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미투’로 총공세 나선 통합당

‘장례는 끝났다’ 여 잡고 ‘청’까지 조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정치권 전반은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Me Too)정국’으로 전환됐다. 미래통합당은 청문회와 상임위 차원의 공격은 물론, 당의 TF(태스크포스)를 검토하며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 기자회견 갖는 김재련 변호사 ⓒ문병희 기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파상공세에 나섰다. 통합당은 서울시가 이를 알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루트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진상규명 총력
“끝까지 간다”

통합당은 검찰이 나서서 사건수사를 지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밝히기 위해 검찰이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서 “서울시청 내부자들로부터 우리 당에 들어온 제보에 의하면 서울시장 비서실 차원의 성추행 방조 및 무마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비서실 내에서나 유관 부서서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는 인권침해가 동시에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지난 4년간 서울시장 비서실을 거쳐간 이들, (서울시) 젠더특보 이런 분들 역시 직무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수사 과정서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사건은 피의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수사가 종결될 예정이다. 이에 대응해 통합당 양금희 의원을 포함한 여성가족위 소속 의원들은 ‘박원순 피해자 보호법’을 발의했다. 이번 사건처럼 성범죄 관련 피고소인이 사망하더라도, 수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 의원은 “피고소인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절대 그래서도 안 된다”며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는 피해자의 절규에 귀 기울여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의 인권과 안전, 그리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법 시행 이전 고소된 피고소인 또는 피의자 사망의 경우에도 적용하도록 부칙을 둬, 박 전 시장 사건에도 소급적용할 수 있다.

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고소인을 칭하는 단어를 두고도 설전을 이어나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5일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에게 사과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의 고통을 정쟁 여론몰이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의혹투성인데…‘공소권 없음’ 수사 종결
상임위 차원 청문 추진…국조·특검 거론

피해자 중심주의를 지켜온 민주당이 ‘피해자’라는 명칭이 아닌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피해 호소 주장이 있다면 피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관례와도 사뭇 결이 다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피해자의 입장을 일방적인 주장으로 매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 과정서 피해자라 칭하지 않고 피해 호소인이라고 해서 또 다시 2차 가해적인 행동이 나온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피해 호소인을 피해자로 호칭을 통일하기로 했다. 이는 여가부가 ‘고소인을 법상 피해자로 본다’는 의견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허윤정 대변인은 지난 17일 ‘피해자로 호칭을 정했느냐’는 기자의 문에 “오늘 최고위원회의서 그렇게 논의됐다”고 답했다.
 

▲ 기자회견 갖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들이 정치권의 정쟁거리로 불거지면서, 야권의 행보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박 전 시장 실종신고 접수 소식이 전해졌던 9일 저녁 소속 의원들 모두에게 문자메시지로 ‘여러모로 엄중한 시국이다. 언행에 유념해주시길 각별히 부탁드린다’며 말조심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 통합당 의원들의 도 넘은 언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논란에 불을 붙인 첫 인물은 통합당 배현진 의원이다. 배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배 의원은 지난 1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많은 분이 찾던 박주신씨가 귀국했다. 장례 뒤 미뤄둔 숙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당당하게 재검받고 2심 재판 출석해 오랫동안 부친을 괴롭혔던 의혹을 깨끗하게 결론 내달라”고 적었다.

하지만 배 의원이 제기한 ‘2심’은 박씨를 당사자로 하는 2심 재판이 아닌,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재판이다. 박씨의 병역법 위반 혐의는 이미 지난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례적 민주당
미온적 여가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배 의원을 겨냥해 “주신씨 병역 비리 의혹은 이미 깨끗이 끝난 사안”이라며 “도대체 머리에 우동을 넣고 다니나. 야당이라고 하나 있는 게 똥볼이나 차고 앉았으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서도 상중인 유족을 건드리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통합당 박성중 의원이 키운 음모론은 논란을 더 가중시켰다. 박 의원은 성추행 의혹에 대한 특검을 요청하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주검 발견과 관련해 10일 새벽 12시1분에 발견됐다고 언론이 썼는데, 그 앞에 9일 저녁 6시48분에 (발견지인) 숙정문이 아닌 와룡공원 근처서 발견됐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저녁 8시31분에 서울대병원에 벌써 안치했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여당과 서울시, 경찰이 합동해서 움직인 냄새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박 전 시장의 실종으로 경찰의 수색 작업이 한창인 시점에 정가서 출처 없이 돌았던 ‘지라시’였다.

논란에 정점을 찍은 인물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위해 이 사건 과정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며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는 소문도 무성하고 심지어 ‘채홍사’ 역할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채홍사란  조선 연산군 때 미녀와 좋은 말을 구하기 위해 지방에 파견한 관리를 뜻한다.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가 시장 비서직에 스스로 지원한 바 없다는 점이 밝혀지자, 서울시 비서실이 채홍사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사실상 피해 여성을 향한 2차 가해인  셈이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채홍사를 운운하는 것은 홍 의원 본인이 말한 고인에 대한 추모도, 피해자에 대한 위로도 되지 못하는 ‘저질 음모론’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서울시

통합당은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발을 뗐다.

이 대표는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주시기 바란다”며 “피해자 입장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으로서는 고인의 부재로 인해서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했다.

지난 15일 서울시는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식적
음모론까지


하지만 성추행 피해 직원의 여러 차례 도움 요청에도 서울시가 묵살 및 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일각에선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강제 수사가 가능한 검찰이나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상조사를 맡기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진정이 접수돼 정식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기관과 달리 인권위는 피진정인(박 전 시장)이 사망한 경우에도 진정을 각하하지 않는다. 다만 인권위 조사는 강제성이 없어, 조사 결과가 나와도 ‘권고’ 수준의 대응만 가능하다. 실체적 진실을 온전히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은 서울시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냈다.

주 원내대표는 “서울시의 자체 조사는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다. 서울시 수장이 성추행으로 자살을 했고, 시장 중심의 정무라인과 비서실이 은폐·방조했다는 제보가 있는 상황서 서울시가 조사하는 건 적절치 않다. 오히려 조사 대상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신임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여성청소년과장, 서울시청 파견 정보과 협력관, 서울시 측 정무부시장과 여성권익담당관, 인권담당관, 비서실장, 젠더특보 등 11인에 대한 추가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관련 규정을 위반해 청와대와 서울시 측에 수사 사실을 알렸는지, 서울시 내부서 어떤 경로로 이에 대한 대책회의를 갖게 된 것인지 등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추가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박완수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위해 추가증인 채택을 요청했지만, 민주당 측은 이미 경찰청장 청문회 증인·참고인 신청이 이뤄진 만큼 추가 채택이 어렵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비판했다.

이명수 의원은 “민주당의 거부를 납득할 수 없다”며 “이후 행안위 업무보고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쟁으로 번져 ‘어디까지?’
‘파상공세’ 지나치단 지적도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 차원의 청문회 개최도 예정돼있다. 통합당 관계자에 따르면 여가위서도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을 청문회에 소환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서 여가위 개의 요구에 대해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가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서 “당 차원서 청문회를 요청했고,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며 “국정조사도 가능하다면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관련 상임위를 통해 관련자 청문회로도 진상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진상조사위원회’(가칭)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과거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시장 사건 당시 만들어졌던 ‘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이 활동 중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민적인 관심이 지대한 만큼, TF를 따로 꾸려 집중적으로 이 사건만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통합당은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으로 결국 청와대와 정부를 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대응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을 중심으로 꾸려진 청년문제 연구조직 ‘요즘것들연구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구소는 ‘여성가족부, 친문 여성은 보호하고 비문 여성은 방치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여가부 차원의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여가부가 친문 여성은 보호하고 비문 여성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가부는 친문 여성들만의 부처가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한 부처여야 한다. 더는 침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TF팀 구성
유력 검토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소속 지자체장들의 잇따른 추문에도 민주당의 태도는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 여성가족부는 침묵에 침묵을 거듭하고 있다.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당신의 딸, 누이라면 그렇게 방관할 수 있겠나. 통합당은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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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