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섬유 오너 일가 경영권 다툼 그 후…

백기 드는 터줏대감…모종의 합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과거 형제의 경영권 다툼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신라그룹. 창업주 별세 이후 지분 상속 등이 진행되면서 별다른 분쟁은 없었다. 현재 그룹은 창업주의 동생 일가서 도맡고 있다. 눈길이 가는 건 창업주 일가를 중심으로 지분이 매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라그룹은 신라교역, 신라섬유, 신라에스지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중견그룹이다. 그룹 지주사 신라홀딩스를 정점으로 지배구조가 구축된 형태다. 창업주는 고 박성형 명예회장. 그는 지난 1953년 사업을 시작해 오늘날 신라그룹의 터를 닦았다. 특히 한국 섬유업계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53년 출범
중견그룹

현재 그룹은 창업주의 동생인 박준형 회장이 도맡고 있다. 다만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형제들은 과거 경영권을 놓고 충돌한 바 있다. 지난 2003년 두 형제는 신라교역 지분을 놓고 법적 분쟁을 겪었다. 당시 신라교역은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던 회사였다.

박성형 명예회장은 박준형 회장과 조카인 박성진씨를 상대로 예탁증권 공유지분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앞서 박성형 명예회장은 박준형 회장과 박성진씨에게 신라교역 주식을 넘겼는데, 본인의 동의 없이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박준형 회장과 박성진씨는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신라교역 주식을 각각 179만주, 81만주 매입했다. 박성형 명예회장은 동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박준형 회장은 상호 동의가 있었다며 맞붙었다. 또한 박성형 명예회장이 주식 매각을 통해 차익을 얻었다는 입장이었다.


형제의 갈등은 시장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당시 신라교역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법원은 박성형 명예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박성형 명예회장이 처분이익을 얻었다는 박준형 회장 측의 주장이 충분히 소명되지 못했고, 주식거래는 박성형 명예회장 동의 없이 이뤄졌다고 봤다.

과거 친족 간 경영권 분쟁 발발
창업주 별세 이후 상속으로 매듭

법원의 판결로 박성형 명예회장은 신라교역 주식을 모두 돌려받았다. 박준형 회장은 보유 주식 수가 크게 줄었고, 박성진씨는 0주가 됐다.

박성형 명예회장은 지난 2014년 4월 타계했다. 한때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터라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룹 경영권을 두고 집안싸움이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게다가 분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곧 벌어졌다. 박준형 회장이 그해 5월 신라교역 개인지분을 전량 현물출자하면서 ‘신라홀딩스’를 설립했기 때문. 당시 회사는 지배구조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박성형 명예회장이 타계한 바로 다음 달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점은 쉽게 간과하기 어려웠다.

일각에선 박준형 회장이 핵심사 신라교역 지배를 선점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대비했다는 관측을 내놨다. 반면 박성형 명예회장의 지분이 상속 절차를 밟고 있었던 상황인 만큼, 오너 일가서 따로 합의를 봤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었다.
 

▲ ⓒ문병희 기자

결과적으로 큰 다툼은 없었다. 그해 11월 박성형 명예회장의 지분은 그의 부인과 자녀들에게 균등하게 배분됐다. 부인은 70만9750주, 장남 박재흥 신라교역 대표이사와 세 딸 박숙희, 박상희, 박주희씨는 각각 47만3157주를 상속받았다. 지분이 없었던 박성형 명예회장의 손녀 박연진, 박수진씨도 각각 23만6584주를 받았다.

박성형 명예회장 부인이 이듬해 2015년 별세하면서 보유지분을 장남이 모두 넘겨받았다. 박재흥 대표는 지분이 2배가량 늘어나면서 신라교역 2대주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 신라그룹은 박준형 회장 부자가 이끌고 있다. 박성진씨는 현재 신라그룹 부회장이다. 이들은 올해 취임사에 나란히 참석하며 사업 기조를 밝히기도 했다.

지분 상속
주식 처분

최근 박성형 명예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지분 구도에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그룹 내에서 박성형 명예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신라교역’과 ‘신라섬유’로 압축된다. 두 회사서 지분 정리가 벌어진 것이다.

신라교역 지분 처분은 숙희씨와 주희씨, 그리고 수진씨와 연진씨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지난 2014년 상속 이후 특별히 지분을 늘리거나 줄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지분을 차츰차츰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숙희씨는 그해 2월 기존 지분(47만3167주)을 서서히 매도했다. 숙희씨는 그달에만 14차례에 걸쳐 2만1184주를 처분했다. 3월에는 1만5409주를, 4월에는 5만5631주를 팔았다.

숙희씨의 지분 매각은 계속됐다. 6월에는 1만4865주, 7월과 10월에는 각각 300주, 6500주를 매도했다. 숙희씨는 11월 1만3151주를 끝으로 지분 정리를 마쳤다. 숙희씨의 지분은 기존 47만주가량서 34만6127주로 줄었다.

주희씨도 지난해 초부터 지분을 매각했다. 다만 숙희씨에 비해 매각 지분은 많지 않다. 주희씨는 지난 1월 6차례에 걸쳐 4638주를 팔았다. 2월과 3월, 4월에도 각각 900주, 600주, 1만2560주를 매각했다. 한동안 매도 소식은 없었다. 이후 12월에 3000주를 매각하는 데 그쳤다. 모두 2만1698주로 잔여 지분은 45만1469주였다.
 

▲ 신라교역 ⓒ문병희 기자

창업주의 손녀인 수진씨와 연진씨는 더 많은 지분을 매도했다. 이들의 두 자릿수 주식 수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우선 수진씨는 숙희씨 등의 사례와 달리 일찌감치 기존 지분(23만6584주)을 처분했다. 수진씨가 최초 지분을 매도한 시기는 지난 2015년이다. 당시 6만5000주를 팔았다.

2017년에는 3000주를 매각했고, 그 다음해인 2018년에는 6차례에 걸쳐 3만5557주를 매도했다. 지난해에는 1만3600주를 팔았다.


지분이 대량 매도된 시기는 올해다. 수진씨는 지난 2월 1만8500주를 팔았다. 3월에는 모두 5만8129주를 처분했다. 같은 달에 4571주를 잠시 매입하기도 했었다. 수진씨는 지난 4월 2400주를 정리하면서 보유 지분은 4만4969주로 크게 줄었다. 대략 20%만 남은 셈이다.

연진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진씨는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매달 9674주, 1만3025주, 2550주, 1만3300주를 매각했다. 2018년에는 3월부터 5월까지 매달 6650주, 7864주, 1만800주를 처분했다. 지난해에는 9월과 10월에 각각 2500주, 6만3355주를 매도했다.

지분 매각은 올해에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연진씨는 지난 2월 1만3699주, 3월에 5만53주를 팔았다. 3월에는 4045주를 잠시 매입하기도 했지만 4월에 1000주 처분을 마지막으로 매각을 잠시 멈춘 상태다. 정리한 지분은 모두 19만4470주로 보유 지분은 4만6159주로 줄었다.

최근 상희씨도 신라섬유 지분 매각에 나섰다. 상희씨는 지난 6월29일부터 모두 6차례에 걸쳐 39만5148주를 처분했다.

지난 5월13일 기준, 신라교역 주요 주주는 최대주주 신라홀딩스(40.18%)에 이어 박재흥 대표(10.03%), 신라문화장학재단(7.66%), 상희씨(2.96%), 주희씨(2.82%), 숙희씨(2.16%) 등이었다.

신라섬유에서는 더 많은 지분 변동이 발생했다. 앞서 신라교역에서는 지분을 어느 정도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신라섬유의 경우는 달랐다. 단 1주도 남기지 않은 채,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이다. 지분 정리에 나선 이들은 신라교역서 지분을 매도한 바 있는 숙희씨와 주희씨, 그리고 수진시와 연진씨였다.

먼저 숙희씨는 최초 2만6020주를 갖고 있었다. 이후 부친의 타계로 23만532주를 상속받아 25만6552주를 확보하게 됐다.


숙희씨는 지난 2015년 3월 6만7809주를, 4월에는 5만8420주를 매각했다. 2016년에는 주식분할을 통해 52만1292주를 확보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2만1123주, 9월 10만3977주, 10월 5000주를 매각했다.

급격한 지분 감소는 2018년부터 시작됐다. 숙희씨는 그해 9월 7만4277주, 10월 17만5073주를 대거 매각했다. 지분 정리는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숙희씨는 그해 4월 6만9111주를 매각한 데 이어 6월 1000주, 7월 18만7054주를 추가 매도했다.

그 결과, 숙희씨에겐 단 1만5000주만이 남게 됐다. 숙희씨는 지난해 11월 잔여 지분을 모두 매도하면서 신라섬유 주주명단서 제외됐다.

주희씨 역시 숙희씨처럼 보유 지분에 상속지분을 더한 25만6552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주희씨는 2015년 3월 7만4500주를 매각했다. 그해 4월에도 5만1729주를 팔았다. 이듬해 4월 주희씨는 숙희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주식분할을 통해 52만1292주를 확보했다.

대량 매도
도대체 왜?

한동안 주희씨의 지분 변화는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보유 주식 수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주희씨는 그해 2월 909주, 4월 12만2188주, 5월 1만3500주, 7월 13만7452주, 11월 3만8000주를 매도했다. 주희씨는 올해에도 지분을 계속 정리했다. 지난 1월 1만6000주, 2월 3만6000주 등이 매각됐다. 남은 지분은 28만7566주였다. 주희씨는 해당 지분을 지난 6월22일 한 번에 매각했다. 주희씨에게 남은 신라섬유 지분은 1주도 없는 상황이다.

연진씨는 11만5266주를 상속받은 뒤, 2016년 3월 7000주를 매각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주식분할을 통해 43만3064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어 같은 달 1만1000주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후 지분 매각에 속도가 붙었다. 이듬해인 2017년 8월 21만6169주, 12월 3만15주가 처분됐다. 2018년 1월에도 2만3386주가 매도됐다.

연진씨는 지난해 10월 11만5975를 매각하면서 1782주를 매입했으며 11월에도 6만3500주를 매각하면서 9000주를 매입했다.

본격적인 지분 정리는 올해 이뤄졌다. 연진씨는 지난 1월 2만7300주를 매각했고, 2월 잔여 지분 6만4767주를 모두 처분했다.

수진씨 역시 연진씨와 마찬가지로 11만5266주를 상속받았다. 수진씨는 지난 2015년 6월 1만주를 매각했다. 그해 3월에는 5만3114주를 매도했다. 이듬해 4월에는 주식분할을 통해 20만8608주를 확보했다.

한동안 지분 변동이 없었던 수진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분 정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달 5만6010주, 11월 7만1000주를 매입하면서 동시에 1만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12월에는 3만3000주를 팔았다. 수진씨는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모든 지분을 소각했다. 1월 9만8000주, 2월 1만2750주를 처리하면서 신라섬유 보유 지분은 ‘0’이 됐다.

동생 가족이 실질적 그룹 지배
다른 일가는 하나둘 지분 정리

박재흥 대표는 기존 5만470주서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상속 등을 통해 128만5180주까지 취득했다. 이후 창업주 명의 계좌서 차명주식이 발견되면서 상속인들 간 재산분할이 합의 과정을 거쳤다. 박재흥 대표의 보유 주식은 59만918주로 줄었다.

다만 모친의 별세 이후 증여를 통해 지분이 99만9180주까지 상승했다. 또 주식분할을 통해 499만5900주까지 지분을 끌어올렸다. 

현재 신라섬유 최대주주는 신라교역으로 2대 주주는 박재흥 대표다. 다만 주식 수 차이는 크지 않다. 신라교역은 신라섬유 지분 500만350주를 보유 중이다. 박재흥 대표와 4450주 차이다. 지분율 역시 20.6% 대 20.58%로 0.02%차다.

신라교역 최대주주가 신라홀딩스인 점을 미뤄봤을 때, 지배구조는 ‘신라홀딩스→신라교역→신라섬유’로 이어진다. 다만 신라섬유는 그룹의 별다른 관여를 받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박준형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성진 부회장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준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신라홀딩스는 주요 계열사 ‘신라에스지’ ‘비전힐스’ ‘신라엔지니어링’ 등의 최대주주다.

박성진 부회장은 특수강업체 ‘원일특강’의 최대주주다. 원일특강은 종속회사 신라몰드텍’ ‘원일스틸’ ‘해원단조’ 등을 거느리고 있다. 신라섬유의 박재흥 대표에게 원일특강 지분 3.88%가 있기도 하다.

박성진 부회장은 ‘광장오토모티브’라는 개인회사도 갖고 있다. 수입자동차를 판매하고 정비용역을 제공하는 업체다.

잔여 주식
1주도 없어

실적 면에서 그룹 핵심 계열사는 신라교역이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3696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다만 직전년도 영업이익이 42억원 영업손실로 전환됐다. 순이익도 동기간에 비해 4분의 1 수준인 103억원이었다. 원일특강은 만만치 않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2558억원 매출과 9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99억원으로 직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

반면 신라섬유 실적은 초라한 편이다. 신라섬유는 지난해 별도 기준 41억원 매출액을 냈다. 영업이익은 7억원, 순이익은 2억원이었다. 신라섬유 실적은 섬유 부문이 아닌 부동산 임대 사업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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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