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섬유 오너 일가 경영권 다툼 그 후…

백기 드는 터줏대감…모종의 합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과거 형제의 경영권 다툼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신라그룹. 창업주 별세 이후 지분 상속 등이 진행되면서 별다른 분쟁은 없었다. 현재 그룹은 창업주의 동생 일가서 도맡고 있다. 눈길이 가는 건 창업주 일가를 중심으로 지분이 매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라그룹은 신라교역, 신라섬유, 신라에스지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중견그룹이다. 그룹 지주사 신라홀딩스를 정점으로 지배구조가 구축된 형태다. 창업주는 고 박성형 명예회장. 그는 지난 1953년 사업을 시작해 오늘날 신라그룹의 터를 닦았다. 특히 한국 섬유업계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53년 출범
중견그룹

현재 그룹은 창업주의 동생인 박준형 회장이 도맡고 있다. 다만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형제들은 과거 경영권을 놓고 충돌한 바 있다. 지난 2003년 두 형제는 신라교역 지분을 놓고 법적 분쟁을 겪었다. 당시 신라교역은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던 회사였다.

박성형 명예회장은 박준형 회장과 조카인 박성진씨를 상대로 예탁증권 공유지분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앞서 박성형 명예회장은 박준형 회장과 박성진씨에게 신라교역 주식을 넘겼는데, 본인의 동의 없이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박준형 회장과 박성진씨는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신라교역 주식을 각각 179만주, 81만주 매입했다. 박성형 명예회장은 동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박준형 회장은 상호 동의가 있었다며 맞붙었다. 또한 박성형 명예회장이 주식 매각을 통해 차익을 얻었다는 입장이었다.


형제의 갈등은 시장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당시 신라교역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법원은 박성형 명예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박성형 명예회장이 처분이익을 얻었다는 박준형 회장 측의 주장이 충분히 소명되지 못했고, 주식거래는 박성형 명예회장 동의 없이 이뤄졌다고 봤다.

과거 친족 간 경영권 분쟁 발발
창업주 별세 이후 상속으로 매듭

법원의 판결로 박성형 명예회장은 신라교역 주식을 모두 돌려받았다. 박준형 회장은 보유 주식 수가 크게 줄었고, 박성진씨는 0주가 됐다.

박성형 명예회장은 지난 2014년 4월 타계했다. 한때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터라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룹 경영권을 두고 집안싸움이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게다가 분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곧 벌어졌다. 박준형 회장이 그해 5월 신라교역 개인지분을 전량 현물출자하면서 ‘신라홀딩스’를 설립했기 때문. 당시 회사는 지배구조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박성형 명예회장이 타계한 바로 다음 달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점은 쉽게 간과하기 어려웠다.

일각에선 박준형 회장이 핵심사 신라교역 지배를 선점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대비했다는 관측을 내놨다. 반면 박성형 명예회장의 지분이 상속 절차를 밟고 있었던 상황인 만큼, 오너 일가서 따로 합의를 봤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었다.
 

▲ ⓒ문병희 기자

결과적으로 큰 다툼은 없었다. 그해 11월 박성형 명예회장의 지분은 그의 부인과 자녀들에게 균등하게 배분됐다. 부인은 70만9750주, 장남 박재흥 신라교역 대표이사와 세 딸 박숙희, 박상희, 박주희씨는 각각 47만3157주를 상속받았다. 지분이 없었던 박성형 명예회장의 손녀 박연진, 박수진씨도 각각 23만6584주를 받았다.

박성형 명예회장 부인이 이듬해 2015년 별세하면서 보유지분을 장남이 모두 넘겨받았다. 박재흥 대표는 지분이 2배가량 늘어나면서 신라교역 2대주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 신라그룹은 박준형 회장 부자가 이끌고 있다. 박성진씨는 현재 신라그룹 부회장이다. 이들은 올해 취임사에 나란히 참석하며 사업 기조를 밝히기도 했다.

지분 상속
주식 처분

최근 박성형 명예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지분 구도에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그룹 내에서 박성형 명예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신라교역’과 ‘신라섬유’로 압축된다. 두 회사서 지분 정리가 벌어진 것이다.

신라교역 지분 처분은 숙희씨와 주희씨, 그리고 수진씨와 연진씨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지난 2014년 상속 이후 특별히 지분을 늘리거나 줄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지분을 차츰차츰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숙희씨는 그해 2월 기존 지분(47만3167주)을 서서히 매도했다. 숙희씨는 그달에만 14차례에 걸쳐 2만1184주를 처분했다. 3월에는 1만5409주를, 4월에는 5만5631주를 팔았다.

숙희씨의 지분 매각은 계속됐다. 6월에는 1만4865주, 7월과 10월에는 각각 300주, 6500주를 매도했다. 숙희씨는 11월 1만3151주를 끝으로 지분 정리를 마쳤다. 숙희씨의 지분은 기존 47만주가량서 34만6127주로 줄었다.

주희씨도 지난해 초부터 지분을 매각했다. 다만 숙희씨에 비해 매각 지분은 많지 않다. 주희씨는 지난 1월 6차례에 걸쳐 4638주를 팔았다. 2월과 3월, 4월에도 각각 900주, 600주, 1만2560주를 매각했다. 한동안 매도 소식은 없었다. 이후 12월에 3000주를 매각하는 데 그쳤다. 모두 2만1698주로 잔여 지분은 45만1469주였다.
 

▲ 신라교역 ⓒ문병희 기자

창업주의 손녀인 수진씨와 연진씨는 더 많은 지분을 매도했다. 이들의 두 자릿수 주식 수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우선 수진씨는 숙희씨 등의 사례와 달리 일찌감치 기존 지분(23만6584주)을 처분했다. 수진씨가 최초 지분을 매도한 시기는 지난 2015년이다. 당시 6만5000주를 팔았다.

2017년에는 3000주를 매각했고, 그 다음해인 2018년에는 6차례에 걸쳐 3만5557주를 매도했다. 지난해에는 1만3600주를 팔았다.


지분이 대량 매도된 시기는 올해다. 수진씨는 지난 2월 1만8500주를 팔았다. 3월에는 모두 5만8129주를 처분했다. 같은 달에 4571주를 잠시 매입하기도 했었다. 수진씨는 지난 4월 2400주를 정리하면서 보유 지분은 4만4969주로 크게 줄었다. 대략 20%만 남은 셈이다.

연진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진씨는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매달 9674주, 1만3025주, 2550주, 1만3300주를 매각했다. 2018년에는 3월부터 5월까지 매달 6650주, 7864주, 1만800주를 처분했다. 지난해에는 9월과 10월에 각각 2500주, 6만3355주를 매도했다.

지분 매각은 올해에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연진씨는 지난 2월 1만3699주, 3월에 5만53주를 팔았다. 3월에는 4045주를 잠시 매입하기도 했지만 4월에 1000주 처분을 마지막으로 매각을 잠시 멈춘 상태다. 정리한 지분은 모두 19만4470주로 보유 지분은 4만6159주로 줄었다.

최근 상희씨도 신라섬유 지분 매각에 나섰다. 상희씨는 지난 6월29일부터 모두 6차례에 걸쳐 39만5148주를 처분했다.

지난 5월13일 기준, 신라교역 주요 주주는 최대주주 신라홀딩스(40.18%)에 이어 박재흥 대표(10.03%), 신라문화장학재단(7.66%), 상희씨(2.96%), 주희씨(2.82%), 숙희씨(2.16%) 등이었다.

신라섬유에서는 더 많은 지분 변동이 발생했다. 앞서 신라교역에서는 지분을 어느 정도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신라섬유의 경우는 달랐다. 단 1주도 남기지 않은 채,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이다. 지분 정리에 나선 이들은 신라교역서 지분을 매도한 바 있는 숙희씨와 주희씨, 그리고 수진시와 연진씨였다.

먼저 숙희씨는 최초 2만6020주를 갖고 있었다. 이후 부친의 타계로 23만532주를 상속받아 25만6552주를 확보하게 됐다.


숙희씨는 지난 2015년 3월 6만7809주를, 4월에는 5만8420주를 매각했다. 2016년에는 주식분할을 통해 52만1292주를 확보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2만1123주, 9월 10만3977주, 10월 5000주를 매각했다.

급격한 지분 감소는 2018년부터 시작됐다. 숙희씨는 그해 9월 7만4277주, 10월 17만5073주를 대거 매각했다. 지분 정리는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숙희씨는 그해 4월 6만9111주를 매각한 데 이어 6월 1000주, 7월 18만7054주를 추가 매도했다.

그 결과, 숙희씨에겐 단 1만5000주만이 남게 됐다. 숙희씨는 지난해 11월 잔여 지분을 모두 매도하면서 신라섬유 주주명단서 제외됐다.

주희씨 역시 숙희씨처럼 보유 지분에 상속지분을 더한 25만6552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주희씨는 2015년 3월 7만4500주를 매각했다. 그해 4월에도 5만1729주를 팔았다. 이듬해 4월 주희씨는 숙희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주식분할을 통해 52만1292주를 확보했다.

대량 매도
도대체 왜?

한동안 주희씨의 지분 변화는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보유 주식 수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주희씨는 그해 2월 909주, 4월 12만2188주, 5월 1만3500주, 7월 13만7452주, 11월 3만8000주를 매도했다. 주희씨는 올해에도 지분을 계속 정리했다. 지난 1월 1만6000주, 2월 3만6000주 등이 매각됐다. 남은 지분은 28만7566주였다. 주희씨는 해당 지분을 지난 6월22일 한 번에 매각했다. 주희씨에게 남은 신라섬유 지분은 1주도 없는 상황이다.

연진씨는 11만5266주를 상속받은 뒤, 2016년 3월 7000주를 매각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주식분할을 통해 43만3064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어 같은 달 1만1000주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후 지분 매각에 속도가 붙었다. 이듬해인 2017년 8월 21만6169주, 12월 3만15주가 처분됐다. 2018년 1월에도 2만3386주가 매도됐다.

연진씨는 지난해 10월 11만5975를 매각하면서 1782주를 매입했으며 11월에도 6만3500주를 매각하면서 9000주를 매입했다.

본격적인 지분 정리는 올해 이뤄졌다. 연진씨는 지난 1월 2만7300주를 매각했고, 2월 잔여 지분 6만4767주를 모두 처분했다.

수진씨 역시 연진씨와 마찬가지로 11만5266주를 상속받았다. 수진씨는 지난 2015년 6월 1만주를 매각했다. 그해 3월에는 5만3114주를 매도했다. 이듬해 4월에는 주식분할을 통해 20만8608주를 확보했다.

한동안 지분 변동이 없었던 수진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분 정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달 5만6010주, 11월 7만1000주를 매입하면서 동시에 1만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12월에는 3만3000주를 팔았다. 수진씨는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모든 지분을 소각했다. 1월 9만8000주, 2월 1만2750주를 처리하면서 신라섬유 보유 지분은 ‘0’이 됐다.

동생 가족이 실질적 그룹 지배
다른 일가는 하나둘 지분 정리

박재흥 대표는 기존 5만470주서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상속 등을 통해 128만5180주까지 취득했다. 이후 창업주 명의 계좌서 차명주식이 발견되면서 상속인들 간 재산분할이 합의 과정을 거쳤다. 박재흥 대표의 보유 주식은 59만918주로 줄었다.

다만 모친의 별세 이후 증여를 통해 지분이 99만9180주까지 상승했다. 또 주식분할을 통해 499만5900주까지 지분을 끌어올렸다. 

현재 신라섬유 최대주주는 신라교역으로 2대 주주는 박재흥 대표다. 다만 주식 수 차이는 크지 않다. 신라교역은 신라섬유 지분 500만350주를 보유 중이다. 박재흥 대표와 4450주 차이다. 지분율 역시 20.6% 대 20.58%로 0.02%차다.

신라교역 최대주주가 신라홀딩스인 점을 미뤄봤을 때, 지배구조는 ‘신라홀딩스→신라교역→신라섬유’로 이어진다. 다만 신라섬유는 그룹의 별다른 관여를 받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박준형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성진 부회장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준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신라홀딩스는 주요 계열사 ‘신라에스지’ ‘비전힐스’ ‘신라엔지니어링’ 등의 최대주주다.

박성진 부회장은 특수강업체 ‘원일특강’의 최대주주다. 원일특강은 종속회사 신라몰드텍’ ‘원일스틸’ ‘해원단조’ 등을 거느리고 있다. 신라섬유의 박재흥 대표에게 원일특강 지분 3.88%가 있기도 하다.

박성진 부회장은 ‘광장오토모티브’라는 개인회사도 갖고 있다. 수입자동차를 판매하고 정비용역을 제공하는 업체다.

잔여 주식
1주도 없어

실적 면에서 그룹 핵심 계열사는 신라교역이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3696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다만 직전년도 영업이익이 42억원 영업손실로 전환됐다. 순이익도 동기간에 비해 4분의 1 수준인 103억원이었다. 원일특강은 만만치 않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2558억원 매출과 9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99억원으로 직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

반면 신라섬유 실적은 초라한 편이다. 신라섬유는 지난해 별도 기준 41억원 매출액을 냈다. 영업이익은 7억원, 순이익은 2억원이었다. 신라섬유 실적은 섬유 부문이 아닌 부동산 임대 사업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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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