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마스터’ 연상호의 아포칼립스

좀비로 만든 ‘절망의 세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상호 감독은 국내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꼽힌다. 주로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러운 배경을 바탕으로 한 그의 이야기는 대부분 어둡고 음울하다. 그 안에서 인간의 양면성과 계급으로 인한 부조리, 인간의 본능적인 악 등 인간 본질을 파고든다. 단편 애니메이션인 <지옥:두 개의 삶>부터 웹툰 <지옥>까지, 그의 작품 세계는 크고 작은 아포칼립스로 연결된다. 
 

▲ ▲ 연상호 감독 ⓒNEW

연상호 영화감독의 이력은 독특하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등을 연출해 이름값을 높인 뒤 국내서 최초나 다름 없는 좀비 장르 영화 <부산행>으로 입봉했다. 실사영화 데뷔작을 통해 무려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것. ‘데뷔작 1000만 관객’은 국내서 <변호인> 양우석 감독과 함께 단 둘뿐이다. 그러다 오컬트 스릴러 장르인 tvN <방법>을 집필했고, 오랜 벗인 최규석 작가와 연재 중인 웹툰 <지옥>은 평점 9.74의 호평를 받고 있다. 

그리고 <부산행>의 바통을 이어받은 영화 <반도>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매체를 막론하고 언제나 새롭고 기막힌 이야기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끄는 연상호 감독.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문명의 멸망’을 일컫는 아포칼립스다.

죽음 앞 군중

연 감독의 작품은 시작부터 괴기스러웠다. 살아온 삶에 등급이 매겨지고 이에 따라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는 세계. 하수구서 쥐를 잡아먹는 한 남자로 문을 여는 애니메이션 <지옥: 헬>이 연 감독의 출발점이다.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 앞에 천사가 나타나 죽음을 맞이하고 지옥에 갈 것을 예고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어 part2에 해당하는 <지옥: 두 개의 삶>도 같은 세계관이 이어진다. 천사로부터 “5일 뒤 천국으로 가게 될 것”을 예고 받은 재영이 지옥으로 가게 되는 여정을 그린다.


천국과 지옥을 선고받은 두 남녀의 모순된 삶을 통해 죽음 앞에서의 인간의 복잡한 심경을 풀어낸다. 두 사람 모두 죽음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허우적댄다. 신의 섭리를 거스르려다 더욱 절망적인 결과를 받게 된다. 
 

▲ ▲▲ ⓒ네이버

두 영화를 통해 사후세계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심경 변화를 돋보기처럼 보여주려 했다는 연 감독이 구현한 세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그릇된 선택을 하거나, 인간에 대한 조금의 연민도 없이 이기심에 사로잡혀 사는 인물도 있다.

이 세계관을 장편으로 이어나가고자 했던 연 감독의 의지는 무려 10여년이 지나 웹툰으로 완성된다. 오랜 친구인 웹툰 <송곳>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연 감독이 이야기를 쓴 <지옥>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서 연재 중이다. <지옥>은 앞선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따왔다.

웹툰에선 천사 대신 정체불명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나타나 죽음을 맞이하는 시간을 알려준다. 죽음까지의 기간은 짧으면 30초, 길면 20년이다. 예고한 시간이 되면 또 다른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 

2부 16화까지 연재된 <지옥>은 이 재난과 같은 죽음이 방송국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공포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과정을 그린다.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한 사회는 급속도로 혼란에 사로잡힌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죄를 고하라’며 비난을 일삼거나, 이 죽음을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하면서 새로운 이득을 취하기도 하며, 죄인을 먼저 가혹하게 처벌하면서 자신의 죄를 씻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예측을 벗어나는 상황서 인간의 악이 그려진다. <지옥> 시리즈는 인간의 그 추악함을 노골적으로 직면시킨다. 
 

▲ ⓒ&lt;돼지의왕&gt; &lt;사이비&gt; &lt;창&gt; 포스터

계급사회 폭력

연상호 감독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 <돼지의 왕>과 종교를 다룬 <사이비>, 군대에서의 <창>, 용산 철거 사태를 모티브로 한 <염력>으로 구조화된 폭력을 다룬다. 그는 예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계급의 차이서 벌어지는 폭력을 매우 디테일하게 구현한다. 

계급이 규정지어진 학교서, 권력을 가진 돼지들 사이서 왕이 된 폭력적인 철이의 이야기를 담은 <돼지의 왕>은 인간의 양면성을 다룬다. 오랜만에 만난 종석(양익준 분)과 경민(오정세 분)의 대화 사이서 과거 같은 반 친구였던 철이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지면서, 나약한 인간의 잔인함이 그려진다. 

<사이비>는 선한 얼굴을 띠고 거짓말을 하는 자들과 악한 얼굴로 진실을 말하는 자의 대립을 통해 인간의 모순을 설파한다. 평소 해악을 저질러온 민철은 마을 사람들을 현혹해 돈을 뜯어내는 종교인들의 부조리를 말하지만, 그를 믿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악한 자의 진실과 선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저지르는 거짓의 대립을 통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간의 아이러니를 예리하게 꼬집는다.

군대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리얼리즘에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창>은 상병이 막내인 한 부대에 고문관 신병이 들어오면서 군생활이 꼬여버리는 병장 철민의 이야기를 통해, 폭력적인 시스템을 안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폭력적인 시스템 안에서 ‘남 탓’만을 하는 약자들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한눈에 비춘다. 

죽음, 계급…인간의 추악함이란∼
내면세계 드러낸 예리한 통찰력

내쫓으려는 자와 쫓겨나지 않으려는 자들의 싸움을 판타지로 그려낸 <염력>은 경제적 차이서 오는 폭력을 그린다. 가진 자들의 금권 폭력과 이에 맥없이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2019년 이슈였던 ‘용산 철거 사건’과 맥을 같이 한다. 비록 영화는 ‘용산 철거 사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보이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계급의 폭력이라는 점에서 앞선 작품과 통하는 대목은 있다.
 

▲ ▲ 방법 ⓒtvN

혐오의 사회

연 감독의 가장 독특한 이력 중 하나가 드라마 집필이다. 국내에서는 영화 연출과 드라마를 집필한 유명인은 장항준 감독 뿐이었다. 연 감독이 두 번째인 것. 드라마 집필 첫 도전서 오컬트 장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내 드라마계서 매우 의미있는 작품을 내놨다. 

12부작 tvN <방법>은 요즘 우리 주변서 볼 수 있는 각종 혐오를 확대한 작품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SNS에 올리면, IT기업이 저주를 내려준다는 발상서 출발한다. 

사회부 기자 진희(엄지원 분)와 선한 마음을 가진 방법술사 소진(정지소 분)이 사회의 숨은 거대악 종현(성동일 분)과의 대립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혐오를 다룬다. 

포털사이트 연예면 댓글란이 없어질 정도로, 온라인상을 비롯해 혐오로 점철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현한다. 인간 내면의 악을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는 연 감독은 오컬트 장르의 <방법>을 통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NEW

K-좀비의 매력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실사 영화 <부산행>, 그리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반도>는 ‘연니버스’라고도 불린다. 늙고 병든 한 할아버지로부터 시작해 좀비가 급격히 확산된 서울역 인근을 다룬 <서울역>과 부산으로 가는 KTX에 탄 좀비로 인해 혼란에 빠지는 <부산행>, 이후 4년 뒤의 한국을 그리는 <반도>가, 연니버스의 줄기다. 

<서울역>은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의 잔인함을 다뤘다. 죽은 사람 앞에서 “내 돈은 갚고 죽어”라고 흐느껴대는 ‘석규’(류승룡 분)를 보고 있자면, 차라리 좀비가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의 더러운 내면을 강렬하게 담아낸다. 

정치색으로 나뉜 이데올로기 세대와 경제 호황을 누린 성장 중심의 세대를 몰락시키고,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희망을 부여하는 <부산행> 역시 인간의 악을 다룬다. 

특히 15번 칸 대립 신을 통해 ‘용석’(김의성 분)이 평범한 이들의 침묵으로 권력을 갖게 된 뒤, 힘들게 다른 칸에서 넘어온 ‘석우’(공유 분)를 내쫓는 장면은 ‘악의 일상성’의 민낯을 드러낸다. “악은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파생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연 감독의 의도가 뚜렷하게 보인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반도>는 올해 최대 기대작이다. “안정된 서사 속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연 감독의 발언으로 봐서, 어쩌면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 분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언제나 인간 본성을 보기 쉽게 구현한 그이기에, <반도>를 향한 기다림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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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