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0 상반기 방송계 결산

빈익빈 부익부 드라마
트로트에 쏠린 예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어느덧 2020년도 절반을 지나가고 있다. 전 세계를 지배한 코로나19로 생경한 한 해를 맞이한 2020년. 방송계 역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오프라인 만남이 줄어든 가운데 많은 이들이 방송으로 여가를 달랬다. 방송 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드라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예능은 트로트 쏠림 현상이 짙게 보였다. 
 

▲ (사진 왼쪽부터) JTBC <부부의 세계>, SBS <스토브리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TV조선 <미스터트롯>

먼저 상반기 드라마계는 4월을 전후로 크게 나뉜다. 4월 이전에는 시청률 20%를 넘거나 육박하는 작품이 대거 나왔다. 파죽지세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각 방송사는 수작을 내놨다. 그 가운데 SBS와 JTBC, tvN이 두각을 나타냈고, MBC와 KBS는 인기작품 하나 건지지 못했다. 반면 4월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모든 방송사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고 허덕이고 있다.

올 상반기 최대 관심작은 단연 JTBC <부부의 세계>다.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원작의 밀도 높은 이야기와 예기치 못한 반전이 휘몰아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륜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신드롬 일으킨
JTBC 함박웃음

배우 김희애와 박해준, 한소희, 박선영, 김영민, 채국희, 이경영, 심은우, 이학주 등 극한의 스토리 속에서 복잡한 인물의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한 출연 배우들 모두 대중의 관심을 듬뿍 받았다. 

1회 시청률 6.3%(닐슨코리아)로 시작한 <부부의 세계>는 28.4%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마지막 회를 장식했다. 신드롬급 사랑을 받은 <부부의 세계>는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 등의 명대사들이 각종 온라인서 패러디 되며 2차 콘텐츠가 대거 양산되기도 했다.


배우 박서준과 김다미, 권나라 등이 출연한 JTBC <이태원 클라쓰>는 동명 웹툰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청년 창업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복잡한 관계와 상황 속에서 성장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로 16.5%의 시청률을 기록,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어딘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뭉쳐 최고의 음식점을 만드는 과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각 인물 간의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SBS 내놓은
잇단 수작들

비록 최고의 왕좌 자리는 JTBC의 <부부의 세계>에 내줬지만, 전체적인 성과로 치자면 SBS가 더욱 빛났던 기간이었다. 한석규 주연의 <낭만닥터 김사부2>와 스포츠 드라마로서는 기념비적인 인기를 누린 <스토브리그>, 김혜수와 주지훈이 열연한 <하이에나> 등이 올해 SBS가 내놓은 작품이다.

지방에 있는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진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여러 단면을 보여준 <낭만닥터 김사부2>는 한석규를 비롯해 안효섭, 이성경, 소주연, 윤나무 등 신구조화가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7.1%라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얻어내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JTBC ‘한 방’ SBS ‘두각’ tvN ‘체면치레’
10% 시청률 하나 없는 KBS·MBC 울상

남궁민 주연의 <스토브리그>는 야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비시즌, 프런트의 브레인 싸움에 집중한 이 드라마는 많은 양의 취재를 바탕으로 매우 뛰어난 디테일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인 ‘백승수’ 역의 남궁민을 비롯해 박은빈, 오정세, 조병규 등 다수의 배우가 조명됐다. 19.1%의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된 작품이다.


변호사들의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하이에나>는 김혜수의 막강한 걸크러시와 주지훈의 강렬한 연기에 힘입어 14.6%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김서형 주연의 <아무도 모른다>는 장르물 특성의 높은 진입장벽을 깨며 11.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탄탄한 구성과 대본을 선보인 수작으로 기억된다. 

두 히트작
tvN 턱걸이

드라마 명가로 부상했던 tvN은 올해 그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작품 대부분이 5% 이하의 시청률을 내놨으며, 화제를 모으는 데도 실패했다. 

그런 와중에 손예진과 현빈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이 21.7%로 tvN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사랑의 불시착>은 멜로물의 전형적인 구도였음에도 손예진, 현빈을 비롯한 출연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묘사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현재 국내뿐 아니라 일본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신원호 사단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병원을 중심으로 한 힐링 드라마의 매력을 선보였다. ‘99즈’로 불리는 전미도, 조정석, 유연석, 김대명, 정경호를 비롯해 신현빈, 정문성, 김준한, 안은진 등 조연배우들도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시즌제를 선포한 이 드라마는 14.1%를 기록하며 마무리했다. 앞으로 시즌2·3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 왼쪽부터)tvN 반의반, 하트시그널, 어서와, 부러우면 지는거다

연상호 감독이 대본을 집필한 <방법>도 장르물치고는 높은 성적인 6%를 기록했다. 워낙 독특한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기 작품이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한 작품이 적지 않았지만, 반대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작품도 많았다. 특히 <더킹:영원한 군주>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으로 올해 상반기 최대의 기대작이었으나,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가 결국 8.1%로 종영했다. 과도한 PPL, 일부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어려운 스토리, 복잡한 1인2역 등의 지적을 받았다. 

SBS의 <굿캐스팅> 역시 12.3%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다 8.0%까지 떨어졌다. 마지막 회는 9.8%로 마무리하면서 절반의 성공만을 거뒀다. 

그나마 거론된 작품은 나름의 인기를 얻은 편이다.

소리 없이 사라진 드라마들
국내 예능은 하향평준화 중?

KBS2 <어서와>, MBC <그 남자의 기억법>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더 게임:0시를 향하여> 등은 1∼3% 시청률에 허덕였다. tvN <반의 반>도 1∼2%의 시청률 난조에 허덕이다 조기에 종영했으며, 채널A <터치>, MBN <유별나!문셰프>는 0%대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 외에도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tvN <가족입니다> <오 마이 베이비>, JTBC <쌍갑포차> <야식남녀>, KBS2 <영혼수선공> 등이 5% 이하의 낮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MBC <꼰대인턴>만이 그나마 6% 시청률로 선전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워낙 많은 콘텐츠가 나오면서 작가진은 물론 스태프 역시 능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여러 방면서 콘텐츠의 질적인 차이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게 현 드라마 시장의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2020년 예능계는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오디션이나 공개 무대 예능은 무관객 녹화로 진행됐다. 해외 촬영이 필수였던 여행 예능은 국내로 방향을 틀거나 새 판을 짜는 데 집중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촬영이 손쉬운 관찰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신선한 새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으면서 예능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지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송가에 부는
트로트 광풍

코로나19 여파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제작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 빈틈을 트로트가 꿰차고 들어왔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이 그 중심이다. 


2020년 상반기 예능에 있어 <미스터트롯>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TOP7에 오른 출연자들은 TV조선을 넘어 각 방송사의 패널로 출연하며, 평균 시청률의 2배를 얻어내는 등 시청률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 겨울 시작한 <미스터트롯>은 종합편성채널이란 한계를 뛰어넘고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했다. 각종 콘텐츠 영향력평가서도 높은 점수를 받으며 ‘국민 예능’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미스터트롯> 진(眞) 임영웅을 향한 인기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임영웅뿐 아니라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의 스타들은 압도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 ▲▲ tvN <삼시세끼> 어촌편

TV조선은 <미스터트롯>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이하 <사랑의 콜센타>), F4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가 출연하는 <뽕숭아학당>을 스핀오프로 즉각 편성했다. <사랑의 콜센타>는 2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며, <뽕숭아학당>도 14%를 기록하는 등 국내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이들의 인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기성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진 트로트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다른 방송사에서도 트로트와 관련된 음악 예능을 내세웠다. 이 같은 현상은 이른바 ‘트로트 코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SBS는 <트롯신이 떴다>를 런칭했고, MBC <편애중계>는 트로트 미니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가제)도 편성했으며, KBS2는 <트롯전국체전>을 제작했다. SBS플러스는 기성 인기 가수들의 트로트 도전기를 그린 <내게ON트롯>을, MBN은 <보이스트롯>을 제작했다.

하지만 TV조선의 출연자들이 나오지 않는 트로트 방송은 기대만큼 좋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워낙 우후죽순 생겨나는 탓에 소모적이라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
스타PD의 선전

요즘 예능계에선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예능 프로그램이 흔치 않다. 새롭게 론칭한 예능은 많지만 그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스타 PD인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는 꾸준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는 효리와 비가 합세한 혼성그룹 아이템이 엄청난 관심을 끌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이효리의 막강한 입담으로 새로운 형태의 예능 토크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나 PD의 <삼시세끼:어촌편5> 역시 편안한 힐링 예능의 매력을 톡톡히 보이며 11%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장수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선전한 2020년 상반기이기도 했다. MBC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SBS <런닝맨> <동물농장> <미운우리새끼>, KBS2 <1박2일 시즌4>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반해 올해 론칭한 프로그램 중 두각을 나타내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보수적 환경 낡은 콘텐츠
새로운 형태의 전환 필요

시청률 집계 업체인 닐슨코리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새로 제작된 예능 프로그램 중 지상파 주간 시청률 순위 20위 안에 드는 프로그램은 <트롯신이 떴다>가 유일하다.

케이블의 경우 <삼시세끼:어촌편5>를 제외하곤, 3.3%의 <바퀴 달린 집>이 그나마 선전 중이다. 종합편성채널 분야는 TV조선의 트로트 예능을 제외하고는 두각을 나타내는 새 예능이 없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지만, 기존의 높은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예능계의 가장 핫 이슈는 KBS2 <개그콘서트>의 잠정 중단이다. 한국 코미디의 산실이기도 했던 <개그콘서트>는 지난 26일 마지막 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999년 9월4일 첫 방송 이후 처음 있는 방송 중단은 ‘사실상 폐지’로 향한다는 게 중론이다.

리얼리즘이 강조되는 예능이 인기를 끄는 현실서, 콩트와 연기를 통해 웃음을 주는 공개 코미디의 매력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은 보수적인 제작환경의 지상파 공개 코미디를 낡은 콘텐츠로 전락시켰다.
 

▲ ▲▲ KBS2TV 장수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tvN <코미디 빅리그> 역시 겨우 1∼2%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코너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공개코미디 형태를 갖추는가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무관객 녹화가 진행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아울러 새로운 스타 발굴도 딱히 보이지 않아 <코미디 빅리그>의 미래도 밝은 편은 아니다.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높은 효율을 보인 관찰예능도 힘이 빠지기는 매한가지다. 워낙 많은 관찰예능이 쏟아져 나와 지겹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실제로 SBS <미운우리새끼>와 KBS2 <살림하는 남자들2>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MBC <나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을 제외하면 5%를 넘기는 프로그램이 없다. 

지겨워진  예능

특히 일반인을 활용한 관찰예능은 끊임없이 과거사 논란에 휘말리면서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 채널A <하트시그널3>가 대표적인 예다.

관찰예능은 사람들의 리얼한 면을 지켜본다는 측면서 오랫 동안 방송가의 먹거리였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나왔고, 리얼리즘을 표방한 짜여진 연출도 드러나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관찰예능을 너무 우려먹었다. 소재만 조금 바뀐 형태의 관찰예능이 너무 많아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낀다. 이제는 방송계가 새로운 형태의 방송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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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