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윤석열의 플랜B

고개 숙인 칼잡이…무릎까지 꿇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사는 ‘칼잡이’로 비유된다. 실제 윤석열 검찰총장은 ‘강골 검사’ ‘칼잡이’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방어보다는 공격에 특화됐다. 하지만 최근 윤 총장은 방어에 급급하다. 법무부, 집권여당, 검찰 내부서까지 윤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한 사건을 두고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전문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가 함께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상황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극한까지 치달았다. 

총장 고집
꺾은 장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윈회는 이날 오전 열린 부의심의위원회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가결했다. 수사심위의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 등을 심의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앞서 삼성 합병·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청으로 열린 바 있다. 

수사심의위 소집은 채널A 이모 기자로부터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폭로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14일 이 전 기자 측이 검찰 수사가 절차적 형평성을 잃었다며 전문자문단 소집을 요청한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당시 대검은 이 전 기자 측의 진정을 받아들여 사건을 전문자문단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전문자문단은 중요 사안의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자문기구다. 수사 경험과 역량을 갖춘 현직 검사와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학식과 경험을 갖춘 대학교수 등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다.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 ‘측근 비호’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윤 총장은 전문자문단에 대한 뜻을 꺾지 않았다. 그러자 추 장관의 비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반대 등 검찰 안팎서 윤 총장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추 장관은 윤 검찰총장을 상대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2005년 이후 15년 만으로, 헌정 사상 두 번째다. 

수사지휘권→최후통첩→절충안 거부
강공일변도에 결국 대검 손 떼기로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민감하게 반응한 경험이 있다. 2005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하면서도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추 장관은 대검찰청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 독립성 보장을 지휘했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전문자문단 소집을 두고 지휘부와 정면으로 맞붙었다. 수사팀서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독립성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자 대검은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거부했다.

수사팀이 상부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치면서 ‘항명’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후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 총장이 수세에 몰렸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지금까지 (윤 총장을)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며 경고성 발언을 날린 바 있다. 발언 다음날 추 장관의 결단에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대검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직후 다음날 열기로 한 전문자문단 회의를 취소했다. 대검은 지난 2일 기자들에게 공지한 입장문을 통해 “내일(3일) 전문자문단은 소집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고 전했다.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전국 검사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검사장 회의 배경을 두고도 신중한 의사 결정이라는 해석과 검사장들의 신임을 등에 업고 위기를 정면돌파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됐다. 

15년 만에
지휘권 발동

검사장들은 3일 전국 검사장 회의서 전문자문단 절차 중단은 따를 수 있지만 ‘수사지휘 권한’ 박탈은 위법·부당하므로 수용해선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추 장관의 지시가 윤 총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연결돼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검사장들은 윤 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박탈하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부적절하다고 봤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도록 지시한 것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규정한 현행법과 충돌된다고 판단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가 같은 법 12조서 정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임검사 제도는 검사의 범죄에 관한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특임검사로 임명되면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 한다. 2010년 8월 스폰서 검사 논란 이후 도입됐다. 

검사장 회의 결과는 지난 6일 윤 총장에게 보고됐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지휘에 대해 ▲전면 수용 ▲일부 수용 ▲불수용 등의 대응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 과정서 법조계 원로들의 의견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결단이 늦어지자 연일 압박에 들어갔다. “수사팀 교체나 제 3의 특임검사 주장은 명분과 필요성이 없고 장관 지시에 반한다”(3일), “검사장 여러분들은 흔들리지 말라”(4일)에 이어 지난 7일에는 법무부 보도자료를 통해 “(윤 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이어 “검찰총장이라도 본인, 가족 또는 최측근인 검사가 수사 대상인 때에는 스스로 지휘를 자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대검 부장회의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자문위원을 위촉하는 등 부적절하게 사건에 관여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8일에는 9일 오전까지 답변하라고 공개적으로 최후 통첩했다. 추 장관은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며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거듭 재촉했다. 


장고 끝에
지휘 수용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최후 통첩날인 8일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을 건의했지만 즉각 거부당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추 장관의 수시지휘에 대해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지휘하지 않고 수사 결과만 보고 받는 안을 추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절충안에는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검은 윤 총장의 이런 결정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한 것”이라며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검이 윤 총장의 입장을 공개한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총장의 건의 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전했다. 휴가 중이던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건의 내용을 보고 받고 즉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러자 대검은 9일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자체 수사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서울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자체로 윤 총장의 지휘권이 상실됐고, 이미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상태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상 추 장관의 지휘가 관철된 셈이다.


또 윤 총장의 독립수사본부 건의는 대검과 법무부가 이미 물밑서 합의한 내용이라고도 했다. 대검은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으며, 어제(8일)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물밑 협상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법무부의 요청대로 공개 건의했지만 추 장관이 돌연 거부했다는 뜻이다. 

대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전국 검사장 회의서 나온 의견, 절충안 건의 등의 방안이 전부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총장 감찰은 사실상 해임 절차의 시작을 의미한다.

윤, 운신의 폭 더욱 좁아질 듯
국민 여론·임기제 업고 돌파구?

이제 윤 총장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건(라임 사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투자자 피해가 불거진 옵티머스 사건 등 여권 관계자들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나온 사건들은 여전히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들로 수사 동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그나마 기댈 부분은 윤 총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다. 최근 몇몇 언론서 진행한 윤 총장의 거취 관련 여론조사에서 찬반 응답이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집권여당을 비롯해 법무부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반가량은 윤 총장이 사퇴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총장 사퇴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4.0%로 나타났다. 찬성 응답은 38.9%였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분류되는 40대와 권역별로는 광주·전남북을 제외한 전 연령, 전 권역서 사퇴 반대 여론이 강했다.(자세한 사항은 알앤써치 홈페이지 참조)
 

대선주자 여론조사서도 10% 지지율을 기록해 범야권 후보들 사이서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진행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윤 총장은 10.1%의 지지율로 민주당 이낙연 의원(30.8%), 이재명 경기도지사(15.6%)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추 장관과 집권여당의 공격이 오히려 윤 총장의 존재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총장의 임기가 법에 명시된 점도 윤 총장에겐 나름의 무기가 될 수 있다. 1998년 임기 2년, 중임 불가를 골자로 하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됐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25일 취임, 아직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이다. 집권여당서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임기가 법에 명시된 검찰총장을 해임할 경우 국민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사퇴 없다

하지만 윤 총장의 아킬레스건도 뚜렷하다. 일단 아내와 장모가 얽혀 있는 사건이 윤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법무부와 정면충돌을 벌인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는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가 연루된 상황이다. 법무부와 집권여당의 공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인사, 검찰총장 감찰 등 추 장관의 추가 카드도 윤 총장에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