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망’ 북악산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13 10:33:48
  • 호수 1279호
  • 댓글 0개

희망 메이커, 비극으로 지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미투’ 의혹에 휩싸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모습으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후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실종과 죽음, 그리고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일 사이의 연관성은 미궁에 빠진 상태다.
 

▲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13시간 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숙정문 인근 성곽 옆 산길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현직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이다. 향년 64세. ‘한국서 대통령 다음으로 힘이 센 선출직 공직자가 숨졌다’는 외신의 보도대로, 박 시장은 차기 대권에 가장 유력한 주자 중 한 명이었다.

‘미투’ 의혹 
하루 만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정치권과 지지자들은 박 시장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와대와 정부, 박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한마디로 패닉 상태다. 민주당은 주요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지난 10일 지지자들은 박 시장의 시신을 운구하는 차량이 서울대병원으로 들어서자 오열하며 “일어나라 박원순” “살려내라!” 등을 외쳤다.

박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서 열린 브리핑서 “구체적인 사안은 수사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타살 혐의점이 없다”며 “향후 변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심도 깊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외견상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또한 현장에서는 가방, 휴대폰, 명함, 필기도구 등이 발견됐는데, 감식 결과 박 시장 본인의 유품으로 확인됐다. 단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종합하면, 현재로서는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무엇일까. 박 시장에 대한 실종신고가 접수됐던 지난 9일, 박 시장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시는 박 시장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당일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이틀간 휴가를 냈다. 일정 취소를 알리는 공지가 기자들에게 전해진 것과 비슷한 시각, 박 시장은 시장 공관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서 배낭 메고 나선 후 연락두절
실종신고 7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

박 시장은 실종 당일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아파서 도저히 오찬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박 시장과 정 총리가 총리 공관서 만나 오찬을 하기로 돼있었다.

또 박 시장은 오후에 시장실에서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서울-지역 간 상생을 화두로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취소했다.

박 시장 정도 되는 중량급 인사가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박 시장을 가리켜 ‘워커홀릭’(다른 것보다 일이 우선이어서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여 사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추정되는 한 인물이 공관 근처 CCTV에 포착됐다. ⓒSBS뉴스

박 시장의 일정 취소는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행정국장 업무를 1년 정도 수행했는데, 최근 1년 동안 시장이 연락이 안 됐거나 위치를 모른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이 실종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그가 전직 비서로부터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피소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 시장의 전직 비서라고 밝힌 A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A씨가 변호사와 함께 지난 8일 밤 경찰을 찾아와 9일 새벽까지 관련 조사를 받았다”고 알렸다. 

모든 일정
취소하고…

고소장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됐으며, 경찰은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해 경찰청장 등 수뇌부에게 해당 사안을 긴급 보고했다. 이후 경찰은 박 시장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측은 “피소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서울시장 비서실의 비서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이후 성추행이 이어졌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신체접촉 외에도 박 시장이 A씨에게 휴대폰 메신저 중 하나인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 사진을 여러 차례 전송했다는 내용이 고소장에 담겼다고 한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경찰에게 증거로 제출했다. 또한 A씨는 경찰에게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며 “박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하지 못했지만, 본인이 용기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까지 전해진다.

박 시장은 여성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특히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등 여성과 관련한 굵직한 사건을 변호하며 이름을 알렸다.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은 국내서 최초로 제기된 성희롱 법률 소송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서울대 우모 조교가 B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발한 사건이다. 피해자를 대리했던 박 시장은 6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B 교수가 우 조교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이끌어냈다.

잠룡서
나락으로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전날(지난 8일로 추정) 밤 참모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문제를 위한 논의였는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측은 피소 건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한다. 박 시장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8일까지만 해도 박 시장에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한다.

박 시장의 죽음으로 사건의 실체는 미궁으로 빠졌다.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도록 규정한다.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식장ⓒ고성준 기자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이를 규명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경찰은 박 시장이 피소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행정국장은 피소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박 시장이 자신의 피소 사실을 인지했다면, 엄청난 심적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았던 인권변호사가 성추문에 휩싸였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박 시장이 피소된 직후 언론사 취재가 시작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민주당 지도부와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갈등을 보인 점이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직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
죽은 자는 말이 없다…수사 종결

여권은 이번 사태가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서 성추행 의혹과의 관련성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박 시장을 포함해 지난 2년 동안 민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 3명이 ‘미투’에 연루됐다.

시작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였다. 안 전 지사 사건은 지난 2018년 3월5일 그의 비서가 직접 세상에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혐의다. 충격에 쌓인 민주당은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안 전 지사를 제명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2월 징역 3년6개월의 형이 선고 받고 광주교도소서 복역 중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23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의사를 밝혔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직접 부산시 직원을 강제 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소셜미디어 계정 비밀번호가 변경돼 로그인이 안 된다”며 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추행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앞서 4월 초 부산시 관계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4월 중순 오 전 시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사퇴한 뒤 강제추행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인은?
이유는?

한편, 서울시정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아 책임진다. 그는 지난 10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서울시정은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 시장의 시정 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내년 4월7일 치러진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