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여행 ③강진 나이트드림

한여름 밤의 피크닉

▲ 강진 야간 관광 프로그램 ‘나이트드림’에서 즐기는 한여름 밤의 피크닉

“우리가 깨어 있긴 한 거야? 난 아직도 잠자고, 꿈꾸고 있는 것만 같아.”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옛사랑을 되찾은 드미트리우스가 한 말이다. 현실과 꿈의 경계, 그 몽롱하지만 달콤한 기분을 표현할 때 ‘한여름 밤의 꿈’이란 말을 곧잘 사용한다. 강진에 가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로맨틱한 여행, ‘나이트드림’이 있다.

▲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연을 감상하는 참가자들

‘나이트드림’은 강진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 프로그램이다. 낮과 다른 매력을 뽐내는 강진의 인기 여행지를 둘러보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연도 즐길 수 있다. 나이트드림은 뜨거운 여름밤이 시작되는 6월부터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까지 운영한다.

6~10월 운행

올해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총 5회 진행될 예정이다. 워낙 인기가 좋아 지난해까지 45인승 버스 3~4대를 가득 채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버스마다 최대 탑승 인원을 22명으로 제한한다.

▲ 누구나 걷기 편한 가우도 ‘함께해(海)길’

강진오감통에서 출발한 버스는 첫 번째 목적지 가우도로 향한다. 30명 남짓한 주민이 살아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섬 가우도는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다. 출렁다리를 건너 섬 둘레를 도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함께해(海)길’이란 이름처럼 걷는 내내 푸른 바다가 곁을 지킨다.

산책로 대부분 경사가 완만하고 나무 데크가 잘 갖춰져 있어 누구나 걷기 편하다. 김영랑 시인 동상이 자리한 영랑나루쉼터를 비롯해 쉴 만한 공간도 곳곳에 있다.

▲ 분홍빛 하늘에 물든 가우도

나이트드림 참가자는 오후 4시35분부터 한 시간 동안 가우도 트레킹을 즐긴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걷기 좋은 시간이다. 아울러 가우도 일몰 역시 무척 아름답다. 분홍빛 하늘을 배경으로 섬의 윤곽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연히 배가 지나가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섬을 잇는 출렁다리도 밤이 되면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낮에는 상상할 수 없는 가우도의 반전이다.

▲ ‘청춘 생각대로 극장통’에서 만난 강진극장 터와 옛날 영화 포스터

걷고 난 후 출출한 배를 든든히 채워야 한다. 강진 읍내로 나와 추억의 테마 거리 ‘청춘 생각대로 극장통’에서 식사한다. 산과 들, 바다가 있는 강진에는 예부터 먹을거리가 풍성했다. 입맛에 따라 어느 식당을 선택하든 푸짐한 상차림과 따뜻한 인심이 반겨준다.

구도심의 정겨운 풍경은 덤이다. 〈영자의 전성시대〉 〈용가리〉 등 오래된 영화 포스터, 시대상을 반영한 표어를 구경하며 잠시 시간 여행을 즐겨도 좋다.

▲ 다산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었다는 사의재

오후 7시10분부터 사의재를 배경으로 마당극이 펼쳐진다.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었다는 사의재는 ‘생각과 용모, 언어, 행동을 바르게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란 뜻이다. 절망스러운 상황에도 몸과 마음을 다잡은 다산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공연도 흥미롭다.

귀양 온 선비를 살갑게 챙긴 주모와 딸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모두 지역민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틈틈이 연습한 터라, 연기가 조금 부족하고 실수가 있어도 친근하고 흥겹다.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신명나는 춤판을 벌인다.

▲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사의재 마당극

이제 버스는 마지막 목적지 세계모란공원에 도착한다. 강진 영랑 생가(국가민속문화재 252호) 뒤쪽에 조성된 공원은 시인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모티프로 꾸몄다. 거대한 유리온실에는 세계 각국의 화려한 모란이 가득하고, 산책로에도 계절마다 갖가지 꽃이 피고 진다.

강진 대표 야간 관광 프로그램
여행지·공연 즐길 거리 한가득


요즘은 모란 못지않게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작약이 한창이다.

▲ 강진 영랑 생가 뒤쪽에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모티프로 꾸민 세계모란공원 ▲ 한여름 밤의 피크닉에 어울리는 닭강정과 수제 맥주

공원을 걷다 보면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는다. 마침내 오색 조명이 켜지면 삼삼오오 돗자리에 모여 앉아 본격적인 한여름 밤의 피크닉을 시작한다. 읍내 통닭 골목에서 사온 시골닭강정에 지역 청년들이 만든 맥주를 곁들이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강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도 야외 공연을 선보인다. 낭만적인 시 한 편, 노래 한 곡에 멀리 읍내의 따스한 밤 풍경이 스민다.

▲ 짙푸른 녹음이 내려앉은 다산초당

나이트드림이 시작되기 전, 초록빛 싱그러운 강진의 여름 풍경을 챙겨보자. 지난봄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강진 정약용 유적(사적 107호)에는 짙푸른 녹음이 내려앉았다. 유적 내 다산초당은 선생이 가장 오래 유배 생활을 한 곳으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대표작을 여기서 저술했다.

유배 생활의 외로움을 학문 연구와 집필로 달랜 다산의 처지가 초당에 오르는 험난한 돌길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 다산과 깊은 인연을 맺은 백련사

초당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백련사가 보인다. 통일신라 말기에 창건해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백련사는 다산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다산이 향기로운 차 한 잔에 언제든 마음을 터놓고 학문을 논한 벗이 백련사 혜장선사다. 다산은 혜장선사와 자주 어울리며 그의 소탈하고 진실한 인품을 칭찬하는 글도 다수 남겼다.

정다운 벗을 만날 수 없을 때 아쉬움 또한 시로 지었다. 사찰 내 자리한 찻집에서 이들이 나눈 따스한 위로와 우정의 맛을 짐작해보자. 햇살이 뜨거운 한낮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151호)을 걸어도 좋다.

▲ 강진만생태공원 갈대밭과 생태탐방로

강진만생태공원

여름날 초록빛이 눈부신 여행지로 강진만생태공원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이 만나는 지역에 조성된 공원은 생태탐방로만 4km가 넘는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에 눈도, 마음도 시원스럽다. 바람 따라 일렁이는 갈대 물결은 조정래 작가가 소설 <한강>에 묘사했을 만큼 아름답다. 갈대 외에 다양한 수생식물과 염생식물, 멸종 위기 야생 생물, 토종 어류 등이 생명력 넘치는 풍경을 선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강진 정약용 유적→백련사→강진만생태공원→나이트드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진 정약용 유적→백련사→강진만생태공원→나이트드림
둘째 날: 강진 영랑 생가→고려청자박물관→한국민화뮤지엄→마량항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나이트드림(강진군문화관광재단) www.gangjin.or.kr/recommend/nightDreamList.do
- 강진문화관광 www.gangjin.go.kr/culture
- 백련사 www.baekryunsa.net
- 강진만생태공원 www.gangjin.go.kr/gangjinbay

문의 전화
- (재)강진군문화관광재단 061)434-7999
- 강진 정약용 유적 061)430-3911
- 백련사 061)432-0837
- 강진만생태공원 061)430-3222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5회(07:30~17:4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강진버스여객터미널에서 강진오감통(나이트드림 출발지)까지 도보 약 71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강진버스여객터미널 061)432-9666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공주 JC에서 당진·서천 방면→서공주 JC에서 서천공주고속도로→동서천 JC에서 서해안고속도로→서영암 IC에서 순천·학산 방면→서호학산 IC에서 순천 방면→강진무위사 IC에서 강진·월출산 방면→영풍교차로에서 보성·강진 방면→평동교차로에서 강진·완도·진도 방면→영랑생가 방면 좌회전→보은로4길 방면 비보호 좌회전→오감길 방면 우회전→강진오감통(나이트드림 출발지)

숙박 정보
- 다향소축(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도암면 다산초당1길, 061-432-0360, http://www.다향소축.kr
- 주작산자연휴양림: 신전면 주작산길, 061)430-3306, https://foresttrip.go.kr
- 사의재한옥체험관: 강진읍 사의재길, 061)430-3328, www.gangjin.go.kr/sauijaehanok 
- 달빛미소: 성전면 달빛한옥길(달빛한옥마을 내), 010-7749-0887, https://blog.naver.com/dalbit-smile

식당 정보
- 으뜸식당(회춘탕) 강진읍 오감길, 061)432-2011
- 병영서가네(연탄불고기): 병영면 병영성로, 061)434-0892, https://blog.naver.com/seogane0892 
- 예향(한정식): 강진읍 오감길, 061) 433-5777, https://yehyang.modoo.at

주변 볼거리
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 림스가든, 고바우상록공원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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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