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여행 ③강진 나이트드림

한여름 밤의 피크닉

▲ 강진 야간 관광 프로그램 ‘나이트드림’에서 즐기는 한여름 밤의 피크닉

“우리가 깨어 있긴 한 거야? 난 아직도 잠자고, 꿈꾸고 있는 것만 같아.”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옛사랑을 되찾은 드미트리우스가 한 말이다. 현실과 꿈의 경계, 그 몽롱하지만 달콤한 기분을 표현할 때 ‘한여름 밤의 꿈’이란 말을 곧잘 사용한다. 강진에 가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로맨틱한 여행, ‘나이트드림’이 있다.

▲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연을 감상하는 참가자들

‘나이트드림’은 강진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 프로그램이다. 낮과 다른 매력을 뽐내는 강진의 인기 여행지를 둘러보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연도 즐길 수 있다. 나이트드림은 뜨거운 여름밤이 시작되는 6월부터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까지 운영한다.

6~10월 운행

올해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총 5회 진행될 예정이다. 워낙 인기가 좋아 지난해까지 45인승 버스 3~4대를 가득 채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버스마다 최대 탑승 인원을 22명으로 제한한다.

▲ 누구나 걷기 편한 가우도 ‘함께해(海)길’

강진오감통에서 출발한 버스는 첫 번째 목적지 가우도로 향한다. 30명 남짓한 주민이 살아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섬 가우도는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다. 출렁다리를 건너 섬 둘레를 도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함께해(海)길’이란 이름처럼 걷는 내내 푸른 바다가 곁을 지킨다.

산책로 대부분 경사가 완만하고 나무 데크가 잘 갖춰져 있어 누구나 걷기 편하다. 김영랑 시인 동상이 자리한 영랑나루쉼터를 비롯해 쉴 만한 공간도 곳곳에 있다.

▲ 분홍빛 하늘에 물든 가우도

나이트드림 참가자는 오후 4시35분부터 한 시간 동안 가우도 트레킹을 즐긴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걷기 좋은 시간이다. 아울러 가우도 일몰 역시 무척 아름답다. 분홍빛 하늘을 배경으로 섬의 윤곽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연히 배가 지나가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섬을 잇는 출렁다리도 밤이 되면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낮에는 상상할 수 없는 가우도의 반전이다.

▲ ‘청춘 생각대로 극장통’에서 만난 강진극장 터와 옛날 영화 포스터

걷고 난 후 출출한 배를 든든히 채워야 한다. 강진 읍내로 나와 추억의 테마 거리 ‘청춘 생각대로 극장통’에서 식사한다. 산과 들, 바다가 있는 강진에는 예부터 먹을거리가 풍성했다. 입맛에 따라 어느 식당을 선택하든 푸짐한 상차림과 따뜻한 인심이 반겨준다.

구도심의 정겨운 풍경은 덤이다. 〈영자의 전성시대〉 〈용가리〉 등 오래된 영화 포스터, 시대상을 반영한 표어를 구경하며 잠시 시간 여행을 즐겨도 좋다.

▲ 다산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었다는 사의재

오후 7시10분부터 사의재를 배경으로 마당극이 펼쳐진다.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었다는 사의재는 ‘생각과 용모, 언어, 행동을 바르게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란 뜻이다. 절망스러운 상황에도 몸과 마음을 다잡은 다산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공연도 흥미롭다.

귀양 온 선비를 살갑게 챙긴 주모와 딸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모두 지역민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틈틈이 연습한 터라, 연기가 조금 부족하고 실수가 있어도 친근하고 흥겹다.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신명나는 춤판을 벌인다.

▲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사의재 마당극

이제 버스는 마지막 목적지 세계모란공원에 도착한다. 강진 영랑 생가(국가민속문화재 252호) 뒤쪽에 조성된 공원은 시인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모티프로 꾸몄다. 거대한 유리온실에는 세계 각국의 화려한 모란이 가득하고, 산책로에도 계절마다 갖가지 꽃이 피고 진다.

강진 대표 야간 관광 프로그램
여행지·공연 즐길 거리 한가득


요즘은 모란 못지않게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작약이 한창이다.

▲ 강진 영랑 생가 뒤쪽에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모티프로 꾸민 세계모란공원 ▲ 한여름 밤의 피크닉에 어울리는 닭강정과 수제 맥주

공원을 걷다 보면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는다. 마침내 오색 조명이 켜지면 삼삼오오 돗자리에 모여 앉아 본격적인 한여름 밤의 피크닉을 시작한다. 읍내 통닭 골목에서 사온 시골닭강정에 지역 청년들이 만든 맥주를 곁들이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강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도 야외 공연을 선보인다. 낭만적인 시 한 편, 노래 한 곡에 멀리 읍내의 따스한 밤 풍경이 스민다.

▲ 짙푸른 녹음이 내려앉은 다산초당

나이트드림이 시작되기 전, 초록빛 싱그러운 강진의 여름 풍경을 챙겨보자. 지난봄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강진 정약용 유적(사적 107호)에는 짙푸른 녹음이 내려앉았다. 유적 내 다산초당은 선생이 가장 오래 유배 생활을 한 곳으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대표작을 여기서 저술했다.

유배 생활의 외로움을 학문 연구와 집필로 달랜 다산의 처지가 초당에 오르는 험난한 돌길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 다산과 깊은 인연을 맺은 백련사

초당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백련사가 보인다. 통일신라 말기에 창건해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백련사는 다산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다산이 향기로운 차 한 잔에 언제든 마음을 터놓고 학문을 논한 벗이 백련사 혜장선사다. 다산은 혜장선사와 자주 어울리며 그의 소탈하고 진실한 인품을 칭찬하는 글도 다수 남겼다.

정다운 벗을 만날 수 없을 때 아쉬움 또한 시로 지었다. 사찰 내 자리한 찻집에서 이들이 나눈 따스한 위로와 우정의 맛을 짐작해보자. 햇살이 뜨거운 한낮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151호)을 걸어도 좋다.

▲ 강진만생태공원 갈대밭과 생태탐방로

강진만생태공원

여름날 초록빛이 눈부신 여행지로 강진만생태공원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이 만나는 지역에 조성된 공원은 생태탐방로만 4km가 넘는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에 눈도, 마음도 시원스럽다. 바람 따라 일렁이는 갈대 물결은 조정래 작가가 소설 <한강>에 묘사했을 만큼 아름답다. 갈대 외에 다양한 수생식물과 염생식물, 멸종 위기 야생 생물, 토종 어류 등이 생명력 넘치는 풍경을 선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강진 정약용 유적→백련사→강진만생태공원→나이트드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진 정약용 유적→백련사→강진만생태공원→나이트드림
둘째 날: 강진 영랑 생가→고려청자박물관→한국민화뮤지엄→마량항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나이트드림(강진군문화관광재단) www.gangjin.or.kr/recommend/nightDreamList.do
- 강진문화관광 www.gangjin.go.kr/culture
- 백련사 www.baekryunsa.net
- 강진만생태공원 www.gangjin.go.kr/gangjinbay

문의 전화
- (재)강진군문화관광재단 061)434-7999
- 강진 정약용 유적 061)430-3911
- 백련사 061)432-0837
- 강진만생태공원 061)430-3222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5회(07:30~17:4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강진버스여객터미널에서 강진오감통(나이트드림 출발지)까지 도보 약 71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강진버스여객터미널 061)432-9666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공주 JC에서 당진·서천 방면→서공주 JC에서 서천공주고속도로→동서천 JC에서 서해안고속도로→서영암 IC에서 순천·학산 방면→서호학산 IC에서 순천 방면→강진무위사 IC에서 강진·월출산 방면→영풍교차로에서 보성·강진 방면→평동교차로에서 강진·완도·진도 방면→영랑생가 방면 좌회전→보은로4길 방면 비보호 좌회전→오감길 방면 우회전→강진오감통(나이트드림 출발지)

숙박 정보
- 다향소축(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도암면 다산초당1길, 061-432-0360, http://www.다향소축.kr
- 주작산자연휴양림: 신전면 주작산길, 061)430-3306, https://foresttrip.go.kr
- 사의재한옥체험관: 강진읍 사의재길, 061)430-3328, www.gangjin.go.kr/sauijaehanok 
- 달빛미소: 성전면 달빛한옥길(달빛한옥마을 내), 010-7749-0887, https://blog.naver.com/dalbit-smile

식당 정보
- 으뜸식당(회춘탕) 강진읍 오감길, 061)432-2011
- 병영서가네(연탄불고기): 병영면 병영성로, 061)434-0892, https://blog.naver.com/seogane0892 
- 예향(한정식): 강진읍 오감길, 061) 433-5777, https://yehyang.modoo.at

주변 볼거리
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 림스가든, 고바우상록공원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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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