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세기의 입방정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29 13:50:48
  • 호수 12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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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잡으려다 한반도 잡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책 한 권의 파장이 크다.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폭로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접근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회고록을 통한 폭로는 외교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그가 발간한 회고록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두고 사방이 시끌시끌하다.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 등을 낱낱이 공개한 존 볼턴의 회고록 파장과 관련해 백악관은 “기밀정보들이 맞다”며 법적 대응을 벼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공개 반발하는 등 회고록 내용이 향후 한미,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억 가치?
회고록 파문

지난해 11월 A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겪다 경질된 존 볼턴이 저서 출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약에 관해 알고 있는 정통한 출판업계 관계자 3명은 볼턴이 지난 몇 주 동안의 협상 끝에 출판사 ‘사이먼 앤드 슈스터’와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출판 관계자 2명은 “그 계약은 약 200만달러(약 23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사이먼 앤드 슈스터는 지난해 백악관 안팎 인물의 충격적인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 <화염과 분노>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 등을 펴낸 미국의 유명 출판사다. 이번 계약은 저자를 대신해 출판 계약과 발행, 판매 협상을 맡는 문예 저작물 대행사 재블린이 대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재블린은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 수사를 이끌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 공보참모를 지낸 클리프 심스의 책 출간을 대리했다.

당초 회고록은 지난 3월 출간 예정이었다. 회고록 내용이 언론에 소개되면서부터 민주당은 볼턴을 탄핵 심판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YT(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회고록 원고에는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에게 ‘우크라이나 수사당국이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수사에 협력할 때까지 원조를 계속 보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반면 공화당 측에서는 회고록과 관련해 출판을 앞두고 책을 팔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의 보도에 대해 거짓이라며 “나는 바이든 부자를 우크라이나 원조와 연계하라고 존 볼턴에게 결코 말하지 않았으며, 볼턴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단지 책을 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볼턴은 왜 그가 오래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서 경질됐을 때 이 몰상식한 일(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지칭)에 관해 불평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한 뒤 “당시 그(볼턴)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 관한 언론 기사 등을 통해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8월 내게 직접 ‘우크라이나 정부가 바이든 부자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동의할 때까지 군사지원금 지급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한 것은 거짓말이란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저서 출간 계약
원고 검토…두차례 출판 연기

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금 3억9100만달러(약 4567억원)와 우크라이나 검찰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조사를 직접 연계시켰다”는 의혹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조사하지 않으면 미국의 군사원조는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한테 사실상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백악관은 회고록이 세상에 나오는 걸 막기 위해 출판에 제동을 걸었다. 책은 탄핵심리를 요동치게 할 최대할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원천봉쇄하기로 한 것.


백악관 국가안보 회의는 볼턴의 신간 원고에 대한 예비 검토 결과 이 회고록에 상당한 양의 기밀 정보가 포함된 만큼 현재 상태 그대로는 출판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 같은 검토 작업은 책을 펴내는 모든 백악관 출신 인사들에게 적용되는 검열 절차라고 전했다.

볼턴은 지난 2월11일 노스캐롤라이나 더럼 소재 듀크대학교서 개최한 ‘2020년 안보 도전’ 강연서 “회고록에 더 많은 폭로를 담았다. 예정 날짜대로 출간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까지 관심은)우크라이나(스캔들)와 탄핵심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그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책에 담긴 내용들에 비춰볼 때 아이스크림 위에 뿌린 설탕가루 정도”라고 비유했다.
 

▲ 악수 나누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그는 “이것은 역사를 기록하려는 노력이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며 “백악관 검열 결과가 어떨지는 두고 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궁극적으로 이 책이 출판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트윗 공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볼턴은 “그는 트위터를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이 얼마나 공평한가?”라고 반문했다. 볼턴은 이날 강연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 상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심판서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책 팔려고 
허위사실?

대신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실패하게 돼있는 정책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봉사를 했다”며 “(결국)북한에 2년이라는 시간만 더 벌어줬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의 회고록은 5월로 연기됐다. 하지만 5월에도 백악관이 원고를 검토하면서 한차례 또 연기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이날 볼턴이 회고록 출간을 계속 진행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램버스 판사는 출간 강행이 심각한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램버스 판사는 출간 예정일이었던 지난 23일을 앞두고 미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회고록 수십만부가 퍼졌고 언론사에도 다수 입수돼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기밀 누설로 인한 회고록 수익 환수와 형사처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회고록에 기밀이 다수 포함돼있다며 지난 16일, 출간을 연기해달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이날 법원의 결정은 금지명령에 대한 것이라 민사소송은 그대로 남아 있다.

17일에는 WP와 NYT 등 미 주요 언론에 회고록 주요 내용이 일제히 보도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날 회고록 공개 중지에 대한 긴급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회고록 출간 금지명령을 둘러싼 법정 공방 1라운드에서는 볼턴이 승리한 셈이다.

볼턴의 법정 다툼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으로 꼽히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볼턴은 출간 지연을 노리는 듯한 백악관과의 장기간 협의 끝에 기밀을 다 덜어냈다고 주장했다. 

예정대로 지난 23일 출간한 회고록은 현재 아마존 등 미국 서점서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책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의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회고록 내용을 두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회고록이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도 기밀 유출 등을 지적하며 400여 곳에 대한 수정과 삭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볼턴은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PDF파일이 최근 인터넷에 공개됐다. 구글 등에서 책 제목만 검색해도 바로 파일이 나오는 탓에 회고록 출판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는 이를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로 보고 해적판 유포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서도 회고록 PDF파일을 다운받을 있는 것이 공유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관련해 번역본이 캡쳐화면으로 떠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게시되기도 했다. 회고록 내용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정책 방향을 두고 ‘조현병 환자 같다’고 표현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발끈
내용 보니…

업계에 따르면 회고록에는 지난해 2월말 베트남 하노이서 열린 제2차 미북정상회담과 관련 된 내용도 서술돼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언급하며 미국에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이른바 ‘주고받기’를 요구한 셈.

한국과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주고받기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해체라는 카드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볼턴은 평가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볼턴은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나름 지지하면서도 회고록서 중국의 ‘수평적이고 동시적인’ 접근방식이 북한이 요구하는 ‘주고받기’ 식 협상 전략과 같은 소리로 들린다며, 두 개의 서로 다른 상황을 동시에 지지하는 듯 한 인상을 주는 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 같은’이라는 수식어로 표현한 것.
 

▲ 존 볼턴 미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회고록을 살펴보면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회담과 한미회담, 한일 간 반도체 수출규제 갈등 등 중요 사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반면 한국을 상대로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트럼프는 북한에 이어 미국의 최대 골칫거리 외교 현안인 대이란 문제에 아베를 끌어들였다.

아베를 상대로 “미·이란 관계 개선의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고 절박하게 요청한 사실이 회고록서 확인됐다. 트럼프 시대서 아베의 글로벌 외교력을 확장시켜준 것.

결과적으로 아베에 내밀한 도움을 요청한 트럼프는 일본의 도발로 반도체 핵심소재 분쟁이 불거지자 “한일 간 분쟁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 정부의 중재 요청을 무시했다. 이처럼 한미일 동맹의 삼각축서 미국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지에 대해 존 볼턴의 회고록은 “한국보다 일본에 더 우선순위가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왜곡과 허위, 과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한일 간 다시 중대한 이익 충돌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중재와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한국 외교가 어떤 노력과 전략을 구사할지에 대해 볼턴의 회고록은 역설적으로 그 필요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

400곳 수정 요청했지만 거절
문 대통령 ‘조현병 환자’ 비유

무엇보다 향후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서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훼방을 놓고 한미 간 내밀한 정보들을 캐내는지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볼턴의 회고록은 입증하고 있다. 힘과 정보의 대결인 외교전서 일본의 대미 전략은 혀를 내두를 만큼 헌신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회고록은 보여준다.

2년 전인 2018년 4월11일. 미국 워싱턴 DC 인근 댈러스 국제공항에 청와대 고위 인사가 도착했다. 같은 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현안을 공유하기 위해 방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었다. 도착 다음날 정 실장과 만난 볼턴은 뜻밖의 요구를 내놓는다. 27일 남북 회담 때 대화 테이블에 ‘비핵화’를 올려놓지 말라는 것이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역사적 회동을 하는 한국을 상대로 가장 중요한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다루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회담을 하지 말라는 뜻과 다름없었다. 물론 4월27일 정상회담 뒤 양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서 한반도의 영구적 비핵화를 천명해 볼턴의 주장이 무색하게 됐다.

결과를 떠나서 볼턴은 정 실장에게 대체 왜 이런 무리한 요구를 했을까. 그의 회고록을 보면 한마디로 한국은 미국이 지향하는 북한 비핵화 개념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치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회고록서 볼턴이 당시 상황을 메모한 내용이다.
 

‘미국이 말하는 북한의 비핵화 개념에 대한 한국의 이해수준은 미국의 근본적 국익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4·27 판문점 회담은 실체가 없는 위험한 연극일 뿐이다. 나는 정의용에게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서 비핵화를 논의하는 걸 피하라고 요구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평양이 가장 선호하는 외교전략인 한국과 일본, 미국 간 관계를 틀어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말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주 정교한 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볼턴 회고록서 발견되는 놀라운 사실은 당시 한미 정상 간 판문점 회담에 개입하고 정보를 캐내려는 일본의 노력이 집요했다는 사실이다. 볼턴은 이날 정 실장을 만난 수 시간 뒤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만나 정 실장이 전한 남북회담 내용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전했다. 

“한국보다
일본 우선”

극렬 매파인 볼턴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일본 정부와 동일하다는 점을 수시로 언급하며, 당시 야치 쇼타로에게 전한 메시지가 아베에게 그대로 전달됐다고 말하고 있다. 며칠 뒤 미·일 정상회담서 아베가 트럼프에게 자신의 메시지와 동일한 내용으로 북한 비핵화 해법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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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