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오너 3세 ‘별난’ 승계 구도 막전막후

조카는 달리고 아들은 제자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동성제약 승계 구도서 특이한 점이 관측된다. 오너 2세의 자녀보다 조카의 존재감이 더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분과 경력, 대외적 활동에 있어 모두 앞서있다. 이를 두고 후계 경쟁력을 선점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동성제약 ⓒ고성준 기자

동성제약은 지사제 ‘정로환’으로 유명하다. 정로환은 국민 상비약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회사는 염색약으로 더 이름을 날렸다. 동성제약은 ‘훼미닌’에 이어 ‘세븐에이트’ ‘버블비’를 출시해 셀프 염색 시대를 열었다.

지사제
염색약

창업주는 고 이선규 명예회장으로 지난 1957년 동성제약을 설립해 사세를 확장시켰다. 회사는 1990년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경영권은 장남 이긍구 사장이 이어받아 약 20년간 동성제약을 이끌었다. 이후 창업주 삼남 이양구 대표가 회사 경영을 맡았다.

동성제약 주력 제품은 염색약으로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88%를 차지했다. 나머지 12%는 화장품이 채웠다. 제품 대부분은 동성제약 아산공장서 제조된다. 동성제약은 주력 제품에 집중하면서 유산균, 생활용품 시장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동성제약 실적은 꾸준히 하락세다. 지난 3년간 동성제약 매출은 823억원, 919억원, 865억원으로 오르내렸다. 같은 기간 9억원, 영업이익은 -18억원, -75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순손실은 1억원, 57억원, 83억원으로 내리 곤두박질쳤다. 동기간 배당도 없었다.


올해 성적표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동성제약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4.24% 소폭 상승한 22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67.96% 증가한 12억원이었고, 순손실은 3배 이상 증가한 50억원이었다.

동성제약은 계열사가 없어 지배구조가 단순하지만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낮다. 이들의 보유 지분은 20% 정도다.

최대주주는 이양구 대표로 지분 18.02%를 쥐고 있다. 2대 주주는 이양구 대표의 누나인 이경희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로 2.71%를 보유 중이다.

이양구 대표의 부인 김주현씨에게는 0.12% 지분이 있고 이양구 대표의 두 아들은 각각 0.09%씩 소유했다. 오너 일가 지분합은 21.03%에 불과하다.

최근 동성제약 지분 구조에 변화가 있었다. 이경희 대표는 동성제약 지분 절반가량을 자신의 아들인 나원균 동성제약 실장에게 증여했다.

이경희 대표는 전체 70만5310주서 30만주를 나 실장에게 물려줬다. 이경희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2.71%서 1.56%로 감소했다. 나 실장은 지난 2018년 2월 동성제약 지분 667주를 취득한 바 있다. 모친의 증여로 나 실장은 모두 30만667주를 확보, 지분율은 1.15%로 상승했다.

이양구 대표 2세들 존재감 미약
누나 아들 3대 주주에 실장으로


이로써 나 실장은 이양구 대표 일가를 제치고 동성제약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앞서 이양구 대표의 두 아들도 동성제약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장남 용훈씨는 지난 4월 3775주를 매입했다. 차남 용준씨도 같은 날 4087주를 사들였다. 이들의 지분율은 각각 0.11%, 0.1%에 그쳤다.

지분만 놓고 봤을 때 당장 승계 구도를 언급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여러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나 실장이 후계 경쟁력을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나 실장은 단순 지분량 외에도 이양구 대표 자녀들보다 존재감이 비교적 선명하다.

무엇보다도 나 실장의 모친이 대표로 있는 오미샤리프화장품의 역할이 크다. 오미샤리프화장품과 특수관계회사들은 동성제약과 사업적 관계를 구축했다. 나 실장은 동성제약서 부장급으로 재직 중이다.

반면 이양구 대표의 두 아들은 아직 동성제약에 입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나 실장의 존재감이 여러 반사효과로 인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마샤리프화장품 최대주주는 리케아화장품(31.41%)으로 루맥스(24.21%), 퀀트와이즈투자자문(14.11%), 이경희 대표(4.34%) 순이다. 나머지 지분은 기타(25.92%)서 보유하고 있다.
 

▲ 동성제약 아산 공장 ⓒ동성제약 홈페이지

최대주주 ‘리케아화장품’은 이경희 대표가 지난 2010년까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다. 현재는 새로운 대표이사가 회사를 경영 중이다.

리케아화장품 주소지는 동성제약 본사와 일치하며 연락처 역시 동일하다. 동성제약서 둥지를 틀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양구 대표와 전임이었던 이긍구 사장은 지난날 이곳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오마샤리프화장품 2대주주 ‘루맥스’는 LED 및 염색약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원래 사명은 ‘동성루맥스’였지만 지난해 변경됐다.

이양구 대표와 이경희 대표는 이곳 임원은 아니다. 다만 루맥스는 오마샤리프화장품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루맥스는 오마샤리프화장품과의 거래서 1억5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오마샤리프화장품은 452만원을 벌었다.

지분 우세
경력까지

루맥스 본사 소재지는 충청남도 아산시로 사업 공간은 동성제약이 제공했다. 동성제약은 지난 2007년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소유자는 현재까지 동성제약이다.


루맥스는 수익성이 좋은 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6∼2018년 매출액은 42억원, 48억원, 7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영업이익 역시 5억원, 8억원, 8억원으로 안정적이었다. 순이익은 4억원, 4억원, 7억원으로 증가했다.

오마샤리프화장품의 또 다른 특수관계자는 ‘타임물류’다. 창고·물류 관리 대행업체다. 애초 사명은 ‘동성타임물류’였지만 지난해 12월 변경됐다. 이경희 대표는 지난해 타임물류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타임물류는 앞서 언급된 회사들보다 동성제약과 사업 연관성이 뚜렷하다.

동성제약 온라인스토어 ‘동성이샵’은 지난해 7월 말 물류센터를 타임물류로 이전했다고 공지했다. 당시 담당자는 ‘배송 물류센터가 이전돼 8월1일부터 출고지·반품지가 변경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 출고지 등은 동성제약 본사였다.

타임물류는 충남 아산에 위치해 있으며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지난 2016∼2018년 매출액은 23억원서 보합세를 보였다. 반면 영업이익은 1억원, 1억원, -2억원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1억원, 1억원서 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동성제약은 동성이샵을 통해 오마샤리프화장품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마샤리프화장품서 제조한 제품을 동성제약 본사서 매입하고, 이를 동성이샵서 판매하는 구조다.

오마샤리프화장품 실적 흐름은 감소세를 띤다. 최근 3년간 회사의 매출액은 80억원, 134억원, 73억원으로 들쭉날쭉했다. 영업이익은 9400만원, 2억원으로 증가하다가 -12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순이익은 1억원, 5억원서 -11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오마샤리프화장품 3대주주인 퀀트와이즈투자자문은 동성제약과도 관련이 있다. 동성제약은 퀀트와이즈투자자문에 3.3% 지분이 있다. 10년 넘게 지분을 소유 중이다. 퀀트와이즈투자자문이 오마샤리프화장품 주주로 이름을 올린 기간도 비슷하다.

사업 관계
지속 유지

오마샤리프화장품은 한때 동성제약 계열사였지만 ‘스테로이드 파문’으로 관계가 단절됐다. 지난 2011년 포쉬에화장품(오마샤리프화장품의 전신)의 ‘스킨탑’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됐다. 당시 이양구 대표는 포쉬에화장품 지분을 쥐고 있었다.

곧 이양구 대표는 해당 지분 전량을 정리했다. 당시 동성제약 측은 “동성제약 대주주 이양구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포쉬에화장품 지분 10.26%를 지난해 12월에 모두 매각했다”며 “이제 포쉬에화장품과 동성제약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동성제약서 강경 기조를 보인 까닭은 스테로이드 관련 악재가 계속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동성제약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출시한 제품들에 스테로이드 함유 사실이 적발된 바 있었다.
 

▲ ⓒ고성준 기자

동성제약은 대주주 지분 매각으로 포쉬에화장품과 선을 그었지만 ‘완전히 무관한 회사라고 볼 수 있겠느냐’라는 지적이 있었다.

포쉬에화장품 최대주주는 리케아화장품이었다. 당시 리케아화장품은 동성제약 화장품 유통을 맡고 있었다. 동시에 리케아화장품은 동성제약 지분도 소유하고 있었다.

이후 포쉬에화장품은 동성제약 지분 정리에 나섰다. 회사는 2011년까지 동성제약 지분 3.81%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듬해 주주 명부서 제외됐다. 리케아 화장품 역시 동성제약 주주 명부서 빠졌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포쉬에화장품은 동성제약과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였다. 이들의 상당한 내부거래 비중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2005∼2009년 포쉬에화장품 매출액은 77억원, 79억원, 68억원, 66억원, 85억원이었다. 이 중 동성제약서 비롯된 매출액은 59억원, 61억원, 62억원, 61억원, 64억원이었다. 비중을 놓고 봤을 때 76.22%, 76.97%, 90.75%, 92.94%, 75.86% 등으로 높았다.

포쉬에화장품 매출이 동성제약에 좌우될 만큼 이들의 관계는 가까웠다.

모친 회사·동성제약 사업 연관성
유리한 승계 위치 선점…결과는?

포쉬에화장품은 동성제약과 특수관계가 끊기기 전까지 동성제약과 내부거래를 지속했다. 특수관계가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동안 포쉬에화장품은 전체 매출 80억원 가운데 65억원을 동성제약으로부터 얻어냈다. 비율은 81.38%이었다.

포쉬에화장품은 지난 2014년 10월 사명을 오늘날의 오마샤리프화장품으로 수정했다. 오마샤리프화장품이 동성제약과 계열 관계가 끊긴 이후 이들의 거래 관계는 공식적으로 끊겼다. 두 회사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서 이들의 거래 내역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들은 사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마샤리프화장품은 동성제약 온라인몰 동성이샵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특수관계자이자 이경희 대표가 사내이사로 있는 타임물류는 동성이샵의 새로운 배송 물류센터가 됐다. 또 다른 특수관계자인 리케아화장품은 동성제약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오마샤리프화장품이 동성제약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만큼 동성제약에 근무 중인 3대주주 나 실장에게 눈길이 간다는 해석이다.

나 실장은 동성제약을 대표해 대외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를 순방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같은 달 9일부터 16일까지 6박8일 일정으로 스웨덴 등 3국에 국빈 방문했다.
 

당시 스웨덴 경제사절단에 기업을 비롯해 여러 기관과 단체가 동행했다. 동성제약은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당시 대표자가 나 실장이었다. 나 실장은 이 외에도 문 대통령 순방에 맞춰 진행된 스웨덴 비즈니스 파트너십과 폴란드 비즈니스 파트너십에 동성제약을 대표해 참석했다.

반면 이양구 대표의 자녀들은 미미한 지분을 쥐고 있을 뿐이고, 동성제약에 입사하지 않았다. 여러 모로 나 실장이 동성제약 오너 3세 가운데 후계 경쟁력을 선점한 상황이라고 관측되는 까닭이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나 실장의 지분 증여와 관련해 “이경희 대표가 연로한 까닭에 그의 아들인 나 실장이 주식 관리 차원서 증여 받은 것”이라며 “승계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사절단에
이름 올려

또 나 실장의 스웨덴 경제사절단 참석에 대해선 “나 실장은 동성제약 유산균 브랜드 ‘바이오가이아’를 맡고 있는데, 관련 제품을 스웨덴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사절단에 동행했다”고도 했다. 동성제약 승계 구도에 대해선 “이양구 대표가 회사를 경영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 만큼 승계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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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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