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밀리는 BH 딜레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13 10:45:35
  • 호수 12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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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키려다 큰집 떠나게 생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힘의 추가 기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청와대의 태도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부동산 정책을 당 차원에서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균형을 이루던 힘의 추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쪽으로 급속히 기우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

“이런 식으로 하면 각 상임위서 당정협의를 받아주지 말라.” <이해찬 대표,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청주 집 처분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낙연 의원, 7일 당대표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의 문답 중> 

“국민 눈높이서 보면 여러 비판 받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태년 원내대표, 5일 SBS 인터뷰 중>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보인다.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김남국 의원, 7일 MBC라디오 인터뷰 중>

똘똘한 한 채
비판 쏟아져

최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뭇매를 맡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서도 쓴소리가 여과 없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 등을 결정하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뒤 당정협의에 나선 점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노 실장은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강남의 반포아파트와 고향인 청주아파트가 그것이다. 청와대는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참모들에게 한 채를 제외하고 모두 팔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노 실장이 반포아파트와 청주아파트 중 반포아파트를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전했다. 그러나 약 40여분 뒤 청와대는 노 실장이 반포가 아닌 청주아파트를 팔기로 해 전날 매물로 내놨다고 정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똘똘한 한 채’ 논란을 불러왔다. 3선을 한 지역구의 청주아파트는 매물로 내놓고, 강남의 반포아파트는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달 내 서울(반포) 소재 아파트도 처분하겠다’며 ‘서울 소재 아파트에는 가족이 실거주하고 있는 점, 청주 소재 아파트는 주중대사,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수년간 비워져 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노영민 비서실장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포 소재 아파트

이어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강남 불패’ 신화만 재확인시킨 꼴이 됐다는 비판이다. 반포아파트는 13평 남짓한 방 2칸짜리 낡은 아파트다. 집값 상승 이외에는 반포아파트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이낙연·김남국 의원 입에서 노 실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내부서도 노영민 비판
김현미와 동반 사퇴론에 ‘흔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안정세를 찾았다. 지난 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한 7월2주차(6∼8일) 주중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0.0%가 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50.0%가 무너지며 위기를 맞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3월3주차 조사(47.9%) 이후 15주 만이었다.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발표로 불거진 청와대 참모진 다주택 보유 논란이 하락세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 실장은 사퇴론에 휩싸여 있다. 아직은 수면 아래에 있지만, 상황 악화 여부에 따라 외부로 분출될 수 있다. 일촉즉발의 상황인 것이다. 여당 내부서도 노 실장 스스로 사의를 표해 문 대통령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은 당청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앞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의 행동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3일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서 그는 “청와대와 정부가 이미 결정된 내용을 갖고 보도자료 내기 몇 시간 전에 당에 당정협의 계획을 통보해오는 것은 당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불만을 드러냈다. 
 

▲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앞서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 등을 비롯해 주요 정책을 이미 결정,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후에야 당정협의 형식을 빌려 마치 민주당과 논의해 결정한 것처럼 보이게 발표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 당시 이와 관련해 “이런 식으로 하면 각 상임위서 당정협의를 받아주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를 향한 강한 경고성 발언이다. 

싸늘한 여론
어떡하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 빈소를 찾은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발언을 빌려 “정부가 미리 보도자료 배포를 언론에 한 다음에 당정협의를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당정협의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 보도자료를 뿌려놓고 당과 논의하는 형식적인 당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 총선을 통해 176석의 거대 여당이 됐음에도 민주당이 의사결정 과정서 배제되고 있는데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또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데 대해 이 대표가 직접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불만을 표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지난 3일 열렸다. 하루 전인 지난 2일에는 노 실장이 청주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는 청와대의 발표가 있었다. 민주당은 당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서 노 실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점상 노 실장 문제로 참고 있던 이 대표의 불만이 폭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우회적으로 이 대표에게 사과했다. 지난 7일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일보>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당의 입장은 생각을 통보하듯 (당정협의를) 운영하지 말고,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하자는 것 아니냐”며 “대화하는 상황서 한쪽이 대화가 부족하다고 하니, 우리는 앞으로 충분히 대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정부는 이 대표의 분노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이 대표에게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보고했다. 

정부는 이번 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한다. 이에 앞서 현재 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대표에게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구한 것이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 부총리는 이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 앞에서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관계 부처 간 협의는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보완을 위해 이 대표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다만 참석자들 모두 그 자리서 부동산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홍 부총리는 “잘 안 믿겠지만, 정말로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역시 “오늘 부동산 정책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을 당 차원에서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서 “당 주도의 부동산 대책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아파트 투기 근절, 서민들이 손쉽게 내 집을 마련하는 사회적 기반이 정착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찬 대노
청 흔들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서 “각종 공제 축소 등 종부세(종합부동산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한 추가 조치를 국회 논의 과정서 확실하게 검토하겠다”며 당이 부동산 정책 추진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정책위원회서 부동산 정책을 주도할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관료적 마인드로는 창의적 발상이 나올 수 없으니, 당 차원서 해법을 찾아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문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 앞에서 “국토교통부나 정부서 나올 안들은 이제 다 나온 것 아니냐. 이제 당에서 끌고 가야 한다”며 “원내대표와 정책위가 중심이 돼 부동산 대책을 보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경질론까지 수면 위로 올랐다. 

이낙연 의원은 지난 9일 한 라디오서 김 장관 경질론과 관련해 “인사는 대통령의 일이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 직전 총리로서 적절하지 않지만, 정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 대화 나누는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사진 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민주당 홍익표 의원 역시 김 장관 교체론에 대해 “여당 의원으로서 참 난감하긴 한데, 정책 변화나 국면 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그런 부분도 고려해야 할 타이밍이 아니냐”라고 우회적으로 교체론을 언급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의 균형은 점차 민주당 쪽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이하 전대)가 오는 8월로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둘 중 당권을 잡는 사람이 유력 대권주자로 올라설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지난 5월10일을 기점으로 집권 4년 차에 돌입했다. 청와대 권력누수가 생길 수 있는 시점이다. 

부동산발 청 개편론
이낙연 “성공 못해”

당권주자들은 부동산 정책을 언급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지난 9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땜질식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의원과 당권 경쟁 중인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같은 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여의도 민주당 당사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한 6·17 부동산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노 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의 주택 보유와 관련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서 내놓은 공약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의원은 기자회견장서 “문재인정부는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부동산 투기 차단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7%로 OECD 평균 1.06%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딜레마에 빠졌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권력누수를 최소한으로 막아야 하는 중책을 안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민주당 일각에서는 ‘부동산발 청와대 개편론’이 제기됐다. 노 실장이 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 청와대

그러나 부동산발 청와대 개편론은 청와대 입장서 위험 부담이 크다. 만약 노 실장이 사퇴한다면, 비서실장 자리와 반포아파트 중 반포아파트를 선택했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6·17 부동산 대책이 희화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서울 흑석동 상가 매입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한 6·17 부동산 대책이 불신은 물론이고 희화화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흑석 김의겸’ ‘방배 조국’ ’과천 김수현’ ‘반포 갭영민’ 등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을 희화화하는 별칭이 공유되고 있다. 갭영민은 노 실장이 결국 ‘강남 갭투자’를 위해 반포아파트를 보유한 것 아니냐는 데서 유래됐다. 

시간은
민주당 편

노 실장은 지난 2일 청와대 참모 중 다주택 보유자에게 두 번째 매각 권고를 내렸다. 한 달 내로 매각하라는 권고다. 만약 권고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인사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 보유자 중 퇴직을 선택하는 참모가 나온다면 야권의 조롱을 받을 공산이 크다. 한 달 내 매각하지 않고 버티는 참모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청와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영민이 쏘아올린 ‘다주택 강제처분법’은?

청와대 참모·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다주택 강제처분법’을 발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심 대표는 지난 7일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나 집권여당의 정책추진 의사보다 ‘똘똘한 한 채’를 챙기겠다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처신을 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위 인사들이 거주 이외의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강제처분토록 하는 법안을 여야에 제안했다.

청와대 참모와 국회의원, 장차관은 물론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대상이다.

심 대표는 이 같은 제안을 발표하며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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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