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앉은 본죽의 무리한 사업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7.13 11:49:05
  • 호수 12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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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외도에 발목 잡혀 ‘허우적’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죽 프랜차이즈 ‘본죽’의 다양한 사업은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군들이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면서 빚에 의존하게 됐다. 재무상태에 비상이 걸린 본죽은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의 시작은 미비했다. 전문점 창업을 구상한 것은 1999년 친구와 함께 창업 컨설팅사를 운영하면서부터다. 그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중 죽 전문점을 떠올렸다. 3년 동안 철저한 준비 끝에 부인과 함께 2002년 9월 대학로에 ‘본죽’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25평 규모의 첫 직영점을 열었다.

25평 규모
첫 직영점

이후 본죽은 승승장구했다. 본죽은 창립 이후 10년간 전국에 1272개의 가맹점을 오픈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06년 7월 제2 브랜드인 ‘본비빔밥’을 출시했고 2008년에는 국수 브랜드인 ‘본국수대청’을 추가 출시했으며 2012년 ‘본도시락’ 가맹사업에 나서며 죽에만 그치지 않고 사업군을 확장했다.

하지만 본죽의 외형성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8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분위기가 바뀌었다. 본사와 가맹점주들 간의 충돌이 일어났고 김철호 부부는 ‘상표권 부당이득 배임’ 혐의 등 악재가 겹쳤다. 

본아이에프가 빚더미에 오르며 재정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과도한 부채로 인해 회사 사정이 악화됐다. 2018년 연결기준 본아이에프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1050억7100만원으로, 전년(599억4800만원) 대비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7년 277억6000만원에서 2018년 706억6800만원으로 급증한 총부채가 총자산의 증가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2019년에도 부채가 860억7400만원으로 약 150억원이 늘었지만, 같은 해 총자본은 344억3800만원서 319억9000만원으로 약 25억원이 줄어들었다.

총부채의 비약적인 증가는 본아이에프의 부채비율을 급등하게 했다. 2017년 86.3%였던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이듬해 205.4%로 뛰어올랐으며, 지난해 269.1%로 치솟으며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됐다.

시장에선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급증한 부채비율에는 차입금 증가가 일조했다. 

본아이에프는 2017년까지 무차입금을 경영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18년 말 기준 총 차입금 410억원을 실행했다. 특히 장기차입금은 시설자금 명목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400억원을 빌렸다. 이는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사옥을 441억원에 매입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부채비율 치솟아
신사옥 매입 위해 400억 차입

이와 관련해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최근 2년간 부채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가맹정 사장님들을 위한 교육장과 강의장 확보, 새로운 메뉴 개발 등 환경 인프라 구성을 위해 사옥을 매입했다. 이를 위해 차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듬해에도 515억원으로 차입금 규모가 커졌다. 2018년부터 차입금이 생기면서 본아이에프의 차입금의존도는 39%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도 차입금 의존도는 43.6%로 높아졌다. 시장에선 차입금 의존도를 30%이하를 적정수준으로 인식하는 것을 보면, 전체 자본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아이에프 측은 ”차입금 의존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차입금의 성격과 차입금을 통한 자산의 형태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차입금은 장기차입금으로 조달돼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차입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가맹점 매출 증대를 위한 전략을 개편해 실행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서 자체 모바일 배달 앱인 ‘본오더’를 활용해 전 매장 배달 서비스를 도임함으로써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맞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차입금도 2018년 10억원서 이듬해 7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본아이에프가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금액 가운데 최고는 3.39%(11억7000만원, 우리은행)이었고 차입금 규모가 가장 컸던 우리은행 대출은 2.97%(33억3000만원)였다. 본아이에프는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으로 2018년과 지난해 각각 4억2800만원, 13억9000만원을 투입했고, 올해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출↑
영업익↓ 

재정뿐 아니라 실적면서도 급감을 나타내며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7년도와 2018년 매출은 각각 2245억8300만원, 2538억5200만원을, 이듬해에는 2798억3000만원으로 집계되며 오름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9억8300만원, 71억800만원으로 감소세를 보이더니, 2019년 영업손실 11억88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2017년과 2018년 당기순이익도 56억5200만원, 22억2600만원으로 줄어들더니 2019년 영업손실 24억1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본아이에프의 실적 감소는 대형 모델을 기용하면서 광고선전비가 급증한 것이 영업이익 부문서 악영향을 미친 탓이다. 2018년 광고선전비는 56억4700만이었고 2019년 95억7400만원을 기록하며 69.5%증가했다.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2019년 주 52시간 시행, 외식시장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이를 이겨내고 매출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에 공유, 유인나 등 빅모델을 섭외해 가장 공격적인 매체 광고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체 광고로 인해 브랜드 인지도는 일정 부분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여러 요인으로 매출 견인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본아이에프는 산하에 2014년 인수한 본푸드서비스를 100% 자회사로, 순수본과 본에프디 등을 특수관계 기업으로 두고 있다. 급식 및 외식사업을 운영하는 본푸드서비스, 유통 및 물류를 담당하는 본에프디, 가정간편식과 유동식을 생산하는 순수본까지 4개 법인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2017년 순수본이, 2018년에는 본에프디가 설립됐다. 

사업 초기인 걸 감안해도 순수본은 수익성 개선에 더딘 모양새다. 2018년과 2019년 매출이 각각 6억6300만원, 38억5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영업손실액이 늘어났다. 2018년 67억8300만원이었던 자본은 2019년 36억3300만원을 기록했다. 약 31억원이 결손금으로 쌓이면서 부분자본잠식에 접어들었다.

사업 초기
자금 확보

본아이에프 측은 ”2019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됐다. 현재까지는 안정화 단계가 아니었으며, 2020년부터는 유동식 사업 고도화와 유통 및 온라인세일즈 판매채널 확대로 연간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새로운 수익 창출 법인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수본의 총 자산은 135억1300만원으로, 전년(134억99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부채총액이 98억8100만원으로 전년(67억1500만원) 대비 47.1% 늘었으며 자본도 36억300만원으로, 전년(67억8300만원)보다 45.9% 줄어들었다. 이 영향으로 2018년 99%였던 부채비율은 2019년 272%로 치솟았다. 2018년 12억5000만원이었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43억5000만원으로 2.5배 늘었으며, 총차입금도 62억5000만원서 88억5000만원으로 1.4배 증가했다.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차입금이 늘어난 이유는 사업 초창기로 매출이 발생하는 속도보다 생산라인 운영 및 고정비 성격의 비용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사업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늘어난 것이다. 신규 사업의 경우, 대부분 초기 3년간은 투자에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이나 신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되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역시 적정치를 하회한다. 2018년 16.9%였던 순수본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20.3%로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정 수준(200% 이상)을 한참 밑돈다. 

이에 대해 본아이에프 측은 ”지난해 부득이하게 운영 자금에 대한 단기 부채가 증가하면서 유동 비율이 낮아지게 됐다. 2020년도에는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순수본뿐 아니라 본푸드서비스도 본아이에프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8년 매출이 전년(674억원9800만원) 대비 571억1600만원으로 15.4% 감소했다. 같은해 영업이익도 전년(5억1700만원) 대비 1억2600만원으로 급감했으며, 순이익도 2억3600만원서 1억3800만원으로 떨어졌다.

순수본·본에프디 등 신규사업 
모델 마케팅… 수익 연결 안돼

매출이 줄어든 이유로는 사업 구조를 상품 매출보다 급식과 외식에 집중하면서 매출 분야를 본푸드서비스서 본아이에프로 이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본아이에프 측은 “2018년에는 사업 이관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됐으나, 2019년도에는 급식 매출 및 외식 매출이 1년 만에 회복됐다”고 밝혔다.

2019년 영업이익 부분서 3억5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1억2600만원) 대비 142% 오른 것으로 보이나 당기순이익이 1억700만원으로 전년(1억3700만원)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다. 2018년 84%였던 부채비율이 이듬해 102.8%로 뛰어올랐다.
 

부채비율이 오른 원인으로 자본은 90억800만원서 91억1500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부채가 75억6600만원서 93억6800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3년간(2018~2020년) 본푸드서비스가 운영하는 본우리반상 점포수는 11점, 12점, 11점으로 유지만 한 상태였고 본건강한상은 8점, 9점, 10점이다.

2018년 유동비율은 전년(121.66%) 대비 73.6%를 기록하며 급격하게 떨어졌다. 유동자산이 89억300만원서 55억7900만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적정치를 하회했다.

이에 대해 본아이에프 측은 “(유동자산이)소폭 감소한 것은 사업 이관에 따라 매출채권 등의 유동자산에 일부 기인한 것으로 2018년도 73.6%, 2019년 80.2%의 유동비율은 업종 대비로도 그다지 낮은 수준이 아니다. 2018년 대비 2019년 기준의 신용평가서 BBB0로 한 단계 신용이 상승했고 무차입경영을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본에프디를 설립했다. 식자재 공급과 물류는 본에프디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본에프디 사업은 용인 센터를 중심으로 충남 논산, 경남 창녕 등 전국 3곳의 거점 센터로부터 이뤄진다. 

“투자했으니 
나아질 것”

2018년 1006억4000만원이었던 본에프디의 매출은 2019년 1552억6300만원을 기록하며 매출실적서 호조를 보였다. 영업이익도 각각 3944만6700만원, 14억4800만원이 집계됐고, 당기순이익도 3376만2300만원, 13억52000만원으로 나타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하지만 하나은행으로부터 운전자금 명목으로 차입금 20억원을 빌렸다. 연이자율 3%로 이자비용 3000만원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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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