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0 상반기 방송계 결산

빈익빈 부익부 드라마
트로트에 쏠린 예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어느덧 2020년도 절반을 지나가고 있다. 전 세계를 지배한 코로나19로 생경한 한 해를 맞이한 2020년. 방송계 역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오프라인 만남이 줄어든 가운데 많은 이들이 방송으로 여가를 달랬다. 방송 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드라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예능은 트로트 쏠림 현상이 짙게 보였다. 
 

▲ (사진 왼쪽부터) JTBC <부부의 세계>, SBS <스토브리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TV조선 <미스터트롯>

먼저 상반기 드라마계는 4월을 전후로 크게 나뉜다. 4월 이전에는 시청률 20%를 넘거나 육박하는 작품이 대거 나왔다. 파죽지세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각 방송사는 수작을 내놨다. 그 가운데 SBS와 JTBC, tvN이 두각을 나타냈고, MBC와 KBS는 인기작품 하나 건지지 못했다. 반면 4월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모든 방송사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고 허덕이고 있다.

올 상반기 최대 관심작은 단연 JTBC <부부의 세계>다.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원작의 밀도 높은 이야기와 예기치 못한 반전이 휘몰아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륜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신드롬 일으킨
JTBC 함박웃음

배우 김희애와 박해준, 한소희, 박선영, 김영민, 채국희, 이경영, 심은우, 이학주 등 극한의 스토리 속에서 복잡한 인물의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한 출연 배우들 모두 대중의 관심을 듬뿍 받았다. 

1회 시청률 6.3%(닐슨코리아)로 시작한 <부부의 세계>는 28.4%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마지막 회를 장식했다. 신드롬급 사랑을 받은 <부부의 세계>는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 등의 명대사들이 각종 온라인서 패러디 되며 2차 콘텐츠가 대거 양산되기도 했다.


배우 박서준과 김다미, 권나라 등이 출연한 JTBC <이태원 클라쓰>는 동명 웹툰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청년 창업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복잡한 관계와 상황 속에서 성장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로 16.5%의 시청률을 기록,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어딘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뭉쳐 최고의 음식점을 만드는 과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각 인물 간의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SBS 내놓은
잇단 수작들

비록 최고의 왕좌 자리는 JTBC의 <부부의 세계>에 내줬지만, 전체적인 성과로 치자면 SBS가 더욱 빛났던 기간이었다. 한석규 주연의 <낭만닥터 김사부2>와 스포츠 드라마로서는 기념비적인 인기를 누린 <스토브리그>, 김혜수와 주지훈이 열연한 <하이에나> 등이 올해 SBS가 내놓은 작품이다.

지방에 있는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진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여러 단면을 보여준 <낭만닥터 김사부2>는 한석규를 비롯해 안효섭, 이성경, 소주연, 윤나무 등 신구조화가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7.1%라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얻어내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JTBC ‘한 방’ SBS ‘두각’ tvN ‘체면치레’
10% 시청률 하나 없는 KBS·MBC 울상

남궁민 주연의 <스토브리그>는 야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비시즌, 프런트의 브레인 싸움에 집중한 이 드라마는 많은 양의 취재를 바탕으로 매우 뛰어난 디테일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인 ‘백승수’ 역의 남궁민을 비롯해 박은빈, 오정세, 조병규 등 다수의 배우가 조명됐다. 19.1%의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된 작품이다.


변호사들의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하이에나>는 김혜수의 막강한 걸크러시와 주지훈의 강렬한 연기에 힘입어 14.6%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김서형 주연의 <아무도 모른다>는 장르물 특성의 높은 진입장벽을 깨며 11.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탄탄한 구성과 대본을 선보인 수작으로 기억된다. 

두 히트작
tvN 턱걸이

드라마 명가로 부상했던 tvN은 올해 그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작품 대부분이 5% 이하의 시청률을 내놨으며, 화제를 모으는 데도 실패했다. 

그런 와중에 손예진과 현빈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이 21.7%로 tvN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사랑의 불시착>은 멜로물의 전형적인 구도였음에도 손예진, 현빈을 비롯한 출연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묘사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현재 국내뿐 아니라 일본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신원호 사단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병원을 중심으로 한 힐링 드라마의 매력을 선보였다. ‘99즈’로 불리는 전미도, 조정석, 유연석, 김대명, 정경호를 비롯해 신현빈, 정문성, 김준한, 안은진 등 조연배우들도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시즌제를 선포한 이 드라마는 14.1%를 기록하며 마무리했다. 앞으로 시즌2·3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 왼쪽부터)tvN 반의반, 하트시그널, 어서와, 부러우면 지는거다

연상호 감독이 대본을 집필한 <방법>도 장르물치고는 높은 성적인 6%를 기록했다. 워낙 독특한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기 작품이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한 작품이 적지 않았지만, 반대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작품도 많았다. 특히 <더킹:영원한 군주>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으로 올해 상반기 최대의 기대작이었으나,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가 결국 8.1%로 종영했다. 과도한 PPL, 일부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어려운 스토리, 복잡한 1인2역 등의 지적을 받았다. 

SBS의 <굿캐스팅> 역시 12.3%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다 8.0%까지 떨어졌다. 마지막 회는 9.8%로 마무리하면서 절반의 성공만을 거뒀다. 

그나마 거론된 작품은 나름의 인기를 얻은 편이다.

소리 없이 사라진 드라마들
국내 예능은 하향평준화 중?

KBS2 <어서와>, MBC <그 남자의 기억법>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더 게임:0시를 향하여> 등은 1∼3% 시청률에 허덕였다. tvN <반의 반>도 1∼2%의 시청률 난조에 허덕이다 조기에 종영했으며, 채널A <터치>, MBN <유별나!문셰프>는 0%대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 외에도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tvN <가족입니다> <오 마이 베이비>, JTBC <쌍갑포차> <야식남녀>, KBS2 <영혼수선공> 등이 5% 이하의 낮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MBC <꼰대인턴>만이 그나마 6% 시청률로 선전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워낙 많은 콘텐츠가 나오면서 작가진은 물론 스태프 역시 능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여러 방면서 콘텐츠의 질적인 차이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게 현 드라마 시장의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2020년 예능계는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오디션이나 공개 무대 예능은 무관객 녹화로 진행됐다. 해외 촬영이 필수였던 여행 예능은 국내로 방향을 틀거나 새 판을 짜는 데 집중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촬영이 손쉬운 관찰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신선한 새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으면서 예능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지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송가에 부는
트로트 광풍

코로나19 여파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제작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 빈틈을 트로트가 꿰차고 들어왔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이 그 중심이다. 


2020년 상반기 예능에 있어 <미스터트롯>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TOP7에 오른 출연자들은 TV조선을 넘어 각 방송사의 패널로 출연하며, 평균 시청률의 2배를 얻어내는 등 시청률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 겨울 시작한 <미스터트롯>은 종합편성채널이란 한계를 뛰어넘고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했다. 각종 콘텐츠 영향력평가서도 높은 점수를 받으며 ‘국민 예능’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미스터트롯> 진(眞) 임영웅을 향한 인기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임영웅뿐 아니라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의 스타들은 압도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 ▲▲ tvN <삼시세끼> 어촌편

TV조선은 <미스터트롯>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이하 <사랑의 콜센타>), F4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가 출연하는 <뽕숭아학당>을 스핀오프로 즉각 편성했다. <사랑의 콜센타>는 2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며, <뽕숭아학당>도 14%를 기록하는 등 국내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이들의 인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기성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진 트로트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다른 방송사에서도 트로트와 관련된 음악 예능을 내세웠다. 이 같은 현상은 이른바 ‘트로트 코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SBS는 <트롯신이 떴다>를 런칭했고, MBC <편애중계>는 트로트 미니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가제)도 편성했으며, KBS2는 <트롯전국체전>을 제작했다. SBS플러스는 기성 인기 가수들의 트로트 도전기를 그린 <내게ON트롯>을, MBN은 <보이스트롯>을 제작했다.

하지만 TV조선의 출연자들이 나오지 않는 트로트 방송은 기대만큼 좋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워낙 우후죽순 생겨나는 탓에 소모적이라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
스타PD의 선전

요즘 예능계에선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예능 프로그램이 흔치 않다. 새롭게 론칭한 예능은 많지만 그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스타 PD인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는 꾸준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는 효리와 비가 합세한 혼성그룹 아이템이 엄청난 관심을 끌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이효리의 막강한 입담으로 새로운 형태의 예능 토크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나 PD의 <삼시세끼:어촌편5> 역시 편안한 힐링 예능의 매력을 톡톡히 보이며 11%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장수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선전한 2020년 상반기이기도 했다. MBC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SBS <런닝맨> <동물농장> <미운우리새끼>, KBS2 <1박2일 시즌4>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반해 올해 론칭한 프로그램 중 두각을 나타내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보수적 환경 낡은 콘텐츠
새로운 형태의 전환 필요

시청률 집계 업체인 닐슨코리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새로 제작된 예능 프로그램 중 지상파 주간 시청률 순위 20위 안에 드는 프로그램은 <트롯신이 떴다>가 유일하다.

케이블의 경우 <삼시세끼:어촌편5>를 제외하곤, 3.3%의 <바퀴 달린 집>이 그나마 선전 중이다. 종합편성채널 분야는 TV조선의 트로트 예능을 제외하고는 두각을 나타내는 새 예능이 없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지만, 기존의 높은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예능계의 가장 핫 이슈는 KBS2 <개그콘서트>의 잠정 중단이다. 한국 코미디의 산실이기도 했던 <개그콘서트>는 지난 26일 마지막 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999년 9월4일 첫 방송 이후 처음 있는 방송 중단은 ‘사실상 폐지’로 향한다는 게 중론이다.

리얼리즘이 강조되는 예능이 인기를 끄는 현실서, 콩트와 연기를 통해 웃음을 주는 공개 코미디의 매력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은 보수적인 제작환경의 지상파 공개 코미디를 낡은 콘텐츠로 전락시켰다.
 

▲ ▲▲ KBS2TV 장수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tvN <코미디 빅리그> 역시 겨우 1∼2%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코너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공개코미디 형태를 갖추는가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무관객 녹화가 진행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아울러 새로운 스타 발굴도 딱히 보이지 않아 <코미디 빅리그>의 미래도 밝은 편은 아니다.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높은 효율을 보인 관찰예능도 힘이 빠지기는 매한가지다. 워낙 많은 관찰예능이 쏟아져 나와 지겹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실제로 SBS <미운우리새끼>와 KBS2 <살림하는 남자들2>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MBC <나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을 제외하면 5%를 넘기는 프로그램이 없다. 

지겨워진  예능

특히 일반인을 활용한 관찰예능은 끊임없이 과거사 논란에 휘말리면서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 채널A <하트시그널3>가 대표적인 예다.

관찰예능은 사람들의 리얼한 면을 지켜본다는 측면서 오랫 동안 방송가의 먹거리였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나왔고, 리얼리즘을 표방한 짜여진 연출도 드러나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관찰예능을 너무 우려먹었다. 소재만 조금 바뀐 형태의 관찰예능이 너무 많아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낀다. 이제는 방송계가 새로운 형태의 방송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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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