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좀비 때려잡는 ‘여전사’ 된 박신혜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박신혜의 이미지는 ‘캔디’에 가깝다. 왠지 모르게 보호해주고 싶은 외모를 가졌다. 그런 이미지 때문일까, 그동안 주로 착하고 예쁜 여성 캐릭터가 주어졌다. 하지만 서른의 나이에 가까워지면서 그는 점차 변화를 시도했다. SBS <피노키오>와 <닥터스>를 통해 강인한 인상을 남기더니, 영화 <#살아있다>를 통해 비로소 여전사로 거듭났다. 도끼질로 좀비의 팔목을 잘라내고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강렬함을 덧입은 박신혜를 만났다. 
 

▲ 배우 박신혜 ⓒ고성준 기자

영화 <#살아있다>는 공교롭게도 영화계의 희망이 됐다. 코로나19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요즘, 용기를 내서 개봉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다>의 흥행 여부를 놓고 여타 배급사는 계산기를 두드릴 참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봉한 첫 상업영화로 눈길이 모아졌다. 개봉 첫날인 지난 24일 관객 수는 20만을 넘겼다. 코로나19 확산 전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을 제친 스코어다. 

희망을 말하다

<#살아있다>의 스코어를 통해 영화 관객들의 니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5일 연상호 감독의 <반도>가 7월15일로 개봉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 <#살아있다> 흥행 영향이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좀비가 출몰해 온 세상이 망가진 현실서 유대감을 소재로 희망을 제시하는 <#살아있다>는 영화 외적인 측면서도 희망을 제시하는 영화가 됐다.


그런 <#살아있다>에 박신혜가 등장한다. 영화가 반이나 지난 후 예고 없이 나타난다. 유아인의 원맨쇼나 다름없던 영화는 박신혜의 등장으로 새롭게 환기된다. 등장만으로 공기를 바꿔버리는 능력이 그에게서 엿보인다. 

극중 박신혜가 맡은 역할은 암벽등반을 취미로 하는 ‘유빈’이다. 좀비와 같은 괴생명체가 갑자기 생겨나면서 모든 통신이 마비된 현실서, 아파트에 홀로 갇혀 있는 여성이다. 외로움에 지친 ‘준우’(유아인 분)가 목숨을 끊으려 할 때 빨간 레이저 불빛과 함께 등장한다. 감정적인 준우와 달리 이성적이고 진취적이다. 

“영화가 계속 준우의 1인칭 시점이라서, 제가 등장할 때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그 정도로 어색한 것 같지는 않았어요. 준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반전을 주면서 등장하잖아요. 혼자 남겨졌다고 느꼈던 사람이 다른 생존자가 있다는 것을 볼 때 희망이 되잖아요. 무언가를 도모하는 힘이요. 그런 환기가 되는 등장이기 바랐어요.”
 

▲ ⓒ고성준 기자

반부터 등장하는 박신혜는 이름값에 비해 분량이 적다. 어쩌면 그의 무게감에 비해서는 작은 역할일 수 있다. 그럼에도 박신혜는 <#살아있다>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재미였다.

“영화 <콜>을 찍고 나서 좀 지쳐 있었어요. <콜>을 봤으면 아마 제가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이해하실 거예요. <콜>은 제가 이끌어야 하고 보여줘야 하는 압박감이 심했는데, 이 영화는 오히려 심적으로 편하게 임할 수 있었어요. 장르물인 데다가 유대감이 소재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어요. 개인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데, 이 작품을 통해 재밌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과적으로도 재밌게 촬영했어요.”

등장만으로 공기 바꾼 강렬함
“유아인과 로코 언제라도 환영”

유빈은 멋있다. 좀비 앞에서 엉거주춤하는 준우와 달리 유빈은 행동 하나하나에 절도가 배어 있다. 도끼로 좀비의 손목을 날릴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기존의 박신혜에게서 볼 수 없었던 걸크러쉬다.


“유빈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많은 사람 중 한 명일 거라고 여겼어요. 준우와 다르게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자신이 놓여있는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데, 그런 여성들은 얼마든지 많으니까요. 저도 유빈이처럼 담력은 좀 센 거 같아요. 겁이 없거든요. 여전사라고 하긴 부끄럽지만, 그런 점에서 강력함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앞서 유아인은 박신혜와 작업을 한 것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는 말을 남겼다. 자신이 어떤 주장을 할 때 박신혜도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다고도 덧붙였다. 얘기를 듣다 ‘혹시 싸운 거 아닌가?’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었다. “혹시 싸웠냐”고 하니 박신혜는 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각자가 생각한 방향이 다를 수 있잖아요. 저도 그렇고 아인씨도 선배들과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또래와 하게 된 거잖아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토론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저한테도 아인씨가 고맙고 좋았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특히 8층 올라가는 장면에서 많은 의견이 나왔어요. 사소한 것부터 굵직한 것까지,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죠. 저도 제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8층서의 시퀀스는 저와 아인씨, 그리고 제작진과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에요.”

유아인은 박신혜와 로맨틱 코미디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박신혜 역시 유아인과 작품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라는 입장이다.
 

▲ ▲배우 박신혜 ⓒ롯데컬쳐웍스

“아인씨는 제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잘 표현해내는 배우예요. 현장서 실제로 만났을 때도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유니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연기하기 위해 본인 스스로가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어요. 재능인 줄 알았는데, 정말 똑똑하면서도 열심히 하더라고요. 유아인에 대해 파고들어가보고 싶다는 흥미가 생겨요.”

2003년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해, 벌써 17년 차 경력의 배우가 됐다. 이제 겨우 31세. 자신의 인생의 반 이상을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아온 셈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그다. 

벌써 17년

“얼마 전에 엄마랑 산책했는데, 엄마랑 대화가 잘 통하더라고요. 사실 엄마 이야기에 공감을 잘 하지 못했었어요. 늘 다투기 마련이었는데, 요즘에는 제가 엄마를 오히려 이해하고 위로하더라고요. 20대 때와는 정말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나이가 많은 한 여자를 이해하는 장면이 생소하기도 했어요. 철이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공감은 다른 내용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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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