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의 재탄생 ②고흥 연홍미술관

외딴섬 곳곳이 정겨운 미술관

▲ 연홍도 선착장과 연홍도 사진에 단골로 등장하는 작품 ‘연홍아 놀자’

고흥 연홍도는 섬 곳곳이 정겨운 미술관이다.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이 있고, 담장을 캔버스 삼은 그림과 조형물이 길목마다 여행객을 반긴다. 주민의 삶이 녹아든 울긋불긋한 지붕은 푸른 바다와 맞닿는다. ‘섬 속의 섬’ ‘예술의 섬’ ‘지붕 없는 미술관’ 등 다도해의 외딴섬 연홍도에는 이처럼 살가운 수식어들이 갯바람과 함께 머문다.

섬에 예술의 싹을 틔운 연홍미술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2006년 문을 열었다. 미술관 전신인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는 1998년에 폐교됐다. 교실 두 칸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아담한 갤러리카페가 들어섰다. 운동장 터는 정크아트 작품으로 채웠다.

▲ 연홍미술관 앞마당을 채운 정크아트 ▲ 바다 건너 파랗고 붉게 칠한 지붕이 선명한 연홍도

해안 길이가 약 4km인 연홍도는 말의 형상과 비슷해 예전에 마도(馬島)로도 불렸다. 김 양식으로 섬이 번창하던 시절에는 800여명 주민이 거주했고, 학생만도 100명이 넘었다. 하지만 현재 연홍도에는 50여가구 80여명이 살고 있다.

폐교 리모델링

미술관 개관 당시만 해도 연홍도는 섬 속의 섬이었다. 고흥 녹동항에서 거금도를 거쳐 두 차례 배편을 이용해야 섬에 닿았다.

▲ 거금도 신양선착장에서 연홍도 가는 배를 탄다.

2009년 녹동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가 개통하고, 2011년 소록도와 거금도가 거금대교로 이어지면서 연홍도 가는 길이 한결 편해졌다. 최근에는 거금도 신양선착장과 연홍도를 오가는 배가 하루 7회 운항한다. 연홍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 바다 건너 연홍도의 파랗고 붉게 칠한 마을 지붕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 그림과 조형물 60여 점이 선착장에서 마을 골목, 포구로 이어지며 섬을 수놓는다.

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예술의 섬 분위기가 풋풋하게 전해진다. 선착장에서 대형 뿔소라 조각과 붉은색 철근 조형물이 이방인을 반긴다. 굴렁쇠를 굴리고 강아지가 뛰어노는 구조물 ‘연홍아 놀자’는 연홍도 사진에 단골로 등장한다. 전시물은 미술관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그림과 조형물 60여점이 선착장에서 마을 골목, 포구로 이어지며 섬을 수놓는다. 연홍도는 2015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고, 2017년 ‘지붕 없는 미술관’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예술의 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 마을 사람들이 찍은 사진으로 제작한 타일 200여 개가 벽을 채운 ‘연홍사진박물관’

선착장과 맞닿은 담장에는 마을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을 담은 연홍사진박물관이 있다. 졸업이나 여행, 결혼식 등을 기념하며 찍은 사진으로 제작한 타일 200  여개가 벽을 채운다. 거금도 출신 프로레슬러 김일의 벽화도 시선을 끈다. ‘박치기 왕’ 김일의 제자 두 명이 이곳 연홍도에 거주했다. 그중 한 명은 영화 〈반칙왕〉의 모델이다.

▲ 낮은 담장과 수줍은 그림, 하늘과 바다와 지붕이 이어지는 골목

섬을 가로지르는 마을 골목에 들어서면 소박한 예술 작품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조개껍데기, 해초, 부표, 뗏목 조각 등과 섬사람의 일상은 훌륭한 소재다. 마을 주민 손길이 닿은 작품도 있다. 낮은 담장과 수줍은 그림, 하늘과 바다와 지붕이 이어지는 골목이 참 예쁘다. ‘연홍도 담장 바닥길’로 불리는 골목 한쪽에는 연홍교회와 수백년된 당산나무가 보인다.

▲ 미술관 앞바다에 잠긴 조형물 ‘은빛 물고기’ 뒤로 금당도 병풍바위가 보인다.

마을 너머는 한적한 포구다. 연홍미술관은 고깃배가 드나드는 포구 끝자락에 매달려 있다. 포구 주변으로 형형색색 조형물과 포토 존, 정크아트가 미술관 가는 길을 안내한다. 미술관 앞바다에 썰물과 밀물 때 드러나는 모습이 다른 조형물 ‘은빛 물고기’가 잠겨 있다. 물고기가 자맥질하는 바다 건너가 완도 금당도다.

‘예술의 섬’ ‘지붕 없는 미술관’
여행객 반기는 그림·조형물

금당도의 명물 병풍바위가 미술관 앞마당에서 커다란 그림처럼 다가선다. 프랑스 작가가 머물며 폐창고를 단장한 해변 작품과도 묘한 대조를 이룬다. 평안해 보이는 연홍미술관은 2012년 태풍 볼라벤 때 많은 전시물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 연홍미술관 내부 전시 공간

연홍미술관은 해마다 10회 전시 일정이 잡혀 있다. 조각, 회화, 도자 등 분야는 제한이 없다. 미술관과 15년을 함께한 선호남 관장은 미술관 옆 포구 주변 길을 예술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바다가 1년 열두 달 변하기에, 연홍도의 작품도 볼 때마다 다를 거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를 리모델링한 연홍미술관

연홍미술관은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월요일에 휴관하지만, 여행객과 미술관 숙박객이 있으면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연홍도에 들어갈 때는 왕복 도선료(2000원) 외에 섬 탐방비(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를 내야 한다.

▲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좀바끝둘레길 전망대

연홍도에는 섬의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둘레길이 있다. 북쪽의 좀바끝둘레길은 곰솔 숲과 모래 해변을 지난다. ‘좀바’는 쏨뱅이의 이 지역 말로, 득량만과 연결되는 연홍도 바다는 쏨뱅이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좀바끝둘레길 끝에는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전망대가 있다.

좀바끝둘레길은 선착장까지 해변을 따라 조성된 해안둘레길로 이어진다. 섬 남쪽에는 구릉지를 걷는 아르끝숲길이 있다. 연홍도둘레길을 걷는 데 한 시간 반쯤 걸린다.

▲ 거금도 금산 해안 경관에서 만나는 오천몽돌해변

거금도로 넘어가 남쪽 해안을 달리면 고흥10경 가운데 7경으로 꼽히는 금산 해안 경관이 펼쳐진다. 다도해를 보며 달리는 국도77호선은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연소해수욕장, 익금해수욕장, 금장해수욕장 등 호젓한 해변 외에도 섬의 군락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곳곳에 있다. 금산 해안 경관의 끝자락인 오천항에는 수박만 한 몽돌이 신비로운 오천몽돌해변이 자리한다.

▲ 고흥 우천리와 여수 적금도를 잇는 팔영대교 전경

오천몽돌해변

고흥 동쪽 끝에 놓인 팔영대교는 여수~고흥 간 연륙연도교가 올해 2월 최종 개통하며 명소가 됐다. 팔영대교는 고흥 우천리와 여수 적금도를 잇는 현수교로, 총 길이 1340m에 이른다. 고흥의 일출 명소인 팔영산을 지나 위치하며, 팔영대교 초입에서 남해와 여러 섬을 잇는 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팔영대교부터 낭도, 둔병도 등 네 개 섬과 다섯 개 다리를 잇는 쾌청한 길이 펼쳐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연홍미술관→연홍도둘레길→금산 해안 경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연홍미술관→연홍도둘레길→금산 해안 경관 
둘째 날: 거금생태숲→소록도→녹동항→팔영대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흥관광 http://tour.goheung.go.kr/tour/index.do
- 거금도닷컴 http://ggdo.com

문의 전화
- 연홍미술관 010-7256-8855(미술관장)
- 연홍도관광안내소 061)842-0177
- 고흥관광안내 061)830-5244

대중교통
버스: 서울-녹동,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3회(08:00, 14:40, 17:3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녹동버스공용정류장에서 거금도 신양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신양선착장 정류장 하차, 약 5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녹동버스공용정류장 061)842-2706
배: 거금도 신양선착장-연홍도, 하루 7회(08:00~18:05) 운항, 약 5분 소요. 
*문의: 연홍호 선장 010-8585-0769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고흥 IC→고흥로→녹동항→거금대교→신양선착장 

숙박 정보
- 하얀파도: 금산면 거금일주로, 061)844-1232, http://hayanpado.kr
- 빅토리아호텔: 도화면 천마로, 061)832-0100, www.victoriahotel.co.kr
- 거금아일랜드민박: 금산면 명천길, 010-2685-1084
- 나로비치호텔: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5-9001, www.narobeachhotel.com

식당 정보
- 송정횟집(전복연포탕): 금산면 연소양지길, 061)843-8577
- 성실산장어숯불구이(장어구이): 도양읍 비봉로, 061)843-9985 
- 토박이 녹동점(낙지볶음): 도양읍 우주항공로, 061)842-8700
- 다도해회관(생선회):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4-5111, www.061-834-5111.bestbz.com

주변 볼거리
남열해돋이해수욕장, 애도, 팔영산,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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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