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망’ 북악산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13 10:33:48
  • 호수 12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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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메이커, 비극으로 지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미투’ 의혹에 휩싸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모습으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후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실종과 죽음, 그리고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일 사이의 연관성은 미궁에 빠진 상태다.
 

▲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13시간 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숙정문 인근 성곽 옆 산길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현직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이다. 향년 64세. ‘한국서 대통령 다음으로 힘이 센 선출직 공직자가 숨졌다’는 외신의 보도대로, 박 시장은 차기 대권에 가장 유력한 주자 중 한 명이었다.

‘미투’ 의혹 
하루 만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정치권과 지지자들은 박 시장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와대와 정부, 박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한마디로 패닉 상태다. 민주당은 주요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지난 10일 지지자들은 박 시장의 시신을 운구하는 차량이 서울대병원으로 들어서자 오열하며 “일어나라 박원순” “살려내라!” 등을 외쳤다.

박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서 열린 브리핑서 “구체적인 사안은 수사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타살 혐의점이 없다”며 “향후 변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심도 깊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외견상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또한 현장에서는 가방, 휴대폰, 명함, 필기도구 등이 발견됐는데, 감식 결과 박 시장 본인의 유품으로 확인됐다. 단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종합하면, 현재로서는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무엇일까. 박 시장에 대한 실종신고가 접수됐던 지난 9일, 박 시장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시는 박 시장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당일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이틀간 휴가를 냈다. 일정 취소를 알리는 공지가 기자들에게 전해진 것과 비슷한 시각, 박 시장은 시장 공관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서 배낭 메고 나선 후 연락두절
실종신고 7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

박 시장은 실종 당일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아파서 도저히 오찬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박 시장과 정 총리가 총리 공관서 만나 오찬을 하기로 돼있었다.

또 박 시장은 오후에 시장실에서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서울-지역 간 상생을 화두로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취소했다.

박 시장 정도 되는 중량급 인사가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박 시장을 가리켜 ‘워커홀릭’(다른 것보다 일이 우선이어서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여 사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추정되는 한 인물이 공관 근처 CCTV에 포착됐다. ⓒSBS뉴스

박 시장의 일정 취소는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행정국장 업무를 1년 정도 수행했는데, 최근 1년 동안 시장이 연락이 안 됐거나 위치를 모른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이 실종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그가 전직 비서로부터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피소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 시장의 전직 비서라고 밝힌 A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A씨가 변호사와 함께 지난 8일 밤 경찰을 찾아와 9일 새벽까지 관련 조사를 받았다”고 알렸다. 

모든 일정
취소하고…

고소장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됐으며, 경찰은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해 경찰청장 등 수뇌부에게 해당 사안을 긴급 보고했다. 이후 경찰은 박 시장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측은 “피소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서울시장 비서실의 비서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이후 성추행이 이어졌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신체접촉 외에도 박 시장이 A씨에게 휴대폰 메신저 중 하나인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 사진을 여러 차례 전송했다는 내용이 고소장에 담겼다고 한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경찰에게 증거로 제출했다. 또한 A씨는 경찰에게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며 “박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하지 못했지만, 본인이 용기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까지 전해진다.

박 시장은 여성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특히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등 여성과 관련한 굵직한 사건을 변호하며 이름을 알렸다.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은 국내서 최초로 제기된 성희롱 법률 소송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서울대 우모 조교가 B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발한 사건이다. 피해자를 대리했던 박 시장은 6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B 교수가 우 조교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이끌어냈다.

잠룡서
나락으로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전날(지난 8일로 추정) 밤 참모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문제를 위한 논의였는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측은 피소 건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한다. 박 시장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8일까지만 해도 박 시장에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한다.

박 시장의 죽음으로 사건의 실체는 미궁으로 빠졌다.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도록 규정한다.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식장ⓒ고성준 기자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이를 규명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경찰은 박 시장이 피소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행정국장은 피소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박 시장이 자신의 피소 사실을 인지했다면, 엄청난 심적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았던 인권변호사가 성추문에 휩싸였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박 시장이 피소된 직후 언론사 취재가 시작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민주당 지도부와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갈등을 보인 점이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직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
죽은 자는 말이 없다…수사 종결

여권은 이번 사태가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서 성추행 의혹과의 관련성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박 시장을 포함해 지난 2년 동안 민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 3명이 ‘미투’에 연루됐다.

시작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였다. 안 전 지사 사건은 지난 2018년 3월5일 그의 비서가 직접 세상에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혐의다. 충격에 쌓인 민주당은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안 전 지사를 제명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2월 징역 3년6개월의 형이 선고 받고 광주교도소서 복역 중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23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의사를 밝혔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직접 부산시 직원을 강제 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소셜미디어 계정 비밀번호가 변경돼 로그인이 안 된다”며 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추행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앞서 4월 초 부산시 관계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4월 중순 오 전 시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사퇴한 뒤 강제추행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인은?
이유는?

한편, 서울시정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아 책임진다. 그는 지난 10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서울시정은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 시장의 시정 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내년 4월7일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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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