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미투’로 총공세 나선 통합당

‘장례는 끝났다’ 여 잡고 ‘청’까지 조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정치권 전반은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Me Too)정국’으로 전환됐다. 미래통합당은 청문회와 상임위 차원의 공격은 물론, 당의 TF(태스크포스)를 검토하며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 기자회견 갖는 김재련 변호사 ⓒ문병희 기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파상공세에 나섰다. 통합당은 서울시가 이를 알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루트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진상규명 총력
“끝까지 간다”

통합당은 검찰이 나서서 사건수사를 지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밝히기 위해 검찰이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서 “서울시청 내부자들로부터 우리 당에 들어온 제보에 의하면 서울시장 비서실 차원의 성추행 방조 및 무마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비서실 내에서나 유관 부서서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는 인권침해가 동시에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지난 4년간 서울시장 비서실을 거쳐간 이들, (서울시) 젠더특보 이런 분들 역시 직무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수사 과정서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사건은 피의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수사가 종결될 예정이다. 이에 대응해 통합당 양금희 의원을 포함한 여성가족위 소속 의원들은 ‘박원순 피해자 보호법’을 발의했다. 이번 사건처럼 성범죄 관련 피고소인이 사망하더라도, 수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 의원은 “피고소인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절대 그래서도 안 된다”며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는 피해자의 절규에 귀 기울여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의 인권과 안전, 그리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법 시행 이전 고소된 피고소인 또는 피의자 사망의 경우에도 적용하도록 부칙을 둬, 박 전 시장 사건에도 소급적용할 수 있다.

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고소인을 칭하는 단어를 두고도 설전을 이어나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5일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에게 사과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의 고통을 정쟁 여론몰이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의혹투성인데…‘공소권 없음’ 수사 종결
상임위 차원 청문 추진…국조·특검 거론

피해자 중심주의를 지켜온 민주당이 ‘피해자’라는 명칭이 아닌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피해 호소 주장이 있다면 피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관례와도 사뭇 결이 다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피해자의 입장을 일방적인 주장으로 매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 과정서 피해자라 칭하지 않고 피해 호소인이라고 해서 또 다시 2차 가해적인 행동이 나온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피해 호소인을 피해자로 호칭을 통일하기로 했다. 이는 여가부가 ‘고소인을 법상 피해자로 본다’는 의견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허윤정 대변인은 지난 17일 ‘피해자로 호칭을 정했느냐’는 기자의 문에 “오늘 최고위원회의서 그렇게 논의됐다”고 답했다.
 

▲ 기자회견 갖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들이 정치권의 정쟁거리로 불거지면서, 야권의 행보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박 전 시장 실종신고 접수 소식이 전해졌던 9일 저녁 소속 의원들 모두에게 문자메시지로 ‘여러모로 엄중한 시국이다. 언행에 유념해주시길 각별히 부탁드린다’며 말조심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 통합당 의원들의 도 넘은 언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논란에 불을 붙인 첫 인물은 통합당 배현진 의원이다. 배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배 의원은 지난 1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많은 분이 찾던 박주신씨가 귀국했다. 장례 뒤 미뤄둔 숙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당당하게 재검받고 2심 재판 출석해 오랫동안 부친을 괴롭혔던 의혹을 깨끗하게 결론 내달라”고 적었다.

하지만 배 의원이 제기한 ‘2심’은 박씨를 당사자로 하는 2심 재판이 아닌,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재판이다. 박씨의 병역법 위반 혐의는 이미 지난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례적 민주당
미온적 여가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배 의원을 겨냥해 “주신씨 병역 비리 의혹은 이미 깨끗이 끝난 사안”이라며 “도대체 머리에 우동을 넣고 다니나. 야당이라고 하나 있는 게 똥볼이나 차고 앉았으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서도 상중인 유족을 건드리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통합당 박성중 의원이 키운 음모론은 논란을 더 가중시켰다. 박 의원은 성추행 의혹에 대한 특검을 요청하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주검 발견과 관련해 10일 새벽 12시1분에 발견됐다고 언론이 썼는데, 그 앞에 9일 저녁 6시48분에 (발견지인) 숙정문이 아닌 와룡공원 근처서 발견됐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저녁 8시31분에 서울대병원에 벌써 안치했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여당과 서울시, 경찰이 합동해서 움직인 냄새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박 전 시장의 실종으로 경찰의 수색 작업이 한창인 시점에 정가서 출처 없이 돌았던 ‘지라시’였다.

논란에 정점을 찍은 인물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위해 이 사건 과정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며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는 소문도 무성하고 심지어 ‘채홍사’ 역할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채홍사란  조선 연산군 때 미녀와 좋은 말을 구하기 위해 지방에 파견한 관리를 뜻한다.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가 시장 비서직에 스스로 지원한 바 없다는 점이 밝혀지자, 서울시 비서실이 채홍사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사실상 피해 여성을 향한 2차 가해인  셈이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채홍사를 운운하는 것은 홍 의원 본인이 말한 고인에 대한 추모도, 피해자에 대한 위로도 되지 못하는 ‘저질 음모론’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서울시

통합당은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발을 뗐다.

이 대표는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주시기 바란다”며 “피해자 입장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으로서는 고인의 부재로 인해서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했다.

지난 15일 서울시는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식적
음모론까지


하지만 성추행 피해 직원의 여러 차례 도움 요청에도 서울시가 묵살 및 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일각에선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강제 수사가 가능한 검찰이나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상조사를 맡기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진정이 접수돼 정식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기관과 달리 인권위는 피진정인(박 전 시장)이 사망한 경우에도 진정을 각하하지 않는다. 다만 인권위 조사는 강제성이 없어, 조사 결과가 나와도 ‘권고’ 수준의 대응만 가능하다. 실체적 진실을 온전히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은 서울시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냈다.

주 원내대표는 “서울시의 자체 조사는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다. 서울시 수장이 성추행으로 자살을 했고, 시장 중심의 정무라인과 비서실이 은폐·방조했다는 제보가 있는 상황서 서울시가 조사하는 건 적절치 않다. 오히려 조사 대상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신임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여성청소년과장, 서울시청 파견 정보과 협력관, 서울시 측 정무부시장과 여성권익담당관, 인권담당관, 비서실장, 젠더특보 등 11인에 대한 추가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관련 규정을 위반해 청와대와 서울시 측에 수사 사실을 알렸는지, 서울시 내부서 어떤 경로로 이에 대한 대책회의를 갖게 된 것인지 등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추가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박완수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위해 추가증인 채택을 요청했지만, 민주당 측은 이미 경찰청장 청문회 증인·참고인 신청이 이뤄진 만큼 추가 채택이 어렵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비판했다.

이명수 의원은 “민주당의 거부를 납득할 수 없다”며 “이후 행안위 업무보고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쟁으로 번져 ‘어디까지?’
‘파상공세’ 지나치단 지적도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 차원의 청문회 개최도 예정돼있다. 통합당 관계자에 따르면 여가위서도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을 청문회에 소환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서 여가위 개의 요구에 대해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가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서 “당 차원서 청문회를 요청했고,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며 “국정조사도 가능하다면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관련 상임위를 통해 관련자 청문회로도 진상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진상조사위원회’(가칭)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과거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시장 사건 당시 만들어졌던 ‘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이 활동 중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민적인 관심이 지대한 만큼, TF를 따로 꾸려 집중적으로 이 사건만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통합당은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으로 결국 청와대와 정부를 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대응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을 중심으로 꾸려진 청년문제 연구조직 ‘요즘것들연구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구소는 ‘여성가족부, 친문 여성은 보호하고 비문 여성은 방치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여가부 차원의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여가부가 친문 여성은 보호하고 비문 여성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가부는 친문 여성들만의 부처가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한 부처여야 한다. 더는 침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TF팀 구성
유력 검토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소속 지자체장들의 잇따른 추문에도 민주당의 태도는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 여성가족부는 침묵에 침묵을 거듭하고 있다.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당신의 딸, 누이라면 그렇게 방관할 수 있겠나. 통합당은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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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