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타깃’ 통합당 신 저격수 5인 막전막후

‘맨투맨 총공세’ 각개전투로 뚫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원구성 협상 실패로 단 한 자리의 상임위원장도 못 가져온 미래통합당이 당내 특별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로 대여투쟁에 나섰다. 특히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여당을 겨냥한 초선의원들의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미래통합당 ‘인국공 공정채용 TF' 임명장 수여식서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국회로 복귀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당내 태스크포스(이하 TF)를 대거 가동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화, 부동산 정책 등 이슈를 선점하며 고강도 대여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통합당은 인천국제공항공사 공정채용 TF(위원장 하태경), 부동산대책 TF(위원장 송석준) 외에도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 구제 TF(위원장 유의동), 당 외교·안보특위(위원장 박정) 등을 출범시켰다.

연계해서
복합적으로

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상임위 활동과 더불어 정부의 실정을 집중 부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상임위 활동과 함께 상임위 내에서 못할 사안,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 다른 상임위와 연계해서 복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안은 특위 또는 TF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특히 부동산대책 TF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정책은 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또 최근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소유가 드러난 후 민심이 심상치가 않다. 이들은 문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20여차례 부동산정책을 내세웠지만, 부동산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부동산대책 TF는 지난 9일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TF 위원장은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인 송석준 의원이 맡았다.


송 의원은 최근 정부·여당이 내놓은 종합부동산(종부세), 양도소득세(양도세) 강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정책에 대해 “우리 입장은 과도한 종부세, 양도세 강화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겠다는 것”이라며 “저쪽(민주당)서 어떤 법안을 발의하는지, 거기에 대해서 수적으로 부족하지만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할 계획”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원들 외에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총 10명 내외로 부동산 TF를 구성할 예정이다. 의원 중에는 배준영·태영호 의원 등이 함께할 예정이다.

부동산대책 TF서 특히 주목해야 할 인물은 유경준 의원이다. 그는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거쳐, 통계청장을 역임한 자타공인 경제전문가다. 유 의원은 통계청장을 2년간 역임하면서 직접 정리해놓은 고용통계가 문정부서 왜곡 폄하된 것에 대해 분노감을 느껴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게 됐다.

실제로 그는 문정부 출범 후 여러 차례 정부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 2018년 황수경 전 통계청장의 조기 경질 발표 이후의 발언은 특히 유명하다. 황 전 통계청장은 취임한 지 1년이 갓 넘은 상태에서 경질됐다. 보통 2∼3년의 임기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짧다.

상임위·TF 병행 ‘투트랙’으로 대여투쟁
김웅·유경준·신원식…각 ‘전문성’ 부각

업계 관계자들은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와는 어긋나는 통계 수치 발표 직후에 경질된 점을 주목했다. 정책 효과와는 어긋나는 통계 수치 발표 때문에 경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유 의원은 “통계의 정치 도구화를 막아야 한다”며 통계청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추락하는 한국 경제를 재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뜻을 밝힐 정도로 문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반감이 크다. 유 의원은 최근 본인의 페이스북서 “주택 보유세 강화가 대통령이 생각하는 부동산 대책인가. 수요와 공급의 기본적인 시장원리도 모르는 발상”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 ⓒ문병희 기자

아울러 “추경을 통해 60조원이 넘는 돈을 시장에 풀며 유동성 과잉시대를 열어 놓고선, 한편으로는 부동산가격이 내려가길 바라는 걸 보니 참 아마추어 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는 정치를 무기로 시장을 이기려 해선 안 된다. 나라가 더 망가지기 전에 잘못된 부동산 정치는 그만하고 이제 시장원리에 근거한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하길 바란다”고 직언했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통합당의 ‘맞불’ 입법 행렬에도 가담했다. 유 의원은 종부세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 부동산 가격공시 법안 등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통합당은 5000억대의 사기계약이 드러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과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을 파헤칠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위’를 꾸렸다. 이들은 문정부 실세들의 연루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연루된 투자 비리 의혹 등도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위원장은 금융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서 오래 활동한 3선의 유의동 의원이 맡는다. 유 위원장은 “작정을 하고 달려든 사기행각 앞에서 안전장치 없는 투기 행각에도 당국의 관리·감독 시스템은 맥을 못 추리고, 피해자와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위원에는 검사 출신과 금융·경제 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됐다. 김웅·유상범·이영·윤창현·강민국 의원 등이다.

“경제 정책에
반감이 크다”

특히 검사 출신인 김웅 의원은 이번 '라임 사태'가 조직적 사기 범죄라는 점에서, 이를 풀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검사내전>의 저자로,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아 검경수사권 조정 대응 업무를 하다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됐다.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접 수사 부서 축소 등에 나서자, 그는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두고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며 사표를 냈다.

총선 전 정계에 입문한 김 의원은 입당 당시 “대한민국 사기 공화국 최정점의 사기 카르텔을 때려잡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정치 입문 계기로 문정부가 정책 실패에 따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

김 의원은 옵티머스 자산운용사의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의 미심쩍은 부분을 요목조목 짚었다. 그는 “거액 횡령의 범인이고 폭행 등 다른 사건이 있는데도 출국금지가 이뤄지지 않았고, 3월22일에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가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순방 장소였던 베트남의 한 호텔 행사장에서 모습을 보인 점을 지적하며, 검찰과 법무부가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최근 추 장관에 대한 날선 비판 역시 이어가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2일 전 채널A 기자 이모씨와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후 윤 총장이 별다른 입장표명이 없자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라며 최후통첩했다. 이에 김 의원은 “사채업자가 보내는 내용증명 같다”며 “법에 있다고 마구잡이로 지휘할 수 있다는 논리라면, 헌법에 규정돼있으니 대통령이 마구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고 추 장관을 저격했다.

통합당은 대북정책 등을 다룰 외교·안보특위도 꾸린 상태다. 외교·안보전문가인 4선의 박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으로는 국가안보실 1차장 출신의 조태용 의원과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지성호 의원 등이 합류했다.

범국가적
검증단 촉구

이들은 향후 북한 동향과 의도를 예의주시하고 한미연합훈련 정상적 실시, 북한 비핵화 및 북핵 대비책을 병행 추진하는 국가전략 수립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외교특위는 미 군사당국이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축소 또는 취소 검토와 관련해 ‘범국가적 전작권 전환 검증단 구성’을 촉구한 상태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출신 신원식 의원은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비해 우리의 방어 역량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토대”라며 “이는 문정인 청와대 특보의 ‘희망’'처럼 북한과 협의하거나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신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37기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합참 차장 등 군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한 후 중장으로 예편했다. 지난 해에는 문재인정권의 안보와 국방 파괴를 주제로 한 책 <대한민국 파괴되고 있는가>를 집필했다. 지난해 9월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주관 집회에서는 “문재인은 세계서 가장 실패한 독재 왕조집단인 북한에 가장 성공한 부강한 대한민국을 바치려고 한다. 문재인을 버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죽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 ⓒ문병희 기자

외교특위에 합류한 조수진 의원 역시 문정부 저격수로 불리는 인물이다. 조 의원은 문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함과 동시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무단이탈 의혹, 추 장관의 입장문 사전 유출 의혹 등을 제기했다. 또 조국 전 장관의 웅동학원 미처분 등 굵직한 이슈들을 선점해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의원과의 설전 해프닝도 발생했다. 조 의원은 지난 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고민정 의원의 당선이 청와대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 선정에 영향을 줬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암시했다. 이에 고 의원은 “국정은 의원님의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부디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맞받아쳤다.

조수진, 추미애·조국 등 굵직한 여권인사 공격
인국공TF 이영 조목조목 지적…합리적 정책투쟁

조 의원은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한 매체서 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던 중 통합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됐다. 그는 한 방송서 ‘대깨문’ ‘대깨조’ 표현으로 막말 논란에 휘말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행정지도를 받은 바 있다.

통합당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화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3선 하태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국공 공정채용 TF를 발족하고 전열 정비에 나섰다. 하태경 공정채용 TF 위원장은 “순수히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불공정채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국회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공정한 원칙을 재확립하고 여야 간의 공감대가 수립될 때까지 유보해달라”고 요구했다.


인국공 공쟁채용 TF에는 이영·허은아 의원과 김재섭 청년비상대책위원이 함께 합류한다. 특히 이영 의원은 20년 벤처기업가 출신으로 문정부의 ‘정부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문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곳은 보수진영이라는 생각에 정치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의원은 “문정부의 규제에 대해 기업인들의 좌절은 점점 커지고 경제 동력은 속도를 잃어가고 있다”며 “정부의 온갖 규제와 간섭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시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지원에만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

이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정치에 입문했다. 1세대 여성 벤처기업가인 이 의원은 카이스트서 암호학 박사 학위를 땄다 지난 2000년에는 데이터보안 벤처기업인 ‘테르텐’을 세웠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서 산업 규제를 일정 주기마다 의무적으로 재검토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합리적인
목소리 낸다

통합당은 17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가져간 민주당을 상임위 및 TF 활동 등 투트랙으로 견제하고,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처럼 강경한 대여투쟁보다는 정책투쟁과 전문가들의 합리적인 목소리에 기댈 방침이다. 같은 지지층 결집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중심으로 대여투쟁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원내서 문정부 저격수로 나선 초선의원들의 활약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6번째’ 통합당 다음 당명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당명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달 말까지 외교안보, 경제혁신, 일자리, 저출생, 정강정책 등 당내 특위의 결과를 바탕으로 당명 개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인기를 끌었던 TV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의 국민투표 방식을 도입, 국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당명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의미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새로움을 국민에게 알리고 통합당이 새롭게 나가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외교안보특위, 저출생특위 등 비대위 산하 특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으면 그것을 (당명 개정에) 반영하도록 하고 특히 정강정책특위에서 당의 미래 비전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7월 말까지 정강정책을 개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당명 개정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통합당이 당명을 개정하게 되면 2020년 미래통합당에 이어 6번째 당명을 변경하는 사례가 된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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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