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새 황제의 임무
DB그룹 새 황제의 임무
  • 양동주 기자
  • 승인 2020.08.11 13:53
  • 호수 12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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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흔적부터 말끔히 지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DB그룹이 오너경영 체제로의 회귀를 알렸다. 전문경영인 아래서 실무를 익힌 젊은 황제는 옛 영광을 재현해야 하는 숙명을 안게 됐다. 다만 후계자가 짊어진 짐은 그리 만만한 것들이 아니다. 미래 먹거리를 챙겨야 하는 건 물론이고, 자질에 대한 물음표도 떨쳐내야 한다. 회사를 위해서라도 아버지와 철저한 선긋기가 요구된다.
 

▲ 김남호 DB그룹 신임 사장
▲ 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

DB그룹(옛 동부그룹)은 1969년 1월 설립된 미륭건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은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자본금 2500만원으로 회사를 차렸고, 미륭건설은 1970년대 중동 건설 시장 진출을 계기로 급격히 사세를 키웠다. 

중동서 벌어들인 외화를 밑천으로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동부그룹이 한때 금융·철강·반도체·농업 등을 영위하는 6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서열 10위권 대기업집단으로 발돋움하게 된 배경이다.

다사다난 
수난사

하지만 동부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급격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1조3000억원을 들였던 동부제철 전기로 사업은 처참한 실패로 결론났고, 주력 계열사들은 연이어 엄청난 부채의 압박에 시달렸다.

결국 2014년 12월31일 모태기업인 동부건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익스프레스 등 비금융 계열사가 떨어져 나가면서 그룹의 공중분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동부그룹은 무너지지 않았다. 수년간 구조조정 홍역을 치루면서 외형은 위축됐지만, 금융계열사 주축으로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급한 불을 끈 뒤에는 사명 변경을 통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동부그룹은 지난 2017년 11월 이미지 쇄신작업의 일환으로 사명을 DB그룹으로 변경했다. DB는 동부(DongBu)의 영문 머리글자이며 ‘드림 빅’(Dream Big) 의미를 담았다.
 

▲ DB그룹 CI 선포식 ⓒDB그룹
▲ DB그룹 CI 선포식 ⓒDB그룹

그룹 계열사들 역시 DB로 새 단장했다. DB Inc로 변경된 ㈜동부를 필두로 ▲DB손해보험(동부화재) ▲DB생명(동부생명) ▲DB금융투자(동부증권) ▲DB저축은행(동부저축은행) ▲DB하이텍(동부하이텍) ▲DB메탈(동부메탈) ▲DB라이텍(동부라이텍)이 간판을 바꿔 달았다.

오너경영 체제로 회귀
옛 영광 재현에 집중

새 출발한 DB그룹의 수장은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이 맡았다. 경영권이 곧바로 오너 일가에 넘어가는 것보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산업은행 총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이 회장은 2008년 동부메탈과 동부생명 사외이사를 맡으며 동부그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 회장 체제서 DB그룹은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와 매출액은 각각 66조원, 21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그룹 전체 매출의 90%를 담당하는 금융 부문이 건실한 수익을 낸 덕분이었다.

금융부문은 코로나19 사태에도 1분기 매출액 5조8000억원, 순이익 16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제조부문 역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미운오리새끼’ DB하이텍이 실적 개선을 이뤄내면서 금융과 제조를 양대 축으로 하는 사업 모델이 탄력을 받고 있다. DB하이텍은 올해 1분기 매출 2258억원, 영업이익 6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18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29%에 달한다.

이 회장 체제서 내실 다지기에 성공한 DB그룹은 최근 2세 경영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또 한 번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내실 다지고
후계자 앞으로

DB그룹은 지난 1일 이 회장이 물러나고,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을 신임 그룹 회장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회장은 내년 초 정기주총을 거쳐 그룹 제조서비스부문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DB Inc의 이사회 의장도 겸임할 예정이다.

1975년생인 김 신임 회장은 김 전 회장의 장남이다. 2002년부터 3년간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인 AT커니서 근무했고, 2007년 미국 시애틀 소재의 워싱턴대 대학원서 경영학 석사 취득, UC버클리서 금융 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DB그룹에 입사해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서 생산·영업·공정관리·인사 등 각 분야 실무경험을 쌓았다.
 

▲ DB그룹 사옥
▲ DB그룹 사옥

김 신임 회장의 등장은 전임자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인사로 읽힌다. 이 전 회장은 고령으로 체력적 부담이 커지면서 여러 차례 자리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달 말 그룹 경영협의회서 퇴임 의사를 공식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자리서 오너 2세인 김 신임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달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김 신임 회장은 DB손해보험과 DB Inc의 지분 9.01%와 16.83%를 각각 보유한 최대주주기도 하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DB금융투자·DB캐피탈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을 지배하고 있다. 김 신임 회장은 2000년대 초부터 그룹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왔다.

김 신임 회장의 취임은 DB그룹은 창업 이래 5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어 온 창업주 김 전 회장의 시대를 완전히 청산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재계에서는 김 신임 회장 체제로의 전환은 3년 전부터 예견돼온 수순이었다고 보고 있다.

명확한 입지
큰 그림 장점

실제로 김 신임 회장은 김 전 회장 퇴임 후 이 전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경영을 이끌기 위한 준비과정을 밟아왔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은 암투병 중으로 경영복귀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신임 회장은 국내외 투자금융전문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10년대 중반 그룹 구조조정 과정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팜한농, 동부대우전자 등을 매각하는 작업에 깊이 관여해 금융·IT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DB메탈의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유상증자를 이끄는 등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DB금융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DB금융연구소에서는 금융 계열사들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세웠다. DB금융부문이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일각에선 김 신임 회장이 금융부문뿐 아니라 제조부문까지 책임지는 과정서 경험 부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DB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금융부문 의존도가 한층 높아진 상태다. 제조부문이 총 매출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에 불과하고, 김 신임 회장 역시 금융부문에 주로 역량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제조부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

김 신임 회장 입장서 다행인 건 DB그룹이 엄청난 손실에도 불구하고 제조부문에 대한 투자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DB하이텍은 DB그룹의 제조부문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전력이다.

부친과 선긋기 우선
경험 부족 당면과제

DB하이텍은 국내 유일의 순수 파운드리 업체로 1997년 옛 동부그룹이 동부전자를 설립한 후 2000년 국내 최초로 파운드리 사업에 나섰다. 2013년 위기에 봉착한 DB그룹이 계열사 매각과 워크아웃 등에 돌입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게 DB하이텍이었다. 

일단 DB하이텍은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DB하이텍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9230억원, 2511억원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률 예상치만 27.2%에 달한다.

오너 일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워야 할 과제도 놓여 있다. 필요에 따라 아버지와의 철저한 선긋기가 요구된다. 가사도우미와 비서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 전 회장은 지난 4월,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 DB 그룹 선포식 ⓒDB그룹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별장의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총수의 상식 밖 행동으로 인해 순식간에 그룹 이미지는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심지어 브랜드 사용료 문제에 따른 사명 변경을 김 전 회장과의 거리 두기 차원으로 몰아가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동부’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할 경우 그룹은 남이 돼버린 동부건설에 브랜드 사용료를 내야 했는데, 이 금액은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 치료 명목으로 미국으로 떠났다가 출국 이후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곧장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촌극을 벌였다. 이 탓에 약 2년 동안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넘어야 할 산
무거워진 어깨

도피행각을 벌이던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출국한 지 약 2년2개월 만이었다. 그를 향한 시선은 이미 존경받는 창업주서 파렴치한 기업인으로 뒤바뀐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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