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집>의 웃음 폭탄, 김희원의 매력

나쁜 놈의 완벽한 변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 <아저씨>서 방탄유리에 의존한 채 배우 원빈에게 욕하는 장면은 배우 김희원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소 사나워 보이는 인상 탓에 남을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는 악역이 많았다. ‘후배들이 무서워서 말도 잘 못 건다’고 할 정도로 무서운 인상의 김희원은 전혀 예상 밖의 얼굴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tvN <바퀴 달린 집>을 통해서다. 
 

▲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김희원 ⓒ문병희 기자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의 출발은 김희원과 성동일의 짤막한 대화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은 8월 개봉 예정작 영화 <담보>에 함께 출연했다. 그 과정서 김희원은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던 성동일에게 “형이랑 나랑 예능하면 재밌을 것 같긴 하다”고 넘어가듯 말을 건넸다. 

나비효과

추진력이 빠른 성동일은 “<아빠 어디가>서 만난 친한 PD가 있다”며 강궁 PD에게 연락해 두 사람이 나올만한 예능을 생각해보라고 제안했다. 대중이 ‘먹방’ 이후 ‘집방’에 관심이 많다고 여긴 강 PD는 해외서 꽤 알려진 ‘타이니 하우스’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둘에게 이를 소개했다. 두 배우가 흥미를 갖게 되면서 다음은 척척 진행됐다.

김희원의 짧은 한마디가 예능프로그램 론칭까지 이어진 셈으로, 일종의 나비효과다.

그리고 이 나비효과는 김희원에게 제2의 전성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별히 하는 것 없이 독보적인 존재감’ ‘뭘 해도 야무진 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구석’ 등 김희원의 매력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 


라미란이 언급한 ‘마이너스의 손’이 아니라고 변명하기도 구차하다. 뭐 하나 깔끔하게 처리되는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텐트를 쳐도 불안하고, 평상을 올리는 데도 온갖 인상을 짓고 땀이 범벅이다. 얼굴을 보호하기 위한 선크림은 되려, 그의 눈을 찌른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 고기 뒤집는 집게는 고기에 닿기도 전에 그의 손에서 부서지고야 만다. 꽁치 패티에 후추를 왈칵 쏟아내 성동일의 화를 돋우기도 하며, 카드 던지기 게임에서는 그가 던질 때만 바람이 세게 불어 꼴찌를 한다.

히든카드에 가까운 운전 역시 주차 할때 만큼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뭐 하나 빠른 게 없고 한 번에, 또 완벽하게 하는 법이 없다. 늘 꼬이고 헤매는 시행착오를 겪고 난 뒤에야 겨우 원하는 결과를 얻는 그다. 어째서인지 그 답답함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남성미를 대변하는 ‘든든함’의 부재도 김희원의 매력이다. 51년 넘게 사는 동안 캠핑은 물론, 텐트를 치고 밖에서 자보는 것도 처음이라, 뭘 해도 신뢰가 안 간다. 혹시 약골이냐는 공효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그런 편이지”라고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왠지 짠하면서도 큰 웃음을 자아낸다. 

술 한 잔 못하는 것뿐 아니라 집에 가득 들어온 모기를 바라보며 오만상을 찡그리며 걱정스러워 하는 표정, 대문어를 보고 혹시 자기 보고 잡으라고 할까 불안함에 휩싸이는 동시에, “무서웡”이라고 들릴 듯 말 듯 조용히 내뱉는 모습은 웬만한 여성보다 얌전하다. 평상을 들고 기운이 빠져 하루종일 말을 하지 않는 소심함마저도 김희원에게는 매력이 된다. 

남자니까 ‘보호받기’보다 도리어 지켜주고 싶은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반백 살 김희원의 표정은 귀엽다는 말 외에 대체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바퀴 달린 집> 하는 것 없는 존재감
뭘 해도 ‘어리둥절’…보호 본능까지


“평생 텐트서 한 번도 자지 않았다”는 김희원의 말에 성동일이 밖에서 자보자고 권유하자 못마땅한 표정을 한참 짓다가 겨우 수락한 뒤 밖에서 첫 잠자리를 한 후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기분 좋다며 던지는 리액션은 정말, 첫 경험인지라 더 리얼하고 정겹게 다가온다. 

캠핑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온 ‘김희원의 캠핑’이라는 점이 <바퀴 달린 집>의 재미 포인트다. 

언제나 예측을 벗어날 뿐 아니라 다소 아이러니한 리액션은 그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대형 트레일러 면허를 아직 따지 못했다”는 성동일에게 “형이 면허를 따도 내가 운전하겠다”며 형을 챙기는 모습을 보인 뒤 “내가 운전하는 게 편해. 나의 안전을 위해”라고 말하는 대목이나, 라미란과 혜리가 몰래 먹은 라면에 ‘어떻게 몰래 먹을 수 있었는가’에 고심하는 부분은 그의 캐릭터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 바퀴 달린 집 공식 포스터

또 대나무 숲까지 와서 해 먹는 음식이 아닌 사 먹는 국수에 ‘이것이 힐링’이라고 열변을 토하는 장면을 보면 ‘행복에는 기준이 없다’는 메시지까지 제대로 전한다. 성동일이 오늘만 쓰라고 준 선글라스가 잘 어울린다고 하자, 그 말은 평생 어울리는 것이라 해석하고 이젠 자기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모습서도 예상 밖의 웃음이 나온다. 예측 밖의 멘트와 리액션은 이제 그의 캐릭터가 됐다.

그의 또 하나의 매력은 관계성이다. 성동일과의 관계, 여진구와의 관계가 눈에 띄는 요소다. “희원아” “희원아 이거 좀 해라” “희원아 이리 와 봐”라는 말이 하루에만 백번 가까이 성동일의 입에서 나온다. 김희원은 비록 노이로제에 걸린 표정을 짓기는 하나, 시키는 일은 다 한다. 잘하지 못해도 묵묵히 한다. 서로 지겹다는 말로 괜한 생채기를 내는 것 같지만, 누구보다도 서로를 아끼고 위하며 챙겨주는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전달된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우애를 엿볼 수 있다. 

성동일과 김희원의 관계가 서열이 뚜렷하다면, 한참 어린 여진구와 김희원의 관계는 매우 수평적이다. 어리다고 ‘우쭈쭈’ 하지도 않고, 나이가 많다고 고압적이지도 않다.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 말을 걸고 들어준다. 아닌 건 아니라고 편하게 던지고,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한다. 여진구에게 진짜 연기를 하려면 인생의 쓴맛을 알아야 한다면서 느닷없이 진지해지는 부분도 정겹기만 하다.

라미란과 혜리, 공효진, 이성경 등 게스트로 누가 나와도 편하고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탈꼰대

나이 많은 사람이 ‘꼰대’라고 조롱받기 일쑤인 요즘, 어린 세대가 윗세대에게 바라는 형의 모습이 김희원에게 내재한 듯하다. <바퀴 달린 집> 유형의 힐링 예능은 이미 나영석 PD표 예능서 숱하게 봤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건, 기존 예능의 레퍼런스를 깨고, 자기만의 길을 걷는 김희원 덕분이지 않을까. 언제 어디서나, 누구 앞에서도 꾸밈없는 김희원의 진실한 속마음이야말로 ‘힐링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