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시대’ 한국타이어 후계전쟁 막전막후

아버지의 선택 ‘형보다 아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테크놀로지그룹서 의미심장한 지분 승계가 이뤄졌다. 놀랍게도 회장이 가리킨 화살표는 장남이 아닌 차남이었다. 아버지의 선택이 차남을 향하면서 장남은 졸지에 최전선서 밀려날 처지에 내몰렸다. 훗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져도 딱히 이상할 것 없는 모양새다.
 

한국타이어 기업집단은 효성그룹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의 차남인 조양래 회장이 지난 1986년 계열 분리하면서 그룹의 토대가 세워졌다. 지주회사는 지난해까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라는 사명을 썼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다. 기업집단의 정점에 위치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한국네트웍스, 한국카앤라이프 등의 계열사를 지배한다. 

회장님의
둘째 사랑

그룹은 지난해 초 조양래 회장이 경영 일선서 물러난 후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차남 조현범 사장이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를 이끄는 형제 경영을 해왔다. 두 사람은 각자의 영역서 착실히 기반을 쌓아왔다. 

1970년 태어난 조 부회장은 국내서 중학교까지 졸업한 뒤 미국 힐스쿨 포츠타운고등학교와 시러큐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국타이어서 글로벌 해외영업본부장, 마케팅본부장, 한국타이어 사장을 거쳐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72년생인 조 사장은 1998년 한국타이어에 차장으로 입사해 2001년 광고홍보팀장을 거쳤고, 4년여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마케팅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 경영기획본부장, 경영운영본부장 등을 거쳤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역임했다.


2001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와 결혼했다. 

조 회장이 후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데다, 장남과 차남의 역할 분담이 균등하게 이뤄졌기에 지난달 초 까지만 해도 그룹의 차기 승계 구도는 명확하지 않았다. 대동소이했던 두 사람의 지주사 지분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부추겼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구조는 조양래 회장이 지분율 23.59%(2194만2693주)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고,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이 각각 지분율 19.32%(1797만4870주), 19.31%(1795만9178주)로 2, 3대주주에 등재된 상태였다. 오너 일가 우호지분의 총합은 73.92%(6876만3857주).

조양래 회장, 보유 지분 조현범 사장에
장남 조현식 부회장 낙동강 오리알 신세

팽팽한 균형을 이뤘던 형제간 지분구조는 지난달 말 크게 요동쳤다. 조 회장이 사실상 차남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변화였다.

지난달 26일 조 회장은 장 마감 후 보유 주식 전량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조 사장에게 넘겼다. 이 소식은 나흘 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대주주 지분 변동을 공시하면서 공개됐다.

현행 자본시장법 규정에 의하면 지분이 5% 이상인 대주주가 추가로 1% 이상 지분을 확보할 경우 체결일로부터 5일 이내에 관련 사항을 공시하도록 돼있지만, 대기업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곧바로 이뤄지는 모습과는 분명 대조적이다. 


조 회장이 지분 전량을 넘긴 덕분에 조 사장은 단숨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에 올랐다. 42.9%에 달하는 조 사장의 보유 지분은 조 부회장 보유 지분(19.32%)을 두 배 이상 앞선 것이었다. 조 사장은 기존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2200억원을 대출받아 매입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 왼쪽부터)조양래 회장, 조현식 부회장, 조현범 사장

조 회장이 차남에게 주식 전량을 넘긴 결정은 통상적인 재벌기업 승계 과정과 차별화된다. 오너 일가 구성원 간 지분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안정을 꾀한 뒤 승계 작업을 표면화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형제 경영 체제가 가동된 시기 즈음에 그룹의 실적 악화가 본격화됐다는 점은 조 회장이 결단을 내린 이유로 꼽힌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43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 감소했다. 매출 상승이 미미한 가운데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2018년 4.9%였던 영업이익률은 3.1%로 주저앉았다.

차남 장악
장남 반격?

부진한 흐름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1분기 매출액은 1조4357억원, 영업이익은 10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5%, 24.6% 감소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로 타이어 수요가 감소, 2분기 실적도 우울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미국 상무부가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산 자동차 타이어를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조 사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지만 당분간 회사 경영방침은 기존과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점쳐진다. 일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형제경영 체제 고수를 천명한 상황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달 30일 “대주주 간 주식거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형제경영 체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 조양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인 조현범 사장의 지위에 당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 사장이 법적 문제로 오랫동안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성급한 결정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조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지난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여파로 지난달 23일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게다가 조 사장은 그룹의 변혁을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그에 따른 ‘공’ 만큼 ‘실’을 그룹에 떠안겼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사명 변경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한국타이어는 20년 만에 사명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바꿨다. 같은 시기에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간판을 교체했다. 타이어 사업에 국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움직임이었다. 이 과정을 조현범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태자는
토사구팽?

그러나 교체한 사명으로 인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생각지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IT사업과 자동차 전장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테크놀로지’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말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것이다.


1심은 한국테크놀로지의 손을 들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15일 한국테크놀로지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표시된 간판, 거래 서류, 선전광고물, 사업계획서, 명함, 책자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최악의 경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또 한 번 간판을 바꿔달아야 한다.
 

▲ 한국타이어 사옥

더 큰 문제는 형제경영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조 사장이 조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은 영향으로 입지가 급격히 흔들리게 된 조 부회장이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애초부터 두 사람은 경영방침부터 명확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조 사장이 구속된 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홀로 이끈 조 부회장은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보단 내실 강화의 중요성을 피력해왔다. 이는 적극적인 M&A와 신사업 추진을 강조한 조 사장의 방침과 정면으로 대비되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차그룹과의 관계 개선 무드를 선두서 조율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조 부회장은 충분한 성과를 드러낸 상태였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 마무리
형제의 난? 살아있는 불씨

양사 간 갈등은 2015년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2015년 한국타이어 제품을 장착한 현대차 제네시스는 타이어 편마모에 따른 진동·소음 문제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리콜을 시행했다. 이후 양사의 사업상 관계는 틈새가 벌어졌고, 현대차의 신형 모델에는 한국타이어 제품이 쓰이지 않았다.


5년에 걸친 냉각 기류를 완화시키는 데 앞장선 게 조 부회장이다. 조 부회장은 지난 17일 현대차 사옥을 찾아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충남 태안군에 건설하고 있는 첨단주행시험장 내에 현대차그룹 드라이빙센터를 조성하는 게 주된 골자였다.

물론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분쟁이 불거지더라도 조 부회장이 원하는 바를 얻기란 쉽지 않다. 조 부회장의 지주사 지분 19.32%는 조 회장의 지분을 모두 넘겨받은 조 사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나들의 도움을 이끌어내더라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10.82%(1006만8989주)를 가진 큰누나 조희원씨와 0.83%(76만9583주)를 갖고 있는 작은 누나 조희경씨가 힘을 보태도 우호 지분율은 30%를 겨우 넘긴다. 게다가 조희원씨는 “회사 경영에 관여할 생각이 없고, 특정 인물을 편들 생각은 더더욱 없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당하나
모아서 뒤집나

다만 국민연금의 의중에 따라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7.7%(720만1539주)를 보유한 4대주주다. 조 부회장이 누나들의 도움을 등에 업은 상태서 국민연금까지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면 조 사장과의 지분 격차는 4%대로 감소한다. 조 사장이 현재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나머지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다면 표 대결서 역전을 노려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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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