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플랜 입체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06 10:04:04
  • 호수 1278호
  • 댓글 0개

출마는 기정사실! 그런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잠룡에게 ‘대권 의지’란 대권이라는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비록 복수의 여론조사서 박 시장의 선호도 순위가 낮게 나오지만, 3선 서울시장으로서의 그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일요시사>는 박 시장의 대권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다각도로 추적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정권교체, 국민이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바꿉니다. 우리는 오늘, 함께 출마합니다. 국민과 문재인이 함께 갑니다.”(문재인 대통령, 2017년 3월24일) “국민들이 꿈으로만 가졌던 행복한 삶을 실제로 이룰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2012년 7월10일) “저는 한나라당의 후보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하고야 말 것입니다.”(이명박 전 대통령, 2007년 5월10일) “어느 때부터인가 제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노무현 전 대통령, 2002년 2월24일)

꿈틀대는
잠룡들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대선 출마 선언문의 일부 내용이다. 모두 대권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 박 전 대통령은 행복한 삶, 이 전 대통령은 경제부흥,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 타파를 내세워 본인이 바로 차기 대권의 적임자라고 호소했다.

잠룡에게 대권 의지는 대권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20대 대선을 20개월여 앞둔 현 시점서도 이는 유효하다. 

복수의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지난 1월 “책임질 일은 결코 회피하지 못하는 길을 걸어왔다”며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보수 야권의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25일 “쓰러져 있는 보수의 영역을 넓히고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일어서는 데(제가) 적격자라는 생각을 감히 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달 9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미래혁신포럼 특강에서는 “인생 중 가장 치열한 2년을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대권을 염두에 둔 발언을 내놨다.

대권 의지가 잠룡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하고, 지난달 30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10.1%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그보다 앞선 대권주자는 민주당 소속 이낙연 의원(30.8%)과 이재명 경기도지사(15.6%)뿐이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는 “윤 총장이 모름·무응답 등 유보층과 홍준표·황교안·오세훈·안철수 등 범보수·야권주자의 선호층을 흡수했다”며 “이낙연·이재명과 함께 3강 구도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윤 총장의 선호도가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윤석열 때리기’를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유권자들에게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반사효과’와 정권의 공격을 받는 상대적 약자를 지지하려는 ‘언더독 효과’가 시너지를 내 지금의 높은 선호도로 이어진 것.

역대 대통령 출마선언문 보니…
참모들 대권 여부 물었다는데…

윤 총장 본인의 대권 의지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윤 총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범보수 지지층서 반문재인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반문(반 문재인)의 대표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이는 본인이 강한 대권 의지를 지녀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윤 총장이 대권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간 정계진출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앞서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위원들로부터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만난 일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과거 양 원장으로부터 총선 출마를 권유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세계일보>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서 2위에 오르자, 윤 총장은 “여론조사 후보에서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킹메이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윤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본인이 생각이 있으면 나오겠지”라고 말했다. 잠룡에게 대권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권을 대표하는 잠룡 중 한명이다. 지난 2018년 6월 박 시장은 민선 최초 ‘3선 서울시장’에 성공했다. 그런 박 시장이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서 제외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박 시장의 차기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 대화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그렇다면 박 시장의 대권 의지는 얼마나 될까.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의지는 그 어느 잠룡과 비교해도 확고하다. 

정치권에선 박 시장의 참모들이 지난달 초 박 시장에게 대권 도전 여부를 물었고, 이에 박 시장은 “그걸 굳이 내입으로 얘기해야 하느냐”라고 답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에게 그런(대권 도전) 것을 물어보면 준비는 한다고 말씀하신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박 시장에게 대권 도전 여부를 물어본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목마른 쪽
우물 판다

<조선일보>는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중도 사퇴 시점을 고려한 ‘대선 출마 관련 시장직 사퇴 시한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서울시가 박 시장의 사퇴 시점을 세 가지로 가정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9일 열린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박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12월9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문건에는 사퇴 가능 시점 중 하나로 해당 날짜가 포함됐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선일보>를 통해 “박 시장이 대선후보 잠룡이라고 언론에 나와서,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게 될 경우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 보려고 검토를 했던 것”이라며 “시장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시장은 서울시장을 3선이나 했기 때문에 이제 선출직은 대권만 남았다”며 “은퇴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이라고 전망했다.


대권의 초석은 다져졌다. 21대 총선을 통해 박원순계는 세력을 확장했다. 기존 박원순계 의원들은 생환에 성공했다. 남인순·박홍근·기동민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박 시장과 가까운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서울 송파병 지역서 당선됐다. 남 의원은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의 실무 총책임자인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아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 달성에 일조했다.

서울 중랑을이 지역구인 박홍근 의원도 박 시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박원순 캠프서 서울 중랑 지역 선거책임을 맡아 당선에 기여한 바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2014년에는 박 시장의 두 번째 선거 때도 캠프에 합류해 그의 당선에 공헌했다.

서울 성북을 지역구의 기동민 의원 역시 생환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박 시장 1기 정무수석비서관·정무부시장으로 발탁되며 박 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기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출마를 선언하며 “박 시장과 함께하며 새로운 소통과 협치의 시대를 열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시민들의 소소한 삶의 변화에 주목하는 새로운 10년의 기초를 박 시장과 함께 만들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새 피 수혈’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경기 안양 동안갑서 당선된 변호사 출신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파란의 주인공이다. 민주당 경선 당시 두 명(이석현·권미혁)의 현역 의원을 꺾었다. 특히 6선의 이석현 전 의원을 꺾은 대목은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빨라진
대선시계


민 의원은 ‘박원순의 변호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2015년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16명을 고발했으며, 2017년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박원순 시장 제압 문건’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경기 하남서 당선된 최종윤 의원은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박 시장 부인인 강난희 여사가 그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전남 목포서 당선된 김원이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박 시장은 김 의원의 정무부시장 퇴임식에 참석해 “김원이 (전) 부시장이 그리워질 것 같다”며 “다음에 서울시로 올 때는 서울시가 국정감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그의 출마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전북 정읍·고창서 당선된 윤준병 의원은 민주당으로부터 단수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인 윤 의원 역시 북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박 시장의 축전을 받았다.
 

▲ 시도지사 간담회 갖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축전을 통해 “(윤 전 부시장은)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향인 정읍·고창이 이 분을 통해 많은 발전을 거뒀으면 하는 의미서 정치인이 될 것을 적극 추천했다”며 그를 지지했다.

서울 강북갑의 천준호 의원은 지난 2011년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캠프 시민유세단장을 시작으로, 박 시장 기획보좌관,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박 시장을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이 때문에 그는 박 시장의 ‘정치적 아들’로 불린다.

경기 김포을의 박상혁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법률고문을 거쳐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서울시 정무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민주당 내 박원순계는 10명 내외로 추정된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3∼4명서 두 배 이상 규모가 늘었다. 그동안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 시장의 향후 대권행보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내년 12월9일 분수령
이재명과
아이템 대전

문제는 낮은 지지율이다. 지난 2017년 1월2일 박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에 성사된 19대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결심이 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박 시장은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서 평생을 혁신과 공공의 삶을 살아온 저는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돌연 불출마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2017년 1월26일 국회 기자회견장서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동안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박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낮은 지지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대처를 놓고 박근혜정부와 각을 세웠던 시점 이후 박 시장의 지지율은 줄곧 하향세를 보였다. 

낮은 지지율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박 시장의 지지율은 2%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대권을 위해서는 박 시장 스스로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야 한다. 
 

▲ 청와대 ⓒ문병희 기자

해답은 아이템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 시장은 본인의 아이템이 없다. 제로페이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며 “남은 기간 동안 아이템을 찾아내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대권이 달렸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아이템 대전’을 펼치고 있다. 박 시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을,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국민을 고용보험에 가입시켜 코로나19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박 시장의 주장이라면, 이 지사는 노동하지 않는 국민도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이템 대전은 ‘배달앱’으로 확전됐다. 시작은 이 지사가 빨랐다. 경기도는 이 지사의 주도로 배달앱 독과점 폐해 방지, 소비자·소상공인·플랫폼 노동자 상생 등을 위한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부터
찍고 간다

이에 맞서 박 시장은 제로페이와 민간 중소업체들의 배달앱을 결합한 ‘제로배달 유니온’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은 새로운 배달앱을 만들거나 공공 재원으로 수수료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간 타 지자체가 추진해온 공공배달앱과는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와 경기도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두 잠룡 지자체장의 아이템 대전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시 추경 330억원 왜?

서울시가 330억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했다.

외국인에게도 코로나19 관련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하기 위함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재난지원금 정책서 외국인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정책 개선을 권고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를 수용했다.

같은 권고를 받은 경기도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