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망’ 북악산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13 10:33:48
  • 호수 12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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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메이커, 비극으로 지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미투’ 의혹에 휩싸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모습으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후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실종과 죽음, 그리고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일 사이의 연관성은 미궁에 빠진 상태다.
 

▲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13시간 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숙정문 인근 성곽 옆 산길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현직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이다. 향년 64세. ‘한국서 대통령 다음으로 힘이 센 선출직 공직자가 숨졌다’는 외신의 보도대로, 박 시장은 차기 대권에 가장 유력한 주자 중 한 명이었다.

‘미투’ 의혹 
하루 만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정치권과 지지자들은 박 시장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와대와 정부, 박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한마디로 패닉 상태다. 민주당은 주요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지난 10일 지지자들은 박 시장의 시신을 운구하는 차량이 서울대병원으로 들어서자 오열하며 “일어나라 박원순” “살려내라!” 등을 외쳤다.

박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서 열린 브리핑서 “구체적인 사안은 수사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타살 혐의점이 없다”며 “향후 변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심도 깊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외견상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또한 현장에서는 가방, 휴대폰, 명함, 필기도구 등이 발견됐는데, 감식 결과 박 시장 본인의 유품으로 확인됐다. 단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종합하면, 현재로서는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무엇일까. 박 시장에 대한 실종신고가 접수됐던 지난 9일, 박 시장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시는 박 시장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당일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이틀간 휴가를 냈다. 일정 취소를 알리는 공지가 기자들에게 전해진 것과 비슷한 시각, 박 시장은 시장 공관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서 배낭 메고 나선 후 연락두절
실종신고 7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

박 시장은 실종 당일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아파서 도저히 오찬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박 시장과 정 총리가 총리 공관서 만나 오찬을 하기로 돼있었다.

또 박 시장은 오후에 시장실에서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서울-지역 간 상생을 화두로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취소했다.

박 시장 정도 되는 중량급 인사가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박 시장을 가리켜 ‘워커홀릭’(다른 것보다 일이 우선이어서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여 사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추정되는 한 인물이 공관 근처 CCTV에 포착됐다. ⓒSBS뉴스

박 시장의 일정 취소는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행정국장 업무를 1년 정도 수행했는데, 최근 1년 동안 시장이 연락이 안 됐거나 위치를 모른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이 실종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그가 전직 비서로부터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피소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 시장의 전직 비서라고 밝힌 A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A씨가 변호사와 함께 지난 8일 밤 경찰을 찾아와 9일 새벽까지 관련 조사를 받았다”고 알렸다. 

모든 일정
취소하고…

고소장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됐으며, 경찰은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해 경찰청장 등 수뇌부에게 해당 사안을 긴급 보고했다. 이후 경찰은 박 시장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측은 “피소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서울시장 비서실의 비서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이후 성추행이 이어졌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신체접촉 외에도 박 시장이 A씨에게 휴대폰 메신저 중 하나인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 사진을 여러 차례 전송했다는 내용이 고소장에 담겼다고 한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경찰에게 증거로 제출했다. 또한 A씨는 경찰에게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며 “박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하지 못했지만, 본인이 용기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까지 전해진다.

박 시장은 여성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특히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등 여성과 관련한 굵직한 사건을 변호하며 이름을 알렸다.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은 국내서 최초로 제기된 성희롱 법률 소송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서울대 우모 조교가 B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발한 사건이다. 피해자를 대리했던 박 시장은 6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B 교수가 우 조교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이끌어냈다.

잠룡서
나락으로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전날(지난 8일로 추정) 밤 참모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문제를 위한 논의였는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측은 피소 건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한다. 박 시장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8일까지만 해도 박 시장에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한다.

박 시장의 죽음으로 사건의 실체는 미궁으로 빠졌다.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도록 규정한다.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식장ⓒ고성준 기자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이를 규명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경찰은 박 시장이 피소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행정국장은 피소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박 시장이 자신의 피소 사실을 인지했다면, 엄청난 심적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았던 인권변호사가 성추문에 휩싸였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박 시장이 피소된 직후 언론사 취재가 시작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민주당 지도부와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갈등을 보인 점이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직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
죽은 자는 말이 없다…수사 종결

여권은 이번 사태가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서 성추행 의혹과의 관련성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박 시장을 포함해 지난 2년 동안 민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 3명이 ‘미투’에 연루됐다.

시작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였다. 안 전 지사 사건은 지난 2018년 3월5일 그의 비서가 직접 세상에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혐의다. 충격에 쌓인 민주당은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안 전 지사를 제명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2월 징역 3년6개월의 형이 선고 받고 광주교도소서 복역 중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23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의사를 밝혔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직접 부산시 직원을 강제 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소셜미디어 계정 비밀번호가 변경돼 로그인이 안 된다”며 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추행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앞서 4월 초 부산시 관계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4월 중순 오 전 시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사퇴한 뒤 강제추행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인은?
이유는?

한편, 서울시정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아 책임진다. 그는 지난 10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서울시정은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 시장의 시정 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내년 4월7일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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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