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에 죽는’ 유니크한 배우들의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를 보고 영화관으로 향하는 관객이 적지 않다. 때로는 좋아하는 배우 때문에 영화관을 찾았다가 실망감만 잔뜩 안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는 배우에 대한 신뢰감과 연결된다. 따라서 좋은 작품을 꾸준히 잘 고르는 것도 배우의 능력 중 하나다. 연기력만큼은 탁월한데, 가끔 이해되지 않을 출연으로 의아함을 주는 배우들이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마동석·이성민·박희순

배우들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비교적 선명하다. ‘이야기에 흥미가 있을 때’나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일 때’ ‘비록 분량은 적어도, 감독이나 제작사와 일을 해보고 싶을 때’ ‘혹은 과거의 인연 때문에’ 등이 있다. 여러 이유로 작품을 선택하지만, 모든 작품이 호평을 받지는 못한다. 때로는 지나치게 엉성한 모양새로 혹평을 받기도 한다. 특히 배우 마동석과 이성민, 박희순은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으면서도, 때로 예상 밖의 작품을 골라 신뢰감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마동석]

배우 마동석은 국내서 가장 유니크한 배우 중 하나다. 작고 여리여리한 배우들 사이서 우락부락한 몸집만으로도 그는 특별한 존재다. 누구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지닌 그는 때때로 귀엽기까지 하다. 

영화 <부산행>서 좀비를 단숨에 때려잡은 뒤, 임신한 아내(정유미 분)로부터 혼이 나는 모습만으로도 그가 가진 매력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의상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은 <굿바이 싱글>이나 ‘힘 센 동네 바보형’이었던 <시동>, 진실의 방으로 범죄자를 끌고 가거나 장첸(윤계상 분)과 맞붙기 전 ‘싱글’임을 고백한 <범죄도시>서도 그의 매력은 상당했다. 연기의 폭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인물을 훌륭히 표현해낸다는 것. 

그의 매력을 알아본 마블사가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히어로’ 길가메시(영화 <이터널스>)로 낙점할 정도니, 마동석의 연기력은 세계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 그가 꼭 좋은 작품만 선보인 것은 아니다. ‘마동석 장르’라 불리는 영화들이 대부분 혹평을 받았다. 여기서 마동석 장르란 힘센 마동석이 악당을 깨부수는 서사를 가진 일부 작품을 일컫는다. 영화 <함정> <살인자> <동네사람들> <악인전> <성난황소>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작품들에서 마동석은 불의에 맞서 악당을 흠씬 두들겨 패는 역할이다. 그가 휘두르는 주먹으로 통쾌함도 분명 존재하지만, 기시감이 너무 강하다는 단점도 있다. 아울러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 많거나, 여성이나 어린 아이가 과도한 피해를 입는 장치로만 사용돼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영화계 의리파로 잘 알려진 그는 과거부터 알고 지낸 감독들과의 인연을 중시해 작품을 선택한 사례가 적지 않다. 마동석 주연 영화를 통해 입봉한 감독이 줄을 잇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의리로 작품을 선택하는 것 자체는 응원할만한 일이지만, 그가 소모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배우 개인은 물론 관객에게도 손실이다. 영화 산업의 최정점에 있는 미국마저도 인정한 마동석이기에, 그의 이미지만 소모되는 영화는 당분간 출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성민]

연극 극단 출신 배우 이성민은 다작 출연으로 유명하다. 주인공 혹은 비중 있는 조연으로 작품활동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대부분 괜찮은 연기를 뛰어넘는 훌륭한 연기로 감동을 주곤 한다. 

MBC <골든타임>에선 완벽에 가까운 의사였으며, tvN <미생>의 오 과장으로 인생의 무게를 전달하기도 했고, tvN <기억>에선 죽음을 앞둔 변호사로 삶의 소중함을 깨우쳤으며, 영화 <보안관>에서는 마약범과 호기롭게 다투는 지방 형사로 웃음을 선사했고, <공작>에서는 북한의 경제통으로 통일이라는 꿈을 꿨으며,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독재자 그 자체였다. 


신뢰감 얻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유니크한 배우들 기복 있는 이유?

그런 그가 이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선택으로 보는 이들을 괴롭게 한다. 밈이란 단어의 부재로 당시에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전국적인 조롱을 받았던 영화 <리얼>, 지나치게 떨어지는 개연성으로 관객의 혹평을 받은 <목격자>와 <비스트>, 그리고 충격의 <미스터 주>까지, 이성민의 최근 행보는 널뛰기 중이다. 

언제나 미친 연기를 선보이는 이성민이지만, 일부 영화에선 ‘연기력 낭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납득되지 않는 면이 많다. 살인자를 목격했지만 신고하지 못하는 목격자의 모습(<목격자>)이나, 암투를 벌이는 인물 사이서 설득력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비스트>가 그 예다. <미스터 주>는 거의 모든 장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영화 이후에 ‘배우의 연기만 남았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는 이성민의 연기만큼은 탁월했다는 것. 연기력이 아닌 작품성의 기복이 없는 배우라는 숙제를 앞으로 개봉할 <제8일의 밤>과 <리멤버> <대외비:권력의 탄생>을 통해 풀어내길 바라는 관객이 적지 않을 테다.

[박희순]

극단 목화 출신으로 2002년 영화 <세븐데이즈>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박희순도 작품의 질에 있어 폭이 큰 배우다. <세븐데이즈> <맨발의 꿈> <작전>을 비롯해 <용의자> <마녀> <밀정> <1987> 등 출연작도 일품이었으며, 연기 역시 훌륭했던 작품이 적지 않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특유의 보이스 역시 그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강렬하게 표현하는 그의 연기력은 영화계를 비롯해 국내 관객 대부분이 인정한다. 터프한 외형과 달리 <맨발의 꿈>에서는 귀엽고 재밌기도 하며, <1987>에서는 왠지 모를 나약함도 보인다. 김상옥 열사를 모티브로 해 <밀정>의 문을 열었던 오프닝 시퀀스는 그야말로 박희순의 원맨쇼였다.

그런 그도 필모그래피가 예쁘지만은 않다. <신세계>와 <마녀>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실패작인 <혈투>의 주인공이었으며, 신하균 오만석 박희순의 연기로도 연출의 구멍을 메우지 못한 <올레>, 유치하기 짝이 없는 <썬키스 패밀리>, 비록 조연이었지만 워낙 실망스러운 완성도를 보인 <물괴>, 사극 코미디의 한계라 불린 <광대들:풍문조작단>까지, 박희순의 출연작 중에는 의외로 엉성한 작품이 적지 않다. 

비록 작품성은 부족하지만, 그 안에서도 기대감을 주는 연기를 보여준 게 박희순이다. 아직까지 차기작 소식이 없는 그가, 다음 작품만큼은 누구나 감탄할 만한 좋은 이야기서 명연기를 선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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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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