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잃은 박원순계 운명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20 10:14:55
  • 호수 1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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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가 보이지 않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 수장을 잃은 계파가 표류하고 있다. ‘박원순계’ 이야기다. 정치권에선 21대 총선을 통해 박원순계가 20여명으로 늘었다고 본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일요시사>가 경우의 수를 따져봤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원순계’는 선장을 잃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박원순계는 21대 국회 들어 순항할 듯 보였다. 지난 총선서 다수의 박원순계가 합류해 세를 불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기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홍근·남인순·기동민·진성준 의원이 총선서 승리했으며, 여기에 김원이·민병덕·윤준병·천준호·허영 의원 등 초선이 합류했다. 정치권에선 20대 국회서 10여명 정도였던 박원순계가 21대 국회서 20여명으로 약 2배가량 세를 불렸다고 본다.

분위기
좋았는데…

세부적으로 따지면 이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범친노인 정세균계는 1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유력 대권·당권주자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NY계’는 이 의원의 ‘식사정치’ 등으로 세 확장에 성공, 박원순계와 비슷한 수준의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내부서 박원순계는 촉망받는 계파 중 하나였다.

순항할 것 같던 박원순계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돌연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생을 마감하며 던진 숙제가 계파의 존립을 걱정해야 될 정도로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는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은 박 전 시장의 유고로 공소권 없음 처분 대상이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사회단체 곳곳에서는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원순계 인사들은 대부분 박 전 시장과 함께 서울시서 근무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박 전 시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경우에 따라 불똥이 박원순계로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원순계가 곧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즉 박원순계 인사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같은 신호는 벌써부터 감지된다.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시장에 대한 입장이 박원순계 내부에서도 갈리고 있다.

크게 보면 두 갈래로 입장이 나뉜다.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각을 세우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 고소인이 2차 피해를 받지 않는 일이 급선무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한순간에 초상집…20명 어디로?
각자도생이냐, 새 얼굴 옹립이냐

민주당 윤준병·진성준 의원은 앞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각을 세우며 논란을 불러왔다.

먼저 진 의원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그는 지난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피해 호소인이 얘기하는 바도 물론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박 (전)시장이 (성추행)가해자라고 하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일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장례식 자체를 시비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장 ⓒ사진공동취재단

진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이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성추행 혐의 고소 사건을 정치적 쟁점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 진 의원은 박 전 시장 밑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의 발언은 더욱 큰 논란을 불러왔다. 그는 자신의 SNS에 “고소 진위에 대한 정치권 논란과 그 과정서 피해자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죽음으로서 답한 것”이라며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고 평가했다. 

윤 의원 역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근무하면서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서(성추행 피해 고소인 측의 기자회견 내용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내부서도
의견 갈려

윤 의원은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되자 이를 해명했다.

자신의 글을 인용해 일부 언론서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 근무하면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미안하다”며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일상과 안전이 조속히 온전히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자세를 낮췄다.

고소인의 상처를 헤아리는 일이 급선무라는 박원순계 인사들도 있다. 민주당 박홍근·천준호·남인순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박 전 시장의 과오를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전 시장의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던 박홍근 의원은 지난 14일 장례를 마치고 “고인으로 인해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인의 상처를 제대로 헤아리는 일은 급선무”라며 “물론 이 문제에 대해 그 어떤 언급을 하는 것조차 고소인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거나 유족이나 고인에게 누가 될까 봐서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이 스스로를 내려놓은 이유를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정치인 중에 가깝다는 제게도 자신의 고뇌에 대해 일언반구 거론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저는 고인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기에 스스로 목숨을 던진 것은 아닐까 라고 추측할 뿐”이라고 했다.

천준호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그의 과오에도 마음을 열고 경청하고 성찰해 극복하려 노력하겠다”며 “나에겐 누구보다 존경하는 선배였고, 친구였고, 동지였던 그가 남긴 수많은 업적과 공을 계승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단, 왜곡된 정치적 선동과 비인간적 행태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비상 걸린 
전 비서실장

대표적인 박원순계 중 한 명인 남인순 의원은 지난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반복되는 사건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피해 호소인이 현재 느낄 두려움과 당혹감에 마음이 아프다”며 “피해호소인이 겪을 고통에 대해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 자리서 서울시에 피해 호소 묵살 및 엄폐 여부, 성평등 조직문화 저해 요소 조사 등을 위한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기구 구성을 요청했다. 국회에서는 성희롱이나 차별 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 제정에 앞장서겠다는 것이 남 의원의 입장이다.

현재 남 의원은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태스크포스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원순계인 민주당 허영·박상혁 의원 등은 성추행 의혹에 말을 아꼈다. 대부분 초선 의원들이다. 허 의원은 서울시 비서실장, 박 의원은 정무보좌관 출신이다. 

지난 15일 서울시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비서였던 만큼, 전직 비서실장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지난 2015년부터 4년 동안 서울시장 비서실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을 비롯해, 국회 진출에 성공한 전직 비서실장 출신 박원순계 의원들에게까지 조사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전당대회 역할론 부상
GT계 모델? 손학규계?


박원순계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느슨한 연대를 유지하며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와 차기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서 일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이른바 ‘GT(김근태)계 모델론’이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을 중심으로 뭉쳤던 GT계는 김 전 의장의 별세라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GT계’의 결속력은 흔들렸다. 한때 거대 계파였던 GT계의 당내 영향력이 약해져갔고, 결국 친노(친 노무현)에게 추월당했다. 계파의 수장을 잃었다는 점만 놓고 본다면 박원순계가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

그러던 GT계는 김 전 의장의 아내인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남편의 뒤를 이어 국회에 입성, 구심점을 찾았다. 이는 GT계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모임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더 나아가 GT계는 당정의 요직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장 박원순계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서 적지 않은 입김을 발휘할 수 있는 규모다. 민주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김부겸 전 의원은 박양숙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캠프 대변인으로 영입, 박원순계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계가 단일대오를 이뤄 김 전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은 낮지만,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공산은 크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열리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원순계가 뭉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손학규계’처럼 와해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손학규계는 손 전 대표의 탈당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찬열 전 의원이 손 전 대표를 따라 탈당했지만, 강훈식·전혜숙·고용진·김병욱 의원 등은 당에 남았다. 당에 남은 이들은 친문과 교류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와해 VS
단일대오

손학규계처럼 박원순계가 와해될 것이라 전망하는 쪽은 박원순계가 수평적이 아닌 방사형 구조라는 점을 이유로 든다. 계파 내 인사들이 서로 인연을 맺어온 구조가 아닌, 박 전 시장을 중심으로 모인 구조라는 것. 박 전 시장이 사라진 마당에 서로를 향한 끈이 사라진 박원순계는 자연스레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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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