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골프업계 신풍속도

신개념 출입관리
절차 간소화로 기지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골프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메이저 투어들은 중단 혹은 무기한 연기를 알렸고, 아마추어 골퍼들의 바깥 활동이 제한되면서 골프산업 전반에 냉각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최근 골프업계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골프장 이용객이 서서히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고, 시즌 개막을 알린 골프투어는 코로나19를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예방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5월 국민 1만95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국민 국내 여행 영향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여행지 선정 기준과 테마, 일정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여행 방식이 두드러졌다. 소규모 야외활동을 선호하게 되면서 국내 골프장이 호황을 맞았다.

바닥 찍었나

참좋은여행은 6월 국내 골프 여행 패키지 예약 건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300%로 증가했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국내 골프 여행은 여행사를 끼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실제 수요는 더 많을 것”이라며 “요즘은 평일에도 골프장 예약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골프장을 운영하는 리조트 업계에 따르면 주말은 물론 평일도 골프장 예약이 가득 찬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리조트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플라자CC 용인·설악·제주, 강원 춘천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 충남 태안 골든베이골프&리조트 등 주요 골프장 5개의 평균 예약 팀 수는 지난해 대비 110%로 상승했다.

휘닉스 평창도 지난 3~5월 골프장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125% 상승했다고 밝혔다. 휘닉스 평창 관계자는 “주중에도 골프장을 예약하기 힘들다”며 “현재 리조트 인력을 풀로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 더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골프장이 호황을 맞은 것은 그간 해외로 분산됐던 골프 여행객들이 모두 국내 골프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또 4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단체 활동을 꺼리는 경향과 맞아떨어지며, 감염 위험에서 비교적 안전한 야외활동이라는 것도 선호 이유로 꼽힌다.

다만 국내 골프장으로 여행객이 몰리는 것이 리조트 등 관련 업계의 폭발적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노호텔&리조트 관계자는 “대체로 코로나19 타격이 전혀 없거나 오히려 그전보다 운영이 더 잘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매출이 늘지는 않았다”며 “골프장은 정해진 시간 단위로 정해진 인원만 들어갈 수 있어서 한계 매출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골프여행 호황
비대면 이용객 증가

KLPGA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시대에 발맞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부터 온라인 문진표 및 NFC 출입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KLPGA는 지난 5월 투어를 재개한 이후 선수, 캐디, 대회관계자가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입장 및 이동할 수 있는 방식을 찾기 위해, 쉽고 안전한 형태의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왔다. 그 결과 올 시즌부터 선수 및 가족에게 제공하는 주차패스를 NFC로 관리하는 방안을 활용해 새로운 방역 시스템을 만들었다.

온라인 문진표 및 NFC 출입관리 시스템은 이번 대회 참가 선수와 캐디를 대상으로 도입됐다.

대회장에 입장하는 선수, 캐디가 개인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온라인 문진표 작성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원클릭 주소를 SMS 문자 및 소셜 미디어 계정 메시지로 받게 된다. 온라인 문진표를 작성한 뒤 전송 버튼을 누르면, 참가자의 문진표 데이터는 자동적으로 서버에 수집된다.


주요 거점을 통행할 때 작성해야 하는 방명록은 NFC를 통해 데이터화돼 서버에 저장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KLPGA는 지난 5월 발표한 신규BI를 활용해 NFC스티커를 제작했고,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와 캐디에게 일괄 지급을 완료했다. 선수와 캐디는 지급 받은 NFC 스티커를 원하는 곳에 부착하고, 주요 거점을 통과할 때 방명록 작성 없이 NFC 스티커를 태그하고 발열 체크만 받으면 된다.

KLPGA와 함께 서비스를 개발한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코로나19로 인해 거리 두기 캠페인에 동참하고자 자사에서 운영 중인 전자서명 E-폼과 스포츠 플랫폼인 플렉서를 결합해 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며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KLPGA 대회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KLPGA는 “온라인 문진표 및 NFC 출입관리 시스템을 통해 더욱 물 샐 틈 없는 방역이 가능하게 됐다. 또, 간소화된 절차로 대회장 입장 및 이동이 가능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및 캐디에 편리함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미디어, 대행사, 골프팬 등 대회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지난해에 이어 수도권 지역에 신설 퍼블릭 골프장이 잇달아 개장하면서 변화된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곳은 지난 1일 경기 포천에 개장한 27홀의 ‘라싸’ 골프클럽이다. 코로나19에도 골프장들은 특수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신설 퍼블릭 골프장들도 골퍼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 포천 소재 라싸 골프클럽(27홀)의 이름 라싸(Lassa)는 티베트 수도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티베트 고어로는 ‘신들의 땅’을 의미한다. 포천 지역에 올해 두 번째로 오픈하는 골프장으로, 아직 코스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산세와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한 골프장은 화산, 지산, 몽베르, 블루원상주 등 명문 골프장을 설계한 코스 디자이너 권동영씨 작품이라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다.

소규모 야외 활동 선호
퍼블릭 골프장 잇단 개장

27홀 3개 코스 중 레이크 코스의 파3홀은 3개다. 특히 레이크 코스 8번홀(파3)은 웬만한 남자골퍼라면 드라이버를 잡아야 할 정도다. 화이트 티 기준으로 180m는 족히 쳐야 그린에 공을 올릴 수 있다. 골프장 측은 오픈 기념으로 모든 파3홀에서 홀인원 이벤트를 실시하고 특히 8번홀에는 ‘벤츠 A클래스’ 차량을 상품으로 내걸었으나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어려운 파3홀 중 하나가 될 이 홀에서 홀인원 주인공은 쉽게 나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4월에도 포천 지역에는 ‘샴발라’가 문을 열었다. 샴발라는 히말라야 산맥 북쪽에 현자들이 사는 성스러운 나라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샴발라 골프장은 코로나19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남자 프로골퍼들에게 미니투어 장소로 코스를 제공해 이미 많이 알려졌다.

샴발라 개장과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 이천에도 관심을 끌 만한 코스가 문을 열었다. 울산 보라CC를 운영하는 반도그룹(회장 권홍사)이 ‘대한민국 퍼블릭 골프장의 새 문화’를 창조하겠다며 만든 ‘더크로스비’다.

이렇듯 수도권 신설 퍼블릭 골프장 러시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군 골프장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서울시 주소를 가진 골프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서울27’ 골프장도 작년에 문을 열고 영업 중이다. 서울 강서구 오쇠동에 위치한 인서울27 골프장은 이름에서부터 ‘유일한 서울 골프장’을 강조하고 있다.

바뀐 분위기

이 밖에 베어크리크 춘천, 충북 증평 두타산 자락에 자리잡은 블랙스톤 벨포레, 고령 오펠, 사우스링스 영암, 인천 강화 석모도의 유니 아일랜드, 세종시의 레이 캐슬, 클럽디 속리산, 충남 논산 아리스타, 전북 정읍 대일내장산, 경남 밀양 노벨, 김천 포도 등 프리미엄 대중제를 목표로 내건 퍼블릭 골프장들이 전국에 속속 들어섰다. 또한 앞으로도 경남 거창 감각산, 태안 웨스트비치, 천안 골드힐, 군위 산타크로스, 울진 원남, 울산 강동 등이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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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