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골프업계 신풍속도

신개념 출입관리
절차 간소화로 기지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골프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메이저 투어들은 중단 혹은 무기한 연기를 알렸고, 아마추어 골퍼들의 바깥 활동이 제한되면서 골프산업 전반에 냉각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최근 골프업계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골프장 이용객이 서서히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고, 시즌 개막을 알린 골프투어는 코로나19를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예방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5월 국민 1만95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국민 국내 여행 영향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여행지 선정 기준과 테마, 일정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여행 방식이 두드러졌다. 소규모 야외활동을 선호하게 되면서 국내 골프장이 호황을 맞았다.

바닥 찍었나

참좋은여행은 6월 국내 골프 여행 패키지 예약 건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300%로 증가했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국내 골프 여행은 여행사를 끼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실제 수요는 더 많을 것”이라며 “요즘은 평일에도 골프장 예약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골프장을 운영하는 리조트 업계에 따르면 주말은 물론 평일도 골프장 예약이 가득 찬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리조트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플라자CC 용인·설악·제주, 강원 춘천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 충남 태안 골든베이골프&리조트 등 주요 골프장 5개의 평균 예약 팀 수는 지난해 대비 110%로 상승했다.

휘닉스 평창도 지난 3~5월 골프장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125% 상승했다고 밝혔다. 휘닉스 평창 관계자는 “주중에도 골프장을 예약하기 힘들다”며 “현재 리조트 인력을 풀로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 더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골프장이 호황을 맞은 것은 그간 해외로 분산됐던 골프 여행객들이 모두 국내 골프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또 4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단체 활동을 꺼리는 경향과 맞아떨어지며, 감염 위험에서 비교적 안전한 야외활동이라는 것도 선호 이유로 꼽힌다.

다만 국내 골프장으로 여행객이 몰리는 것이 리조트 등 관련 업계의 폭발적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노호텔&리조트 관계자는 “대체로 코로나19 타격이 전혀 없거나 오히려 그전보다 운영이 더 잘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매출이 늘지는 않았다”며 “골프장은 정해진 시간 단위로 정해진 인원만 들어갈 수 있어서 한계 매출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골프여행 호황
비대면 이용객 증가

KLPGA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시대에 발맞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부터 온라인 문진표 및 NFC 출입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KLPGA는 지난 5월 투어를 재개한 이후 선수, 캐디, 대회관계자가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입장 및 이동할 수 있는 방식을 찾기 위해, 쉽고 안전한 형태의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왔다. 그 결과 올 시즌부터 선수 및 가족에게 제공하는 주차패스를 NFC로 관리하는 방안을 활용해 새로운 방역 시스템을 만들었다.

온라인 문진표 및 NFC 출입관리 시스템은 이번 대회 참가 선수와 캐디를 대상으로 도입됐다.

대회장에 입장하는 선수, 캐디가 개인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온라인 문진표 작성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원클릭 주소를 SMS 문자 및 소셜 미디어 계정 메시지로 받게 된다. 온라인 문진표를 작성한 뒤 전송 버튼을 누르면, 참가자의 문진표 데이터는 자동적으로 서버에 수집된다.


주요 거점을 통행할 때 작성해야 하는 방명록은 NFC를 통해 데이터화돼 서버에 저장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KLPGA는 지난 5월 발표한 신규BI를 활용해 NFC스티커를 제작했고,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와 캐디에게 일괄 지급을 완료했다. 선수와 캐디는 지급 받은 NFC 스티커를 원하는 곳에 부착하고, 주요 거점을 통과할 때 방명록 작성 없이 NFC 스티커를 태그하고 발열 체크만 받으면 된다.

KLPGA와 함께 서비스를 개발한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코로나19로 인해 거리 두기 캠페인에 동참하고자 자사에서 운영 중인 전자서명 E-폼과 스포츠 플랫폼인 플렉서를 결합해 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며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KLPGA 대회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KLPGA는 “온라인 문진표 및 NFC 출입관리 시스템을 통해 더욱 물 샐 틈 없는 방역이 가능하게 됐다. 또, 간소화된 절차로 대회장 입장 및 이동이 가능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및 캐디에 편리함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미디어, 대행사, 골프팬 등 대회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지난해에 이어 수도권 지역에 신설 퍼블릭 골프장이 잇달아 개장하면서 변화된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곳은 지난 1일 경기 포천에 개장한 27홀의 ‘라싸’ 골프클럽이다. 코로나19에도 골프장들은 특수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신설 퍼블릭 골프장들도 골퍼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 포천 소재 라싸 골프클럽(27홀)의 이름 라싸(Lassa)는 티베트 수도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티베트 고어로는 ‘신들의 땅’을 의미한다. 포천 지역에 올해 두 번째로 오픈하는 골프장으로, 아직 코스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산세와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한 골프장은 화산, 지산, 몽베르, 블루원상주 등 명문 골프장을 설계한 코스 디자이너 권동영씨 작품이라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다.

소규모 야외 활동 선호
퍼블릭 골프장 잇단 개장

27홀 3개 코스 중 레이크 코스의 파3홀은 3개다. 특히 레이크 코스 8번홀(파3)은 웬만한 남자골퍼라면 드라이버를 잡아야 할 정도다. 화이트 티 기준으로 180m는 족히 쳐야 그린에 공을 올릴 수 있다. 골프장 측은 오픈 기념으로 모든 파3홀에서 홀인원 이벤트를 실시하고 특히 8번홀에는 ‘벤츠 A클래스’ 차량을 상품으로 내걸었으나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어려운 파3홀 중 하나가 될 이 홀에서 홀인원 주인공은 쉽게 나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4월에도 포천 지역에는 ‘샴발라’가 문을 열었다. 샴발라는 히말라야 산맥 북쪽에 현자들이 사는 성스러운 나라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샴발라 골프장은 코로나19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남자 프로골퍼들에게 미니투어 장소로 코스를 제공해 이미 많이 알려졌다.

샴발라 개장과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 이천에도 관심을 끌 만한 코스가 문을 열었다. 울산 보라CC를 운영하는 반도그룹(회장 권홍사)이 ‘대한민국 퍼블릭 골프장의 새 문화’를 창조하겠다며 만든 ‘더크로스비’다.

이렇듯 수도권 신설 퍼블릭 골프장 러시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군 골프장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서울시 주소를 가진 골프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서울27’ 골프장도 작년에 문을 열고 영업 중이다. 서울 강서구 오쇠동에 위치한 인서울27 골프장은 이름에서부터 ‘유일한 서울 골프장’을 강조하고 있다.

바뀐 분위기

이 밖에 베어크리크 춘천, 충북 증평 두타산 자락에 자리잡은 블랙스톤 벨포레, 고령 오펠, 사우스링스 영암, 인천 강화 석모도의 유니 아일랜드, 세종시의 레이 캐슬, 클럽디 속리산, 충남 논산 아리스타, 전북 정읍 대일내장산, 경남 밀양 노벨, 김천 포도 등 프리미엄 대중제를 목표로 내건 퍼블릭 골프장들이 전국에 속속 들어섰다. 또한 앞으로도 경남 거창 감각산, 태안 웨스트비치, 천안 골드힐, 군위 산타크로스, 울진 원남, 울산 강동 등이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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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