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협회 VS 소각·매립 업계’ 이상한 갈등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29 10:55:06
  • 호수 12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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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결국 밥그릇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생활폐기물을 두고 두 단체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가 홈페이지에 기존 생활폐기물 처리 방식에 대해 문제삼으며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폐기물 소각·매립 업계는 이 때문에 자신들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소각·매립 업계가 뿔났다. 한국시멘트협회(이하 협회)가 폐기물 소각·매립 처리에 관해 환경오염 유발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자 소각·매립 업계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소각·매립업계)를 폄훼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뿔난 이유?

폐기물 소각·매립 업계 단체로 구성된 재활용방치폐기물 고통분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협회에 명예 실추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또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이를 바로잡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성명서에는 “방치폐기물로 고통을 겪다가 결국 ‘재활용폐기물 고통분담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했다. 최근 폐기물을 시멘트에 섞어 제조하는 시멘트 업계가 ‘소각·매립으로의 폐기물 처리는 아까운 자원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2차 환경오염을 발생시킨다’고 비방을 일삼고 있다. (우리는)폐기물 국가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뒷받침하고 국민의 환경보호권을 지켜주고자 존재했다. 시멘트 업계의 부도덕하고 불공정한 행위를 즉각 시정할 것을 요구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협회 홈페이지 자원순환센터엔 ‘소각장의 경우에는 소각 후 소각재가 발생하게 되고, 발새오딘 소각재는 다시 매립을 하게 돼 또 한 번의 오염이 생긴다’고 명시돼있다.


이들은 해외 시멘트산업 순환자원 재활용 현황에도 ‘소각, 매립에 의한 환경오염 및 님비(Not In My Backyard)로 국가적 환경문제 발생’이라고 표기하며, 시멘트 산업이 자원순환형 사회를 구축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멘트산업의 순환자원 재활용으로 ‘폐기물 소각·매립으로 인한 국가적 자원낭비 및 환경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라고 안내하며 사회적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매립과 소각이 2차 오염 유발 및 처리비용 과다 등 환경문제가 발생해 국가자원순환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원회는 협회에 해당 내용에 대한 수정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협회는 5군데만 수정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대부분 고쳐주지 않았다. 시멘트를 만들 때에도 2차 오염유발이 아예 안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각시설과 소성로의 대기배출 허용 기준을 파악해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염의 주범” 갑자기 흑색 비방전
알고 보니 물량싸움 앞두고 신경전?

2015년부터 협회는 정부, 지자체와 협력하에 환경오염 해결 및 자원고갈, 에너지 위기극복을 위한 자원순환사회 실현에 적극 나섰다. ‘시멘트 산업분야 자원순환사회 구축 및 환경·안전관리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원순환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섰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부터 홈페이지에 자원순환세터에 관한 글을 올린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정부서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많이 했다. 협회도 아마 그 활동의 일환으로 홍보도 많이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이전부터 시멘트 A사는 생활쓰레기를 시멘트 생산 연료로 활용했다. 지난해 강원도 삼척시와 함께 ‘가연성 생활폐기물 연료화 전처리시설’을 건립한 A사는 선별된 폐비닐 등 가연성 생활폐기물을 시멘트 생산 연료인 유연탄 대체제로 사용하고 있다.

이 시설은 하루 70t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연간 약 2만t의 생활폐기물이 이 시설을 통해 연료로 활용 중이다. 시멘트 산업계에선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모범 상생 사례로 꼽고 있다. 삼척시도 “위생적인 생활폐기물 처리로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 ⓒ시멘트협회 홈피

B사 동해공장에는 석회석 등 원료를 시멘트로 만들기 위한 킬른(원료를 가열해 소성하는 원통형 가마)이 7개 있는데 온도를 최대 2000도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연료로 유연탄 대신 잘게 분쇄한 폐타이어와 폐페트병 등 폐합성수지를 사용하고 있다.

시간당 폐합성수지 약 50t이 킬른 온도를 올리는 예열실에 투입되는데, 예열실 설비는 폐합성수지 속 석유 성분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할 폐타이어나 합성수지 등 각종 가연성 쓰레기를 폐기하지 않고 시멘트 생산을 위한 ‘순환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시멘트 업계가 순환자원 활용을 늘리는 것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연탄보다 가격 대비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최근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유연탄 사용을 줄이는 한편, 열량이 유연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폐합성수지 사용을 늘리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향후 시멘트 회사들은 생활 폐기물 처리는 사업을 확대하면서 소각·매립업계와의 물량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답은?

위원회 관계자는 “시멘트협회서 우리 방식을 폄하해 물량을 확보하는 면에는 별로 영향이 없다. 지금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 소각·매립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물질적인 피해보다 명예가 실추되기 때문에 정정을 요청한 것”이라며 “20년 이상 열심히 한 것에 대해 부정당하는 기분이며, 방법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에게 문의를 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쓰레기산 1년간 방치?

경남 고성군 상리면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쓰레기를 1년 동안 방치하면서 주민들이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4일 고성군에 따르면 쓰레기 재활용 업체인 A업체가 지난해 초부터 상리면 폐기물 재활용 공장에 쓰레기를 방치하기 시작하면서 악취와 침출수로 인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방치된 쓰레기는 공장 내부에 가득 찬 것도 모자라 업체 앞마당까지 넘치면서 폐그물과 폐합성수지 등 쓰레기가 10여m 높이로 100m 가까이 산처럼 쌓여있는 상황이다.

군은 허용보관량 600t으로 허가받은 이 업체가 그동안 불법으로 쌓아놓은 쓰레기가 5000t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근 고성군 신촌마을과 사천시 소곡마을 주민들이 쓰레기서 나오는 악취로 고통을 호소할 뿐 아니라, 침출수가 인접한 사천강으로 흘러들면서 추가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에 군은 A업체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6차에 걸쳐 고발하고 영업 정지도 명령했지만, 업체는 그동안 한번도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업정지 기간에도 쓰레기를 추가 반입한 것이 적발돼 지난해 12월에는 허가까지 취소당했다. 군은 쓰레기를 직접 처리한 뒤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하고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상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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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