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국대 교수의 이상한 투잡

처형이 운영하고 아내가 직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의 한 교수가 학교 부속기관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교수는 최근 건국대 총장 선거에서 후보자선정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 건국대학교 전경 ⓒ고성준 기자

건국대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최근 임대보증금 393억원 문제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교내에서는 총장 선거를 두고 내홍이 불거졌다.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등에서 총장 선거의 절차와 결과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총학생회
사퇴 요구

건국대는 지난달 14일 제21대 총장에 전영재 이과대학 화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취임은 9월1일, 임기는 4년이다. 전 교수는 “교육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교육 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 건국대를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 교수가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내서 파열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건국대 교수협의회는 “법인이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 위원들에게 특정 후보 투표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다수 구성원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며 “즉각적이고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다. 거짓 해명이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앞서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이하 총선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걸었다. 이 과정에서 총선위원장인 남모 교수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총학은 남 교수가 자신을 총선위원장에 셀프 추천했으며 총장 선출 규칙조차 숙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개인 사업으로 부당 이득 의혹
총선위원장일 때도 잡음 나와

또 운영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의결 과정에서도 비민주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총학은 남 교수가 총선위원장서 사퇴할 것을, 총선위원들은 불거진 문제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총선위 운영위원회 측은 총학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는 선에서 사안을 봉합하려 했다.

총학 관계자는 “총학의 지적 사항에 대해 일부 운영위원들은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답했다. 사퇴와 사과 등의 요구에 대해서도 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총선위원장과 총선위에 대한 문제는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 
 

▲ 고성준 기자

그러던 중 총선위원장을 맡았던 남 교수에 대한 의혹이 나왔다. 남 교수가 학교 부속기관인 미래지식교육원(이하 미지원)과 남 교수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어학원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교육부에서 금지한 유학 프로그램을 변형해 개인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는 민원도 건국대와 교육부 등에 제기됐다. 

지난 2012년 11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국내 일부 사립대서 운영하는 ‘1+3 유학프로그램’에 대해 폐쇄를 통보했다. 1+3 유학 프로그램은 1년 동안 국내서 교양 과정과 영어 과정을 이수한 후 국제교류 협정을 맺은 외국 대학의 2학년으로 진학하는 제도다.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당시 교육부는 “1+3 유학 프로그램은 국내 학위와 무관해 고등교육법이 규정한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폐쇄 사유를 들었다. 국내 대학이 외국대학 학생을 모집·운영하는 사실상 외국 교육기관의 기능을 수행해 외국교육특별법에도 위반되며, 평생교육원을 통해 운영하더라도 평생교육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건국대도 2010년 9월 미지원과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커머스가 공동으로 ‘KU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년 동안 미지원서 교양수업과 어학과정을 이수한 뒤, 텍사스 A&M 커머스 2학년 과정으로 입학해 3년간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2011년 2월부터 첫 신입생을 받기 시작했다. 

남 교수는 2011년 1학기부터 2012년 2학기까지 건국대 미지원서 ‘Backpacking and Camp’ ‘TAMUC’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US-business and professional speaking’ 등의 과목을 맡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가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그램은 남 교수의 주도하에 진행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문제는 교육부가 1+3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규정한 이후에도 변종·신종 1+3 프로그램이 기승을 부렸다는 점이다. 당시 교육부는 “일부 유학원들이 미국 입학사정관을 통해 고교 내신과 면접만으로 미국 명문 주립대 입학이 가능하다고 광고하며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데 이를 방관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돼 필요한 조사와 조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지원 원장
그때도 했나?

남 교수에 대한 의혹을 처음 제기한 A교수는 그가 교육부서 지적한 것처럼 일종의 변종 1+3 프로그램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3년 교육부서 1+3 프로그램을 문제 삼자 학교 이름만 뺐을 뿐 똑같은 방식으로 텍사스 A&M 커머스로 편입할 학생들을 모집했다는 것. 

A 교수에 따르면 건국대 미지원에서 맡았던 (1+3 프로그램에서) 1의 역할을 미지원과 건국대 인근에 위치한 T 어학원이 양분하고 있다. 미지원서 텍사스 A&M 커머스 편입에 필요한 학점을 딸 수 있는 과목을 수강하고, 어학과정은 T 어학원을 통해 수강하는 시스템이다. A 교수는 “남 교수가 모집한 텍사스 A&M커머스 유학생들이 미지원 교양수업을 들으며 실제 T 어학원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폭로했다. 
 

▲ 대자보

T 어학원은 이른바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그램인 ‘텍사스 주립 대학교 토플면제 입학 특별전형’을 운영했다. 먼저 6개월 동안 텍사스 주립대 한국교육원서 ‘토플면제 ESL 대학 준비 영어과정’을 이수한 후 토플을 면제받는다. 이후 학점은행제를 포함한 국내 대학서 12학점을 취득하면 편입생이 돼 고교 내신을 면제받을 수 있다. 

문제는 T 어학원과 남 교수의 연관성이다. 건국대 감사실은 “남 교수에게 확인 결과, T 어학원과는 무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해보면 남 교수는 T 어학원과 상당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서 금지한 프로그램
약간만 변형해 사업에 이용?

먼저 T 어학원은 남 교수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국대 감사실은 A 교수의 문제 제기에 답하는 과정서 “남 교수가 T 어학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면서도 “남 교수의 처형이 T 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2017년 초 이미 인사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또 T 어학원서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홍모씨는 남 교수의 아내라는 의혹이 나왔다. T 어학원 홈페이지서 홍씨는 ‘텍사스 A&M 커머스 교육대학서 영어 교육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이면서 ‘텍사스 A&M 커머스 내 글로벌 센터서 코디네이터를 맡아 한국 학생들의 학업상담, 취업 상담 등을 하고 있다’고 기재돼있다. 

이뿐만 아니라 T 어학원 홈페이지나 블로그, 유학 사이트서도 텍사스 A&M 커머스 입학 설명과 관련해 남 교수의 이름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T 어학원서 올려놓은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ppt’ 자료에는 건국대 학점은행제에 대한 설명과 남 교수 이름이 자문교수로 기재돼있다.
 


앞서 남 교수는 2014년 12월 한 미술학원서 열린 텍사스 주립대 입학설명회 자리에도 참석했다. 당시 남 교수는 건국대 미지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2018년 1월 한 유학 사이트에 올라온 글에는 남 교수의 이름이 일반전공의 문과 담당과 미술 전공의 심층면접관으로 기재돼 있다. A 교수는 “남 교수는 미지원 원장이 된 직후부터 학점은행제가 아닌 텍사스 유학생 모집에 열을 올렸다”며 “학교 기관을 불법 사업에 이용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다시 전화”
연락 안 돼

A 교수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건국대 감사실은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면 추가 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육부는 A 교수의 민원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남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다시 전화를 하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끝내 연락을 주지 않았다. 이후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여러 차례 남겼지만 결국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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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