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윤석열의 플랜B

고개 숙인 칼잡이…무릎까지 꿇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사는 ‘칼잡이’로 비유된다. 실제 윤석열 검찰총장은 ‘강골 검사’ ‘칼잡이’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방어보다는 공격에 특화됐다. 하지만 최근 윤 총장은 방어에 급급하다. 법무부, 집권여당, 검찰 내부서까지 윤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한 사건을 두고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전문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가 함께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상황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극한까지 치달았다. 

총장 고집
꺾은 장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윈회는 이날 오전 열린 부의심의위원회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가결했다. 수사심위의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 등을 심의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앞서 삼성 합병·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청으로 열린 바 있다. 

수사심의위 소집은 채널A 이모 기자로부터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폭로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14일 이 전 기자 측이 검찰 수사가 절차적 형평성을 잃었다며 전문자문단 소집을 요청한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당시 대검은 이 전 기자 측의 진정을 받아들여 사건을 전문자문단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전문자문단은 중요 사안의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자문기구다. 수사 경험과 역량을 갖춘 현직 검사와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학식과 경험을 갖춘 대학교수 등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다.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 ‘측근 비호’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윤 총장은 전문자문단에 대한 뜻을 꺾지 않았다. 그러자 추 장관의 비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반대 등 검찰 안팎서 윤 총장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추 장관은 윤 검찰총장을 상대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2005년 이후 15년 만으로, 헌정 사상 두 번째다. 

수사지휘권→최후통첩→절충안 거부
강공일변도에 결국 대검 손 떼기로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민감하게 반응한 경험이 있다. 2005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하면서도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추 장관은 대검찰청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 독립성 보장을 지휘했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전문자문단 소집을 두고 지휘부와 정면으로 맞붙었다. 수사팀서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독립성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자 대검은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거부했다.

수사팀이 상부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치면서 ‘항명’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후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 총장이 수세에 몰렸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지금까지 (윤 총장을)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며 경고성 발언을 날린 바 있다. 발언 다음날 추 장관의 결단에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대검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직후 다음날 열기로 한 전문자문단 회의를 취소했다. 대검은 지난 2일 기자들에게 공지한 입장문을 통해 “내일(3일) 전문자문단은 소집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고 전했다.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전국 검사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검사장 회의 배경을 두고도 신중한 의사 결정이라는 해석과 검사장들의 신임을 등에 업고 위기를 정면돌파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됐다. 

15년 만에
지휘권 발동

검사장들은 3일 전국 검사장 회의서 전문자문단 절차 중단은 따를 수 있지만 ‘수사지휘 권한’ 박탈은 위법·부당하므로 수용해선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추 장관의 지시가 윤 총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연결돼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검사장들은 윤 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박탈하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부적절하다고 봤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도록 지시한 것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규정한 현행법과 충돌된다고 판단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가 같은 법 12조서 정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임검사 제도는 검사의 범죄에 관한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특임검사로 임명되면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 한다. 2010년 8월 스폰서 검사 논란 이후 도입됐다. 

검사장 회의 결과는 지난 6일 윤 총장에게 보고됐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지휘에 대해 ▲전면 수용 ▲일부 수용 ▲불수용 등의 대응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 과정서 법조계 원로들의 의견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결단이 늦어지자 연일 압박에 들어갔다. “수사팀 교체나 제 3의 특임검사 주장은 명분과 필요성이 없고 장관 지시에 반한다”(3일), “검사장 여러분들은 흔들리지 말라”(4일)에 이어 지난 7일에는 법무부 보도자료를 통해 “(윤 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이어 “검찰총장이라도 본인, 가족 또는 최측근인 검사가 수사 대상인 때에는 스스로 지휘를 자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대검 부장회의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자문위원을 위촉하는 등 부적절하게 사건에 관여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8일에는 9일 오전까지 답변하라고 공개적으로 최후 통첩했다. 추 장관은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며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거듭 재촉했다. 


장고 끝에
지휘 수용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최후 통첩날인 8일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을 건의했지만 즉각 거부당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추 장관의 수시지휘에 대해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지휘하지 않고 수사 결과만 보고 받는 안을 추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절충안에는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검은 윤 총장의 이런 결정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한 것”이라며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검이 윤 총장의 입장을 공개한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총장의 건의 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전했다. 휴가 중이던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건의 내용을 보고 받고 즉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러자 대검은 9일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자체 수사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서울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자체로 윤 총장의 지휘권이 상실됐고, 이미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상태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상 추 장관의 지휘가 관철된 셈이다.


또 윤 총장의 독립수사본부 건의는 대검과 법무부가 이미 물밑서 합의한 내용이라고도 했다. 대검은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으며, 어제(8일)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물밑 협상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법무부의 요청대로 공개 건의했지만 추 장관이 돌연 거부했다는 뜻이다. 

대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전국 검사장 회의서 나온 의견, 절충안 건의 등의 방안이 전부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총장 감찰은 사실상 해임 절차의 시작을 의미한다.

윤, 운신의 폭 더욱 좁아질 듯
국민 여론·임기제 업고 돌파구?

이제 윤 총장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건(라임 사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투자자 피해가 불거진 옵티머스 사건 등 여권 관계자들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나온 사건들은 여전히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들로 수사 동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그나마 기댈 부분은 윤 총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다. 최근 몇몇 언론서 진행한 윤 총장의 거취 관련 여론조사에서 찬반 응답이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집권여당을 비롯해 법무부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반가량은 윤 총장이 사퇴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총장 사퇴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4.0%로 나타났다. 찬성 응답은 38.9%였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분류되는 40대와 권역별로는 광주·전남북을 제외한 전 연령, 전 권역서 사퇴 반대 여론이 강했다.(자세한 사항은 알앤써치 홈페이지 참조)
 

대선주자 여론조사서도 10% 지지율을 기록해 범야권 후보들 사이서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진행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윤 총장은 10.1%의 지지율로 민주당 이낙연 의원(30.8%), 이재명 경기도지사(15.6%)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추 장관과 집권여당의 공격이 오히려 윤 총장의 존재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총장의 임기가 법에 명시된 점도 윤 총장에겐 나름의 무기가 될 수 있다. 1998년 임기 2년, 중임 불가를 골자로 하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됐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25일 취임, 아직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이다. 집권여당서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임기가 법에 명시된 검찰총장을 해임할 경우 국민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사퇴 없다

하지만 윤 총장의 아킬레스건도 뚜렷하다. 일단 아내와 장모가 얽혀 있는 사건이 윤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법무부와 정면충돌을 벌인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는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가 연루된 상황이다. 법무부와 집권여당의 공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인사, 검찰총장 감찰 등 추 장관의 추가 카드도 윤 총장에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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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