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손해!’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법과 제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7.06 16:27:20
  • 호수 12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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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쉽게 사고 유럽여행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2020년도 반환점을 돌았다.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법과 제도들은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한 내용이 많다. 7월부터 바뀌는 법과 제도에 대해 <일요시사>가 정리했다. 
 

▲ 지난 6일부터 휴대폰 2G 서비스가 단계적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해외여행도 막혔고 마스크는 생활화됐다. 코로나19와 2G 휴대폰 서비스도 달라진다. 지난 1일부터 변경된 사항, 어떤 것들이 있을까.

14개국 입국

▲유럽여행 가능 = 지난 1일부터 유럽여행이 가능해졌다. 유럽연합(EU)은 한국을 포함 14개국의 입국을 허용시키기로 결정했다. 반면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미국은 입국 허용국서 제외시켰다.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EU 27개 회원국 정부를 대표하는 EU 이사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제3국 시민에 대한 여행 제한을 7월1일부터 풀기 시작하는 데 합의하고 단계적 제한 해제 권고안을 채택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EU 이사회 27개국이 다른 나라 14개국으로부터 여행이나 출장으로 인한 입국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과반수 찬성을 했다고 보도했다. 14개국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태국, 알제리, 조지아, 몬테네그로, 모로코, 르완다, 세르비아, 튀니지, 우루과이다.


러시아와 브라질, 터키는 미국과 함께 코로나 감염 상황이 EU 다른 나라들보다 더 심하다고 여겨지는 곳이라, 입국 승인을 위해 최소한 2주를 기다려야 한다. 이 같은 방침에 해당하는 국가는 격주마다 검토될 예정이다. EU의 이번 조치는 여행 산업과 관광지, 특히 코로나로 인해 관광사업에 타격을 입은 남유럽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비말 마스크 판매 = 1일부터 전국 편의점과 대형마트서 비말차단용 마스크가 500∼900원대에 판매된다. 이번에 판매를 개시하는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서 인증받은 국내산 KF-AD 마스크로 3중 구조의 MB필터를 사용해, 비말은 차단하면서 기존 KF 마스크보다 두께가 얇아 숨쉬기가 편하다. 대부분 ‘웰킵스’ 마스크를 판매하고, 홈플러스는 신규업체 ‘제이트로닉스’를 발굴해 웰킵스 마스크와 함께 판매한다.

먼저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장당 500원에 판매하면서 인당 구매 제한을 뒀다. 양사 모두 1상자로 이마트는 1상자에 20장, 롯데마트는 5장을 기준으로 한다. 지난달 24일부터 판매해온 이마트측은 점포당 매일 100상자씩 공급하고 있으며 최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번호표를 배분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초도물량 16만장을 판매할 계획이나 물량 소진 후 판매 일정은 미정이다. 홈플러스는 1일만 100개씩 매장 판매하고, 2일부턴 140개 전체 매장서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판매한다. 

편의점들은 웰킵스 마스크(5장·3000원)를 장당 600원에 판매한다. 이마트24는 에어퀸(2장·1950원) 마스크를 함께 판매하고, 세븐일레븐은 3일부터 ‘네퓨어 비말차단용 마스크’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U의 경우 점포당 1주일에 최대 9세트(세트당 5장)가 들어가고, 세븐일레븐은 점포당 매일 5장, 이마트24는 점포당 웰킵스 10세트(세트당 5장), 에어퀸 20세트(세트당 2장)가 공급된다. 인당 구매 수량에 제한은 없다.

휴대전화 번호 ‘011·017’순차적 종료 
방문판매원 등 5개 직종 산재보험 적용

▲‘011’ 번호 역사속으로 = 7월부터 순차적으로 휴대 전화번호 011과 017이 사라진다. SK텔레콤의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가 오는 27일 완전히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일주일씩 간격을 두고 6일(강원·경상·세종·전라·제주·충청도), 오는 13일(광주·대구·대전·부산·울산), 20일(경기·인천), 27일(서울) 순으로 SK텔레콤의 2G 서비스가 순차적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순차적으로 2G 서비스를 종료하는 이유는 한꺼번에 전체를 멈추게 하면 혼란이 야기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달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2G 서비스 폐지를 위한 기간통신사업 일부 폐지 신청을 조건부 승인했다. 
 

SK텔레콤 측은 종료 순서에 대해서는 “(현장점검 때)담당 국장이 지방서 2G 네트워크 상태를 확인한 결과, 전남 및 경상도 지역이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다”며 “도지역부터 시작해서 광역시, 수도권, 서울을 끄는 형태가 되도록 단계별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종료 일정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할 문제라 일정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기존 011·017 등 ‘01X’ 번호를 2G서 쓰던 이용자는 ‘번호표시 서비스’ 또는 ‘한시적 세대 간 번호이동’ 등을 통해 같은 번호를 오는 2021년 6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 범칙금 = 지난 1일부터 불법체류 외국인이 자진 출국하는 경우에도 범칙금이 부과된다. 또 국내에 들어오려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비자스티커를 여권에 붙이지 않고 ‘비자발급 확인서’를 발급해준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12월11일부터 시행한 ‘선순환,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대책’의 자진출국 신고 기간이 6월 말로 종료됨에 따라, 이날부터 자진출국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해 소정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종전에는 자진출국한 사람에게 범칙금 및 입국금지 면제, 단기방문비자로 재입국 기회 등 혜택을 부여했다. 다만 시행 후 7∼9월 출국 시 원 범칙금액의 30%, 10월 이후에는 50%를 부과할 예정이다.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에는 입국금지를 면제하지만, 범칙금을 내지 않으면 법 위반 기간에 따라 1∼10년 동안 입국이 금지된다.

국내 비자 발급 방식도 바뀐다. 국내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의 여권에 국내 비자 스티커를 붙이는 대신, 비자발급확인서를 나눠준다. 앞서 법무부는 2월24일부터 미국, 일본 및 유럽 24개국 주재 우리 공관서 비자스티커 부착을 중단했는데, 이를 모든 재외공관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외국인은 ‘대한민국 비자포털’에 접속해 확인서를 출력할 수 있다. 확인서의 위조 또는 변조 여부는 해당 홈페이지의 ‘진행현황 조회 및 출력’ 메뉴서 ‘여권번호·성명·생년월일’을 입력하면 즉시 확인 가능하다.

▲산재보험 적용 = 방문판매원, 방문강사,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설치기사, 화물차주 등이 산재보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산재보험 적용 대상은 방문 판매원, 정수기 등 대여 제품 방문 점검원, 방문 교사, 가전제품 설치 기사, 화물차주 등 5개 특고 직종으로, 종사자는 27만4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으로, 업무상 재해를 당하면 사업주의 산재보험 가입과 보험료 납부 여부와는 상관없이 요양급여 등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의 노무 서비스를 받는 사업주는 다음달 15일까지 이를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해야 한다. 공단은 사업주로부터 보험료 전액을 징수하고, 사업주는 그 절반을 특고 종사자로부터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산재보험법


노동부는 특수고용직 본인과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 적용 제외를 까다롭게 규제하는 산재보험법 개정도 병행 추진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여당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면 통과하도록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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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