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성호전자 대물림 타이밍

‘때는 이때다’ 빠진 틈에 쑤셔 넣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성호전자가 2세 승계를 사실상 매듭지었다. 오너 2세는 창업주 지분을 뛰어넘었고, 개인회사를 통해서도 상당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승계 타이밍은 적절했다 평가다. 저평가된 주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성호전자는 지난 1973년 설립된 전자부품 제조사다. 필름콘덴서와 전원공급장치(PSU)를 주력으로 한다. 회사 경영은 박현남·박환우 공동대표 체제서 지난 2015년 박현남 단일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현재 성호전자는 연매출 1000억원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전자부품
1000억

오너 2세는 박성재 부사장으로 박현남 회장의 장남이다. 박 부사장은 지난 2013년 임원으로 등재되면서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 받았다.

성호전자 주요 주주는 박 회장 일가였다. 모두 25% 정도의 지분을 쥐고 있었다. 이 중 박 회장은 12.75%로 가장 많았다. 변화가 발생한 시점은 그해 2월이다. 동시에 승계가 가시권에 들어온 때이기도 하다.

우선 성호전자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박 회장 자리를 대신한 주주는 ‘서룡전자’라는 회사였다. 앞서 서룡전자는 성호전자의 유상증자 과정서 모습을 드러냈다.


성호전자는 지난 2018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신주발행가액은 기준 주가서 10% 할인된 711원이었다. 서룡전자는 140만6469주를 배정받게 됐다.

성호전자는 유상증자를 추가로 진행했다. 지난해 모두 두 차례였다. 서룡전자는 이를 통해 277만4109주, 59만319주를 확보하게 됐다.

서룡전자는 세 차례 유상증자서 모두 477만897주(12.63%)를 쥐게 되면서 성호전자 최대주주가 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박 회장은 376만2480주(12.15%)로 밀렸다.

오너 2세 개인회사, 유증 참여 최대주주로
창업주 세대, 후계자에게 주식 대거 증여

눈길이 가는 건 서룡전자 최대주주가 박 부사장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성호전자 최대주주가 사실상 박 부사장으로 변동됐다고 볼 수 있다.

박 부사장은 서룡전자 대표다. 서룡전자는 지난 2017년 11월 설립됐고 사업장을 성호전자에 두고 있다. 사업 영역 역시 성호전자와 겹친다. 서룡전자는 전자부품 도소매 업체다.

업계 안팎에선 서룡전자를 박 부사장의 ‘승계 지렛대’로 본다. 성호전자가 유상증자를 진행하기 얼마 전 회사가 설립된 점, 유상증자 결과 성호전자 최대주주로 올라선 점, 대표가 박 부사장이라는 점, 성호전자와 사업 영역이 겹친다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목적’이 있는 회사라는 분석이었다.


서룡전자는 성호전자를 통해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룡전자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억원, 27억원, 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서룡전자는 성호전자로부터 6억원, 16억원, 2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지난해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유상증자가 단행된 직전년도까지 내부거래 비중은 꽤 높았다.
 

서룡전자의 다음 행보는 박 부사장의 존재감을 한층 더 키워줬다. 서룡전자는 성호전자의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 자리를 꿰찬 뒤, 차근차근 성호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서룡전자는 지난 3월 5차례에 걸쳐 89만455주를 매입했다. 당시 소요된 비용은 3억6581만원이었다. 서룡전자는 지난 4월 1만4900주를 722만6500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매입 결과, 서룡전자가 보유한 성호전자 주식수는 기존 477만897주(12.63%)서 567만6252주(15.95%)로 크게 늘었다. 동시에 박 부사장의 지배력까지 간접적으로 강화됐다. 서룡전자와 박 부사장의 지분을 단순히 더하면 22.29%(15.95%+6.34%)다.

존재감↑
주가↓

서룡전자의 성호전자 주식 매입은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3월과 4월 47만여주를 대량 매입한 시점을 살펴보면 그렇다. 성호전자 주가(종가 기준)는 지난해 3월6일 753원을 끝으로 내려앉았다. 성호전자 역시 코로나19 여파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가는 600원대로 서서히 감소하더니 400원대로 추락하면서 같은 달 19일 371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상장 이후 최저치로 액면가 500원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서룡전자는 이를 기회로 여겼을 공산이 크다. 서룡전자가 성호전자 주식을 매입한 때는 지난 3월20일, 23∼25일, 30일, 그리고 4월2일이다. 당시 서룡전자는 성호전자 주식을 390원, 391원, 424원, 482원, 484원, 485원 등 액면가 아래로 대량 매입할 수 있었다.

박 부사장은 개인적으로 성호전자 지분을 대거 확보하기도 했다. 박 회장과 부인 허순영씨가 그 역할을 했다. 이들은 상당수 주식을 박 부사장에게 넘겼다.

박 회장과 허씨는 지난 4월23일 박 부사장에게 각각 40만주와 100만주를 증여했다. 특히 박 회장은 박 부사장 외에도 하수경씨와 박건호씨에게 각각 100만주, 50만주를 증여하면서 모두 190만주를 처분했다.

증여 시기는 적절했다는 평가다. 당시 성호전자 주가는 액면가 500원을 겨우 넘는 데 그쳤다. 주식을 자녀에게 직접 증여할 때, 저평가된 상태라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부모 증여
주식 껑충

증여 결과, 박 회장 부부의 지분은 크게 줄었다. 박 회장은 기존 376만2480주서 186만2480주로 감소했다. 절반 가까운 주식을 정리한 셈이다. 부인 허씨는 219만7385주서 119만7385주로 떨어졌다.


반대로 박 부사장의 입지는 탄탄해졌다. 박 부사장은 지난 3월까지만 하더라도 85만7202주(2.41%)에 불과했다. 지분 순으로 따져봤을 때 5번째에 그쳤다. 하지만 박 회장 부부로부터 140만주를 수증하면서 225만7202주(6.34%)로 껑충 뛰었다.

종합해보면, 성호전자 지배구조는 ‘박 부사장→서룡전자→성호전자’로 재편됐다. 박 부사장은 자신의 성호전자 지분뿐만 아니라 서룡전자가 보유한 지분으로 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다.
 

▲ PCB Assembly ⓒ성호전자 홈페이지

해당 과정에 저평가된 주식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룡전자는 성호전자 지분을 대량 매입할 수 있었고, 박 부사장은 박 회장 등으로부터 상당한 주식을 증여 받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박 부사장은 승계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호전자는 오는 9월 다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참여 주주는 서룡전자와 박 부사장이다. 신주 발행 규모는 600만주로 발행가액은 500원이다. 주가가 낮게 책정된 만큼 발행가액을 줄일 수 있었다.

규모는 모두 30억원으로 서룡전자가 20억원, 박 부사장이 5억원을 맡게 됐다. 서룡전자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하민수씨도 5억원을 지원하게 됐다.

코로나19·실적 악화…저평가 주식 원동력으로
회사 물려받아도 숙제 가득, 어떻게 풀어낼까?


유상증자 이후 사실상 박 부사장에게 대부분의 주식이 몰리는 만큼, 지배력 역시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서룡전자가 567만6252주(15.95%)를, 박 부사장은 225만7202주(6.34%)를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 결과에 따라 500만주가 추가로 귀속된다면 박 사장의 승계는 사실상 매듭지어진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주식 저평가에는 코로나19 외에도 실적 부진 영향도 컸다. 성호전자는 최근 3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성호전자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922억원, 913억원, 992억원이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8억원, 1억원으로 크게 줄었다가 지난해 -3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순이익은 더 심각했다. 같은 기간 4억원서 -16억원, -50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성호전자가 손실을 본 건 5년 만이다. 회사는 2014년 8억원 영업 손실을 본 뒤 꾸준히 실적을 개선한 바 있다.

성호전자는 공시를 통해 상당한 손실을 기록한 이유에 대해 ▲판가 인하 등에 따른 기존 고객사 제품 수익성 악화 ▲신규고객사 제품 신개발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원가 상승 ▲원자재 공급부족에 따른 구매가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성호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992억원 가운데 매출 원가가 884억원이었다. 직전년도의 경우, 매출액 913억원에 매출 원가는 731억원이었다. 성호전자는 지난해 판관비를 23%가량 줄였지만 영업 손실을 피하기 어려웠다.

실적 악화
회복 난망

올해 성적표 역시 아직까지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1분기 성호전자는 연결 기준 19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4.9%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3억원의 영업이익은 12억원의 영업손실로 전환됐다. 이어 6293만원의 순이익은 3억원의 순손실로 뒤집어졌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호전자 2세 신사업 아이템은?

성호전자 2세 박성재 부사장은 지난 2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재영 뱅크카드 이사와 휴대용 소독기 전문업체 ‘세니텍’을 설립했다.

박재영 이사는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외손자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생활 바이러스와 세균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세니텍은 현재 ‘브이가디언’이라는 휴대용 소독기를 판매하고 있다. 인체에 안전한 가시광선을 이용해 세균을 파괴하는 제품이다. 온라인을 통해 판매 중이다.

창업주는 두 사람이지만 사실상 회사는 박 부사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니텍의 본사 주소지가 성호전자와 같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선 박 부사장이 신사업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또 성호전자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서 ‘전자상거래업’과 ‘소독기기 제조 판매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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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