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보다 더한 ‘철밥통 의사’ 백태
공무원보다 더한 ‘철밥통 의사’ 백태
  • 장지선 기자
  • 승인 2020.06.29 11:25
  • 호수 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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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여도 성폭행해도 ‘멀쩡’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철밥통’은 철로 만들어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밥통이라는 뜻으로,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네이버 국어사전)이다. 주로 공무원을 비유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하지만 진정한 철밥통은 따로 있다. 바로 ‘의사’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18년 5월 한 병원 원장의 의사 자격 박탈이 확정됐다. 대법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 그는 계속해서 환자를 보고 있었다. 그사이 몇몇 환자는 사망에 이르렀다. 가수 고 신해철에게 위장 수술을 했던 전 스카이병원 강세훈 원장의 이야기다. 

이름만 바꿔…

당시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의료법위반죄로 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4년 10월 강씨는 신씨에게 복강경을 이용해 위장관에 붙어있는 것을 떼어내는 수술을 했다. 며칠 정도 병원서 쉬면 퇴원 가능한 정도의 수술이었다. 하지만 신씨는 이 수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1심서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는 강씨의 과실로 인해 신씨가 사망했다며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강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봤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의사 자격을 잃게 된다. 

강씨는 2014년 12월 신씨 사망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글을 올렸다. 문제는 이 글에 신씨가 받았던 다른 수술들에 대한 정보까지 들어있던 것.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의료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할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기준을 생존해 있는 사람으로, 2심 재판부는 환자 사망 후의 비밀누설 행위도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 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고 선고 당일 법정 구속했다. 

강씨는 신씨 사망으로 논란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의사로 일했다. 처음에는 병원 이름만 바꿔 그대로 운영했고, 그 사실이 알려져 폐업한 뒤에는 주로 외국인 환자를 받는 병원으로 새로 개원했다. 

문제는 그 과정서 또 다시 사망한 환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2015년 11월 해당 병원서 강씨에게 위소매절제술(위축소술)을 받은 호주인이 사망했다. 그러자 강씨는 다시 병원 문을 닫고 페이닥터(월급 받는 의사)로 일했다. 

다른 전문직 아웃될 때
관대한 의료법에 회생

2017년 10월 복통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 A씨는 강씨에게 복막염 진단을 받고 10일 사이 3차례 개복 수술을 받았다. 1차 수술 이후 재수술과 3차 수술이 이어졌다. A씨는 강씨 구속 직후인 2018년 초 대형병원서 자세한 검사를 받아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이틀 만에 사망했다. 

지난해 1월 강씨는 호주인 사망사건, 2013년 10월 30대 여성에게 지방흡입술을 한 뒤 흉터를 남긴 혐의 등으로 금고 1년2월을 받았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구치돼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로 징역형과는 달리 노역은 부과되지 않는다. 

감옥에 가기 전까지 강씨가 집도한 수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상해를 입었다. 그때까지 강씨의 의사 면허는 유지됐다. 2000년까지는 의사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정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의료법 조항은 의사들의 적극적인 진료를 막는다는 이유로 지난 2000년 사라졌다. 
 

▲ ⓒ문병희 기자
▲ ⓒ문병희 기자

2016년에는 내시경 의사가 수면내시경 검사 과정서 환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준유사강간혐의로 해당 의사에게 징역 2년6월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3년간 정보공개 등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의사 면허는 계속 유지됐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면허 취소 요건은 ▲허위 진단서 작성 ▲업무상 비밀 누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진료비 부당 천구 ▲면허증 대여 ▲제약·의료기기 회사 리베이트 등으로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다. 

금치산자나 정신질환자,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도 의사 면허 취소 대상이다. 의사 면허 정지 조항도 있긴 하다. 태아 성 감별이나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도록 내버려둔 경우다. 면허 정지 처분을 3회 이상 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이외에는 어떤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의 효력은 유지된다.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감호가 확정되면 10년간 의료 관련 시설에 취업할 수 없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56조는 헌법재판소서 위헌 판결이 났다. 변호사나 세무사 등 전문직 등과 비교해 한없이 관대하다. 공무원도 금고 이상 처벌을 받으면 옷을 벗어야 한다.

여기에 의사 면허가 취소돼도 재교부가 가능하다. 재교부 승인율은 98%에 이른다. 의사 면허가 종신 면허라는 말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의사 면허 재교부 신청 및 신청 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면허 재교부 신청은 총 55건으로 심사 중인 1건을 제외하면 53건이 승인됐다. 

법 개정 시도 계속 무산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기 의원은 “의사가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아도 의사 면허가 유지되는 등 현행 의료법은 의사 면허 취소나 취업 제한에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며 “재교부를 평가할 별도의 심의기구 없이 복지부가 자체 재교부 심사를 하고 있어 면허 재교부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의사의 범죄 경력이나 주요 의료사고 내역을 모두 공개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의사에게 불리한 정보는 환자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은 계속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1대 국회서도 의사 면허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의료사고나 범죄행위로 징계를 받은 의료인의 정보를 환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 재판장

권 의원은 2007년 경남 통영의 의사가 수면내시경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해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의사 면허를 유지한 채 현재 다른 지역서 병원을 운영 중인 사례, 서울서 20년가량 진료한 의사가 2011년 여성을 성폭행하고 위협을 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의사 면허는 취소되지 않아 여전히 환자를 보고 있는 사례 등을 언급했다.

개정안에는 ▲특정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의료인이 해당 범죄를 범한 경우 면허취소 ▲면허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인의 성명, 위반 행위, 처분 내용 등을 공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불사조?

권 의원은 “일본은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되고 미국도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유죄 전력이 있는 의사는 면허를 받을 수 없다”며 “의료인 면허를 규제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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