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야 돼? 팔아야 돼?

정부가 발표한 ‘7·10 부동산대책’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 실수요자 공급 확대’로 요약된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중과율을 2배 가까이 인상하는 동시에 단기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율도 대폭 끌어올려 ‘보유세 인상·거래세 인하’라는 기존 세제공식을 뒤집었다.
 

▲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

6월과 7월 이어진 초강력 부동산 대책 
해당되지 않는 수익형 상품이 호재로?

실수요자 공급은 집값 폭등으로 인해 상실감이 큰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등 청년세대 지원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다주택자 규제엔 일정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되지만, 종부세율만 인상해서는 투기 수요를 원천차단하기 어렵고, 관건이던 등록임대주택의 경우 기존 사업자에겐 세제혜택을 유지하기로 해, 시장에 ‘집을 팔라’는 신호를 주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 
실수요자 확대

이번 대책의 주된 특징은 기존 관행을 깨고 보유세 인상과 동시에 거래세도 올렸다는 점이다. 양도소득세 세율이 주택 구매 후 1년 미만 보유 매매 시 기존 50%에서 70%로, 2년 미만 보유 매매 시 기존 40%에서 60%로 크게 높아졌다. 취득세 역시 1주택자가 추가 구매하는 주택 수에 따라 기존 1~4%였던 취득세율이 8~12%까지 오르게 된다.

그간 보유세의 회피처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부동산 신탁제도도 주택 실보유자가 보유세 부담을 지도록 개선됐다. 법인 주택의 경우 가액 등과 관계없이 상향된 종부세 중과세율인 6%를 적용하고 세부담 상한도 폐지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등록임대주택의 경우 앞으로는 4년 단기임대 등록이 폐지되고, 8년 장기임대의 경우 아파트는 등록을 못하도록 개선된다. 하지만 기존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세제혜택은 유지키로 해, 대책의 취지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존 사업자의 경우 등록기한이 만료되면 혜택이 종료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기한이 많이 남은 주택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택 수에 포함이 되지 않으면서 이번 대책에 포함된 취득세 세율 인상이나 종합부동산세 합산과세, 양도세 중과 등에 해당하지 않는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상가,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 섹션 오피스(소형 오피스) 등이 있다.

먼저 상가 투자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과 투자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이다. 하지만 경기부침이 심하고 투자금액이 많이 들어 초보자가 쉽게 접근하기 힘든 상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 양양 남설악 힐링타운 자연인

소비·투자 트렌드 반영
“당분간 높은 관심 끌 것”

가장 접근하기 쉬운 상가 유형으로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있다. 최근 코로나19에도 대단지 아파트 등 주택 밀집지역 상가들은 오히려 매출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단지 내 상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자가 늘어나고 주52시간 근무제의 정착으로 집 근처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특성상 입주민 고정 수요를 바탕으로 단골 고객과 가족 단위 고객을 잘 유치하면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이러한 이유로 경기 부침에 따른 영향도 적은 편이다. 덕분에 임차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렇다 보니 임대인 입장에서는 공실 리스크와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강점이 있는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역세권 상가나 번화가, 대학가 주변 상가들이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도 단지 내 상가 인기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들 상가는 풍부한 유동인구를 자랑하지만 이러한 수요가 직접적인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려워 임차인들의 선호도가 낮아졌고, 그 여파로 공실은 늘고 있다. 건물·상가 등의 보유세 산정기준은 공시지가인데 상가·사무실 부속토지 등 별도합산 토지는 공시지가 합계가 80억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대상이다. 


다음으로 전매제한이 없고 부가가치세(VAT)가 환급이 되는 일반임대사업자로 등록이 되는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과 섹션 오피스(소형 오피스)가 주목받고 있다. 1억~2억대의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청약통장이 필요 없으며 투자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수익성도 좋은 편이다. 생활숙박시설의 경우 숙박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숙박업을 할 수 없는 오피스텔에 비해 낫다. 섹션 오피스(소형 오피스)의 경우 업무에 불필요한 시설이 없기 때문에 분양가가 저렴하게 책정되며, 임대료도 합리적이라 임대가 유리하며,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안정적인 수익
투자가치 상승

레지던스 또는 생활숙박시설로 불리는 수익형 상품도 초저금리 바람을 타고 수익형 부동산의 대세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운 데다 임대는 물론이고 숙박시설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 

아파트 못지않은 설계를 갖춘 생활숙박시설이 선보이면서, 직접 거주를 목적으로 분양받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활용 용도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입지에 따라 수익률 편차도 큰 만큼 꼼꼼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생활숙박시설은 아파트와 달리 상업시설에 지을 수 있는 데다 확보해야 하는 주차대수도 오피스텔의 절반 수준이어서 사업성이 높다. 개별등기가 가능하고 세입자 입장에선 전입신고도 할 수 있어 소유와 임대, 전대가 모두 가능하다.

임대는 물론
숙박시설로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플랫폼에 등록해 관광객에게 빌려주거나 위탁업체에게 맡겨 전문 숙박시설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건축법 적용을 받아 청약통장이 필요 없으며 만 19세 이상이면 소득 제한, 주택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계약할 수 있다. 개별등기와 전입신고도 가능해 아파트처럼 거주할 수 있고 전매도 자유롭다.

특히 최근 선보이는 생활숙박시설은 세대별 평면이나 수납시설, 커뮤니티 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고 주택이 아닌 숙박시설로 분류돼,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며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의 대출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다만 생활숙박시설은 취득세가 4.6%로 일반 주택보다 높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숙박시설로 활용할 경우에는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지만, 실제 거주하거나 전월세로 임대해 전입신고가 이뤄진다면 주택 수에 포함되며,  종부세 합산이나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임대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가능하다는 점도 미리 체크해야 한다. 숙박시설일 경우 사업소득에 따른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고,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 왕십리 지음재 광역

섹션 오피스(소형 오피스) 역시 규제에서 자유로우며 업종 제한이 없고 적은 투자금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진입 장벽이 낮고, 수익률도 기존 수익형 부동산에 비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인 오피스가 한 층을 통째로 매각되는 데 반해 섹션 오피스는 1개 층을 분할할 수 있는 모듈 구조로 설계해 원하는 크기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공간이 작다 보니 주로 1~2인 벤처 창업이나 2~5인 규모의 스타트업이나 기존의 오피스빌딩에 입주한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지원해주는 병원, 식당, 변호사·세무사·법무사 등의 시설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섹션 오피스는 기존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새로운 블루오션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 중소사업자들은 개별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각 오피스텔마다 화장실, 주방 등 업무에 불필요한 시설이 포함돼 면적의 손실 부분이 생겼다. 하지만 섹션 오피스의 경우 한 개 층을 다양하게 분할해 각 공간의 면적을 100% 업무용으로 만들고 화장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의 편의시설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 DMC 스타비즈 향동지구역

공간 효용성이 높고 운용비도 적게 들며 지식산업센터와 달리 별도의 인테리어 비용도 들지 않는다. 공간이 작기 때문에 자연스레 초기 투자비용도 적게 든다. 이에 다른 수익형 부동산과 달리 투자 진입 장벽이 낮고 임대도 수월한 편이다.

섹션 오피스는 1인기업의 증가세로 전망이 밝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1인 창조기업(1인 또는 5인 미만의 공동사업자)은 2015년 24만9774개, 2016년 26만1416개, 2017년 26만4337개로 늘어났다. 2017년 증가폭이 주춤했지만,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 사업과 예산을 늘리는 등 창업을 촉진하면서 1인 창조기업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출이나 전매에 대한 규제가 없으며 사무실은 보유세 산정기준은 공시지가인데, 부속토지 등 별도합산 토지는 공시지가 합계가 80억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대상이다. 

효용성 높고
운용비 적어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꼽히는 주택임대사업자 폐지 수순을 밟는 것으로 규제를 벗어나면서, 초저금리에 수익성이 좋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익성이나 규제가 거의 없어 주목을 받는 수익형 상품으로 단지 내 상가, 생활숙박시설이나 섹션 오피스가 있는데, 최신 소비나 투자 트렌드 또한 반영해 당분간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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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