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사건’으로 본 연예인 매니저의 세계

한 달 180만원 받고 머슴살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쉬쉬하던 연예계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른바 ‘매니저 갑질’이다. 대상은 신뢰감 있는 이미지의 원로 배우 이순재. 워낙 평판이 좋았던 그였기에 이번에 더욱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에 대해 매니저 업무를 잘 모르는 신입의 치기로 바라보는 시선과, 그동안 감춰뒀던 문제 해결을 위한 물꼬가 트인 것이라는 반대의 시선이 교차한다. 
 

SBS는 지난달 29일 ‘머슴처럼 일하다 해고? 원로 배우 매니저 폭로’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내보냈다. 해당 보도는 배우 이순재의 매니저로 약 2개월간 근무한 김모씨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핵심은 ▲개인적인 허드렛일 지시 ▲4대 보험 미가입 ▲근로계약서 미작성 ▲추가 근무 수당 미지급 등이다. 

업무 어디까지?

배우 이순재 관련 부분은 개인적인 업무까지 지시한 내용이었다. 다른 세 가지는 소속사의 처우서 비롯된 것이지만, 개인 업무 지시는 ‘배우의 갑질’로도 비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매니저의 업무 영역이 명확하지 않은 데서 따른 논란으로 해석했다.

매니저는 해당 연예인을 위해 여러 모로 지원하는 게 업무다. 보통은 로드 매니저와 스케줄 매니저, 실장 이상의 직급으로 분업화돼있다. ‘연예인 서포트’라고 느슨하게 규정되다 보니 연예인 성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스케줄 매니저는 연예인을 전담해 스케줄 정리를 비롯한 다각도의 케어를 하며, 실장 이상의 직급은 캐스팅 및 언론 홍보 등의 굵직한 비즈니스 업무를 맡는다. 

이순재를 폭로한 김씨는 로드 매니저다. 현장 매니저라고도 불리는데, 가장 큰 업무는 기사 역할이다. 현장을 오고 가는 데 필요한 운전을 하는 것이 주업무로, 현장서 연예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챙겨주는 역할도 한다. 


연예인이 최대한 좋은 컨디션을 유지토록 돕는 것. 특정 브랜드 커피를 고집하는 등의 까다로운 요구를 맞춰주는 이유도 ‘좋은 컨디션’이라는 명목에 해당한다. 

김씨의 경우 이순재 가족이 시킨 생수통을 집 안까지 넣거나 이순재 아내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순재의 아내가 1시간마다 자신의 위치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대중의 눈에는 갑질의 요소가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달랐다. 

노년 배우 매니저 경험이 있다는 A씨는 “나이가 많은 배우들의 경우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줘야 한다. 약을 일일이 챙겨주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면 아이가 된다고 하지 않나, 아이 챙겨주듯 다 챙겨줘야 한다”며 “그래야 방송 활동을 할 때 최상의 컨디션으로 역할을 한다. 폭로한 김씨가 매니저 업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업에 종사하는 매니저 B씨는 “이번 사건을 경험하면서 내가 꼰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더한 것도 많이 했는데, 그거 갖고 하소연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후배 매니저들에게 어떤 태도와 마인드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여전히 갑질 시달려
절반 이상은 곧바로 그만둬…수습은 필수

한 매니저는 과거에 비해서는 배우나 예능인들의 갑질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평했다. 연예인들의 인성 문제가 워낙 많이 발생하면서, 끼보다 인성을 중시하는 소속사가 늘어났고 교육도 자체적으로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매니저를 대하는 태도와 수준도 많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예능인 소속사의 대표 C씨는 “요즘에는 끼보다 인성을 더 많이 본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본다. 연예계 전반에 그런 인식이 확산됐다. 그러면서 갑질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느껴진다. 요즘에는 갑질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하면 매니저의 처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중론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갑질로 해당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배우의 영역서 갑질이 많다는 의견이 나온다. 
 

▲ 원로 배우 이순재

한 업계 관계자는 “말 못할 설움을 가진 매니저들이 많을 것”이라며 “자녀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일일이 뒤치다꺼리를 하는 일도 있고, 부모님이 해외에 다녀올 때 공항서 픽업하기도 한다. 이삿짐을 나르기도 하고, 자녀의 학원을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도 있다. 개인적인 술자리를 기다리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개념 연예인도 많지만, 과도한 지시를 관행이라고 생각해 아무렇지 않게 잡일을 시키는 배우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폭력이나 폭언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한 유명 배우가 로드 매니저들을 끊임없이 무시해, 그를 맡는 매니저마다 자살 충동을 수없이 느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해당 배우는 현재 사회 문제를 일으켜 감옥에 수감됐다. 또 다른 유명 배우는 매니저들을 심하게 구타하고 수천만원을 지급한다는 소문도 있다. 

폭력과 폭언은 남성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한 여성 매니저 D씨는 “어린 여배우가 대기실서 문을 열어놓고 내게 욕을 엄청나게 했다. 오해한 측면이 있기는 한데, 너무 심하게 욕을 했다. 그녀를 생각하면 사실 치가 떨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의 경우 한 달 추가 근무수당 없이 18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 보험도 가입되지 않았으며,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해당 소속사 에스지웨이엔터테인먼트의 분명한 잘못이라는 가운데, 4대 보험 가입과 추가 수당 미지급 문제는 업계의 관행이라는 게 중론이다. 

배우 소속사의 이사급 매니저 E씨는 “회사 대부분이 두세 달은 아르바이트 형태로 지켜본다. 한 달도 못 버티는 매니저가 50%를 넘는다. 기대했던 업무와 다르다 보니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수습기간을 둔다. 4대 보험도 2∼3개월이 지난 후 가입한다. 추가 수당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될 필요가 있다. 새벽 촬영이 많은 배우의 매니저는 주로 대기를 많이 하는데, 이에 대해 추가수당을 지급하면 그 어떤 곳도 수당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실장은?

또 다른 연예 소속사의 대표 F씨는 “로드 매니저는 180서 200만원 정도 받는다. 매니저 출·퇴근용으로 차량을 지급하고, 식비도 모두 회사서 지급한다. 그런 식으로 치면 약 30만원 정도는 더 받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케줄 매니저가 되거나, 실장 이상이 되면 능력에 따라 300서 500만원, 때로는 훨씬 더 많은 수당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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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