장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으로서는 고인의 부재로 인해서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했다.

지난 15일 서울시는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식적
음모론까지

하지만 성추행 피해 직원의 여러 차례 도움 요청에도 서울시가 묵살 및 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일각에선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강제 수사가 가능한 검찰이나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상조사를 맡기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진정이 접수돼 정식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기관과 달리 인권위는 피진정인(박 전 시장)이 사망한 경우에도 진정을 각하하지 않는다. 다만 인권위 조사는 강제성이 없어, 조사 결과가 나와도 ‘권고’ 수준의 대응만 가능하다. 실체적 진실을 온전히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은 서울시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냈다.

주 원내대표는 “서울시의 자체 조사는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다. 서울시 수장이 성추행으로 자살을 했고, 시장 중심의 정무라인과 비서실이 은폐·방조했다는 제보가 있는 상황서 서울시가 조사하는 건 적절치 않다. 오히려 조사 대상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신임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여성청소년과장, 서울시청 파견 정보과 협력관, 서울시 측 정무부시장과 여성권익담당관, 인권담당관, 비서실장, 젠더특보 등 11인에 대한 추가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관련 규정을 위반해 청와대와 서울시 측에 수사 사실을 알렸는지, 서울시 내부서 어떤 경로로 이에 대한 대책회의를 갖게 된 것인지 등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추가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박완수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위해 추가증인 채택을 요청했지만, 민주당 측은 이미 경찰청장 청문회 증인·참고인 신청이 이뤄진 만큼 추가 채택이 어렵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비판했다.

이명수 의원은 “민주당의 거부를 납득할 수 없다”며 “이후 행안위 업무보고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쟁으로 번져 ‘어디까지?’
‘파상공세’ 지나치단 지적도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 차원의 청문회 개최도 예정돼있다. 통합당 관계자에 따르면 여가위서도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을 청문회에 소환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서 여가위 개의 요구에 대해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가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서 “당 차원서 청문회를 요청했고,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며 “국정조사도 가능하다면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관련 상임위를 통해 관련자 청문회로도 진상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진상조사위원회’(가칭)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과거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시장 사건 당시 만들어졌던 ‘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이 활동 중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민적인 관심이 지대한 만큼, TF를 따로 꾸려 집중적으로 이 사건만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통합당은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으로 결국 청와대와 정부를 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대응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을 중심으로 꾸려진 청년문제 연구조직 ‘요즘것들연구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구소는 ‘여성가족부, 친문 여성은 보호하고 비문 여성은 방치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여가부 차원의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여가부가 친문 여성은 보호하고 비문 여성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가부는 친문 여성들만의 부처가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한 부처여야 한다. 더는 침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TF팀 구성
유력 검토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소속 지자체장들의 잇따른 추문에도 민주당의 태도는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 여성가족부는 침묵에 침묵을 거듭하고 있다.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당신의 딸, 누이라면 그렇게 방관할 수 있겠나. 통합당은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