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플랜 입체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06 10:04:04
  • 호수 12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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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는 기정사실! 그런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잠룡에게 ‘대권 의지’란 대권이라는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비록 복수의 여론조사서 박 시장의 선호도 순위가 낮게 나오지만, 3선 서울시장으로서의 그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일요시사>는 박 시장의 대권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다각도로 추적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정권교체, 국민이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바꿉니다. 우리는 오늘, 함께 출마합니다. 국민과 문재인이 함께 갑니다.”(문재인 대통령, 2017년 3월24일) “국민들이 꿈으로만 가졌던 행복한 삶을 실제로 이룰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2012년 7월10일) “저는 한나라당의 후보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하고야 말 것입니다.”(이명박 전 대통령, 2007년 5월10일) “어느 때부터인가 제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노무현 전 대통령, 2002년 2월24일)

꿈틀대는
잠룡들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대선 출마 선언문의 일부 내용이다. 모두 대권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 박 전 대통령은 행복한 삶, 이 전 대통령은 경제부흥,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 타파를 내세워 본인이 바로 차기 대권의 적임자라고 호소했다.

잠룡에게 대권 의지는 대권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20대 대선을 20개월여 앞둔 현 시점서도 이는 유효하다. 

복수의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지난 1월 “책임질 일은 결코 회피하지 못하는 길을 걸어왔다”며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보수 야권의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25일 “쓰러져 있는 보수의 영역을 넓히고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일어서는 데(제가) 적격자라는 생각을 감히 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달 9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미래혁신포럼 특강에서는 “인생 중 가장 치열한 2년을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대권을 염두에 둔 발언을 내놨다.

대권 의지가 잠룡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하고, 지난달 30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10.1%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그보다 앞선 대권주자는 민주당 소속 이낙연 의원(30.8%)과 이재명 경기도지사(15.6%)뿐이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는 “윤 총장이 모름·무응답 등 유보층과 홍준표·황교안·오세훈·안철수 등 범보수·야권주자의 선호층을 흡수했다”며 “이낙연·이재명과 함께 3강 구도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윤 총장의 선호도가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윤석열 때리기’를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유권자들에게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반사효과’와 정권의 공격을 받는 상대적 약자를 지지하려는 ‘언더독 효과’가 시너지를 내 지금의 높은 선호도로 이어진 것.

역대 대통령 출마선언문 보니…
참모들 대권 여부 물었다는데…

윤 총장 본인의 대권 의지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윤 총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범보수 지지층서 반문재인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반문(반 문재인)의 대표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이는 본인이 강한 대권 의지를 지녀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윤 총장이 대권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간 정계진출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앞서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위원들로부터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만난 일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과거 양 원장으로부터 총선 출마를 권유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세계일보>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서 2위에 오르자, 윤 총장은 “여론조사 후보에서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킹메이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윤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본인이 생각이 있으면 나오겠지”라고 말했다. 잠룡에게 대권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권을 대표하는 잠룡 중 한명이다. 지난 2018년 6월 박 시장은 민선 최초 ‘3선 서울시장’에 성공했다. 그런 박 시장이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서 제외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박 시장의 차기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 대화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그렇다면 박 시장의 대권 의지는 얼마나 될까.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의지는 그 어느 잠룡과 비교해도 확고하다. 

정치권에선 박 시장의 참모들이 지난달 초 박 시장에게 대권 도전 여부를 물었고, 이에 박 시장은 “그걸 굳이 내입으로 얘기해야 하느냐”라고 답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에게 그런(대권 도전) 것을 물어보면 준비는 한다고 말씀하신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박 시장에게 대권 도전 여부를 물어본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목마른 쪽
우물 판다

<조선일보>는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중도 사퇴 시점을 고려한 ‘대선 출마 관련 시장직 사퇴 시한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서울시가 박 시장의 사퇴 시점을 세 가지로 가정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9일 열린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박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12월9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문건에는 사퇴 가능 시점 중 하나로 해당 날짜가 포함됐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선일보>를 통해 “박 시장이 대선후보 잠룡이라고 언론에 나와서,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게 될 경우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 보려고 검토를 했던 것”이라며 “시장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시장은 서울시장을 3선이나 했기 때문에 이제 선출직은 대권만 남았다”며 “은퇴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이라고 전망했다.


대권의 초석은 다져졌다. 21대 총선을 통해 박원순계는 세력을 확장했다. 기존 박원순계 의원들은 생환에 성공했다. 남인순·박홍근·기동민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박 시장과 가까운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서울 송파병 지역서 당선됐다. 남 의원은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의 실무 총책임자인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아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 달성에 일조했다.

서울 중랑을이 지역구인 박홍근 의원도 박 시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박원순 캠프서 서울 중랑 지역 선거책임을 맡아 당선에 기여한 바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2014년에는 박 시장의 두 번째 선거 때도 캠프에 합류해 그의 당선에 공헌했다.

서울 성북을 지역구의 기동민 의원 역시 생환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박 시장 1기 정무수석비서관·정무부시장으로 발탁되며 박 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기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출마를 선언하며 “박 시장과 함께하며 새로운 소통과 협치의 시대를 열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시민들의 소소한 삶의 변화에 주목하는 새로운 10년의 기초를 박 시장과 함께 만들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새 피 수혈’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경기 안양 동안갑서 당선된 변호사 출신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파란의 주인공이다. 민주당 경선 당시 두 명(이석현·권미혁)의 현역 의원을 꺾었다. 특히 6선의 이석현 전 의원을 꺾은 대목은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빨라진
대선시계


민 의원은 ‘박원순의 변호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2015년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16명을 고발했으며, 2017년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박원순 시장 제압 문건’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경기 하남서 당선된 최종윤 의원은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박 시장 부인인 강난희 여사가 그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전남 목포서 당선된 김원이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박 시장은 김 의원의 정무부시장 퇴임식에 참석해 “김원이 (전) 부시장이 그리워질 것 같다”며 “다음에 서울시로 올 때는 서울시가 국정감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그의 출마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전북 정읍·고창서 당선된 윤준병 의원은 민주당으로부터 단수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인 윤 의원 역시 북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박 시장의 축전을 받았다.
 

▲ 시도지사 간담회 갖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축전을 통해 “(윤 전 부시장은)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향인 정읍·고창이 이 분을 통해 많은 발전을 거뒀으면 하는 의미서 정치인이 될 것을 적극 추천했다”며 그를 지지했다.

서울 강북갑의 천준호 의원은 지난 2011년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캠프 시민유세단장을 시작으로, 박 시장 기획보좌관,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박 시장을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이 때문에 그는 박 시장의 ‘정치적 아들’로 불린다.

경기 김포을의 박상혁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법률고문을 거쳐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서울시 정무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민주당 내 박원순계는 10명 내외로 추정된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3∼4명서 두 배 이상 규모가 늘었다. 그동안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 시장의 향후 대권행보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내년 12월9일 분수령
이재명과
아이템 대전

문제는 낮은 지지율이다. 지난 2017년 1월2일 박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에 성사된 19대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결심이 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박 시장은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서 평생을 혁신과 공공의 삶을 살아온 저는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돌연 불출마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2017년 1월26일 국회 기자회견장서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동안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박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낮은 지지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대처를 놓고 박근혜정부와 각을 세웠던 시점 이후 박 시장의 지지율은 줄곧 하향세를 보였다. 

낮은 지지율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박 시장의 지지율은 2%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대권을 위해서는 박 시장 스스로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야 한다. 
 

▲ 청와대 ⓒ문병희 기자

해답은 아이템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 시장은 본인의 아이템이 없다. 제로페이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며 “남은 기간 동안 아이템을 찾아내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대권이 달렸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아이템 대전’을 펼치고 있다. 박 시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을,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국민을 고용보험에 가입시켜 코로나19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박 시장의 주장이라면, 이 지사는 노동하지 않는 국민도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이템 대전은 ‘배달앱’으로 확전됐다. 시작은 이 지사가 빨랐다. 경기도는 이 지사의 주도로 배달앱 독과점 폐해 방지, 소비자·소상공인·플랫폼 노동자 상생 등을 위한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부터
찍고 간다

이에 맞서 박 시장은 제로페이와 민간 중소업체들의 배달앱을 결합한 ‘제로배달 유니온’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은 새로운 배달앱을 만들거나 공공 재원으로 수수료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간 타 지자체가 추진해온 공공배달앱과는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와 경기도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두 잠룡 지자체장의 아이템 대전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시 추경 330억원 왜?

서울시가 330억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했다.

외국인에게도 코로나19 관련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하기 위함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재난지원금 정책서 외국인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정책 개선을 권고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를 수용했다.

같은 권고를 받은 경기도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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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