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대망론’

갈 길 바쁜데 너무 멀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보수 야권의 ‘잠룡’들이 몸풀기에 들어갔다. 그중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가장 빨리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소장 개혁파’로 외연 확장에 적합한 인물이지만, 한계점도 적지 않다.
 

▲ 원희룡 제주지사

“내 평생 가장 치열한 2년을 살아야겠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기지개를 켰다. 원 지사는 “여당의 후보가 누구든 치열하게 승부를 할 것”이라며 대권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대권주자 경선에 참여해 경선까지는 지사직을 유지하고, 주자가 되면 지사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존재감 부족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일각에선 원 지사에 대한 우호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보수 세력의 대선후보감으로 손색이 없다’며 원 지사 띄우기에 나섰다.

21대 국회의원들 사이서도 원 지사에 대한 평판은 나쁘지 않다. <동아일보>서 21대 초선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서 원 지사는 보수 야권의 최종 대선후보 1위로 꼽혔다.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대답이 가장 높았지만, 홍준표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처럼 중앙 정치권에서 뛰었던 인물들을 제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원 지사가 ‘소장 개혁파’라는 점은 보수야권 후보로서 큰 경쟁력이다. 현재 통합당은 ‘꼰대’ 이미지 탈피와 당 내부로부터의 개혁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원 지사는 2000년에 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정병국 전 의원과 함께 ‘남원정 트리오’를 형성했다. 원 지사를 주축으로 한 소장파들은 한나라당의 부패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당을 중도보수 쪽으로 움직이는 데 기여했다.

진보, 보수를 망라한 정치적 행보 역시 원 지사만의 강점이다. 제주 출신으로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지역 문제서 자유로울 수 있다. 386세대의 대표주자로,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경력도 있다.

원 지사는 지난 2018년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서 “노무현 정신인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모두의 정치를 하셨던 그 정신에 존경과 감사의 뜻을 올린다”고 했다. 또 정치를 하는 동안 가장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순간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때 당론주의에 매몰돼 찬성표를 던진 것’을 꼽았다.

‘킹메이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의 궁합은 어떨까. 원 지사는 김종인 비대위 출범 초기에는 다른 결의 행보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는 지난 9일 미래혁신포럼서 ‘보수’를 강조했다.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며 보수 색채 빼기에 나선 김 위원장을 저격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을 ‘용병’에 비유하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원 지사는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에 의한 승리, 대한민국의 역사적 담대한 변화를 주도해왔던 바로 그 보수의 위풍이 승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수잠룡 중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선언
소장 개혁파 정치적 내상 적어 급부상


하지만 원 지사의 행보는 최근 달라졌다. 원 지사는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기본소득제와 같은 진보적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의 데이터청 설립 제안에 찬성하는 뜻을 밝혔다.

원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함께 잘사는 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데 좌파와 우파가 왜 나오나. 제한된 자원과 목표하는 효과 사이에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이념에 매몰된 정책보다는 보편적인 관점서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원 지사는 김 위원장의 급속한 ‘좌클릭’을 경계할 뿐, 김 위원장과는 나쁘지 않은 궁합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 나누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 지사는 다른 야권 잠룡들과 달리 정치적 ‘내상’이 적다.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21대 총선 서울 종로서 이낙연 의원과 붙어 낙선했다. 아울러 황 전 대표의 ‘우클릭’으로 당은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당의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재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 투표를 강행했지만, 결국 시장직을 내려놔야 했다. 이후 긴 공백기를 거쳐 2016년 총선 서울 종로서 정세균 전 의원과 붙었지만 역시 패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였던 21대 총선에선 서울 광진을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패배했다.

정치 신인에게 진 만큼 다음 대선 전까지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홍준표 의원 역시 과거 여러 막말 논란으로 당의 외연 확장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홍 의원은 이번 선거 공천 과정서 당과 여러 마찰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원 지사의 한계점 역시 뚜렷하다. 우선 대선후보로 존재감이 부족하다. 6년 가까이 중앙 정치권서 떨어져 있었다. 탄핵 이후 보수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는 비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무엇보다 뚜렷한 정치색이 없어 당내 입지가 약한 편이다.

원 지사는 국정 농단 사건 이후 새누리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도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되자 “당은 죽음으로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한다”며 보수 개편을 주장했다.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몸을 담았으나,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통합하자 “개혁 정치를 현재 정당구조서 실현하기 어렵다”며 당을 탈당했다.

또 지난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서 “도민들이 명령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도 입당할 수 있다”며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내 입지 약해

또 중앙 정치권서 대선 준비를 하기에는 제주라는 지역적 한계에 부딪힐 공산도 높다.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말한 원 지사의 과거 발언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민주당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강민숙 의원은 “지사께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아닌 지금 당장 도민에게 절박한 문제에 더 집중하셔야 한다. 아직 코로나19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올 가을 제2차 대유행 우려도 전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캠프’ 합류 이태용은?


정치권에 따르면 7월부터 이태용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내달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대선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 전 부원장은 황교안 전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 민정실장을 맡았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황 전 대표의 조직단장을 맡아 당선에 크게 공헌했다.

2년 전 6·13지방선거에선 원 지사가 무소속으로 제주지사로 출마했을 때 선거를 도와 승리를 이끌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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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히고 싶다던 사람의 행보는 절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국민 행보를 시작했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입길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그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앞둔 시점에 남긴 “잊히고 싶다”는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보수 정당은 문 전 대통령의 말을 ‘허언’이라고 치부하는 중이고 진보 세력에서도 “좀 너무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행보라고 하기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도 없어도 정치 행보로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30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40일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앞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SNS를 시작했다. 책을 추천하거나 시국과 관련해 발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행사에 참석해 직접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선거 때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번 입길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인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다. 전직 대통령이 유튜버로 데뷔한 사례 역시 역대 최초다. 무엇보다 영상 제작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겸손방송국’이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 친명 측서 민감하게 반응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게재된 ‘EP. 1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 영상에 출연했다. 채널명인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는 경남 양산에서 운영 중인 서점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평산책방’ 계정에 45초 남짓의 영상을 올려 유튜버로서의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영상은 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로 소개됐다. 첫 번째 추천작은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였다. 소년보호 사건 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의 청소년 76명이 작성한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애들은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집의 표제시인 ‘가만히’를 가장 기억에 남는 시로 꼽았다. 두 번째 책으로는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엮은 <네 곁에 있어줄게>를 추천했다. 청소년회복센터 교사, 자원봉사자 등이 소년재판과 소년사건 현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은 평산책방이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출판할 수 있었다”면서 “책이 많이 팔려서 아이들에게 인세(저작권 사용료)를 나눠주고 아이들이 ‘시집도 냈고 인세도 받았다’는 자긍심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유튜버 데뷔는 정치권을 흔들었다. SNS 글, 직접 발언 등으로 메시지를 던진 적은 있지만 고정 출연을 명목으로 한 주기적인 방송 활동은 그 영향력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명(친 이재명)계’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실제 유튜브 영상은 물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등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잊혀지고 싶다고 했으면 조용히 있어달라’ ‘왜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선 시점에 유튜브를 하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 제작을 맡은 김씨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연결 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즈음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규합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민주당 지지층이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으로 갈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정 대표는 임기 초부터 이 대통령이 주목받아야 할 시기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정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를 취지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값을 1인1표로 하겠다는 내용을 두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밀어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연임을 노리고,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온라인 게시판에 자주 글을 남겼다. 당 대표 취임 후에는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공천 전쟁 친문 결집?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정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면서 지방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 내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점, 퇴임 후의 행보가 지지세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지난해 총선 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그는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윤석열정부를 연일 공격했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울·경 일대를 돌며 민주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9명이 낙선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수층에서 ‘문 전 대통령 덕분에 보수가 결집했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총선 유세 ‘폭망’ 조국 사면으로 민심 악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사면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된 상태였다. 조 대표가 받은 형량은 2년으로 만기 출소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그런 그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조 대표 사면 요구는 이정부의 임기 초반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처음 정치권에서 조 대표의 사면 이슈가 흘러나왔을 당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에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점, 조 대표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점 등이 근거로 떠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학 입시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흔들린 시점도 조국 사태였고, 결정적으로 윤정부의 탄생에 단초가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사면 요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류가 변했다. ‘조국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 사면 요구로 나타나면서 조 대표의 사면을 지지하는 쪽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대통령) 임기 때에도 못 한 일을 왜 현 정부에 해달라고 하느냐’는 의견이 분출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조 대표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 부담 주지 말라는 의견도 빗발쳤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조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이겼다’ ‘친문 살아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후폭풍은 거셌다. 6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았다. 공정 이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 2030세대가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영향력은 두고 봐야 문 전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평산책방’ 계정에 올라오는 영상 중 ‘평산책방 TV’라는 코너에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 추천하는 책, 출연자 등이 하나하나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가 될까, ‘서포터’가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