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윤석열의 플랜B

고개 숙인 칼잡이…무릎까지 꿇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사는 ‘칼잡이’로 비유된다. 실제 윤석열 검찰총장은 ‘강골 검사’ ‘칼잡이’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방어보다는 공격에 특화됐다. 하지만 최근 윤 총장은 방어에 급급하다. 법무부, 집권여당, 검찰 내부서까지 윤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한 사건을 두고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전문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가 함께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상황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극한까지 치달았다. 

총장 고집
꺾은 장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윈회는 이날 오전 열린 부의심의위원회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가결했다. 수사심위의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 등을 심의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앞서 삼성 합병·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청으로 열린 바 있다. 

수사심의위 소집은 채널A 이모 기자로부터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폭로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14일 이 전 기자 측이 검찰 수사가 절차적 형평성을 잃었다며 전문자문단 소집을 요청한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당시 대검은 이 전 기자 측의 진정을 받아들여 사건을 전문자문단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전문자문단은 중요 사안의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자문기구다. 수사 경험과 역량을 갖춘 현직 검사와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학식과 경험을 갖춘 대학교수 등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다.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 ‘측근 비호’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윤 총장은 전문자문단에 대한 뜻을 꺾지 않았다. 그러자 추 장관의 비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반대 등 검찰 안팎서 윤 총장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추 장관은 윤 검찰총장을 상대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2005년 이후 15년 만으로, 헌정 사상 두 번째다. 

수사지휘권→최후통첩→절충안 거부
강공일변도에 결국 대검 손 떼기로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민감하게 반응한 경험이 있다. 2005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하면서도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추 장관은 대검찰청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 독립성 보장을 지휘했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전문자문단 소집을 두고 지휘부와 정면으로 맞붙었다. 수사팀서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독립성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자 대검은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거부했다.

수사팀이 상부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치면서 ‘항명’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후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 총장이 수세에 몰렸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지금까지 (윤 총장을)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며 경고성 발언을 날린 바 있다. 발언 다음날 추 장관의 결단에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대검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직후 다음날 열기로 한 전문자문단 회의를 취소했다. 대검은 지난 2일 기자들에게 공지한 입장문을 통해 “내일(3일) 전문자문단은 소집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고 전했다.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전국 검사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검사장 회의 배경을 두고도 신중한 의사 결정이라는 해석과 검사장들의 신임을 등에 업고 위기를 정면돌파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됐다. 

15년 만에
지휘권 발동

검사장들은 3일 전국 검사장 회의서 전문자문단 절차 중단은 따를 수 있지만 ‘수사지휘 권한’ 박탈은 위법·부당하므로 수용해선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추 장관의 지시가 윤 총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연결돼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검사장들은 윤 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박탈하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부적절하다고 봤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도록 지시한 것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규정한 현행법과 충돌된다고 판단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가 같은 법 12조서 정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임검사 제도는 검사의 범죄에 관한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특임검사로 임명되면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 한다. 2010년 8월 스폰서 검사 논란 이후 도입됐다. 

검사장 회의 결과는 지난 6일 윤 총장에게 보고됐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지휘에 대해 ▲전면 수용 ▲일부 수용 ▲불수용 등의 대응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 과정서 법조계 원로들의 의견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결단이 늦어지자 연일 압박에 들어갔다. “수사팀 교체나 제 3의 특임검사 주장은 명분과 필요성이 없고 장관 지시에 반한다”(3일), “검사장 여러분들은 흔들리지 말라”(4일)에 이어 지난 7일에는 법무부 보도자료를 통해 “(윤 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이어 “검찰총장이라도 본인, 가족 또는 최측근인 검사가 수사 대상인 때에는 스스로 지휘를 자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대검 부장회의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자문위원을 위촉하는 등 부적절하게 사건에 관여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8일에는 9일 오전까지 답변하라고 공개적으로 최후 통첩했다. 추 장관은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며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거듭 재촉했다. 


장고 끝에
지휘 수용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최후 통첩날인 8일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을 건의했지만 즉각 거부당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추 장관의 수시지휘에 대해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지휘하지 않고 수사 결과만 보고 받는 안을 추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절충안에는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검은 윤 총장의 이런 결정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한 것”이라며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검이 윤 총장의 입장을 공개한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총장의 건의 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전했다. 휴가 중이던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건의 내용을 보고 받고 즉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러자 대검은 9일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자체 수사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서울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자체로 윤 총장의 지휘권이 상실됐고, 이미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상태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상 추 장관의 지휘가 관철된 셈이다.


또 윤 총장의 독립수사본부 건의는 대검과 법무부가 이미 물밑서 합의한 내용이라고도 했다. 대검은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으며, 어제(8일)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물밑 협상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법무부의 요청대로 공개 건의했지만 추 장관이 돌연 거부했다는 뜻이다. 

대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전국 검사장 회의서 나온 의견, 절충안 건의 등의 방안이 전부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총장 감찰은 사실상 해임 절차의 시작을 의미한다.

윤, 운신의 폭 더욱 좁아질 듯
국민 여론·임기제 업고 돌파구?

이제 윤 총장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건(라임 사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투자자 피해가 불거진 옵티머스 사건 등 여권 관계자들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나온 사건들은 여전히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들로 수사 동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그나마 기댈 부분은 윤 총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다. 최근 몇몇 언론서 진행한 윤 총장의 거취 관련 여론조사에서 찬반 응답이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집권여당을 비롯해 법무부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반가량은 윤 총장이 사퇴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총장 사퇴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4.0%로 나타났다. 찬성 응답은 38.9%였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분류되는 40대와 권역별로는 광주·전남북을 제외한 전 연령, 전 권역서 사퇴 반대 여론이 강했다.(자세한 사항은 알앤써치 홈페이지 참조)
 

대선주자 여론조사서도 10% 지지율을 기록해 범야권 후보들 사이서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진행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윤 총장은 10.1%의 지지율로 민주당 이낙연 의원(30.8%), 이재명 경기도지사(15.6%)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추 장관과 집권여당의 공격이 오히려 윤 총장의 존재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총장의 임기가 법에 명시된 점도 윤 총장에겐 나름의 무기가 될 수 있다. 1998년 임기 2년, 중임 불가를 골자로 하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됐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25일 취임, 아직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이다. 집권여당서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임기가 법에 명시된 검찰총장을 해임할 경우 국민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사퇴 없다

하지만 윤 총장의 아킬레스건도 뚜렷하다. 일단 아내와 장모가 얽혀 있는 사건이 윤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법무부와 정면충돌을 벌인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는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가 연루된 상황이다. 법무부와 집권여당의 공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인사, 검찰총장 감찰 등 추 장관의 추가 카드도 윤 총장에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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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